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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륙 No.3 기사다-213화 (21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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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6장: 북부대장성의 함락과 협상

북부대장성이 폭발과 함께 함락되고 그곳을 지키던 병사들이 일제히 후퇴하다 흑마법사들이 재빨리 쫓으려 했지만 이미 상당히 전투를 치룬 덕에 흑마법사들 측에서도 쫓을 여력이 되지는 않았다. 신성 결계 마법에 의해 언데드들이 막히기도 했고 신성 마법을 쓰면서 북부대장성 뒤편에 존재하는 건물들 주위에 성수를 잔뜩 뿌려둔 덕분에 언데드들이 쫓기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도망치는 것 하난 쥐새끼들처럼 빠르군.”

“어쩔 수 없지.”

에빌의 말에 모아르티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신성력은 언데드에게는 상극이기 때문에 제법 조심해야만 했다. 에빌이 아무리 마신과 계약에 성공했다고 해도 신의 힘을 직접적으로 받는 신관들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성물 때문인가? 성녀급에 해당하는 신성 결계 덕분에 언데드들이 앞을 나아가지 못했었네.”

“아무래도…….”

어느새 정리를 마친 칼먼의 말에 에빌이 불만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뒤따라온 카이만 역시 짜증난다는 표정이었다. 새롭게 9서클에 합류한 칼먼이나 카이만의 힘으로도 북부대장성의 전력을 완벽하게 괴멸시키지 못한 덕분이다. 둠 나이트와 본 드래곤까지 썼는데도 고작 북부대장성을 넘은 것이 전부였다. 북부대장성을 넘은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었지만 동부의 흑마법사들이 물러난 지금 북부의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힘든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어떡할 셈인가?”

“글쎄…… 후우~ 솔직히 인간 대륙에 사는 자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살아왔지만…… 마족들과 천족들이 침공한 상황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싶기도 하네.”

칼먼의 말에 다른 흑마법사들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까지 인간에 대한 복수. 흑마법사들을 무조건 배척한 자들에 대한 응징을 위해서 살아왔지만 지금에 와서는 복수심마저 희석된 게 사실이었다. 그동안 북부대장성에서 전투를 벌여오면서 본 자들은 흑마법사라는 이유만으로 증오하는 자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신성 마법을 쓰는 자들은 흑마법사라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적어도 다른 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렌이라는 자는 흑마법사들인 자신들과 힘을 합치자고 말할 정도였다.

“일단 지켜보도록 하지. 어차피 마족들에 의해서 동부 쪽에 모인 전력이 쉽사리 움직이기는 힘들 테니 말이야.”

“그래.”

흑마법사들도 방금의 전투에서 잃은 언데드들만 이십만이 넘어갔다.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 이곳을 중심으로 진영을 구축해서 차분히 전력을 보충하고 재정비해야할 시간이 필요했다. 소환수들 역시 상당히 많은 힘을 썼기 때문에 힘을 보충해야 하기도 했다. 그렇게 흑마법사들이 전쟁을 잠시 멈추고 진영을 갖추기 시작하자 후퇴한 인간들은 클리포드 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방어 진영을 갖추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대비해서 요새화 시킨 성이기 때문에 강력한 방어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또 북부대장성보다 좁다는 점만 단점일 뿐이지 사실 효율성이나 순수 방어력만 놓고 보자면 좁기 때문에 넓게 퍼져있는 북부대장성에 비해서 방어력도 더 훌륭했다. 그런 클리포드 성에 모인 인간들이 다시 재정비를 하면서 그곳의 총사령관인 루이스가 장교들을 모아 회의를 시작했다.

“후우~ 결국 북부대장성을 넘겨줬군.”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엘빈이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말투로 말했지만 북부대장성을 흑마법사들에게 넘겨준 것은 뼈아픈 손실이었다. 흑마법사들에게 주지 않기 위해서 북부대장성 일부를 완전히 폭파시켜버렸지만 그래도 북부대장성 대부분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폭파된 곳만 복구하면 오히려 흑마법사들에게 더 좋은 이점이 될 수도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일단 지원군이 합류하고 나면 저희도 북부의 흑마법사들과 전력 면에서는 크게 뒤쳐지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그렇게 되면 렌 경이 이곳에 왔을 때 흑마법사들과 협상을 진행해 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콜슨의 말에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이 전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엘빈마저 놀란 표정으로 콜슨을 바라보았으니 말 다한 것이었다. 의외로 루이스는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렌이라면 쓸데없는 전쟁을 하는 것보다 흑마법사와 협상이나 거래를 하는 것이 좋았으니까…… 물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이 가장 좋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흑마법사들이 그 거래를 받아들이겠냐는 것이 문제였다.

“가능성은 있습니다. 공격을 멈추고 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죠.”

“그게 무슨 말이지?”

콜슨의 말에 텔피온 공작이 무슨 말이냐는 듯이 물어보자 다른 자들 역시 콜슨을 보면서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루이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콜슨이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흑마법사들도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것이죠. 그 예로 신성 마법이 거둬졌음에도 불구하고 진영을 갖추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원군이 오기전에 저희를 공격하면 압도적으로 유리한데 말이죠.”

“그게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흑마법사들도 멍청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똑똑합니다. 굉장히 말이죠…… 그들 역시 동부에서 흑마법사들과 마족이 물러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흠~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공격해 온 것을 보면…….”

“바로 그 점입니다.”

텔피온 공작의 말에 콜슨이 바로 그 점이라고 콕 찝으면서 말하자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콜슨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우리를 공격한 것과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 무슨 관계가 있냐는 뜻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루이스와 엘빈은 알아들었는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협상을 할 때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흐음? 설마…….”

“바로 자신들이 상대방보다 못하지 않다는 점. 오히려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자신들이 가진 패가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시작되는 것이죠.”

“자네 말은 흑마법사들이 자신들이 가진 패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부러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인가?”

“예.”

콜슨의 말에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 하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것은 회의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어차피 우리로서는 손해 볼 것도 없습니다. 되면 좋고 안 되도 본전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콜슨이 여전히 강력하게 주장하자 텔피온 공작도 어느 정도 설득을 당했는지 한풀 꺾인 모습으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했다.

신성 결계를 뚫고 공격해 올 법한데도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콜슨의 말대로 협상의 여지를 두고 있다는 점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믿어버리기에는 이제까지 해 온 전쟁이 그것을 쉬이 믿게 하지 못하게 했다.

“후우~ 이 문제는 렌이 오면 다시 한 번 논의해야겠군.”

“예.”

“렌은 어디라고 하던가?”

텔피온 공작이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하자 콜슨도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루이스가 한숨을 쉬면서 장교에게 렌이 어디쯤이냐고 묻자 현재 비행부대의 거대기구인 비행선에 타고 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충 아클로니아 왕국을 지나 프릴로이아 제국 상공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릴로이아 제국 상공이라면?”

“예. 아마 2~3일 내로 도착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군. 알겠다!”

내상으로 인해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워프게이트가 아닌 비행선을 타고 이동중인 렌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보고를 받은 루이스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장교에게 대답하자 장교가 군례를 취하고 회의장에서 나갔다. 아마 북부의 일을 직접 마무리 지으려고 무리하게 오고 있는 것이이라…… 다행인 점은 비행선 내부에서도 꾸준하게 치료를 하고 있어서 내상치료에 진전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나저나 그랜드 마스터 상급에 이른 렌이 온다면 흑마법사들이 과연 협상을 하려고 할까요?”

“마신과 계약한 흑마법사를 못봤나? 나랑 에슈넬 후작이 버티는게 고작이었네. 물론 렌이 도착한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쯤은 자네들도 잘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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