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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해졌다."
"뭐지?'
"바로 마족들이 이곳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카엘의 충격적인 말에 그곳에 있는 모든 천사들이 놀란 표정으로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미카엘에게 질문했던 세리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곧 분에 못이겨서 인상을 찡그리는 것을 넘어서 미카엘에게 달려들어서 미카엘의 옷을 잡고 일으켜세웠다.
"이런 미친놈이! 그럼 마족놈들에게 그동안 우리가 이용당한 것이란 말이잖아!!"
"미안하다."
"크아아악! 네가 그러고도 심판의 천사란 말이냐! 뭐가 최고 천사장이야! 이 개같은 새끼야!"
세리프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미카엘의 얼굴을 주먹으로 치고나서 씩씩거렸다. 천족으로써의 최소한의 자긍심마저 팔아먹고 마족들과 손을 잡아서 중앙대륙을 침공했는데 이제는 마족들에게 이용을 당했다고 하니 당연히 화가나는 것이다.
"크으으으~ 이런 비열한 짓거리를 할 만한 새끼는 한 놈뿐이지...암흑마제 그 새끼밖에 없어!"
"맞다. 암흑마제 베리알...그가 꾸민 짓거리다."
세리프 역시 그랜드 마스터 상급의 벽을 뚫은 강자. 비록 세간에는 미카엘이 최강자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미카엘보다 반수 아래정도밖에 뒤쳐지지 않을정도로 굉장히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지금 그 새끼 죽이러간다."
"무리다."
"놔!"
"무리라고 했다."
세리프가 나가려던 것을 막아선 미카엘이 세리프의 팔을 잡으면서 막자 다들 침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적어도 이곳에 모인 이들은 암흑마제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암흑마제를 완벽하게 상대할 수 있는 자는 단 한명밖에 없다는 것을...
"크레디엘님."
"응?"
"베리알...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히히~ 싸우고 싶다. 이제는 이길 수 있다!"
전투에 미친천사. 광천사 크레디엘...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암흑마제를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 자는 크레디엘 단 한명밖에 없다고 생각하는게 현 천사들의 생각이다. 예전에는 세계수의 대언자 위드라드의 힘이 막강하여 전쟁의 중재자로써 전쟁을 억제하는 역활을 해왔지만 현재의 암흑마제의 힘은 위드라드가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게 천사들의 판단이었다.
"정말 이길 수 있습니까?"
"시험해볼래?"
쿠구궁!!
"큭!"
크레디엘이 여전히 웃으면서 미카엘에게 강력한 기파를 날렸다. 여덟장의 날개중 고작 두개의 날개만으로 날린 바람과 함께 기파를 날린 것에 불과하지만 미카엘은 순간적으로 힘을 끌어올려서 막아야할 정도로 강력한 힘이 실려있었다. 그 모습을 본 모든 천사들이 경악어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이게..."
"에헤헤~ 미카엘은 너무 약해서 재미없어. 벽이나 뚫고 덤벼라~애송이야~"
"벼...벽을 뚫은 것입니까?"
미카엘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크레디엘을 바라보았지만 크레디엘을 아무말 없이 웃기만 했다. 전투에 미친 천사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크레디엘. 가과 혈천사라고 해서 수천 수만의 천사들을 죽이고 중앙대륙으로 내려가 수많은 타종족을 죽이고 돌아와서는 재미없다는 말과 함께 말없이 폐관수련을 했던 크레디엘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마계로 건너가 암흑마제와의 싸움 이후에 가슴에 큰 상처를 입고는 더욱더 수련에 매진했던 크레디엘...그때 이미 그랜드 마스터 상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벽을 뚫은 것이 크게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 녀석 역시 마찬가지...아직 완벽히 못이긴다."
"암흑마제도 그랜드 마스터 최상급에 들어섰을 것이라는 말입니까?"
"난 수련하러 간다. 전투 시작되면 불러라. 가리엘?"
"알았다."
가리엘이 지금 크레디엘의 상태를 정확히 짚어내고는 미카엘에게 손짓을 한 것과 동시에 크레디엘을 데리고 원로회가 머무는 곳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세리프 역시 한숨을 쉬면서 나중에 따로 보자고 미카엘에게 말한 후에 사라졌다. 상황이 이정도로 심각하다면 제대로 된 전략,전술을 짜고 본격적으로 천족의 진짜 힘을 드러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다 물러갔군요."
미카엘이 싸늘한 표정으로 24명의 장로들을 쳐다보았다.그러자 24명의 장로들이 모두 움찔하면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카엘이 의외로 24장로들에게 아무 손도 데지않고 뒤돌아섰다.
"전쟁에 관해서는 아무짓도 하지 마십시오. 이번 전쟁을 일으킨 것 자체가 바로 당신들 때문이니까."
"그...그게 무슨소리요!! 마치 전쟁이 우리랑 연관이 있다는 소리로 들립니디만? 우리는 당시에도 전쟁을 말렸었소!"
24명의 장로들의 수장이자 상임으회의 의장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일어났다. 아무리 미카엘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이상 죽일 수 없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은 맞았다. 미카엘은 싸늘한 표정으로 의장을 바라볼뿐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다.
"그럼 의장은 왜 전쟁을 일으켰다고 생각하시오? "
"그...그건 미카엘 그대가 신의 대언자로써 중앙대륙 미개한 종자들을 교화시킨다는 목적으로..."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까?"
미카엘의 싸늘한 물음에 의장이 아무런 말도 못하고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는순간 의장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왜 말도안되는 중앙대륙 타종족의 교화라는 말까지 지어내며 전투를 했는지 아십니까?"
"그건..."
"바로 당신들 덕분이지. 우리 천족은 지금 너무 썩었소."
"크윽! 우리는 천족! 신이 창조한 위대한..."
"그런 말도안되는 말이 나한테도 통할거라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미카엘의 입에서 더 이상 존대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의장이 더 이상 억지를 부리는 것은 한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미카엘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태초에 창조주가 세상을 창조하고 신은 신성력을...마신은 마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곧 신성력과 마기를 바탕으로 차원이 갈라지고 그곳에서 천족과 마족이 태어났다.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중앙대륙의 수많은 종족들은 평화롭게 살았으니 곧 신과 마신의 전쟁으로 천족과 마족들이 중앙대륙에 침범하면서 세상은 혼란에 빠졌다."
"그...그건 창세신화...."
"아시겠습니까? 우리는 그저 신성력에 의해 원래 창조주가 만든 생명체에서 변화한 피조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큭!! 우리는 진화한 것입니다. 천신님의 신성력에 의해..."
의장이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려고 하자 미카엘에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모든 악역을 자기가 전부 짊어지고 가려고 했건만...결국 의장에 의해 그것이 전부 무산되어 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마십시오. 그 이상 말했다가는 여기있는 모든 자들을 죽이고 전쟁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
"내가 전쟁을 시작한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습니까? 바로 당신들 덕분이죠...장로 몇명 죽인다고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요. 뿌리부터 썩었으니 전쟁을 통해서 그 썩은 뿌리들 들춰내고 전쟁에서 승리해서 제대로 된 천족들을 중앙대륙으로 옮기고 이곳을 멸망시킬 생각이었습니다.애초부터 천족들을 살 공간을 중앙대륙에 마련하기 위해서 전쟁을 시작한겁니다."
미카엘의 충격적인 말에 24장로들이 모두 경악어린 표정으로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설마 모두를 죽일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미카엘이 단호하게 말하자 정말로 그럴 것 같은 기분이 들은 것이다.
"지금에 와서는 그것조차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지만...적어도 제가 살아있는한 당신들이 천족들을 더 이상 좌지우지하게 만들지는 않을겁니다. 제 다음세대에는...어쩌면 개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죠."
미카엘이 다음세대를 기약하는 듯한 말을 남기고 회의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다른 천사장들 역시 장로들을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봐주고는 회의장을 벗어났다. 천사장들까지 전부 회의장을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있는 모든 장로들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미카엘의 충격적인 말을 들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 그동안에 해왔던 자신들의 행실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