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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과 가브리엘이 굳은신념으로 천계를 개혁하기 위해서 굳은 결심을 할 때 이단심판관들이 머무는 곳에서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자신들은 전혀 알지 못했던 엄청난 일. 신의 무기로써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그동안 수많은 실험을 통해서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자신들이었다. 천사장들처럼 전쟁을 하고 차근차근 힘을 키워서 얻게된 힘이 아닌 오직 실험과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통해서 신의 무기로써 서게 된 자들. 그들이 바로 이단심판관이라는 이름을 얻은 자들이다.
현 이단심판관 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자는 세리프였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역대급으로 강력한 무력을 지니고 수많은 실험과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들을 성공시킴으로써 그랜드 마스터 상급의 벽을 뚫어버린 세리프. 본래는 실험에 대한 강력한 부작용으로 인해서 아즈라엘이나 사미엘처럼 이성이 거의 사라지게 되어야 정상이다.
본래 이단심판관들은 천계의 24장로들의 회의에 따라 만들어진 천계의 율법에 위반된 행위를 하는 자들 중에서 마스터급에 근접하거나 마스터급에 올라선 자들을 데리고 실험을 통해서 만들어진 자들이다.
24장로들의 천계율법을 어긴 천사들은 지난 100년간 거의 수백명 아니 수천에 가까웠다. 전부 신성마법이나 천계의 무술에 능통한 자들...마스터급에 근접한 자들이거나 마스터급에 들어선 수많은 천사들이 천계의 율법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사형 대신 평생을 천계의 실험실에서 실험을 받다가 명계로 떠났다.
천계에서 가장 불쌍하다고 평가받는 존재들이 바로 이단심판관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말을 다한 것이다.
"....24장로들..."
"무슨생각?"
"천계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혼란,좋지않음."
"알아."
세리프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자 아즈라엘이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실 역대 신의 무기들을 보면 조금의 이성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철저하게 명령을 들을 뿐. 그들에게도 이성이라는게 존재하고 감정이라는게 조금은 존재했다.
아즈라엘 역시 마찬가지...다른 자들에게는 이성도 감정도 남아있지 않은 신의 무기라고 불리고 있지만 사실 아즈라엘 역시 감정과 이성이 있었다. 단지 그것에 여러가지 과거의 사건들로 인해서 닫혀있을 뿐이었다.
아즈라엘과 사미엘은 감정과 이성의 표출이 제한적으로 변해버린 것이고 세리프 같은 경우 감정에 대한 표출이 과도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실험과 불합리한 임무에 대한 반작용이 그런식으로 서로 다르게 나타난 것일 뿐...
"천사장 도움?"
"모르겠다. 생각 좀 해봐야겠어."
"우리 임무. 천계 지키는 것."
"알아."
"우리 임무. 천계 지키는 것. "
"알고 있다....음?"
아즈라엘의 말에 화를 내려던 세르프가 가만히 아즈라엘을 바라보았다. 초점이 없는 것 같은 아즈라엘의 눈빛...하지만 아즈라엘의 눈빛은 정확히 세리프를 향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단심판관의 수많은 임무들을 같이 해내면서 살아왔으며 그 생사의 경계선을 같이 건너온 존재답게 아즈라엘의 말 뜻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챌 수 있었다.
"넌...미카엘을 돕고 싶은거냐?"
끄덕.
세리프가 아즈라엘의 의중을 읽었는지 아즈라엘에게 자신이 알아차린 것을 말하자 아즈라엘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자신들은 천계의 잘못된 방식으로 태어난 존재들...더 이상 이런 존재들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미카엘에 의해 천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때문에 세리프 역시 미카엘을 미워하는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은 것을 돕고 있는 실정이었다.
원로회 역시 미카엘의 그런 마음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해도 그에 대해 충고를 해줄 뿐 딱히 제재를 가하지는 않고 있었다. 물론 천계의 입장으로는 자신들의 근본이 되는 천계를 멸망시킨다는 미카엘의 방식이 마음에 안들기는 했다.
하지만 뿌리부터 썩어서 이제는 더이상 치료해볼 가망성조차 들지 않은 것 같은 현재의 천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미카엘처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기는 했다.
미카엘이 중앙대륙과 전쟁을 하자고 했을 때도 말리지 않았던 이유 역시 그것 때문이었다. 내부의 불안한 여론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었다. 결론은 여론의 불협화음이 훨씬 더 심각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희망이 있었다.
"전쟁으로 인해서 그동안 중립을 지키던 자들 역시 완벽하게 둘로 갈라섰다."
"...장로회."
"언젠가는 처리해야할 일이었다."
"또 다른 문제 발생."
"장로회가 무너진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뿌리를 도려낼만한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
세리프의 말에 아즈라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단심판관으로써 천족의 율법을 지키지않고 천계에 위험요소가 될만한 자들을 제거한다. 바로 그러한 자신들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서 미카엘을 돕는다. 그것이 현재 세리프와 아즈라엘의 생각이었다. 드디어 완전히 결정을 내렸는지 세리프가 처소에서 나갔다. 그러자 아즈라엘이 옆에서 잠을 자고 있던 사미엘을 깨워서 같이 세리프와 움직였다. 역대 최강의 이단심판관들이라고 평가받는 자들이 처소에서 나왔다. 이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다.
장로회의나 천계전체 회의가 아닌 이상 처소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평소 이단심판관들이다. 평소에는 자신들의 힘을 조율하거나 무력을 강화시키는 연습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이단심판관들....
그런 이단심판관들이 나섰다. 이것은 천계에 크나큰 돌풍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천족들은 그런 이단심판관들이 어디로 향할지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천족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무력은 부족할지 몰라도 개개인이 굉장히 총명하고 머리가 좋은 종족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천계를 양분한는 세력과 중립을 지키는 세력이 어떤 세력들인지...그리고 천계를 관장하는 힘의 경계와 관계도 역시 말단 천사들이라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하고 있을정도로 뛰어났다.
천족들의 뛰어난 머리가 아니었으면 천계의 엄청난 수의 율법들의 틈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수많은 율법들과 천계의 법들 속에서도 나름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천족들...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족들은 이때까지 장로들과 천계의 관리들이 하라는데로 가만히 따랐다. 힘이 없었기 때문에? 아니...그런 것이 아니다. 천계의 뿌리와 연관되어 있는 장로들과 관리들을 건드린다면 천계 전체에 무슨 여파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
"이단심판관들이 처소에서 나왔어!"
"...심판이 시작되는 것인가?"
"중앙대륙 처럼 한 나라가 너무 오래있으면 뿌리가 ㅤㅆㅓㄲ는 법. 이제는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야!"
이단심판관들의 등장으로 천족들이 저마다 흥분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 역시 존재했다. 모든 국가 모든 세계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인간들이나 모든 유사종족들은 저마다 자신의 뜻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나 환경에 따라 생각이 따라가기도 하지만 어느정도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피력하는 존재들이다.
천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단심판관이 나왔다면 천족들 중에서 현재 천계에 크나큰 죄를 짓고 있거나 천계를 위험에 빠뜨릴 자를 색출해서 그들을 심판하기 위해서 나선 것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자들은 장로회와 미카엘 천사장. 하지만 천사들은 대충이나마 이단심판관들이 장로회의 장로 몇몇을 잡기 위해서 나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마 대부분의 천사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족들은 흥분하고 더욱 열광하는 것이다. 그동은 수많은 율법과 천계의 법에 묶여서 힘든 삶을 영위해 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시대나 어느 장소에서 시작되건 개혁이라는 것은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젊은 자들이나 패기있는 자들은 당연히 개혁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오랜 삶을 살아온 자들은 어떨까? 과연 개혁을 찬성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물론 몇몇 오랜 삶을 살아온 천족들은 지금의 세계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개혁을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인이 된 천사들은 그렇지 않다.
현재의 세계가 잘못되었다고는 하지만 개혁을 통해서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것보다는 하나씩 하나씩 변화해 가는 것을 더욱 원한다. 개혁이라는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익숙해져버린 세계가 개혁을 통해서 변하게 된다면 그것이 어떠한 파장을 불러올지도 문제지만 다시 그 개혁으로 인해 변해버린 삶에 적응하는 것이 두려워서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계는 두개의 파벌로 나뉘어져 가고 있었다. 장로회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과연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게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파벌을 나눠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단심판관들은 그것을 의식했는지 일부러 몇일에 걸려서 천천히 여러 곳을 시찰하면서 천천히 장로들의 회의장소로 움직였다. 이단심판관들이 그렇게 움직인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천계의 중립세력에 숨어있는 자들이 드러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뿌리를 ㅤㅆㅓㄲ게 만드는 원흉들... 장로회들의 뒤에서 천계를 조종하는 자들.
마족보다 더 지독한 천계의 주적! 그 자들을 선별하기 위한 작업이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그들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원래 이단심판관은 드러내놓고 적들을 섬멸하는 것이 아니다. 드러내놓고 적들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리는 역할은 4대 천사장이었다. 하지만 현재 4대천사장들은 이 문제에 관여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지금은 관여할 수 없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