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 내가 스타로 띄어줄게-40화 (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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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 사람은 변하는 법(2)

“왜? 마음에 안 들어?”

우현이 선택한 곡은 유니가 사극에 어울릴 것 같다고 한 곡이다. 첫 디지털 싱글을 이런 느낌의 곡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곡이 잘되는 곡은 아니다.

“꼭 이 곡으로 해야 해요?”

“왜 그러냐면 별이가 이번에 드라마에 들어갈 것 같아. 그래서 그 드라마에 OST를 넣으려고 하거든? 너 알지? 잘 나가는 드라마 OST가 얼마나 사랑받는지?”

“그거야 알죠.”

“그런데 아무 음악이나 들이민다고 받아주지는 않아. 일단 멜로디가 아무리 좋아도 피디나 제작사측이 극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바로 커트해버리거든. 그래서 소위 많은 기대를 받는 드라마들은 전문적인 OST제작 프로젝트를 결성하기도 해. 우리는 그들에게 적당한 음악을 제시하는 거야. 그 과정이 정말 간단하지 않아서 그들의 입맛에 딱 맞아야 해. 그러니까 이번에는 나를 믿고 이 음악으로 가자. 알겠지?”

“알았어요. 대표님 믿을게요.”

우현은 환하게 웃는 유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굳이 하나하나 설명한 이유는 그래야 노래를 부르면서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래를 부르는 이도 자신의 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녹음 과정이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 이 곡이 뜬다는 확신이 있어야 부르는 사람도 신이 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가수를 키워보지 않은 그가 이렇게 알 수 있는 건 배우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배역을 선택할 때도 왜 그 배역을 맡아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줘야 깊게 빠져들 수 있다.

저녁 늦게 돼서야 별이가 도착했다. 원래는 그녀를 집에 바로 데려다 줘야 할 시각이지만 오늘 윤 작가와의 미팅 관련으로 사무실로 오게 했다.

로드매니저가 된 상준이를 유니와 인사 시키고 별이는 대표이사실로 불렀다.

“네가 무대 인사를 돌 때 윤 작가와 이소은이랑 미팅했어.”

“어떻게 됐어요?”

“아무래도 이소은이랑 같이 하게 될 것 같아. 그리고 이건 바뀐 시놉시스야. 집에 가서 읽어 보고 캐릭터 잡아 봐.”

“어려운 캐릭터예요?”

“아니. 남주가 재벌 3세인데 너는 그 남주의 약혼녀야. 엘리트고 언제나 우아하지. 나이는 어려도 결코 어린티를 내지 않아. 생각해보면 당연하겠지? 어려서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아왔을 테니까.”

“음… 그러면 공감능력이 조금 떨어질까요?”

“그건 네가 잡아야 할 거야. 대본이 나오면 더 정확해지겠지만 그래도 어떤 감정선으로 연기할지는 네가 판단해야지. 그러고 나서 연기 들어갈 때 피디가 수정해줄 거야.”

“선배님들이 도와줄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것 하나는 반드시 기억해야 해. 카메라 도는 데서 배우려 하지 말 것. 일단 카메라 돌기 시작하면 최대한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해. 연습은 촬영장 가기 전에 하는 거야. 카메라 앞에서 배울 생각하면 그건 프로가 아니야.”

“프로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이죠?”

“당연하지. 게다가 수많은 스태프가 너를 주목하고 있어. 그런데 연기가 되지 않아서 선배한테 연기 지도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과연 스태프들이 네 연기를 신뢰할 수 있을까?”

“저라도 그러지 않을 것 같아요.”

“신인이니까 너그럽게 이해해줄까? 겉으로는 그러겠지. 하지만 속으로는 앞으로 촬영해야 될 신이 몇 개고 몇 시에 촬영이 끝날지 고심하며 한숨을 내쉴 거야. 특히나 수십 개의 드라마를 찍어온 그들은 실수해서 NG가 나는 건지, 준비를 안 해서 NG가 나는 건지 단박에 알 수 있어. 그래서 정 연기를 배우고 싶은 선배가 있다면 촬영이 없을 때 따로 찾아가서 배워야 하는 거야.”

“알겠어요. 대표님이 무슨 말씀하시는지 이해 됐어요.”

각오를 단단히 한 눈빛을 보니 확실하게 인지한 것 같았다.

“그래. 감독의 컷 소리가 나기 전에는 무조건 네가 생각한 대로 해.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게 뭐다?”

“연습이요.”

“맞아.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어. 바로 생각하는 거. 이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왜 이런 말을 할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끊임없이 연습하는 수밖에 없어. 수많은 톱배우들 중에 이것을 건너 뛴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말했잖아요. 대표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구요.”

별이는 무릎 위에 놓인 시놉시스를 꼭 쥐었다.

다음 날, 별이를 무대인사에 보낸 우현은 작사가를 찾아 나섰다. 요즘 한창 잘 나가는 작사가인 이효정.

보통 작사가는 어느 정도 커리어가 생기기 전에는 작사비를 따로 요구하지 않는다. 근래에 들어 작사는 써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라 작곡가가 저작권을 나눠주는 개념에 가깝게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곡을 히트시킨 이효정 정도 되는 작사가는 따로 수고비라도 챙겨줘야 하는 게 맞다. 금액도 우현 입장에서 그리 부담되지 않는 금액이기에 돈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닌데, 그녀가 과연 우현의 부탁을 받아들일지가 걱정이다.

다행히 그녀가 워낙 유명한 탓에 연락처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자신이 있는 오피스텔 커피숍에서 만나자는 그녀의 말에 우현이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해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맨얼굴에 편한 트레이팅복을 걸쳐 입은 30대 초반의 그녀가 졸린 듯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이미 사진을 통해 얼굴을 알고 있었기에 곧장 일어나서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파인 엔터테인먼트의 김우현 대표라고 합니다.”

우현이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품에서 명함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파인 엔터라는 소속사도 있었군요. 처음 들어봤네요.”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 그녀는 진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럴 겁니다. 사실 예전에는 배우를 중심으로 키워왔던 회사였거든요. 유은하 아시죠?”

“아, 알죠, 당연히. 그럼 유은하씨가 있는 회사인가요?”

“하하, 아닙니다. 예전에는 유은하씨를 키웠었고 지금은 서로 좋게 헤어진 상태입니다. 현재는 영화 ‘밀실’에 출연했던 김별과 유니라는 솔로 가수를 키우고 있고 최근에는 드라마 작가인 윤해연 작가님과 계약했습니다.”

어제 이소은과 계약한 이후에 그 자리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윤해연 작가님이요? 어머! 저 그 작가님 완전 팬인데…”

“하하하, 잘 됐네요. 사실 이번에 윤해연 작가님 차기작이 들어가거든요.”

“정말요? 아직 기사 못 봤는데?”

“일단 마실 것 좀 드시겠습니까? 제가 한 잔 사죠.”

분위기가 나쁘지 않자 조금 더 천천히 이야기하기 위해 우현이 일어나서 커피를 들고 왔다. 그녀는 우현의 회사가 윤해연 작가와 계약이 됐다는 걸 안 순간부터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일단 이거 한 번 보시겠습니까?”

우현이 그녀에게 윤 작가가 쓴 수정된 시놉시스를 건넸다.

“그럼 이게…?”

“맞습니다. 이번에 윤 작가님 차기작 시놉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유니라는 친구를 윤 작가님 차기작 OST에 참여시키기 위해 준비중입니다. 그래서 적당한 곡을 받았는데 효정씨가 가사를 써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부탁을 드리러 왔습니다.”

“음… 멜로디 가져온 거 있나요?”

“네. 한 번 들어보시죠.”

우현이 핸드폰에 연결된 이어폰을 그녀에게 건네고 저장된 멜로디를 재생시켰다. 대략 3분 정도의 멜로디를 끝까지 듣던 그녀는 재생이 완료되자 입술을 삐죽이며 생각에 잠겼다.

“잠시 이거 읽어봐도 되겠죠?”

“그럼요. 보시라고 드린 거니까요.”

그녀는 글자를 곱씹는 것처럼 천천히 정독해나갔다. 그리 많지 않은 내용을 다 읽는데 10분이 넘게 소요됐을 때 그녀의 입이 열렸다.

“좋네요. 그런데 이거 까일 수도 있는 거죠?”

우려하는 눈빛을 보니 가사를 쓰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거절 될까봐 두려운 마음인 듯했다. 이건 우현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제가 꼭 통과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우현의 말에도 그녀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고심했다.

“하하. 효정씨 같이 대단한 분도 거절될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 군요?”

“사실 작사라는 게 누군가에게 일기를 보여주는 느낌이라 아직도 가사 보낼 때 무안하고 부끄러운 감정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거절당하면 괜히 차인 기분이 들거든요.”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니에요. 남의 생각을 어떻게 다 알겠어요. 어쨌든 해볼게요. 멜로디도 지금껏 해본 적 없는 스타일이고 윤 작가님 팬이라 OST에 참여하게 되면 저에게 뜻 깊을 것 같아요. 다만, 꼭 통과되도록 해주세요. 알았죠?”

“물론입니다. 무조건 통과되도록 하겠습니다.”

우현은 그 자리에서 그녀와 바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 상에는 작사비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계약이 끝나고 수고비 조로 50만 원을 그 자리에서 건넸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곡을 줬던 작곡가를 만나 계약을 하고 곡비를 건넨 뒤 사무실로 돌아왔다.

도착하니 스케줄을 마무리한 상준이 우현을 맞이했는데 책상 위를 보니 윤 작가의 시놉시스가 올려져 있었다.

“별이 시놉이야?”

“김별씨 것을 복사해서 읽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도 읽어둬야 할 것 같아서요.”

“잘했어. 당연히 읽어야지.”

“그런데, 저는 이걸 읽어도 사실 감이 잡히지를 않습니다. 뜰 것 같지도 않구요.”

“너무 유치한 스토리 같다 이거지?”

“네, 맞습니다. 망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 얼마 전에 중국에서 히트 쳤다가 한국에서 리메이크 된 드라마 알지? 마이유가 주연인 퓨전사극 드라마.”

“알고 있습니다. 마이유가 신라시대로 가서 그곳의 왕자님들과 얽히게 되는…”

“그거 시놉으로 만들면 어떻게 나올 것 같아?”

상준은 가만히 생각하더니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이 정도 수준일 것 같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야. 얼마 전에 대박 히트쳤던 ‘도깨비 전설’은? ‘태양의 후손’은 어떨까?”

“아… 그러고 보니 대단하네요. 대략 줄거리로만 보면 대단할 게 없는 거 같은데 그렇게 히트친 걸 보면요.”

“이소은이 시놉시스 보고 그 자리에서 출연을 결심한 게 단지 그 시놉이 좋아서라고 생각하면 안 돼. 거기에 뭐 그리 많은 게 담겨 있다고… 윤해연 작가이기 때문이야. 뻔한 설정을 가지고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결정한 거지. 걔는 아는 거야. 로맨스물은 설정으로 죽이는 게 아니라는 걸. 상황과 대사로 죽이는 거지. 설정은 거들 뿐이거든. 그런데도 윤 작가가 왜 시놉을 바꿨을까?”

“글쎄요. 아무래도 전 작품은 매니아들 위주라서 일까요?”

“정확히 말하면 극의 분위기가 달라. 극이 무거우면 사람들은 보려고 하지 않거든. 전혀 어려운 내용이 아닌데도 괜히 어렵고 답답한 것처럼 느끼게 되지. 반대로 가벼운 분위기에 중간 중간 코믹적인 요소가 많으면 그 자체로 재미있는 드라마라고 느끼게 되는 거야. 물론 작가가 못 살리면 이거나 그거나 나가리 되는 건 같지.”

“아…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고 피식 웃음을 짓는데 우현의 핸드폰으로 윤 작가에게서 온 문자가 찍혔다.

[민준기 미팅 잡혔음.]

이제 시놉을 전달했을 텐데 바로 반응이 왔다. 그것도 민준기라니… 민준기와 이소은, 거기에 별이가 합세하면 최고의 비주얼 조합이다. 1,2회 시청률은 무조건 잡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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