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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렌이 내상을 치료하는데 전념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각 국의 정상들이 마일드 제국의 수도로 속속 모이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흑 마법사들을 데리고 황궁으로 찾아오라는 황태자의 편지가 날라왔다. 그러자 흑 마법사들이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듯 아침일찍부터 흑색 로브를 걸치고 곧바로 워프게이트 쪽으로 향했다. 9써클 흑 마법사라 워프게이트 구동쯤이야 손쉽게 할 수 있지만 어차피 다같이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에 자신들만 먼저 갈 수는 없었다.
"빨리 좀 와라."
"알았어! 에휴~ 마법사님 워프게이트 구동 좀..."
"내가 직접할거다."
"뭐?"
"나랑 이 녀석 먼저 출발할테니까 다른 사람들은 천천히 와라."
우우우우웅~
"야!"
렌의 목덜미를 잡고 강제로 워프게이트에 던지고는 간단한 수인과 함께 재빨리 강대한 마력으로 워프게이트를 구동시켜버렸다. 마신과 계약한 자답게 9서클 마스터급에 이른 에빌이 손쉽게 워프게이트를 구동하자 워프게이트 담당자였던 6써클 마법사가 경의를 담은 눈빛으로 에빌을 바라보았다.
"좌표는?"
"1011.1131.3713입니다."
"황궁전용 워프게이트?"
"아닙니다. 수도의 워프게이트입니다."
6써클 마법사가 9써클 마스터급에 이른 에빌의 하대에도 전혀 기분나빠하는 기색없이 친절하게 에빌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9써클 마법을 개척한 자에 대한 존경심과 인간의 몸으로 9써클 마스터급에 다다른 자에 대한 순수한 존경심이었다. 학파나 속성을 넘어서서 인간으로써 위대한 길을 개척한 자에 대한 경의의 표시에 에빌이 흑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6써클 마법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귀족의 예법으로 화답해주고는 워프게이트를 완전히 구동시켰다.
"워프!"
파앙!
너무나도 간단하게 워프게이트를 구동시킨 에빌이 워프라는 말과 함께 곧바로 빛무리가 회전하면서 마일드 제국 수도쪽으로 워프를 해버렸다. 보통은 6~7써클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상대 워프게이트를 담당하는 마법사와 연락을 취한 후에 두개의 공간을 연결시키고는 움직인는 것이 일반적인데 에빌은 그런 것을 무시하고 그냥 자신이 직접 공간을 열어버리고는 워프를 해버린 것이다. 에빌의 어이없는 워프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클리포드 가의 사람들이었지만 정작 그 당사자는 벌써 워프를 타고 마일드 제국 수도로 넘어간지 오래였다. 물론 클리포드 가의 워프게이트를 담당하는 6써클 마법사는 에빌의 경이적인 마법능력에 감탄을 할 뿐이었지만...
슈우우우웅~
"헉~헉~ 야! 갑자기 워프하면 어떡해! "
"응?뭐야~ 놀랐나? 그랜드 마스터 상급정도 되는 녀석이 이런 것에 놀라면 쓰나?"
"으윽! 너야말로 9써클 마스터급에 다달았으면 좀 체통도 지키고 얌전히 고상하게 있을 생각은 안해봤냐?"
"흥! 그런 거추장스러운 것에 신경쓰는 것은 대륙에 있는 마탑의 탑주들이나 그런 것이지...그런 것에 신경쓰면 마법에 발전이 있을 것 같나?"
렌과 에빌이 마일드 제국 수도의 워프게이트에서부터 말싸움을 하면서 황궁 쪽으로 움직였다. 둘이 말 싸움을 하면서도 렌은 황궁쪽으로 길을 안내하고 에빌은 또 그런 렌을 잘 따라가고 있었다. 9써클 마스터 에빌과 그랜드 마스터 상급에 이른 렌이 말싸움을 하면서 걷고 있는 진 풍경에 사람들이 혹시?라는 생각으로 렌과 에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렌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었는지 렌을 보면서 소리쳤다!
"렌 경이다!"
"와아!"
"헉!"
한 사람이 렌이라고 소리치자 여기저기서 의심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렌을 향해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렌이 놀란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런 렌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 에빌이었지만 자신 역시도 왠지모르게 식은땀을 흘리면서 렌을 따라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야! 뒷걸음질 좀 그만쳐!"
"여기서 멈추면 어떡할건데? 지금 위험상황이라는 거 몰르겠냐?"
"그렇다고 언제까지 뒷걸음질만 칠 수는 없잖아!"
에빌이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렌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더욱더 빠르게 뒷걸음질 칠뿐이었다. 그러자 뒷걸음질치는 것에 짜증이난 에빌이 렌과 자신에게 부유마법을 시전했다.
"에휴~ 너한테 길 안내를 맡긴 내가 멍청한 놈이지."
"야!"
옆에서 소리지르는 렌을 귀찮다는 듯이 부유마법을 해제해서 떨궈주고는 자기혼자 황궁쪽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렌이 급히 실피온을 불러서 바람을 타고 앞서가는 에빌의 뒤를 따라갔다. 진작에 이렇게 갔으면 됐을텐데 쓸데없이 뒷걸음질을 치는 것으로 시간낭비를 해버린 것에 에빌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부유마법을 멋대로 해제하면 어떡하냐?"
"어차피 정령도 다루고 그랜드 마스터가 그따위 것으로 죽지도 않는데 뭘~"
"에휴~"
에빌의 뻔뻔스러운 말에 렌이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렌과 에빌이 티격태격 할 대 어느새 황궁의 정문이 보이는 곳까지 이동해있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돼."
"쓸데없는 관습이란~ 쯧쯧~"
황궁법도를 쓸데없는 관습취급하면서 인상을 찡그리는 에빌을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남의 나라 황궁법도를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에빌이 어이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렌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황궁의 정문을 지키는 병사들에로 걸어갔다.
"멈추시오!“
"아~ 저기..."
"이 녀석 이름이 렌이다. 난 흑 마법사 에빌이고... 알았으면 문 좀 열어주겠나?"
"아!"
병사가 무슨 말뜻인지 알아들었다는 듯 렌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곧바로 문을 열었다. 그러자 곧 렌을 마중나오기 위해서 황궁기사단들 수십명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에빌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생각보다 대단한 녀석인데? 하는 짓을 보면 그냥 생각없이 사는 놈 같은데 말이야..."
"너처럼 세상을 비뚫어지게 쳐다보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지."
"칭찬한번 해줬다고 좋아하긴~ 쯧쯧~"
렌이 자만하는 표정으로 어깨에 힘을 준체 에빌을 바라보자 못볼걸 봤다는 듯이 혀를 차고는 렌을 위해서 양옆으로 도열하는 황궁기사단을 지나쳐서 황궁안으로 먼저 들어가버렸다. 그러자 렌이 작은 소리로 에빌을 욕하면서 뒤따라 황궁안으로 들어섰다. 아마 곧 루이스를 비롯한 다른 그랜드 마스터들도 하나 둘 황궁으로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렌과 에빌이 황궁을 향해 들어가자 곧 황궁 기사단으로 보이는 기사 하나가 렌을 안내하기 위해서 열심히 달려왔다.
"이곳부터는 황궁근위기사단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렌이 여유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자 에빌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여기까지 오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할 때면 애써 시선을 피하거나 당황하는 모습만 보여왔던 렌이 이렇게 여유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정말 귀족처럼 황궁기사단의 호위를 받아들이니 에빌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놀랄만 했다.
"의외인데?"
"뭐가?"
"네가 이렇게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니까 의외라고..."
"야! 나도 가끔은 이런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 그래도 너처럼 9써클 마법사라고 거들먹거리지는 않거든?"
"그래~그래~"
에빌이 이제는 렌의 말을 무시하겠다는 듯이 렌이 말하는 방향으로 귀를 파면서 앞서 걸어나갔다. 어차피 안내는 황궁호위기사가 알아서 해주니 굳이 렌과 같이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에빌의 그런 행동에 렌이 굴욕을 느끼면서도 재빨리 뛰어갔다. 어차피 자신이야 예전이나 지금이나 예의 예법 이런 것을 지나가던 똥개에게 줬기 때문에 이제와서 격식을 차린다는 것이 좀 우습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