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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말인가?”
“아! 텔피온 공작님…… 후우~ 공작께서도 보시지 않았습니까? 그 검은 기둥…… 거대한 마기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한 엄청난 마기…… 마신과의 계약을 맺었다던 고대 기록과 흡사합니다.”
북부대장성을 지키는 총사령관이자 렌의 아버지인 루이스 클리포드가 걱정어린 표정으로 북부를 바라보았다. 얼마 전에 북부의 산맥 쪽에서 대낮에 하늘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검은 기둥이 보였었다. 그리고 북부대장성까지 퍼질 정도로 엄청난 마기를 내뿜는 것이 흡사 고대에 마신과 계약을 맺었다던 9서클 흑마법사의 기록과 정말 흡사했다. 과거시절 인간의 힘으로 반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무신에 버금갈만한 재능을 지녔던 10서클 마법사. 그 당시 흑마법사로서 유일하게 9서클에 오르고 어느 누구도 개척하지 못했던 10서클에 올라섰던 흑마법사가 마신과 계약을 했었을 당시에 보여졌다고 하던 검은 기둥…….
“하지만 그것과는 좀 틀리지 않은가?”
“마계화……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비록 그 당시 시기심이 많은 마법사들에 의해 많은 기록이 지워졌지만 신성기사단과 신관들이 만약을 대비해 보관해 오던 문서에 보면 마신과의 계약을 하면 그 즉시 그 기둥 주위로 반경 수백 킬로미터가 마계화가 되었다고 알려졌네. 리치왕 역시 언데드들을 다스리는 권능 부여받으면서 마계 한쪽에 마신의 축복을 사용하여 자신만 영역을 만들지 않았는가?”
“하지만 마계화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말고는 마신과의 계약을 맺은 현상과 똑같습니다. 검은기둥이 나타나고 그 뒤로 엄청난 양의 마기가 주변을 휩쓸고 지나간 뒤에 아주 잠시지만 산맥쪽에 마신처럼 보이는 오러가 나타난 것 말입니다.”
“물론 그렇긴 하네만…….”
그동안 전쟁을 하면서 친해진 텔피온 공작이 루이스 클리포드와 대화를 하면서 안색을 굳혔다. 9서클 마스터급의 마법사…… 그것은 거의 그랜드 마스터 중급 막바지에 들어서는 엄청난 경지였다. 9서클 마스터에 오르게 된다면 그랜드 마스터 상급과도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녔다. 마계와 천계 그리고 중앙 대륙을 통틀어서 그랜드 마스터 상급의 벽을 넘은 자들이 50명이 되지 않는다. 그 기나긴 세월동안 50명도 안 되는 존재들만 상급이라는 벽을 넘은 것이다.
그만큼 위대한 경지이고 종족을 불문하고 모두의 존경을 받을만한 엄청난 경지라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스트 가드에서 렌이 마왕 베르그를 이겼다는 것이네. 베르그 역시 그랜드 마스터 상급의 벽을 깼다고 들었는데 그런 존재를 이기다니…….”
“하하…… 그렇지만 내상이 심해서 한동안 치료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하니 이곳 북부에 지원을 바라는 것은 힘들겠지요.”
“그렇긴 하지.”
텔피온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스트 가드에 있는 다른 그랜드 마스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도 애매했다. 지금 이스트 가드에 있는 전력때문에 마족들이 오크 제국을 더 이상 압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북부로 도움을 바랬다가는 이스트 가드의 전력공백을 눈치챈 마족들이 오크 제국 압박을 그만두고 이스트 가드를 직접 칠 수 있었다.
현재 마족들은 오크 제국과 자유지대 즉 자유도시 리베르트의 앞에 있는 거대한 평야를 점령하고 있었다. 오크 제국과 중앙 대륙의 자유지대의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하는 완충지대를 이용해서 빠르게 평야를 점령해 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마족들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이스트 가드에서 최소한의 병력이 남아 있어야만 했는데 그 병력이 현재 이스트 가드에 있는 병력이다. 그랜드 마스터들 한 두 명쯤은 빼도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만 리치왕처럼 마물의 왕쯤 되면 그랜드 마스터급에 이르는 마물 한 두마리 정도는 부하로 데리고 있었다. 게다가 오크 제국과의 전쟁은 암흑마제 역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었다.
암흑마제의 힘은 천족의 미카엘 정도만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천. 마계 그리고 중앙 대륙을 포함해서 최강에 가까운 존재였다. 세계수의 대언자이자 중앙 대륙 최강자로 평가받는 위드라드 역시 자신의 입으로 직접 암흑마제를 상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 암흑마제가 있는만큼 인간들로서도 중앙 대륙의 다른 종족들로서도 쉽사리 어떤 결정도 하기 힘들었다.
“렌이라면 천족과 마족의 관계를 어떻게든 이용하려고 할텐데……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그 녀석도 현 상황에서 그런 무모한 짓을 하기는 힘든가봅니다.”
“흠?”
“제 자식이지만 잔머리 하나는 죽여주거든요. 아마 수련을 하면서도 천족과 마족을 이간질 시킬 기회만 보고 있을겁니다. 방법이야 아무래도 천족과 마족의 종족적 특성을 이용할 것이고 중앙 대륙의 남부를 공격하고 있는 천족이 조금만 더 위로 올라와도 마족이랑 맞닿는 경계선에 올 가능성이 있으니 그 틈을 노리겠죠.”
“그렇군. 확실히…… 가능성이 있기는 하겠지만 천족도 바보는 아닐텐데?”
“중앙 대륙에서도 똑똑한 자들이 많을 테니 드워프 왕국을 중심으로 남부를 꽉 틀어막고 자이언트 산맥 쪽의 경계를 느슨하게 한다면 마족과의 충돌을 만들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뭐 렌도 이정도 생각은 했겠죠.”
렌의 잔머리를 잘 알고 있는지라 루이스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무인으로서 머리 쪽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던 루이스가 의외의 말을 하자 텔피온 공작이 조금 묘한 표정으로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루이스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가만히 북부대장성 저편에 존재하는 숲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루이스 클리포드가 그동안 너무 수련에만 치중해서 단순무식한 무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애초에 클리포드 가는 전략 전술로 유명한 집안이었다. 비록 루이스가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고 렌이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면서 무가로 소문이 퍼졌지만 오랫동안 클리포드 가를 잘 알고 있던 가문들은 렌의 어릴적에 불리던 ‘북부의 현자’라는 별호를 잊지 않았다.
전략, 전술에 관해서 천부적이라고 불릴 수 있는 엘빈과 콜슨을 데려와 클리포드 가의 전략, 전술을 한층 더 강화시켰고 아클로니아 왕국의 로테르담 백작을 영입해서 북부를 탄탄하게 했다. 그것만으로도 북부의 다른 영지들과는 차원이 다른 전술 전략을 세우는 학자들이 많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런 가문의 현 가주인 루이스 클리포드 역시 그것들에 영향을 받지 않을리도 없었고 애초에 클로포드 가의 가주였으니 전략, 전술에 능하다고 봐도 되었다.
“허어~누가 루이스 공작을 창술만 능한 자라고 했지? 내가 잠시 클로포드 가가 어떤 가문인지 잊고 있었던 것 같군.”
“하하하~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저 렌처럼 잔머리나 좀 쓸 줄 아는 수준이죠.”
루이스가 겸손하게 말했지만 텔피온 공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략 전술에 관해서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도 전체적인 전황자체를 보기는 힘들었다. 물론 많은 전술가들이 루이스가 말한 것처럼 생각할 수는 있었다. 문제는 루이스가 그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랜드 마스터급에 이른 자가 평균이상의 전략, 전술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무력이 될 수도 있음이었다.
“후우~ 오는군요.”
“쩝. 아쉽구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좋을텐데…….”
“적들도 바보는 아니죠. 뻔히 타이탄이 양산되고 있고 렌이 이스트 가드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멍청하게 가만히 기다려주지는 않을 테니까요.”
루이스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저멀리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나타나는 흑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강력해진 전력…… 특히 동부와는 다르게 강화된 언데드들만 데리고 나타난다는 점이 굉장히 컸다. 흑마법사들의 전력 중 30%가 스켈레톤 부대였고 50%가 좀비와 구울 그리고 머미들이었다. 나머지 20%가 쉐이드, 레이스, 고스트, 데몬팬텀, 다크후드등이었는데 전부 소환계열의 네크로맨서들의 전문마법들이었다.
그런 엄청난 양의 언데드들에게 흑마법사들 특유의 저주와 흑마력을 이용한 강화마법들로 도배되어진터라 어지간한 신성력으로는 타격조차 입지 않았다.
“신성왕국에서 지원은 얼마나 온거죠?”
“대략 2만정도가 왔네만…… 후우~ 저 숫자를 보게나.”
“스켈레톤 군대만 80만은 되어보이는군요.”
“저 뒤에 좀비와 구울 머미들이 가득할걸세. 그 뒤로도 고스트 계열의 몬스터들이 득실거리겠지. 후우~ 백만에 가까운 병사들이 모여 있는 북부대장성이라고는 하나 과연 저 언데드들을 상대로 버틸 수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