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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륙 No.3 기사다-214화 (21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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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더 이상 회의를 해봐야 머리만 아플 것 같군요. 일단 오늘은 회의를 접고 렌이 도착하면 그때 다시 하는 것으로 하죠.”

루이스가 더 이상 회의를 해 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회의를 종료시키자 다들 굳은 표정으로 일어났다. 어차피 지금 이렇게 회의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걱정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렇게 간부진들이 걱정을 하면서 몇일이 지나자 마침내 동부에서 온 지원군인 비행부대 안에 타고 있던 렌이 클리포드 성에 도착했다.

“휴우~ 거창하게 당해 버렸군요?”

“그러는 너는 마왕 베르그에게 간신히 이겼다며?”

“쳇!”

렌이 빈정거리면서 비행선에서 내리자 루이스가 똑같이 렌에게 되갚아주었다. 그러자 렌이 혀를 차면서 저 멀리 무너진 북부대장성을 바라보았다. 그 주위에 검은 마기가 득실거리면서 언데드 군단이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쓸데없이 시간끌거 없이 곧바로 협상이나 하러 가야겠네요.”

“응?”

“협상하러 간다고요. 저번에 저녀석들과 만났을 때 말했잖아요. 이스트 가드 일이 정리되면 저 녀석들이랑 협상한다고요.”

“으음…… 그래서 바로 가겠다고?”

“예. 이쯤되면 저녀석들도 협상하려는 마음 좀 생기겠죠.”

렌이 오자마자 곧바로 흑마법사들과 협상을 하러간다고 말하자 루이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렌을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남들이 어떻게 보던말던 렌이 몸을 조금 회복했는지 곧바로 실피온을 불러서 북부대장성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루이스가 허겁지겁 병력을에게 명령을 내리고 북부대장성 쪽으로 렌을 뒤따라가라고 명령을 내린 후에 자신도 서둘러서 뒤따라갔다. 괜히 렌 혼자 갔다가 공격을 받으면 위험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렌의 뒤를 따라서 사람들이 쫓아오건말건 렌은 유유히 흑마법사들의 진영상공으로 이동했다.

“여어~ 오랜만이야? 다들~.”

“…… 올 줄 알았다.”

“듣자하니 마신과 계약했다며? 9서클 마스터가된거 축하해.”

“흥! 그러는 너는 그랜드 마스터 상급이 됐더군.”

재수없는 말투로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는 렌을 보고 코웃음치면서 에빌이 렌에게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랜드 마스터 상급의 벽을 넘은 것에 대한 축하의 말이나 다름없었다.

“자~그럼 이제 협상할 마음 좀 생겼어?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마음은 있는 것 같은데…….”

“네 재수없는 면상을 보니 협상할 마음이 사라지기 시작하는군.”

“에이~ 뭐 내 면상 보기 싫은 것 같으니 서둘러서 해 볼까? 일단 내 요구조건부터 말해 볼까?”

“말할거면 빨리 말해라.”

에빌이 여전히 툴툴거리면서 렌에게 말하자 렌이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에빌의 툴툴거림을 받아주었다. 사실 에빌 입장에서는 그럴만도 한게 갑자기 렌이 그랜드 마스터 상급이 되어 버리면서 일이 꼬여버린 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을 잘알고 있는지라 에빌이 툴툴거려도 렌이 다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일단 내 조건은 흑마법사들이 우리랑 동맹을 맺었으면 좋겠어. 뭐 이거야 당연한 조건이겠지?”

“다음.”

“으음…… 다음 것은 우리를 도와서 마족들과 싸우는 것은…… 힘들겠지? 에이 알았어. 천족이랑 싸워줘. 너희도 신성력쓰는 천족들 재수없을 거 아냐.”

“다음.”

“마지막 조건은…… 사실 좀 힘든 것이긴 한데…… 동부의 흑마법사들을 설득해서 너희들이 힘을 합쳤으면 좋겠어.”

“뭐?”

렌의 마지막 조건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에빌. 에빌뿐만 아니라 다른 흑마법사들 역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렌의 조건이 너무나도 터무니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흑마법사라든지 그냥 마법사라든지 차이점을 못느끼겠거든. 강하면 그냥 강한거고…… 시체를 이용한다고 해도 어차피 죽은 시체이용하는건데 그다지 나쁜 점도 없고…… 거기다가 굳이 흑마법사만 나쁜놈 취급하지만 사실 마법사들 중에서도 악질 마법사가 많거든. 흑마법사들이 배척받는게 싫어서 이러한 일을 벌인거라면 흑마법사들의 힘을 합쳐서 대륙내에 세력을 만들면 간단한 일이지 않을까 싶어서…….”

“…… 그렇군. 네 생각은 그것인가?”

“어.”

“그럼 우리 요구 조건을 말하지. 우리 요구조건은 딱 하나다. 대륙 내에 우리의 마탑을 건설할 수 있게 해줘라.”

“흑 마탑을 만들게?”

“그래. 우리만이라면 상관없지만 더 이상 어린 흑마법사들을 혹한의 대지에서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

에빌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다는 듯 렌을 보면서 말하자 렌이 잠시 진지한 표정으로 에빌을 바라보았다. 대륙내에 흑 마탑을 건설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내 힘이 그렇게 영향력이 있지는 않은데…….”

“인간 대륙 대표로서 온 거 아닌가? 그리고 너 정도 힘이면 충분히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잘 알고 있으니 헛소리하지 말고 할 건지 말 건지나 결정해라.”

“끄응~ 알았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힘 닿는 데까지는 노력할게!”

“그거면 됐다. 네가 노력한다고 했으니 사실상 흑 마탑이 만들어지는 것이나 다름없군. 안 그런가? 다른 그랜드 마스터들이여…….”

에빌의 물음에 어느새 뒤쫓아온 루이스와 다른 그랜드 마스터들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들 중 유일하게 그랜드 마스터 상급을 개척한 렌이었다. 거기다가 몇백년 만에 대륙에 그랜드 마스터라는 경지를 개척해 준 자이기도 했고 대륙의 위기에서 가장 많은 활약을 보여준 영웅이기도 한 렌이 확약한 거라면 다른 왕이나 황제들도 허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흑마법사들에 대한 편견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내가 없어지도록 노력은…… 해 볼게.”

“흑 마탑이나 건설해 줘라. 괜히 쓸데없는 일 하지 말고.”

“아…… 알았어.”

“하하하~ 자~ 그럼 협상도 끝났으니 자네들을 우리 클리포드 성에 초대하지 같이 만찬이라도 즐겨 보는 것이 어떻겠나?”

“협상이 참 간단히도 끝나는군.”

루이스가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말했지만 옆에서 모아르티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자 다들 침묵했다. 무슨 협상이 이렇게 어이없게 끝나는 것인지…… 보통 협상이라고 하면 2~3일 정도 큰 협상안과 세부사항들을 논의하고 서로간의 의견차이를 조율해야 하거늘……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말 몇마디로 끝났으니 어이가 없는 것도 당연했다.

“세부사항은 나중에 저희 제국 황궁으로 가서 논의하시면 될 것입니다. 일단 협상이 끝났다는 점이 중요하지요.”

“그럼~그럼~ 자~ 그럼 배도 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루이스가 다시 한 번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밥 먹으로 가자고 독촉하자 분위기를 바꾸려는 루이스의 노력이 가상했는지 흑마법사들이 한숨을 쉬면서 루이스의 뒤를 아무말 없이 뒤따라갔다. 그렇게 가장 큰 문제처럼 보였던 북부의 문제가 의외로 너무나도 쉽게…… 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전쟁을 했던 것치고는 쉽게 풀려 버렸다.

인간 대륙의 문제가 이렇게 하나 둘 풀려나가면서 남부의 흑마법사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 분명했다. 동부는 물러가고 북부가 인간 대륙과 동맹을 맺었다.

그렇다면 남부 혼자서 인간의 전력을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과도 협상을 해서 동맹을 맺거나 아니면 서로 불가침 조약이라도 맺는 선에서 마무리가 된다면 인간 대륙의 일은 전반적으로 전부 정리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중앙 대륙으로 지원군을 보낼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중앙 대륙을 침범한 천족과 마족들을 몰아낼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북부에서의 동맹은 중요한 일이었고 앞으로의 행보에 있어서 흑마법사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게 비록 천족 한정이라고는 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서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다.

천족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엄청난 전력을 상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 말이다. 아마 이 소식이 중앙 대륙에 전해진다면 파죽지세로 올라오던 천족이나 오크 제국을 압박하던 마족들이나 전쟁을 멈추고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를 노려서 지원군이 마족들을 치고 흑마법사들로 하여금 남부의 천족들을 공격하게 한다면 어쩌면 전쟁자체가 순식간에 끝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렌이었다. 물론 모든 일이 렌의 마음대로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은 세살먹은 어린아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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