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가 띄워줄게! - ⓒ 영완(映完)
타고난 감각과 분석력을 통해 연예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성장하는 김우현의 일대기가 이제 시작된다!
[너, 내가 스타로 띄워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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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너, 내가 띄워줄게!(프롤로그)
한적한 커피숍, 우드톤의 아늑한 분위기를 가진 이 커피숍 한 쪽 구석에 아무렇게나 입은 듯 청바지에 후드티를 걸친 젊은 여자가 앉아 있다.
그녀는 실내인데도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손에 쥔 핸드폰으로 몇 번이나 시간을 확인했다.
앞에 놓인 커피는 입에 대지도 않고 시계만을 바라보던 여자는 어느 순간 드리워진 그림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안녕하세요. 김우현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어머, 아니에요. 죄송해요. 사람이 온 줄도 모르고…”
그녀는 얼른 선글라스를 벗었는데 누가 봐도 연예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굉장한 미인이었다. 옅게 화장한 그 얼굴은 청순하면서도 귀여웠다.
“죄송하긴요.”
우현은 빠르게 카페라떼 한잔을 사서 다시 그녀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전에 우리 한 번 봤죠? ‘뮤직뱅크’에서.”
“네, 그때 은하언니 매니저 하실 때 인사 드렸었는데… 기억하시네요.”
“그럼요. 사람 기억 못하면 이 일 못하죠.”
“그런데 말 놓으세요. 저보다 훨씬 나이 많은 거 알고 있고, 저보다 이쪽에서 일 오래 하셨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우현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말 놓을게. 이번에 유디 엔터에서 재계약 얘기 없지?”
“네.”
그녀의 이름은 김별. 일 년에 수백 개씩 생겨나는 흔하디흔한 걸그룹 멤버 중의 하나였다. 수년간 연습생으로 전전하다 마침내 3년 전에 유디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하는 라라걸즈의 멤버로 확정된다.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일 것만 같았던 그녀의 기대는 3개월도 채 가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망했으니까. 일단 노래가 별로였고 이슈도 되지 못했다.
컨셉도 어정쩡했고 확 튀는 멤버도 없었으며 예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말았다.
1집만 망해도 큰일인데 무려 3집까지 연달아 망하고 나니 기획사에서는 더는 그녀들을 밀어줄 수 없었고 근 1년 동안 반 백수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할지, 불행이라고 할지, 기획사와의 계약기간이 이제 보름도 남지 않아 그녀는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할 처지였다. 하지만 뭘 보여준 게 있어야 다른 회사를 알아볼 텐데 그녀 나이 23, 이제 걸그룹으로 다른 회사에 들어간다는 건 욕심일 뿐이라는 걸 그녀도 너무 잘 알았다. 그녀보다 더 예쁘고 노래 잘하며 춤도 잘 추는 어린 아이들이 너무나 많았으니까.
그런데 난데없이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김우현이라는 남자에게서…
우현이라는 남자는 그녀가 ‘뮤직뱅크’ 녹화 때 당시 한창 뜨던 여배우인 유은하가 MC로 1년간 있으면서 스치듯 본 적이 있었을 뿐이다.
“나랑 해보자.”
“솔로로요?”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신의 노래실력은 일반인들보다는 나았지만 솔로로 데뷔하기에는 모자란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우현은 그녀의 순진무구한 표정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너무 귀여웠으니까.
“하하하, 아니야.”
“그럼 팀으로요?”
그녀는 주먹을 움켜쥐며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우현은 그녀의 기대를 무참히 박살냈다.
“아니야. 너 노래 안 시킬 거야.”
“네? 그럼 저랑 무슨…”
“너 배우하자, 나랑.”
청천벽력 같은 우현의 말에 그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저 연기 해 본적 거의 없는데…”
“너 전에 MBS에서 하는 단막극 ‘별을 보다’ 잠깐 나왔지?”
“어? 어떻게 아세요?”
“그 때 거기 주연이 우리 회사 애였거든. 걔 매니저가 일이 있어서 내가 잠깐 땜빵하다가 널 봤어. 네가 연기하는 거.”
“그거 아주 잠깐이었는데… 대사도 몇 줄 없고.”
“그거면 돼. 어때? 할 거야? 말 거야?”
우현은 태연하게 그녀의 선택을 종용했다. 하지만 별은 자신에게 갑자기 찾아온 선택의 순간이 과연 기회일지 아니면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됐다. 특히 그의 소속사인 파인 엔터는 그녀도 아는 회사인데, 유은하를 발굴하기 전에는 스타급 연예인을 보유하지 않았던 중견 기획사였다.
“진짜로 저 배우하면 잘 될 수 있어요?”
“응. 너 잘 될 거야, 나만 따라오면.”
그녀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우현은 그런 그녀의 눈빛도 마음에 들었다. 사람을 빨려 들어가게 하는 저 눈빛은 저 나이 대의 친구들이 연기로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하하하, 의심하지 마. 내가 너, 띄워 줄게!”
우현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