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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죠. 세계수의 대언자라고 오랜세월을 살아오셨다면 천계의 문제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뿌리..."
위드라드가 인상을 찡그리면서 대답하자 미카엘이 침묵했다. 천계의 암중세력으로 오랜세월 천계의 온갖 더러운 짓을 서슴없이 하면서 현재의 천계의 군대를 완성시킨 세력이었다.
"맞습니다. 그리고 저희 천사장들과 이단심판관들은 현재 뿌리의 세력에 대항 중이지요."
"...뿌리는 사라지지 않소."
"사리지게 만들겁니다."
미카엘이 굳은 표정으로 위드라드를 보면서 말하자 위드라드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역시 미카엘이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뿌리를 없애기 위해서 노력해왔는지 전쟁을 통해서 정보를 들으면서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붙잡은 천사들을 통해서 미카엘이 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 역시 대략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해도 그동안 중앙대륙에 입힌 피해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들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타 대륙의 종족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후우~ 사정은 알고 있소. 그렇다고는 해도 이제까지 해온 일이 용서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대들이 뿌리를 없앤다고 칩시다. 뿌리를 없애고 나면? 내부의 일이 끝났으니 다시 중앙대륙을 침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소?"
"심의 심장이라는 천계의 보물입니다. 제 목숨을 걸고 이 심장에 맹세하겠습니다. "
"으음..."
천계의 심장. 신에 의해 탄생되어졌으며 신의 사랑을 받았던 과거 천족들이 신에게서 받은 5가의 신기 중에 하나다. 지금이야 힘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과거에는 강력한 신성력으로 천계의 율법을 심장에 기록하고 모든 천족들이 태어나면 2~3년 이내에 율법을 지키면서 살아가겠다고 맹세했던 신기였다. 맹세를 어길 시에 곧바로 신성력의 폭주로 죽음에 이르게 만들 수 있는 신이 내려준 신기였다.
"신의 심장. 이미 힘이 다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아니오?"
"예전과 같이 강력한 힘은 아니지요. 모든 천족들의 맹세의 효력을 들어줄 수는 없지만 아직도 1000명 이내의 천족들의 맹세를 동시에 심판할 수 있는 힘은 남아있습니다."
"...후우~ 그대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으로 보아 진정성은 느껴지지만...그대 하나의 목숨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소. 미안하오."
미카엘의 진심을 느낀 위드라드였지만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런 위드라드의 말에도 마치 예상하고 있었다는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위드라드님께 이 신의 심장을 맞겨놓겠습니다. 또한 마냥 천족들이 내부사정이 정리되고 다시 중앙대륙을 공격하려고 한다면 제가 중앙대륙 편에 서서 천족을 막겠습니다. 이것 역시 신의 심장에 맹세하겠습니다."
"으음...그렇게까지..."
"후우~ 그만큼 중요한 문제입니다.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할 능력도 없을 뿐더러 현 군대를 전부 데리고 천계로 가도 뿌리를 완전히 뽑아버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끄응~~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오."
"알고 있습니다. 후우~ 이 말까지 하게 될 줄은... 혹시 각 국 또는 연합의 수장분들께서 반대하시거든 이 말을 전해주십시오. 천계의 뿌리와 마족이 손을 잡았다고 말입니다."
"그...그 무슨!"
위드라드가 놀란 표정으로 미카엘을 바라보았지만 이미 미카엘은 사라지고 난 뒤였다. 미카엘이 지나가는 말투로 툭 던지고 간 말이었지만 그 말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오랜 시간동안 천계의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해오던 뿌리가 마계와 손을 잡았다. 그만큼 뿌리로써도 천사장 미카엘을 필두로 압박하는 세력에 대해서 위험함을 느꼈다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마족과 손을 잡았을 줄은 몰랐다.마계 역시 천계를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존재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들과 손을 잡았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암흑마제...그가 이중으로 동맹을 맺은 것인가?"
위드라드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가 입 밖으로 꺼낸 말의 의미를 아는 자가 있다면 당장 대륙에 그 사실을 알렸을 정도로 엄청난 내용이었다.
"큰일이군."
위드라드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엄청난 말이 오갔기 때문이다. 천계의 뿌리와 암흑마제가 손을 잡았다? 이것은 당장 천계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다. 더 크게 보면 중앙대륙 전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엄청난 일이었다.
위드라드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곧바로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각 국의 수장들을 불러서 이 사실을 빨리 알려야만 했다. 이제 더 이상 천족과 싸우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미카엘이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까지 찾아와서 말할 정도로 심각한 일. 천계가 이때까지 점령한 땅 대부분을 돌려주면서 천계로 물러나야만 할 정도로 심각한 일이었다.
이미 천계의 중심부를 장악해 몇백년 동안 천계를 ㅤㅆㅓㄲ게 만들었던 주범인 뿌리가 마계와 손을 잡았다. 그것은 크게보면 천계를 장악하고 마족과 손을 잡아 중앙대륙을 점령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방금 미카엘과 대화할 때 다급한 것으로 보아서 미카엘이 뿌리와 마계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던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뿌리와 마계가 손을 잡은 것은 상당히 오랜시간이 흘렀다는 것이고 그동안의 뿌리의 행동으로 볼 때 이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계획의 중반부 이상이 지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위드라드가 그동안 알아본 바로는 뿌리는 계획을 실행할 때 굉장히 오랜시간 준비를해서 거의 완벽하게 계획을 실행시킨다. 아무리 오랜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세력이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심각해."
어느새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무의식 적으로 세계수에 도착한 위드라드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바로 엘프 하나를 붙잡고 각 국의 수장들에게 연결하라고 했다.
"무...무슨 일이신..."
"급하니까 바로 연락부터 해!"
"예...예!!"
위드라드가 다급한 표정으로 말하자 엘프가 곧바로 엘프들의 통신소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엘프 하나가 통신소로 뛰어가는 것을 본 위드라드가 곧바로 공기에 마나를 전달해 군대 전체가 들리도록 말했다.
"지금 당장 천족과의 전투를 멈추고 후퇴한다."
"예?"
"다시한번 말한다. 지금부터 천족과의 모든 전투를 금하고 뒤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본다. 천족이 후퇴할 경우 어떠한 공격도 하지말고 대기하고 있어라!"
위드라드의 명령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엘프 장교들...그리고 어느새 고위급 간부들 역시 위드라드의 명령을 듣고 여기저기서 모여들었다. 전부 위드라드가 왜 이런 명령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위드라드는 이 자들이 왜 이러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 역시 미카엘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게 뻔했을테니까...
"자네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싶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지가 못하군."
"그랜드 마스터급 신성력이 느껴졌었습니다. 혹시 천사장이랑 무슨 대화라도..."
"그렇네. 상황이 심각하군. 일단 각 국의 수장들과 대화부터 나누어야 하는데... 통신은 연결되었나?"
"지금 통신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각 국의 수장들께서도 한창 전쟁하기 직전이라 바쁘셨을테니...시간이 좀 걸릴 것입니다."
"흠~ "
위드라드가 인상을 찡그리자 엘프장교가 경직된 표정을 지어보였다.그리고는 현재의 상황이 매우 다급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왠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언제나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는 위드라드였는데 지금은 굉장히 다급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안되겠군. 지금 내 이름으로 각 국의 수장들에게 세계수로 모이라고 전하게. 전쟁의 향방을 정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전하게나. 난 지금 워프를 타고 곧바로 세계수께로 가보겠네."
"아...알겠습니다."
"그럼~"
위드라드가 자신의 할말을 하고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마도 워프게이트 쪽으로 향했을 거라고 생각한 엘프 장교가 다급한 표정으로 통신소로 뛰어갔다. 고위급 간부이지만 위드라드가 다급하게 자신에게 직접 내린 명령이었다.그렇기에 최대한의 속도로 위드라드가 전하라고 한 말을 직접 각 국의 수장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