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51화 (5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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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4)

다음 날 아침, 우현은 일어나자마자 ‘그 양반 같은 자식’의 시청률부터 확인했다. 2회 시청률이 17.7%였으니까 최소한 그것보다는 올라야 한다.

‘20.1%!’

MBS ‘잔혹한 사랑’의 시청률이 10.8%까지 하락한 걸 확인하고 하마터면 고시원에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소리 없는 환호를 하고는 얼른 씻고 사무실로 향했다. 도착하니 이미 유니가 연습실에 와 있었는데 연습보다는 핸드폰으로 자신의 기사를 검색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사실 별이나 유니나 핸드폰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 많았다. 요즘 데뷔하는 신인 중에 핸드폰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주는 소속사는 거의 없으니까. 하지만 결국 핸드폰을 쓸 수 있도록 했다. 핸드폰이 없어도 사고 칠 아이들은 결국 치기도 했고 너무 억압하면 결국 튕겨나가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뭐 보고 있어?”

“어? 대표님! 저 검색어 1위 아직까지 하고 있어요!”

“진짜?”

아침이 되면 당연히 관심이 수그러들 줄 알았다. 그런데 아침까지 실검 1위를 한다는 건 그만큼 유니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심어줬다는 것. 정말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네. 그래서 계속 이름으로 검색하고 있는데, SNS에서 꾸준하게 제 동영상 이야기가 나오구요. 동영상 재생 사이트에는 댓글이 지금도 계속 달리고 있어요.”

“그래, 잘했다. 뱃속 문제가 이렇게 도움을 주네. 전화위복이 됐다.”

“그러니까요. 저는 진짜 생방송으로 사고치는 줄 알았어요. 그게 무슨 개망신이에요. 만약 사고 쳤다면 저는 이민 갔을 거예요. 아니, 얼굴도 바꿨을 걸요?”

“이해한다. 나 같아도 그런 생각할 거야.”

“그래도 다행이에요. 특히 윤철오빠가 나중에 무슨 사정인지 알았으면서도 SNS에 모른 척 매운 것 때문이라고 올려주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안 그래도 그쪽 매니저한테 고맙다고 인사하려던 참이다. 진짜 고맙네. 그 친구가 인성이 된 친구야. 하지만 사귈 건 아니지?”

“푸하하! 걱정 말아요. 반하지는 않았거든요, 히히.”

혼자서 싱긍벙글하는 유니를 연습실에 두고 나오니 상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촬영장이야?”

“네. 지금쯤 출근하셨을 것 같아서 연락 드렸습니다. 별이 지금 촬영 들어갔구요. 아마 밤 12시 전에 끝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 고생하고. 별이 힘드니까 음식 챙겨 먹이고, 너도 될 수 있으면 먹을 거 잘 챙겨먹어.”

“걱정하지 마십쇼. 여기 분위기 좋아서 서로 돌아가면서 밥차랑 간식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먹을 건 널렸어요. 그나저나 별이가 어제 모니터링 하셨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응, 잘 나왔더라. 아주 매력 있게 나왔어. 그렇게만 쭉 하라고 해. 윤 작가님이 잘 만들어주셨더라.”

“하하, 알겠습니다. 별이한테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확실히 로드 하나 구해놓으니까 한결 여유가 생긴다. 눈치도 있고 빠릿빠릿해서 시킨 일뿐만 아니라 우현이 말하지 않아도 일을 찾아서 한다. 군대였다면 이등병 때부터 칭찬을 받았을 놈이다.

오전 내내 인터넷으로 유니와 별이의 기사를 검색하며 동향을 살폈다. 확실히 전에는 기사가 떠도 댓글에 ‘그래서 누구?’와 같은 듣보잡 취급을 하는 네티즌들이 많았지만 유니도 그렇고 별이의 기사에도 우호적인 댓글이 훨씬 많아졌다.

어제 ‘그 양반 같은 자식’ 3회에서 별이와 로맨스를 이루는 남주민과의 대화는 오히려 민준기, 이소은 간의 대화보다 더 주목을 받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뽐냈기에 별이에 관한 단독기사도 나올 정도였다.

그것 때문인지 점심 전에 지여울 제작 피디로부터 반가운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오늘은 또 무슨 좋은 소식을 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그런가요? 으음… 김 대표님께서 기대하고 계신다니까 괜히 말해주기 싫어지는데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기대 안 할 테니까 말씀해주시죠.”

“기뻐하세요. 쥬얼리브랜드인 ‘오스틴마치’에서 광고 의뢰가 들어왔네요.”

“CF요?”

“네. 조건은 드라마에서 ‘오스틴마치’를 착용한 모습을 5차례 이상 보여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CF를 추가 촬영하겠대요. 초반에는 푸티지 광고(footage advertisement)를 하다가 나중에 정식으로 CF를 찍는 거예요. 그래서 김 대표님이 아니라 우리 쪽에 연락이 왔네요.”

푸티지 광고란 드라마나 영화 속의 PPL장면을 엮어 그대로 TV광고로 만들어내는 걸 말한다. 그렇기에 만약 이 계약을 맺게 되면 별이는 드라마에서 ‘오스틴마치’ 브랜드를 착용해야 한다.

“그거 괜찮네요. 그런데 제가 그 브랜드를 잘 모르는데 지금 별이가 협찬 받고 있는 ‘채널’에 비해서 어떤가요?”

“고가 브랜드는 맞아요. 아무래도 ‘채널’이라는 브랜드가 수천만 원대의 고가 라인만 있는 게 아니라 수십만 원대의 저가 라인도 있기 때문에 조금 애매하긴 했거든요. 어쩌면 ‘채널’에 비해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보여 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제작진 입장에서도 큰 무리는 없다고 판단했어요. 윤 작가님도 동의하셨구요. 사실 ‘채널’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긴 해요.”

“좋네요. 그렇게 하죠.”

“그럼 어차피 이 계약은 저희와도 함께 계약을 맺어야 하니까 스케줄 잡아서 알려 드릴게요. 축하드려요. 아, 그리고 ‘엄마 옷’ 사태 이후에 지금 샤롯백화점하고 ‘에르클레르’쪽 난리가 났다고 하네요. 사실 명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쉽게 분간하기 어려워서 실검에 오르긴 했어도 매출에 타격을 얼마나 입을까 했는데 문제가 큰가 봐요.”

“하하하, 그렇겠죠. 아마 진화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제가 홍대랑 동대문 돌면서 저 옷들을 짜 맞춘다고 고생한 거 생각하면, 아휴…”

“그럼요, 알죠. 그리고 ‘채널’의 신상백인 ‘태양의 연인’은 조금씩 입소문이 돌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에는 그 백을 구하기 위해 갤러리스백화점으로 상당한 인파가 모여들어 매장 앞 웨이팅이 엄청났대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시간에 완판 됐다고 하니까 조만간 ‘채널’에서 감사의 표시로 연락 올 거예요.”

“감사합니다. 다 지 피디님 덕분이죠.”

“아유, 뭘 제 덕분은요. 이제 시청률 20% 넘으면서 본격적으로 흐름 탔으니까 이 기세대로 쭈욱 가보자구요. 우리 파이팅 해요!”

전화를 끊은 우현은 이번에는 제대로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우하하하!”

“무슨 일이에요? 뭐 좋은 일 있어요?”

밖에서 경리를 보던 민주가 화들짝 놀라 들어왔다.

“아, 민주씨, 미안해요. 하하. 이번에 별이 CF 들어왔어요.”

“어머, 축하드려요, 대표님!”

“고마워요. 계약 마무리 되면 회식 한 번 합시다.”

이제야 드디어 고시원을 탈출하게 될 것 같다. 어쩐지 어제 별이의 대사를 보며 느낌이 팍! 왔더랬다. 역시 로맨틱 코미디 3대 작가답다. 이 기쁜 소식을 상준에게 문자로 찍어 보냈다. 오늘 밤늦게까지 촬영인데 이 소식을 듣는다면 하나도 힘들지 않을 거다.

점심은 경리인 민주와 함께 인당 2만 원이 넘는 불고기 정식을 먹기로 했다. 무려 CF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평소처럼 백반을 먹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김우현 실장? 김 실장 맞지?”

맛있게 고기를 흡입하는데 누군가 그의 어깨를 툭 친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리니 30대 중반의 얄쌍한 인상을 한 남자가 히죽 웃는다.

“어? 윤 실장님 아니십니까?”

그는 마이더스처럼 소속 배우가 많기로 유명한 키웨스트의 윤재우 실장이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서 우현에게 웃으면서 눈인사를 하는 이는 이진명 팀장인데, 한 때 이진명 팀장과 술을 꽤 많이 마셨었다. 성실하고 자기 배우를 위해서 뭐든지 하는 열정 있는 친구라서 서로 마음이 잘 맞았다.

그런데 윤 실장과는 결코 사석에서 술 한 잔 마셔본 적이 없다. 욕심 많고 기회주의자인데다가 여자를 밝힌다. 여자 밝히는 거야 본인 사생활이니 뭐라 하겠느냐만, 문제는 이 바닥에 발을 걸친 여자만을 노린다는 거다. 상대가 주로 여배우나 걸그룹 지망생들이라서 뒤탈이 없는 건지, 그의 더러운 짓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현도 이진명 팀장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저 재수 없는 인간 정도로 알고 있었을 거다.

“너, 이 바닥 뜬 거 아니었어?”

“떴다기 보다 잠시 머리 좀 식힌 거죠.”

“그래? 그럼 다시 시작한 거네? 어디야? 마이더스에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는데?”

“마이더스는 아닙니다. 새로 회사 하나 세웠어요.”

“오… 그럼 회사 대표야?”

한 회사의 대표면 아무리 전에 함부로 대했다고 하더라도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게 기본인데 저 인간은 그런 기본적인 예의도 없다. 그런데도 저 자리에 굳건히 버티고 있는 건 그가 데리고 있는 배우들, 유지나와 김빈이라는 두 톱스타를 꽉 쥐고 놓지 않기 때문이다.

“네. 배우랑 가수, 작가 하나씩 데리고 있습니다.”

“작가? 작가 누구?”

“윤해연 작가요.”

“윤 작가랑 계약했다고? 너 무슨 로또 맞았냐? 계약금 얼마로 했는데?”

그의 목소리가 식당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우현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나무랐다.

“목소리 좀 낮추세요. 노래방입니까? 그리고 계약금은 말씀 못 드리는 거 아시잖아요?”

싸가지 없는 그도 우현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자 기를 죽였다.

“아, 그렇지. 어쨌거나 성공했네? 윤 작가만 데리고 있어도 새끼들 씨알로 만들어주는 건 어렵지 않잖아? 가만, 윤 작가 지금 ‘그 양반 같은 자식’ 하고 있는데 혹시 거기에 네 배우 있는 거야?”

“네. 김별이라고, 지금 백화점 사장 딸로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회사가 다르다고 해도 이 바닥에 발을 붙이면 드라마와 영화에 관해서는 꿰고 있는 게 정상이다.

“이야… 이거 이거 장난 아닌데? 언제 시작했기에 벌써 그렇게 키웠어? 하긴 김 실장, 아니다, 이제 대표라고 했지? 김 대표 실력은 알아줘야 해. 언제 술 한 번 먹자, 응?”

그렇게 다시 밥을 먹는데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힐끔거리는 게 영 거슬렸다. 애써 무시하고 다 먹은 뒤 간단한 인사를 뒤로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익숙한 번호가 그의 핸드폰에 찍혔다.

‘이진명?’

아까 밥 먹을 때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기는 했다. 얼른 전화를 받자 땅 끝까지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명이냐?”

“예, 형님. 연락도 못 드리고 죄송했습니다.”

“됐어, 인마. 너 바쁜 거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래, 무슨 일이야?”

형님, 동생이라고 칭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회사가 달랐기에 그 사이에 연락하지 않았던 게 큰 실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윤 실장 밑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 할 테니까.

“다름 아니라 만나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할 말이 있다고? 나한테 무슨 할 말?”

“사실 저희 애들 때문에 그러는데… 도움을 조금 받고 싶어서요.”

“애들? 유지나랑 김빈? 둘 다 사고 칠 애들은 아니잖아?”

“그게… 전화로 말씀드리긴 그렇구요. 일단 만나서 얘기 드리고 싶어요, 형님.”

“윤 실장한테는 비밀로 하고?”

“네. 윤 실장뿐만 아니라 누구의 귀에도 들어가면 안 돼요. 꼭 둘이서 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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