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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장: 혼돈의 중앙대륙.
천계의 장로회가 붕괴되고 엄청난 혼란이 지속되고 있을 무렵 중앙대륙 역시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남부의 천족들이 드워프 왕국을 침공하던 것을 멈추고 빠른 속도로 물러나기 시작하자 마계 역시 더 이상은 힘들다는 듯 북부의 마계의 게이트가 열린 곳으로 최소한의 점령지만을 유지한체 뒤오 빠져버렸다. 초반의 엄청난 맹공을 겨우겨우 견디고 있던 중앙대륙으로써는 다행이기는 했으나 또 다른 수작을 부리지는 않을지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사실이었다.
천족과 마족들에의해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듯 엄청난 충격 속에서 겨우겨우 중앙대륙을 지키고 있던 이들이었기에 어쩌면 이러한 반응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인간대륙에서 중앙대륙으로 올 지원군들이 편성되었다는 소식이 속속 중앙대륙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중앙대륙은 천족과 마족의 갑작스러운 후퇴와 인간대륙의 지원군들로 인해서 혼란이 찾아왔다.
너무 갑작스럽게 많은 것이 변한 탓이었다. 원래 중앙대륙에 다양한 종족들이 살아가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천족과 마족 그리고 인간들까지 넘어오면서 많은 것이 변한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몇백년간 확고하다시피 자리잡았던 종족간의 경계 즉 오크제국,수인족 연합,엘프왕국,드워프 왕국 이 네개의 국가를 중심으로 소수 종족들을 관리하는 방식이 많이 변한 것이다.
가장 먼저 거인족 연합이 생겨나면서 천,마전쟁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거인족들의 이성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중앙대륙에 하나의 연합을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소수의 와이번들과 드레이크,그리폰,가고일,자이언트 블루 이글족등 이성이 생긴 종족들이 소수 종족들을 연합해서 자유연합과는 다른 또 다른 연합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중앙대륙이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다보니 종족간의 경계선 자체가 조금씩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오크제국같은 경우 확고한 체제와 그들만의 문화가 컸기 때문에 변화가 적었지만 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소인족 연합같은 종족들은 달랐다.
엘프 같은 경우 세계수의 대언자 위드라드에 의해서 그의 강력함이 다시한번 중앙대륙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엄청난 혼란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특히 다크엘프가 일어난 것이 가장 컸다. 대륙 오지에 숨어있던 다크엘프들이 모두 위드라드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중앙대륙 최강자라고 평가받은 세계수의 대언자 위드라드를 중심으로 다크엘프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그동안 엘프왕국이 다크엘프들을 얼마나 핍박해왔는지가 밝혀지기 시작하자 엘프왕국에서도 현재의 엘프왕국의 체제에 대해 강력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던 엘프들이 세계수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처럼 세계수를 섬기면서 엘프의 근본을 이어가자는 뜻이었다.
본래 엘프들은 세계수를 섬기면서 그 뜻에 따라가는 종족들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세계수만을 섬기면서 아무런 세력도 없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엘프들이 자신들도 세력을 만들어서 대륙의 한 축이 되자는 당시 엘프의 수장의 뜻에 따라 엘프왕국이 만들어졌다. 물론 이 판단은 그때당시 세계수만을 섬기던 엘프들이 강력한 오크제국을 견제하고 또 다른 세력들을 적절히 조율하면서 대륙 자체의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 꼭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엘프왕국은 왕국체제가 되고나서부터 인간들 처럼 조금씩이지만 서서히 타락해가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랬기 때문에 엘프왕국은 고대시절 엘프가 대륙의 중립적인 위치에 존재하면서 많은 종족들의 분쟁을 해결했던 존재가 아닌 하나의 개체로써 취급받기 시작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소수의 엘프들이 세계수에 남았다. 바로 몇몇 하이엘프들과 변종엘프라고 취급받았던 다크엘프들이었다.그러다가 세력이 커져버린 엘프왕국이 다크엘프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자신들만의 법을 발표하면서 다크엘프들을 배척하고 다크엘프 사냥이라는 사냥꾼을 만들어서 다크엘프들을 죽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크엘프들은 오랜시간동안 같은 종족이라고 생각했던 엘프들에게 수많은 핍박을 받으면서 중앙대륙의 엘프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오지로 향했다. 과거 엘프왕국이 행했던 만행들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일이었다. 자신들의 세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하이엘프들마저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엘프왕국의 왕권만을 정통성으로 부여하고 세계수의 중립적인 위치에 존재했던 엘프들을 이단자로 취급해버린 것이다.
결국 중립적인 위치에 있던 엘프들과 하이엘프들 마저 중앙대륙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리고 수백년동안 중립적인 위치에서 조율하는 자 없이 수많은 전투와 전쟁으로 중앙대륙은 피로 물들어갔다. 그러다가 그랜드 마스터 상급에 오른 위드라드가 엘프왕국의 뜻에 반하는 몇몇 엘프들을 데리고 세계수로 향했다.
그때 당시에 오크제국과 수인족 연합의 왕과 더불어 가장 강했던 3인 중 하나였던 위드라드가 엘프왕국에서 빠져나가버린 것은 엘프왕국으로써는 엄청난 타격이었다. 거기다가 위드라드의 성품과 강함에 반해서 뒤따르던 재능있던 엘프들 역시 위드라드를 따라서 세계수로 향했다. 그러자 엘프왕국의 왕권에 크나큰 타격을 입을까 두려워 위드라드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위드라드를 뒤따르던 수많은 엘프들의 희생으로 세계수를 향하는 것을 막지못했고 수많은 엘프들의 피에 반응한 세계수의 강력한 힘에 결국 다른 종족들이 엘프왕국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함으로써 엘프왕국에서 살아남은 위드라드가 세계수의 대언자가 되어 중앙대륙의 중앙부분으로 자유연합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완충지대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유지해오던 중앙대륙이 지금 그 경계가 조금 무너져버린 것이다. 바로 마족과 천족이 북쪽과 남쪽을 압박해들어오면서 전쟁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완충지대인 자유연합의 땅의 경계가 상당수 사라졌다. 아직은 마족과 천족이라는 주 적이 있어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것은 크나큰 문제가 될 소지가 분명했다.
인간대륙에서 지원군을 보내주기는 했지만 중앙대륙 입장에서는 마족과 천족이 주춤한 이 순간에 최대한 빼앗겼던 땅을 회복하면서 적들을 몰아낼 필요가 있었다. 인간대륙에서 지원군이 오고 있기 때문에 유리한 것은 중앙대륙 연합이었다.
위드라드의 이러한 판단은 다른 국가나 연합의 수장들 역시 동의하는 듯 천족의 요청을 몇번이나 거절했었다.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마족은 천족과 중앙대륙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기로 했는지 침묵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앙대륙과 천족의 상황 속에서 천사장의 수장인 미카엘이 더 이상 쓸데없는 시간낭비를 하는 것은 힘들겠다고 판단했다. 이미 장로회의 아직 천족으로서의 자긍심이 있는 장로들의 희생으로 뿌리들의 병력 대부분과 장로들이 전부 죽음과 동시에 드러나버린 뿌리의 실험실을 이단심판관들이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천계가 혼란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미 천사장들을 비롯한 많은 전력들이 중앙대륙과 협상을 하려고 하고 있었지만 중앙대륙은 천족이 혼란스러워하는 틈을타서 지금까지 잃어버린 영토 대부분을 찾기 위해서 더욱더 전쟁을 가속화하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행위이자 판단이었지만 모든 것을 알고있는 미카엘로써는 답답하기만 했다. 지금 이렇게 중앙대륙과 천족이 싸울 때가 아닌 것이다.
비록 자신이 먼저 전쟁을 시작했고 뿌리를 드러내고 없애버리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마족과 손까지 잡았었다. 그랬기 때문에 중앙대륙이 자신에게 가질 적대감이 어느정도일지는 대충 예상하고 있었지만 마족들에게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식으로 시간낭비할 때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위드라드를 직접 찾아갔다. 천계의 진영에서 빠져나가 기운을 최대한 숨기면서 움직였지만 애초에 신성력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것이고 밤이라지만 날아서 움직이기 때문에 안들킬 수가 없었다.
"후우~ 이 방법 뿐인가?"
우우우우웅~
미카엘이 한숨을 쉬면서 젓진 한가운데서 강력한 힘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그랜드 마스터 상급을 넘어선 자의 강력한 기세가 엘프군 진영 곳곳에 퍼져나갔다. 강력한 신성력에 엘프들이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일어나면서 자신들의 무기를 챙기기 시작했다.그런 엘프군을 향해서 위드라드가 소리쳤다.
"경계만 하고 움직이지마라. 내가 직접 움직이겠다."
위드라드가 쓸데없는 희생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직접 움직이기 위해 바람을 몸에 휘감아서 허공을 날아올랐다. 이미 정령왕급 정령을 소환하는 것 이상으로 자연의 일부를 자신의 의지대로 다루는 경지에까지 올라서버린 위드라드였기에 가능한 힘이었다. 그렇게 거대한 신성력이 느껴지는 곳으로 움직이자 새하얀 여덟장의 날개를 펄럭이면서 자신을 가디라고 있는 존재가 보였다.
"...이곳까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군."
"반갑소. 미카엘이라고 합니다."
"그다지 반갑지는 못하군. 이해 하실거라고 생각하오."
위드라드가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면서 말하자 미카엘이 쓴웃음을 지었다. 허공에 유유히 떠 있는 미카엘이 한숨을 쉬자 위드라드의 얼굴에 인상이 찡그려졌다. 확실히 지금까지 해온 것이 있으니 환영받을 입장이 아니라는 것 쯤은 미카엘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환영받지 못할 것정도는 잘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적대적인 반응에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야할지 막막했던 것이다.
"세계수의 대언자께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긴 말은 필요치 않겠지...용건만 말하시오."
"전쟁을 멈춰주십시요."
"거절하오."
"저희가 점령한 땅을 대부분 돌려드리겠습니다. 남쪽의 섬을 비롯한 남쪽 땅 일부만 남겨주시면 됩니다."
미카엘이 돌려말하지 않고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최대한도를 바로 제시했다. 그러자 위드라드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남쪽의 자유지대와 대 수림 지역 그리고 사막지대 절반가까이를 점령하고 드워프 왕국과 거인연합지역과 엘프왕국의 땅 역시 일부분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 바로 천족들이다. 그런 지역 대부분을 돌려주고 남쪽 땅 일부분만을 원하다니 위드라드로써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지금 전쟁을 지속한다고 해도 드워프 왕국과 엘프왕국 거인연합 지역의 땅만 겨우 수복할 것입니다.지금 제가 제시하는 것은 저희 천족으로써는 최대한으로 양보한 것임을 위드라드께서도 잘 알고 계시겠지요."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