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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장: 뿌리의 수장.
천계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무렵. 중간계 역시 쉽지 않은 싸움을 지속하고 있었다. 중앙대륙 여기저기에서 나타나는 괴 생물체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각 국의 병력들이 전부 차출되서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천계처럼 엄청난 혼란에 휩쌓여서 많은 희생을 치르지는 않았지만 한 곳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여러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나온 덕분에 지휘체계에서 상당히 큰 차질을 빚어지기는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국의 수장들이 세계수의 나무에서 회의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지휘체계의 혼선이 사라지기는 했다.
어쨋든 중간계도 많은 혼란이 있었음에도 중간계에 나타난 수많은 괴 생물체들을 처리했을 때였다. 갑작스럽게 다 처리한 줄 알았던 괴 생물체가 엄청난 수의 소형 차원게이트가 열리더니 괴생물체 뿐만 아니라 특이한 문양을 가진 천족들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 중앙대륙 엘프왕국 -
괴상한 보랏빛을 띄는 차원게이트가 열리면서 그곳에서 수많은 천사들과 괴 생물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뿐만 아니라 과거 천족들과 싸울 때 자신들을 절망감에 빠뜨렸던 세라핌 역시 수는 많지 않았지만 대열을 이루고 나타났다.
"뿌리가 나타났다! 전원 전투준비!"
사전에 뿌리에 대해서 어느정도 준비를 해두었던 중간계의 종족들이었기 때문에 천족들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특이한 문양을 가진 천족들이 뿌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괴 생물체들이랑 같이 나타난 이상 자신들의 적일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제길...수가 많은데?"
"어떡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시간을 벌어야지. 천족과 마족들이 도움을 줄 때까지 우리끼리 싸워서 병력을 잃는 것은 막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엘프의 지휘관이 지원군이 올 때까지 병력을 보존시키기 위해서 최대한 전투를 피하면서 적들의 진군을 늦추는 선에서 대열을 유지했다. 물론 적들은 계속 밀고들어올 것이 분명함으로 지속적으로 전선이 밀릴 수밖에 없었지만 어차피 저들은 이쪽에 있는 종족도 아니고 나라도 없었다. 그렇다고 천계에서도 명확히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었기에 엘프의 지휘관은 전선이 밀리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병력을 유지한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었다.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한다. 특히 세라핌과 괴 생물체에게는 다가가지 말아라!"
"알겠습니다."
엘프 지휘관이 추가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전선의 유지를 명령한체 직접 엘프의 왕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서 후방으로 움직였다. 후방에 있는 통신 마법사에게 가서 엘프의 왕에게 앞으로의 명령을 듣기 위함이었다. 엘프의 지휘관이 재 빠르게 사라지고 곧 뿌리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라핌과 괴 생물체를 앞세운 강력한 군대에 엘프의 군대는 속절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워낙에 강력하기로 소문난 세라핌이기도 하지만 엘프들의 공격을 전부 차단하다는 적의 신성마법단에 의해서 일단은 후퇴를 하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전선이 밀리는 것은 비단 엘프왕국 뿐만이 아니었다. 드워프 왕국 오크제국 등에서 나타난 뿌리들의 군대 역시 엄청난 속도로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폐하!"
"긴급한 소식은 이미 들었다!"
"일단 전선을 뒤로 후퇴하고 있기는한데...지원군은 어제쯤이나 가능하겠습니까?"
"수도를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엘프들을 이끌고 세계수 근처로 오게나."
"세...세계수의 근처라고 하시면...혹시..."
"자유연합까지 후퇴하고 그곳에서 전선을 구축하게."
"아...알겠습니다."
엘프왕의 말에 순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왕의 명령이기도 하고 이미 몇일동안 계속 회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니 세계수의 회의에서 무언가 말이 나온 것이라고 판단한 엘프 지휘관이 지체없이 엘프 왕국군에게 후퇴명령을 내렸다.
"전군 후퇴하라! 전선은 자유연합 경계선에서 다시 구축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총사령관인 엘프지휘관의 말에 모든 엘프의 장교들이 고개를 숙이고는 재 빠르게 명령을 하달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하지만 가면서도 도대체 왜 그러한 명령을 내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물론 그들 뿐만 아니라 명령을 내린 엘프 지휘관 역시 왕이 왜 그러한 명령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군대란 것이 상급자가 명령을 내리면 그냥 닥치고 따르는 곳이기에 무언가 이상한 감을 느끼면서도 따를 뿐이었다.
-세계수의 회의장.-
현재 세계수의 화의장에서는 연일 엄청난 회의들을 하고 있었다. 전원이 한 국가나 연합의 지도자들기도 했지만 전원이 그랜드 마스터급의 강력한 무력을 지니고 있는 자들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수의 회의장에서 연이어서 몇일동안 회의를 했음에도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이었다.
"다들 잘 알겠지만 뿌리의 수장의 목표는 이곳입니다."
"하지만 뿌리의 수장이 세계수님의 말씀대로 정말 반신급에 도달해가는 자라면 그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힘을 합한다면 시간을 벌 수 있겠지요. 천계의 크레디엘 천사와 마계의 암흑마제가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드라드의 말에 엘프의 왕과 소인족의 수장이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미 엘프왕국에 근접한 곳에 위치한 소인족의 연합 역시 뿌리의 군대에 의해서 많은 피해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뿌리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건 그렇다치고 각 국의 전선을 자유엽합 근처까지 물라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오?"
"어차피 이곳을 중심으로 싸워야 합니다. 뿌리의 목적은 세계수님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겠지요?"
"그렇다고는 하지만 각 국의 병력을 굳이 후퇴시킬 필요가 있소?"
"그랜드 마스터급 전력이 분산되는 것보다 차라리 이곳에 힘을 집중시켜서 세계수님을 보호하는 형태로 막아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오크황제의 말에 위드라드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크황제는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인 듯 싶었다. 굳이 뿌리의 군대가 자신의 제국을 짓밟게 놔두는 것 자체가 못마땅한 것이다.
"후우~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전쟁에는 세계수님게서 직접 움직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뭐...뭐요?"
위드라드가 한숨을 쉬면서 말하자 오크황제가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것은 오크황제 뿐만 아니라 다른 각 국의 수장들 역시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위드라드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별다른 표정을 지어보이지 않았다.
"세계수님께서 직접 움직이신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허어~ 그럴 수가..."
지난 몇백년간 움직인 적 없던 세계수가 직접 전쟁에 참여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일이 될 것이다. 과거 기록으로 세계수가 전쟁에 참여했던 것에 대해서 남겨진 것이 있었는데 정말 엄청났다고 전해졌다. 한 국가의 절반에 가까운 지역에 뿌리가 뻗어져 있었고 자신의 가지나 씨앗으로 자라난 나무들을 통해서 정보를 모으는 세계수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났지만 세계수의 전투력은 엄청났다. 그의 뿌리가 뻗어져 있는 반경 안으로 들어오면 그대로 죽은 목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다면 자유연합 근처까지 전선을 후퇴시키라는 것은..."
"세계수님의 힘이 미치는 지역까지 후퇴시켜서 적들을 쓸어버릴 생각입니다."
위드라드의 말에 모두들 침음성을 터뜨렸다. 세계수의 힘이라면 그들을 무력으로 쓸어버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이미 고대시절부터 거의 반신적인 존재로 각성한 세계수였다. 현재의 세계수의 힘이 어느정도에 이를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까지 세계수의 참전을 기대하지 않은 것이 대륙이 멸망할 위기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세계수는 어떤 곳에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명확한 의지를 내비쳤었기 때문이다.
"뿌리의 수장과의 싸움때는..."
"자신의 힘으로는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세...세계수님도 힘들다는 말씀이십니까?"
엘프의 왕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위드라드를 바라보았다. 세계순는 이미 신적인 존재였는데 아직 피조물인 뿌리의 수장을 이기기 힘들다는 말이었다.
"자신은 나무라는 개체 안에 있기 때문에 그를 속박할 수도 그렇다고 공격하기도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그는 이미 중앙대륙으로 넘어왔고 그의 힘이 느껴지는 것으로 볼 때 이미 반쯤 창조주가 부여한 육체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하셨습니다."
"그도...반 신이 된 것이오?"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반 신의 경지에 한발자국 걸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오크황제의 말에 위드라드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랜드 마스터 최상급만 하더라도 자신들로써는 닿을 수 없는 지고한 경지였는데 뿌리의 수장은 반신의 경지에 거의 도달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