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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륙 No.3 기사다-215화 (21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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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에슈넬의 후작의 하루

나는 에슈넬 후작이다. 과거에는 그래도 인간 대륙 내에서 4제라고 불리면서 검후라는 별칭을 얻고 대륙에서 가장 강한 4인 중 한명이라고까지 칭송받았었는데 지금은 그저 그런 그랜드 마스터다. 그때 당시에 렌이라는 놈을 만나서 내 경지가 마스터 상급이라는 것을 깨닫고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생각을 하면…… 휴우~ 아마도 내가 이녀석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랜드 마스터였을 것이다. 마스터 최상급이라고 거짓말을 하고서는…… 으득! 어쨌든 그런 렌이 중앙 대륙에서 목숨걸고 싸우다가 진짜 죽을 뻔한 위기를 여러번 넘기고 돌아왔다. 그리고 북부에서 싸우고 있던 흑마법사들을 물러가게 하고 쉬었다. 사실 그때도 에슈넬 후작이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는데 장난식으로만 대답하는 렌이 조금 얄미웠다. 시종일관 장난만 치는 렌이 짜증나서 나중에 융합의 비밀을 빌미로 대련을 신청했다. 상대가 안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렌에게 한방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싸웠다. 근데 이녀석은 대련 도중에도 장난식으로 하는 것을 보고 더욱 화가나서 진짜 있는 힘을 다해서 공격했다. 결국에는 형편없이 깨졌다. 하지만 전투에는 도움이 되었는지 약간의 길을 찾아서 수련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루이스 공작님이 렌이랑 싸우다가 각성을 했는데 렌 녀석도 같이 각성을 해 버려서 정신머리 없이 싸우는 것을 말리다가 어떨결에 깨달음을 얻어버렸다. 그러한 일이 있은 후에 이녀석이 이스트 가드로 떠나는데 나한테 별다른 말도 없이 그냥 떠났다. 마왕 베르그와 싸우는게 걱정되서 몇마디 하려고 했더니 단순히 안부인사만 하고 훌쩍 떠나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마왕 베르그를 이기고 이스트 가드에서의 전쟁을 승리하게 만든 렌이 북부의 흑마법사들을 막기 위해서 다시 왔다. 그리고는 동맹을 성사시키는데 성공해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피해로 북부의 전쟁을 끝내버리는데까지 성공해서 이제는 중앙 대륙을 지원하는 일만 남았다고 다들 좋아하고 있었다.

그래~ 나도 여기까지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였다. 이놈의 렌이라는 녀석은 아직 내상치료가 덜 끝났다면서 폐관수련장에서 열심히 내상치료에만 전념했다.

“하아~ 짜증나!”

“어…… 언니. .”

“응? 아…… 세리나냐?”

“괜찮아요?”

세리나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어보았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짜증만 나는 상황에서 괜히 입을 열었다가는 애꿎은 세리나에게 화풀이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곳 북부에서 흑마법사들을 막아가면서 렌의 누나인 세리나와도 많이 친해졌다. 아마도 세리나와 세리아는 내 마음이 어떤지 잘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나에게 와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본 것이겠지만…….

“후우~ 좀 예민해졌네.”

“멍청한 렌 때문에 언니만 고생하네요.”

“음? 아…… 아니야. 그런 거…….”

“에이~ 다 알아요.”

아니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렌 때문에 고생하기는 했다. 마음고생을 상당히 많이 해서 조금은 수척해진 내 얼굴만 봐도 어떠한 상황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렌은 아직도 수련 중이야?”

“네. 그 멍청한 자식이 저러니까 애인이 없는 거예요! 에휴~.”

“그러는 너도 아직 결혼은 안 했잖아.”

“에이~ 저야 언니가 렌이랑 잘돼야 결혼을 하죠. 후후후후~.”

세리나가 음흉하게 웃으면서 말하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는 사악하게 웃기까지 하는 세리나를 내버려 두고 서둘러서 그 자리를 피했다. 세리나가 저렇게 웃을 때는 경험상 항상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분도 안 좋은데 새로 익힌 기술이나 시험하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최근 들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었다. 물론 그 남자에 대한 관심이 한 명에게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음? 에슈넬 후작님?”

“으응? 아~ 콜슨.”

“또 수련하러 가시는 거예요?”

“응.”

“머리가 복잡하신가 보네요.”

“음?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렌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신 거 아니었어요? 들어보니까 중앙 대륙에서도 몇몇 여자들이 렌에게 관심 있어 보이는 것 같던데…….”

“그…… 그래?”

콜슨이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말을 하자 갑자기 분노가 치솟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최대한 티나지 않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내가 미소를 짓자마자 콜슨의 얼굴이 갑자기 사색이 되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 무엇이 잘못됐나 싶어서 참지 못하고 물었다.

“왜 그래?”

“아…… 아니에요! 하…… 하하하하~ 전 지원군 병력 정리 때문에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응? 아~ 그래. 수고해~.”

“넵!”

갑자기 자신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사라지는 콜슨을 보면서 의아했지만 콜슨에게 들은 말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에 그것을 빨리 털어 버리기 위해서 수련장으로 향했다. 하도 그랜드 마스터가 수련장을 부숴 먹어서 그랜드 마스터들은 클리포드 성 밖 산 하나를 주고 거기서 수련하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수련을 하기 위해서는 클리포드 성을 지나서 산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물론 그랜드 마스터급이니 금방 가기는 하지만 귀찮기도 했다.

“누님~ 혹시 콜슨 못 봤습니까?”

“아까 지원군 병력 정리 한다고 가던데?”

“아! 감사합니다. 에휴~ 콜슨 이 자식 또 딴 생각하다가 잘못된 서류를 가지고 가서…….”

“너도 참 고생이다. 멀리 가지 않았을 테니 얼른 가 봐.”

“예!”

엘빈과 콜슨이라는 두 천재들 덕분에 이때까지 북부대장성이 버텨올 수 있었다. 물론 최근에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지만 200만 언데드 대군을 상대로 겨우 북부대장성 하나만을 내준 것이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콜슨이나 엘빈이나 둘 다 천재여서 그런지 평소 생활 습관은 조금 부족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콜슨은 어딘가 약간 멍해 보이는 것이 있었고 엘빈은 어느 때나 걱정하는 버릇이 있었다. 사실 콜슨이 누군가에게 보고하러 가는 것도 아니니 딱히 걱정할 필요도 없이 느긋하게 가면 되는 일이었는데 저렇게 열심히 콜슨을 ㅤㅉㅗㅈ는 엘빈을 보니 왠지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참…… 저 둘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네. 음?”

왠지 기분이 풀어져서 웃고 있는 나의 눈에 한 사람이 잡혔다. 나를 분노하게 만드는 장본인이자 내 마음 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녀석이 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 녀석이 나를 봤는지 ‘어?’라는 말과 함께 나에게 달려왔다.

“누나~.”

퍽!

“이 녀석이 폐관수련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나한테 말 한마디 안 걸더니만…… 이제 와서 누나지?”

“죄…… 죄송…….”

“흥! 뭐야~ 내상은?”

“대충 치료했어요. 그나저나 누나는 어디 가요?”

“할 거 없어서 수련이나 하려고…….”

“수련이요? 에이~ 그만큼 강해졌으면 됐지, 뭘 더 강해지려고…….”

그랜드 마스터 상급에 오른 녀석이 이런 말을 할 때면 왠지 모르게 내 손에 힘이 들어간다. 자신은 그랜드 마스터 상급의 벽을 깼으면서 이제 겨우 중급의 벽을 깨고 중급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는 나에게 더 강해져서 뭐하냐니…….

“너무 그렇게 수련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시야만 가둬져요. 이럴 때는 차분하게 차나 한잔 마시면서 머리를 식힐 필요도 있는 법이죠. 밥 먹었어요?”

“밥?”

“네. 안 먹었으면 밥이나 먹으러 가요. 다른 사람들은 전부 먹었다고 해서…… 누나는 밥도 안 먹고 수련장으로 가고 있다고 세리나 누나가 그러더라구요. 밥 안 먹었으면 밖에 나가서 뭐라도 사 먹어요.”

“그…… 그럴까?”

왠지 모르게 뺨에서 열이 나는 듯 했지만 곧 렌이 내 손을 잡고 앞장서서 걸어가자 그런 것따위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여자라면 일단 정색부터 하고 보는 녀석이 웬일로 이렇게 다정하게 구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렌이 배가고픈지 자신의 손을 잡고 빠르게 저택 밖으로 나섰다. 세리나가 무슨 뻥을 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왠지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았다.

“저기…… 근데 중앙 대륙에서 혹시 애인이라도 사귄거야?”

“왜요?”

“콜슨이 그러던데? 너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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