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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장: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렌과 베르그의 치열했던 전투가 끝이나고 렌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리치왕이 1년간 마계로 돌아가 있는 것을 약속하고는 마계로 후퇴하자 중간계로 침공한 마족들이 경악했다. 마왕 베르그와 리치왕이 합류한 자이언트 산맥의 흑마법사의 전력을 이스트 가드가 막아낸 것으로도 모자라 그랜드 마스터 상급에 이른 베르그를 단신으로 렌이 쓰러뜨린 것이다.
거의 동수를 이루기는 했지만 베르그를 렌이 쓰러뜨렸다는 것은 명실상부 천. 마계를 포함해서 대륙 전체에 10손가락 안에드는 강자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거기다가 젊은 나이인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강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천족이든 마족이든 렌을 경계하는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중앙 대륙에서는 오히려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렌이 중앙 대륙에 있었을 때 드워프 왕국을 구하고 자유도시 리베르티를 구한 일을 중앙 대륙에 사는 모든 종족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인간출신으로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서 마왕 베르그와 천족의 대 그랜드 마스터 대항기 세라핌을 막아낸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렌이 그랜드 마스터 상급에 올라서 베르그를 완벽하게 이겼으니 중앙 대륙으로서는 전력이 더 늘은 셈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천족 마족이 엄청난 혼란에 빠져있고 중앙 대륙이 축제분위기가 되어 모든 종족들이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있었다. 렌이 이겼다는 소식은 이스트 가드의 치열했던 전투가 끝난지 3일만에 중앙 대륙으로 전파되었다. 오크 제국 쪽으로 대규모 언데드 군단과 키메라 그리고 흑마법사부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던 참에 인간들이 중앙 대륙으로 넘어와서 승리 소식을 알린 것이다.
어쨌든 렌의 승리와 함께 이스트 가드가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마족으로서는 뼈아픈 피해를 입고 말았다. 암흑마제는 애초에 이런 결과를 불안해 해서 인간 대륙 쪽으로 리치왕과 마왕 베르그까지 보낸 것이지만 완벽한 승리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참패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 이스트 가드는 전후복구와 더불어서 자이언트 산맥에 흑마법사 본거지를 없애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렌은 베르그와의 전투에서 입은 내상을 치료하기 위해서 거의 하루종일 명상에만 빠져 있었다.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당시에 예상했던 것과 달리 내상이 생각보다 더 심했다. 베르그의 연속 찌르기를 계속 막은게 부담이 되었는지 몸 여기저기에 울혈이 차 있어서 그것을 빼내는 것만 일주일 전부가 소모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 여기저기에 혈도가 막혀 있었고 아직도 내부가 진탕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내상에 좋은 약초와 최상급 포션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에 혈도를 조금씩 뚫기 시작한다는 것은 렌에게 희망적인 일이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아직은…… 좀 힘듭니다. 회복이 생각보다 더디군요.”
렌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가르비논에게 말하자 가르비논이 걱정어린 표정으로 렌을 바라보았다. 그랜드 마스터 상급이 되면 자연의 기를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몸 자체가 기에 거의 동화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도 이곳저곳이 전부 막혀있어서 자연의 기가 렌의 몸을 치료하는데 더디고 있는 것이다.
“한숨 돌렸으니 천천히 회복하십시오. 괜히 무리해서 몸을 움직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다만…… 좀 더 회복하고 나면 잠시 집에 좀 다녀올 생각입니다.”
“흠…… 중앙 대륙으로 지원을 가기전에 북부의 일을 정리하시려는 겁니까?”
“예. 동부와는 달리 북부는 인간들의 힘만으로 복수를 이루려는 흑마법사들입니다. 잘만 설득하면 천족녀석들하고 싸울때는 같이 싸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잠시간 휴전을 하는 것만으로도 저희로서는 크나큰 소식이지요.”
“확실히…… 1년이라는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그리 길지만은 않은 시간이니까요.”
렌이 이스트 가드의 전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리치왕과 거래를 해서 1년이라는 시간을 벌었다. 그 시간동안 중앙 대륙으로 넘어온 마족들과 천족들을 최대한 밀어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 대륙에서 대대적으로 중앙 대륙을 도와야만 했다. 그랜드 마스터급 인원만 10명이 넘어가는 전력에다가 곧 타이탄과 기간틴 그리고 전사의 기술을 배워서 빠른 속도로 성장중인 신입병사들을 이끌고 지원을 가면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원병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되가는 중입니까?”
“대륙에 말은 해놨습니다. 그런데 아직 타이탄을 완벽하게 재현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는군요.”
“흠~ 그럼 타이탄은 놔두고 일단 병력만 이끌고 먼저 중앙 대륙을 돕는건 어떻습니까?”
“그것도 그런것이 아직 남부랑 북부의 흑마법사들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동하는 것은 힘들다고 하는군요. 아무래도 총사령관님께서 직접 북부를 정리하셔야만 다른 국가의 수장들도 마음을 확실히 정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가르비논의 말에 렌이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서도 북부의 일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사실 북부의 흑마법사들의 전력은 가볍게 볼만한 전력이 아니다. 자신이 아수라열풍참으로 겁을 주기는 했지만 사실 지금 몸상태로 가봤자 그들을 압도하긴는 힘들기 때문이다. 힘으로 누르려 하면 북부의 흑마법사들은 끝까지 싸울 것이 분명했다.
“일단 몸을 회복하는데 주력해야겠군요. 어느 정도 몸상태가 회복되야 뭐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예. 신관 말로는 그 몸으로 무리하게 싸우거나 워프게이트를 타면 내부가 진탕될 수도 있으니 얌전히 몸을 회복한는데에만 신경 쓰라고 했습니다.”
“후우~ 그런가요?”
렌이 한숨을 푹푹 쉬고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명상에 들어갔다. 베르그와의 싸움은 그랜드 마스터 상급에 오르고 나서 전력을 다해서 싸운 싸움이었다. 정말 목숨을 걸고 한계 이상으로 기력을 쥐어짜서 마지막 한순간까지 방심하지 않고 싸웠다. 만약 거기서 조금이라도 삐끗했으면 지는 것은 자신이 되었을 것이다. 전투당시 렌이 베르그를 살려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보면 렌도 더 이상 공격할 힘이 없었다. 베르그가 비록 오러폭풍에 당했다지만 렌이 움직인다면 없는 기력까지 짜내서 자신의 공격을 막아냈을 것이다.
어렵게 베르그를 죽인다고 하더라도 뒤이어 오는 리치왕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클리니아와 세크리온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리치왕을 이길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해서는 솔직히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리치왕은 강력했다. 마지막 벽만 허문다면 곧바로 10서클에 올라설 수 있는 인물이 리치왕이었다. 10서클에 올라서면 그랜드 마스터 상급에 갓 입문 자보다 더 강력하다. 그랜드 마스터 상급과는 다르게 10서클에 오르면 세상 전체의 법칙을 깨닫게 됨으로 단순히 자연을 느끼고 그것과 동화되는 것 이상의 힘을 가지는 것이다. 그랜드 마스터 상급도 차분히 명상을 하면서 자연을 관조하다보면 자연스레 깨닫게 되겠지만 지금 상태에서 리치왕이 10서클 올라선다면 렌은 결코 리치왕을 이길 수 없었다.
“한 달 안으로 제가 어떡하든 동부 왕국만이라도 모아서 지원군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무리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지원하기 위한 준비만 해 주시고 간간히 오크 제국 쪽에 있는 마족들에게 압박감만 심어주십시오. 그것만으로도 일단 오크 제국을 공격하고 있는 마족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거예요.”
“이미 까르발유 공작과 베이아스 후작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과연 동부의 머리라는 까르발유 공작과 베이아스 후작이라고 생각한 렌이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렌이 명상에 잠겨있는 동안 단순히 지원군 결성을 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중앙 대륙의 마족들을 압박하고 견제까지 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감탄한 것이다. 이스트 가드를 바탕으로 자이언트 산맥을 점령해 가면서 그 너머에 있는 마족들을 압박한다면 중앙 대륙을 재빠르게 공격하고 있는 마족들은 주춤거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중앙 대륙은 한숨 돌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남부에서 빈틈을 노리고 쳐들어오는 천족들에게 신경 쓸 시간이 생기게 된다.
이스트 가드가 마왕 베르그와 리치왕 그리고 흑마법사 연합을 이긴 것은 단순히 이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륙 전체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의 큰 흐름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