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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세계수의 고민.
최근 세계수는 많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물론 비단 세계수 뿐만 아니라 중앙대륙 인이라면 현재의 사태에 대해서 고민에 빠지는 것은 당연했다. 남쪽으로는 천족이 북쪽으로는 마족들이 쳐들어오고 있는데 고민이 없다면 그것은 삶에 대해서 해탈한 존재일 것이다.
세계수 역시 천족과 마족으로 인해서 많은 고민에 빠져있었지만 의외로 천족과 마족에 대한 문제는 생각보다 문제가 크지 않았다.세계수의 골칫덩어리는 의외로 가까운데서 찾을 수 있었다.
"아~ 세계수시여... 요즘들어 고민이 많습니다. 딸꾹!!"
-...-
"아니 미친 놈의 마족들이 갑자기 북쪽에서 전쟁을 멈춰버렸습니다. 천족이 물런난 시점에서 총공격을 해서 그들을 몰아내야 하는 시점에서요.그들이 예전의 그 미친놈들처럼 무작정 공격을 해야 빈틈을 공략해 그들을 패퇴시킬텐데요...아 짜증나네~ 딸꾹!!"
자신이 대언자라고 세워놓은 위드라드라는 놈이 술을 쳐마시고는 내 앞에서 푸념을 하고 있었다. 다른 종족들이 보기에는 그랜드 마스터 상급의 막바지에 들어서서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고 지난 수백년간 중앙대륙의 모든 분쟁을 중재하고 막아왔던 존재였기에 중앙대륙에서 그의 위상은 굉장히 높았다.
물론 그것은 위드라드의 지극히 겉표면의 외적인 모습만 보았을 때이다. 세계수 역시 위드라드를 오랫동안 지켜봐았던 존재였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굉장히 순수하다. 그리고 의외로 마음이 여리지만 중요한 결정을 할때에는 냉혹하리만큼 차가운 심장을 가진 자이기도 했다.
그래... 그것까지는 굉장히 훌륭하다. 하지만 그는 한가지 단점이 존재했으니 술에 매우 취약했다. 그랜드 마스터 상급에 정령들에게도 인기가 좋고 독에 대한 내성도 하이엘프 출신이라 굉장히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술만 먹으면 '개'처럼 변했다.
말 그대로 정말 '개'처럼 변했다. 그 예로...
"헤헤헤헤헤헤~ 세계수님~~ 전 가끔 세계수님이 여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으히히히~ 그러면~~"
-......미친놈.-
"으음? 방금 세계수님이 뭐라고 하신 것 같았는데...히히~~세계수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한거죠? 이히히~"
수백년을 산 늙은이 새끼가 술만 먹으면 이렇게 '개'처럼 변해버리니 수천년을 넘게 산 나로써도 매우 당혹스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어떨때는 대언자를 바꿔볼까도 생각해보지만 또 술을 깨면 정색하면서 일처리 하나만큼은 끝내주게하니 버리기 아까운 카드였다. 남주기는 아깝고 그대로 쓰자니 언제한번 일낼 것 같기도 하고...정말 계륵이 따로 없었다.
"이히~ 세계수님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
- 다음날 얘기 하자꾸나. -
"으음~ 에헤헤~ 네."
위드라드가 세계수의 답변에 히죽 웃음지으면서 자기 처소로 걸어갔다. 비틀비틀 거리는 것이 위태로워 보여서 바람의 힘을 빌려서 그의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가끔 미친놈처럼 변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술만 안먹으면 자신의 할 일 하나는 완벽하게 해내는 녀석이니 세계수로써도 지난 수백년간 위드라드와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뭐 가끔 저런 모습을 보이면서 정이 가기도 하지만 문제는...
"히히~ 세계수님. 언젠가 제 앞에 여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결혼해주신다고 한거 잊으시면 안돼요?"
-...-
"으히히~ 저 그거 안 잊어먹고 있어요~ 헤헤헤헤~"
방금 들은 것처럼 저 미친놈의 황당한 요구조건이 문제였다.아니 나무한테 결혼해달라고 하는 미친놈을 도대체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건 저 놈의 진지함에 있었다. 자신과 결혼해 줄때까지 옆에서 떨어지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평생 세계수 이외의 어떤 여자도 반려로 맞이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아~-
세계수의 고민은 가면 갈수록 깊어졌다. 가뜩이나 천계랑 마계놈들이 이상한 꿍꿍이를 가지고 있어서 짜증나있는데 위드라드까지 제정신이 아니니 세계수의 시름이 한층 더 깊어지는 것 같았다.정말 이러다가 저 놈이랑 결혼해야 하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아~ 물론 저 녀석이 저러한 주장을 펼치는데에는 나의 능력에 있다. 일단 나도 거의 반쯤 신이라서 본체인 세계수 이외에 인간이나 다른 동물의 형태로 강신을 할 수 있는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세계수 근처에 죽은 썩지않은 엘프시체에 나의 의념이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었다. 나의 의념이 들어간 것만으로 죽은시체의 모든 장기가 다시 정상으로 재생되고 예전보다 훨씬 강한 신체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이런게 가능한 점은 바로 내 본체가 반신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뭐 인간들이나 몇몇 종족들의 역사학자들은 나의 힘을 그랜드 마스터 상급정도로 보고 있거나 마황과 천황시절보다 현재는 좀 더 발전해서 그랜드 마스터 최상급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많지만 내 힘은 예전부터 마황이나 천황 이상으로 강했다.
신들이 나를 함부러 건드리지 못하는 경우...그것은 바로 내가 반신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신은 창조주에게 제약을 당해서 중앙대륙에 강한 힘을 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세계수로써 창조주에게 선택받았다고는 해도 창조주가 창조하던 시절 수백그루의 세계수가 될 그릇을 가진 나무들 중에서 나 혼자만이 온전한 세계수로 성장했다.
물론 나머지 나무들도 꽤 많이 살아남아 신목이나 영목으로 동방이나 중앙대륙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지만 중앙대륙을 관리하는 것은 내가 되었다. 수천년 그 이상을 살아오면서 나의 힘은 꾸준히 증가했고 솔직히 마황 때는 이미 반신적인 존재여서 그들의 힘을 압도하고 있었다.
뭐 그중에 인간의 몸으로 반신의 힘을 갖기 위해 노력했던 무황이라는 별칭을 가진 놈이 마음에 들어서 몇가지 힌트를 알려주었더니 진짜 반신이 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다른 차원으로 떠나서 놀라기는 했다.
그 이후에 친구따라서 반신이 되고 싶다고 모든 지위를 포기하고 나한테 찾아와 전쟁을 자신들의 손으로 멈추고 내 밑에서 열심히 중앙대륙 복구작업에 힘쓴 천황과 마황에게도 힌트를 알려주었다.
솔직히 그동안 중앙대륙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 놈들이라 두 녀석들이 죽을 때까지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복구작업에 몇십년간 열심히 한 것을 봐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조그마한 힌트를 알려줬더니 무황이라는 놈과 같이 진짜 반신적인 존재가 되더니 무황처럼 휑하니 사라져버렸다.
나야 이곳 중앙대륙을 관리해야 되는 입장이니 떠날 수가 없지만 녀석들은 자유로우니 지들 마음대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그때는 솔직히 그 놈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에서야 뭐 그것이 다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어쨋든 그 때이후로 처음으로 정말 특이한 녀석을 만났는데 그게 바로 위드라드라는 놈이었다. 나에 걸맞는 놈이 되겠다고 지 혼자 열심히 수련해서 그랜드 마스터 상급에 올라 최상급을 목표로 수련하고 있다. 솔직히 도와주고 싶었지만 녀석의 자존심상 내가 도와준다고 해도 받아들일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고보니 과거에 녀석과 약속했던 것이 생각났다. 분명... 그때 엘프왕국을 중심으로 한 분쟁을 해결하고 와서 한 말이...
"세계수님..."
-그래. 중앙대륙의 평화를 지켜주어 고맙구나. 혹시 나한테 원하는 것이 있느냐? -
"한가지가 있습니다."
-흠~ 그래. 뭐냐? 세계수의 가지라도 줄까? 아님 내 뿌리 일부? 과실? 들어줄 수 있는건 왠만하면 다 들어주마.-
"그럼 세계수님이 제 아내가 되어주십시오."
-....응?-
"아직 부족한 거 알고 있습니다."
-아니 그게...뭐라고?-
"대신 제가 세계수님의 대언자가 되어 옆에서 열심히 수련하겠습니다. 제가 세계수님의 옆에 당당히 설 수 있을 때 다시 청혼할테니...그 때까지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뭐?-
그때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골이 아파온다. 솔직히 나무인 내가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정말 골치아팠다. 마치 내가 뇌라도 있다면 뇌출혈로 사망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하지만 내가 누군인가...지조(?)있는 세계수.
-흠흠~ 난 세계수다. 창조주께 중앙대륙을 지탱하고 관리해야하는 사명을 받은 몸. 한낱 피조물에 얽매일 수는 없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고귀한 세계수께서 한낱 피조물이며 연약한 저따위와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을..."
-자...잘 알고 있구나. 안타깝겠지만 그래도 내가 좋은 처자를 알아봐줄터이니...-
"아니! 제가 반드시 그랜드 마스터 최상급에 오르겠습니다. 지금은 고작 중급 막바지에 있지만 상급을 넘어 최상급에 오르면 최소한의 자격은 주어진 셈. 그 때 세계수께 다시한번 청혼할 기회를 주십시오!"
-뭐?-
"다른건 필요없습니다. 그때가서 거절하셔도 좋습니다. 부디...기회를 주십시오."
-...-
솔직히 이때 거절했어야 했다. 근데 그랜드 마스터 최상급이라는게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고...상급까지는 그래도 몇놈인가 있었지만 최상급은 천황과 마황 그리고 무황 이 세놈이 전부였기에 안될거라는 생각에 승낙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중급막바지에 상급에 걸쳐있었기 때문에 상급만 되는데에도 무지막지한 시간이 걸릴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이 미친놈이 정말 미친놈처럼 수련을 하면서 나한테 도움이 된다는 핑계로 내 옆에 눌러앉아 대언자 행세를 하면서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처리 좋은 놈이 내 수하가 되었다고 기뻐했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불안해지는 것이 대언자가 되고 얼마되지 않아서 곧바로 상급에 올랐다. 그리고는 오크황제와 수인족의 왕 역시 그랜드 마스터 상급이었는데 그들을 압도할만한 실력을 갖추는게 아닌가...
분명 예전까지는 이 셋이 어느정도 실력이 엇비슷해서 3명의 힘이 균형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 내가 한눈에 보기에도 알아볼만큼 위드라드의 실력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진짜 이러다가 최상급에 올라서는 것 아냐?라고 생각될 정도로 위기감을 느낄 정도였다.뭐 하지만 최상급이라는 벽이 그렇게 쉽게 깨질정도라면 대륙 역사상 3명이 아닌 한 10명정도는 올랐어야 했다.
내가 보기에는 상급 막바지에 들어섰기는 했는데 최상급에 대한 길을 못잡아서 헤메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것에 수십년이 지나니까 도와주고 싶기도 했지만 옆에서 도와준다 한들 쉽게 올라설 수 있을리가 없었다.
솔직히 아직도 의문인게 무황이란 천황 그리고 마황 이 세놈은 어떻게 내 가벼운 조언만으로 그렇게 반신이라는 문턱을 넘어버렸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쨋든 나로써는 위드라드의 말도안되는 조건을 거부하기 위해서라도 저 녀서을 도울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세상에...아무리 의지가 있다고는 하지만 나한테 청혼을 하다니... 저런놈이 지금은 위대한 대언자이자 중앙대륙의 중재자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고 그를 따르는 무리들과 엄청난 존재들이 그를 존경하고 있다니...나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들은 위드라드의 진 면목을 모르니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나로써는 치가 떨리는 일이었다. 요즘에야 그랜드 마스터 최상급에 오르는 것을 포기했는지 가끔씩 술먹고 와서 푸념이나 하고 가서 다행이기는 하다만 어떨때는 안타깝기도 하다.
나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위드라드가 마음만 먹고 결혼하려고만 한다면 결혼하려는 엘프들이야 줄을 섰다. 엘프들 뿐이랴. 엘프 ,다크엘프, 심지어 수인족까지 그와 결혼하지 못해 안달난 여인네들이 널렸다.
다음에 술취해서 오면 저 녀석을 꼬드길만한 여인에 몇명을 데려다가 살살 달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