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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장: 뿌리의 침공
인간들이 천계로 넘어옴으로써 천계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중간계도 혼란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중앙대륙 이곳저곳에서 괴생명체들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마계에 있는 마물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동맹을 맺은 마족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마족들 역시 처음보는 생물이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러자 위드라드를 비롯한 다른 종족들의 수장들이 직접 괴생물체를 처리하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마족들 역시 그들을 돕기 위해 움직였다. 그렇게 중앙대륙이 괴 생물체들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할 때 천계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폭동입니다!"
"...이제 슬슬 움직이겠군요. 제가 알아보라고 한 곳은 어떻습니까?"
"뿌리의 흔적이 조금 남아있기는 하지만 본거지로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천계의 대 회의장. 그곳에는 렌을 비롯해서 천계로 넘어오는 그랜드 마스터급 존재들과 천계의 천사장 밑 이단심판관과 원로들이 모여있었다. 가브리엘이 다급하게 폭동에 대해서 말하자 이미 조짐을 알고 있던 수뇌부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렌이 알아보라고 한 곳을 알아본 가브리엘은 아직까지는 그곳이 뿌리의 본거지라고 할만한 단서 나오지 친 뿌리파가 주축을 이루어서 반 인간파가 폭동을 일으켰다. 천계 역사상 몇백년간 단 한번도 없었던 폭동. 그것이 지금 일어나버린 것이다.
"일단 폭동을 진압해야 할테니 병력을 빼는 것은..."
"그럴 시간이 없을겁니다. 제가 뿌리의 수장이라면 이 기회를 멍청하게 날려버리지는 않을테니까요. 아마 반드시 뿌리가 침공을 해오겠죠."
"흠..."
"지금 중앙대륙에 괴생물체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날뛰고 있다고 하니 중앙대륙에서 뿌리가 침공하면 곧바로 지원오기는 힘들겁니다."
가브리엘이 중앙대륙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혼란에 대해 얘기 하자 다들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괴 생물체가 갑자기 출현했다는 것은 몇백년동안 생체실험을 해왔던 뿌리가 보낸 것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이다.
"후우~ 큰일이군요."
"정말 큰일입니다."
다들 큰일이라고 말하면서 회의장 바깥을 바라보았다. 도시 여기저기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폭동이 일어날 지점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상 대규모로 일어나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천계의 중심지가 단번에 혼란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뿌리의 군대가 쳐들어온다면 천계가 그것을 수습하려면 엄청난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뿌리의 군대가 쳐들어 올 경우를 대비해두기는 했습니다만...후우~ 혼란스럽군요."
"어쩔 수..."
벌컥!!
"뿌리입니다!"
"...마치 폭동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쳐들어오는군요."
렌의 말이 끊기고 천계의 한 장교가 회의장의 문을 열고 뿌리가 쳐들어왔다고 알리자 렌의 얼굴이 구겨졌다. 폭동이 일어남과 거의 동시에 뿔리가 쳐들어왔다면 뿌리가 폭동을 일으킨 주범이라는 소리와 똑같은 소리였기 때문이다.
"폭동과 동시에 뿌리가 쳐들어온다라...후우~ 확실해졌군요."
미카엘이 마지막까지 부정하려고 했던 진실이 맞았다는 것이 확실해지자 회의장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침울해 있을 수만은 없는 법. 모두들 애초 계획했던대로 움직이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뿌리의 본거지는 아직까지 어디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천상궁과 전투의 대지라고 파악했던 곳은 뿌리의 본거지가 아닌 그저 뿌리의 곁가지에 불과한 실험장들이 존재했다. 뿌리의 본거지를 찾지 못한 이상 뿌리가 직접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뿌리가 군대를 일으켰으니 저희들도 전쟁을 시작합시다."
"물론입니다."
가르비논 공작이 주먹을 쥐면서 말하자 세크리온스 역시 마치 전쟁을 바랬다는 듯이 마력을 끓어올리면서 기세를 올렸다. 어차피 언젠가는 시작되었어야 할 전쟁이었다. 준비도 할만큼 했고 더 이상 준비할 것도 없었다. 이제는 전쟁을 해서 이기는 것만 남았을 뿐이었다.
"현재 뿌리의 군세는 얼마로 파악되죠?"
"처음보는 거대한 괴 생물체들이 만여마리 정도 되고 뿌리의 군대로 보이는 자들이 여기저기서 공격을 해온는 통에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수천에서 만명 사이의 뿌리 쪽의 천사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공격해오고 있고 그 숫자가 십수개로 보아 적어도 십만 이상으로 추정합니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군요."
"현재로써는 그렇습니다."
렌의 질문에 착실하게 대답을 해준 천사의 병사 한명이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는 듯 다른 장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바쁘게 사라졌다.자신들에게 최대한 혼란을 주기 위해서 한 곳에 군대를 집결하지 않고 분산해서 공격해오는 뿌리...이로써 그들의 목적이 확실해졌다고 렌은 판단했다. 아마 미카엘 역시 그렇게 판단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저희도 군세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어떻게 나눌 생각이시오?"
"일단 가르비논 공작님을 비롯한 이곳에 모인 분들께서 군대를 쪼개서 뿌리의 군대를 하나씩 맡아주십시오."
"렌 공은 어떡하실 생각이시오?"
"저는 아무래도 미카엘 천사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차후 방안에 대해서 논의해봐야겠습니다."
"알겠소."
총사령관인 렌의 명령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간의 지원군을 이끄는 그랜드 마스터급 존재들이 각자 군대를 이끌기 위해서 사라졌다. 전원 익스퍼트급으로 이루어진 군대. 본래라면 전원 기사급에 이르는 엄청난 군세였다.그렇게 지휘관들이 사라지자 렌이 싸늘한 눈빛으로 한 쪽을 바라보았다.그것은 현재 파벌을 나누어서 폭동을 일으키고 있는 천사들이 있는 곳이었다.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불어나서 현재 천군으로는 천사들을 대량학살하지 않는 이상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힘들어보였다.
"큰일이네.“
렌이 큰일이라는 말과 함께 미카엘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폭동은 시작됐고 천계의 중앙부에 세워진 벽 너머로는 엄청난 수의 뿌리의 잔당들이 여기저기서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인간쪽 지원군은 이미 적을 상대하기 위해 보냈습니다."
"그렇군요. 2차 지원부대는 아직 중간계의 차원게이트에 있는겁니까?"
"예. 만약을 대비해야하니까요."
렌의 설명에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저기서 폭동이 일어나고 천계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사실상 천군의 힘은 크게 약화되어버렸다. 그 상태에서 얼마 안되어보이지만 뿌리의 침공까지 이어지자 더 이상 천군으로써는 뿌리의 수장과 본거지를 찾는 일에 힘을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 당장은 천계의 일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에 이른 것이다.
상황이 그렇다면 인간의 지원군이 비록 강력하지는 않지만 뿌리의 수장과 본거지에 있을 뿌리의 진짜 전력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뿌리의 수장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까?"
"예. 어쩌면 렌 님의 말대로 천계에 없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지도...모르겠습니다."
"흠~~ 큰일이군요."
렌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창문을 바라보았다. 뿌리의 수장이 중간계로 내려가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랜드 마스터 최상급으로 극에 다다른 엄청난 무위도 무위지만 그가 데리고 나타날 뿌리의 진짜 전력은 중간계로써 감당하기는 벅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