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77화 (77/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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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7]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2)

목적지에 도착하니 서울 잠실에 있는 모 놀이공원을 떠올릴 만큼 거대한 쇼핑몰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 지었는지 입구가 넓은 주차장을 미끄러져 들어가 직원의 안내에 따라가니 K보이즈 유시훈의 얼굴이 보였다.

“어? 안녕? 안녕하세요.”

상당히 높은 인기와 팬덤을 자랑하는 유시훈이지만 김별을 보자 먼저 손을 흔들어 반갑게 맞이한다. 나이도 많고 가수로서도 선배인 입장이기에 별이에게는 말을 놓는 모양이다. 그리고 별이 옆에 있는 우현에게도 깍듯하게 인사했다.

“오빠, 먼저 와있었네요? 사람 많이 왔어요?”

“응, 밖에 엄청 많아.”

말로는 엄청 많다고 하면서도 여유가 있었다. 많은 콘서트와 팬사인회를 경험해 보았기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유시훈의 매니저와도 인사를 나누며 대기하기를 10여분 정도가 지나자 관계자가 나와 행사 시작을 알렸다. 약속된 행사장으로 이동했을 때 드러난 광경을 보고 별이가 입을 떡하니 벌렸다.

“우와…”

한눈에 보기에도 수백여 명의 인파가 쇼핑몰 광장에 모여 유시훈과 김별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손수 제작했는지 조금은 어설퍼 보이는 팻말을 들고 있는 그 모습이 진심으로 스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 더 정감이 갔다.

이후부터는 정신없는 스케줄의 연속이었다. 별이는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중국어로 연신 반갑게 인사하는 그들에게 사인을 해주었고 우현은 혹시라도 모를 위험에 대비해 날카롭게 촉을 세웠다.

사실 유시훈의 팬이 너무 많고 별이의 팬이 적을까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남자 팬들이 상당히 많았다. 10대로 보이는 어린애들부터 50대 아저씨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와서 사인을 받아가는 모습을 보니 예전에 은하가 중국에서 사인을 하던 모습이 떠오를 정도였다. 물론 숫자는 그 때가 훨씬 더 많았지만.

무려 다섯 시간이 넘는 대혈투 끝에 팬사인회가 마무리되었고 이후에는 중국 방송사에서 나온 리포터와 인터뷰를 가졌다. 곱상하게 생긴 그 리포터는 무난한 질문을 하다가 가장 마지막쯤에 유시훈과 중국 여배우가 사귀는 것 아니냐는 폭탄을 터뜨려 유시훈 매니저를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많았던 북경에서의 스케줄을 마무리하고 상해에서 또 다른 팬사인회를 마무리 하고는 다시 홍콩으로 향했다. 웹드라마에 관련된 스케줄은 모두 끝난 상황이고 홍콩의 스케줄은 ‘채널’ 화보촬영과 신상 향수의 CF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사흘간 머무르며 화보촬영과 CF촬영을 진행했다. 특급호텔에 식사까지 전부 해결해주니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만끽하는 기분이었다. 단지 돈이 없으니 명품 천국이라는 홍콩의 진면목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을 뿐.

모든 해외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왔을 땐 우현을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최고의 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지금도 개인 연주회를 하고 있을 만큼 인정받는 피아니스트입니다. 아시다시피 최고의 피아니스트는 개인교습 같은 거 잘 안 해주지 않습니까? 제자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단지 배우를 가르치는 정도니까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가장 먼저 제작사에서 피아니스트를 구했다며 연락을 해왔다. 생각보다 빨리 구해지긴 했지만 개인교습비용으로 상당한 금액을 요구했다. 별이는 그 정도는 자신이 부담하겠다며 자신도 CF 계약한 여배우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해외 작곡가 한 분과 연락이 닿아서 계약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큰 비용을 요구하네요.”

“도대체 누구기에 그럽니까?”

“세바스찬 비욜트라는 음악가이자 작곡가인데 상당수 헐리우드 영화 제작에도 참여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가장 쉽게 연락이 되긴 했는데 무려 5억을 요구합니다. 물론 한국에 오는 비행기 값과 호텔 경비 등은 저희가 따로 지원하는 거구요. 참고로 비행기는 퍼스트 아니면 안 탄 답니다. 허리가 아프면 작업이 안 된 다네요.”

“와… 비쌀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보통 아니네요. 그래도 실력은 있으니까 헐리우드에서 작업하지 않았겠습니까? 그 사람이 참여한 작품은 알아봤어요?”

“네, 싹 다 훑어봤는데 비싼 값은 하는 사람이더라구요. 그 사람이 참여했던 작품은 음악적 완성도가 굉장히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사람과 계약을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신 제작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임 감독은 뭐하고 지내요?”

“감독님이야 극본 쓰고 계시죠. 수정된 시나리오로 대박 한 번 치겠다고 벼르고 계시네요.”

솔직한 마음으로 250만 정도만 들어와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우현의 입장에서는 너무 힘주다 실수나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투자는 잘 받고 있어요?”

“유은하가 합류하며 본인 사비로 투자한다는 말에 회의적으로 생각하던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제가 찾아가야 했지만 이제는 직접 제작사로 찾아오는 투자자들이 있어요. 물론 큰 금액을 투자하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작은 영화를 만들 때는 무시할 수 없는 투자자들이거든요.”

“잘 됐네요. 그럼 수고하세요.”

별이의 차기작은 중국에 갔다 온 사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었다.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 다른 곳에서 터졌다.

“네? 양궁으로 해주신다고 했잖습니까?”

아이돌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유니를 위해 담당 피디에게 양궁을 잘 할 수 있다고 어필했었다. 그 때 담당 피디는 확실하게 알았노라고 대답했었는데 아이돌 올림픽을 며칠 앞두고 양궁은 안 된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미안해요. 그런데 어쩔 수 없네요. 허들 출전할 거니까 준비해주세요.”

“무슨 준비를 합니까! 지금까지 틈틈이 양궁을 대비해서 준비해왔는데요!”

이제는 행사 스케줄이 종종 잡혀서 하루에 한번은 못하더라도 이틀에 한번 정도는 양궁에 대비해서 훈련을 해왔던 유니다. 이번 아이돌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이슈몰이를 해보겠다고 야심차게 말하던 그녀였는데…

“아, 그럼 어떡합니까! 정해진 인원이 있는데. 그럼 양궁을 백 명이 하고 싶다고 하면 백 명 다 시킵니까?”

아이돌 올림픽을 진행할 소대윤 피디는 도리어 본인이 성질내며 소리를 질렀다. 그 행태가 어처구니가 없어 상대가 피디임에도 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럼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하던가요! 그 때는 된다고 해놓고 뭐하는 짓입니까!”

우현이 일개 매니저 정도면 더 세게 나왔을 테지만 회사의 대표임을 자각했는지 소 피디가 목소리를 낮췄다.

“저희도 일을 진행하다보면 이런 일 있고, 저런 일 있는 거 아닙니까? 하여튼 이렇게 됐으니까 녹화 때 허들 뛸 수 있게 해주세요. 이만 끊습니다.”

더 이상 통화가 길어지면 불리하다고 생각했는지 황급히 통화를 끊는다.

“이런 X놈의 새끼가! 아우…”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방송국에 찾아가 한바탕 쌍욕을 퍼부어주고 싶었지만 절대 갑인 그들이기에 애써 마음을 다스렸다.

“유니야, 너 아이돌 올림픽 종목 바뀌었다.”

밖에서 우현의 고함소리를 듣고 있던 유니는 울상이 된 표정으로 대표실에 들어왔다.

“힝… 저 엄청 연습했어요.”

유니가 벌겋게 된 검지와 중지를 보여주며 울상을 지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후라 어찌할 방도가 없다.

“미안해. 나도 힘이 없다. 너 달리기는 좀 하니?”

“달리기는 항상 중간쯤 했어요. 그런데 허들이면 달리면서 장애물 넘는 거죠?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저 귀엽고 예쁜 얼굴에 걱정이 한 가득이다. 그녀의 얼굴을 보면 볼수록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그래? 그럼 준비하고 말 것도 없다. 그냥 가서 뛰는 시늉만 하다가 끝내. 괜히 잘못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엄청난 손해다, 알지? 곧 얼마 안 있으면 망치 신규 앨범 나오는데 너도 피처링으로 무대에 서야 하잖아? 지금도 음원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기세 계속 유지해야지.”

“그렇다고 어떻게 뛰는 시늉만 해요? 사람들 다 보는데… 그리고 이제 제 공식 팬카페도 생겨서 팬들이 많이 올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팬들이 네 100미터 기록이 얼만지도 모르는데 뭐가 걱정이야? 일단 안 다치는 게 중요해. 너 다치면 절대 안 된다.”

군대도 마찬가지지만 다치면 본인만 손해이기에 절대 무리하지 말자고 주입시켰다. 그리고 며칠 뒤 아이돌 올림픽 녹화가 시작됐다.

“대표님, 도시락은 몇 개나 준비하셨어요?”

“일단 100인분 준비하긴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만약 부족하면 추가로 시켜야지.”

일인당 만 원 이상의 도시락을 준비했는데 소속사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꽤나 훌륭한 수준이다. 어디는 햄버거에 콜라 하나씩 주는 곳도 있으니까. 물론 그렇게 하면 끝나고 나서 성의가 없다고 엄청 까인다.

잠실 주경기장에 도착하니 이미 수많은 팬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 있는 게 보인다. 방송국을 욕하면서도 자신의 아이돌이 기죽을까봐 나와 있는 것이 어찌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대단하기도 하다.

유니는 방송국에서 지급해준 핑크색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배에 커다랗게 이름을 써 붙였다. 확실히 별이처럼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아담한 키에 귀엽고 깜찍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천천히 해.”

“아자아자!”

쉬엄쉬엄 하라는 우현의 말에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경기장으로 나가는 것을 보니 괜스레 걱정이 밀려들었다.

개그맨 양시훈과 드라마와 아이돌을 오가며 활약하는 여아이돌인 혜림, 그리고 스포츠 전문 캐스터인 김상철, 이렇게 세 명이 이번 아이돌 올림픽을 이끌고 진행할 MC로 확정되었다.

멀리서 지켜보니 양궁에 선정된 인원들은 전부 이름 있는 걸그룹 뿐, 개인 솔로 여가수는 처음부터 들어갈 자리가 없어보였다. 보아하니 처음부터 우현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가 나중에 생각나서 전화한 것이 분명했다.

한 차례 따질까 생각했는데 멀리서 우현의 얼굴이 보이자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는 소 피디를 보니 따질 생각도 사라졌다. 그 앞에서 열불내 봤자 얻을 만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녹화 시간이 다가오자 밖에서 대기 중이던 팬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유니의 팬임을 상징하는 하얀색 유니콘 응원봉의 숫자가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보였다.

미리 카페에서 참여할 만한 팬들의 숫자를 파악해 100인분까지 준비하긴 했어도 50명이나 오면 많이 올까 생각했는데 입장을 시작한지 30분 만에 50명이 넘어선 것을 보니 100인분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경기장 한 가운데 있는 유니의 모습을 보니 벌써부터 팬들과 눈을 맞추며 손을 흔들고 있다.

“신났구나.”

지금껏 걸그룹 생활을 해오면서 제대로 된 팬도 없이 지내오다가 지금에 와서 이렇게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고 있으니 신이 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가장 먼저 남자 아이돌의 달리기가 시작되고 점심이 가까워져 올 무렵 유니가 참여하는 허들경기가 시작됐다.

“유니 파이팅!”

“잘하자 유니야!”

우렁찬 남성들의 고함소리에 유니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트랙에 섰다. 그녀의 옆에 선 아이돌은 현재 꽤나 잘나가는 아이돌이기에 우현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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