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대륙 No.3 기사다-204화 (204/277)

<-- 204 회: 7-22 -->

쿠우웅!

“후우~후우~.”

“하아~하아~.”

베르그나 렌이나 서로 지친 표정으로 물러난체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어느새 강력한 기운으로 휘몰아치던 회오리 역시 사라져 있었다. 아직도 강렬한 기세가 뿜어져나오기는 했지만 처음보다는 조금 약해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둘 다 몸 여기저기에 베인 상처가 있었고 베르그나 렌이나 둘다 내상을 입은 듯 입가에 핏자국이 보인다는 점이다.

“지친 것 같은데?”

“글쎄? 난 잘 모르겠군.”

베르그가 허세를 부리면서 무리하게 기세를 뿜어보지만 아까보다는 확연히 기세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한계까지 끌어올려서 싸운지 몇시간이나 지났기 때문에 기세가 줄어들기도 했고 내상을 입어서 내력운용에도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어다.

베르그의 강력한 기세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렌 자신도 기세를 높여야 했기 때문에 억지로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었지만 베르그나 렌이나 둘 다 힘든 것을 마찬가지였다.

“흡!”

콰앙!

렌이 잠시 빈틈을 보이자 곧바로 신속의 움직임으로 렌을 공격해 들어왔지만 검으로 막아 내고는 오히려 역공을 하는 렌에 의해 베르그가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곧바로 렌의 공격을 흘려버리고 창의 신묘한 움직임으로 렌을 압박해들어갔다. 물론 렌도 그냥 당하지는 않고 강력한 참격을 날려서 베르그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뒤로 물러나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런 두 명을 바라보는 그랜드 마스터들이나 9서클 마법사들로서는 인정하기 싫을정도로 굉장히 뛰어났다.

“후우~.”

뒤로 물러선 베르그가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창을 바라보았다. 마계에서 그랜드 마스터급의 공격에도 타격이 미미하기는 커녕 흠집하나 안날 정도로 강력한 마창이 렌의 공격에 여기저기 흠집이 나 있었다. 물론 흑풍의 카오스 메탈처럼 마신의 축복을 받은 금속이라 자신의 의지가 있어서 자기수복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마창에 흠집이 났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은 흑풍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마창 카르볼그에 의해서 여기저기 이가빠진 흑풍의 모습에 렌도 침음성을 흘렸다.

“승부가…… 안나는군.”

베르그가 표정을 굳히면서 자신의 창과 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렌이나 베르그나 둘 다 내상이나 외상을 상당히 입은상태이기도 했고 무기역시도 상태가 좋지 못했다. 한계까지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둘 다 더 싸운다고 해도 결판이 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물러서기에도 애매했다.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하기에는 흑마법사들이나 인간진영이나 둘 다 원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던 베르그와 렌이 결심을 한 듯 다시 자세를 취했다. 이번에 결판을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무기나 몸이나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니 누가 더 정신력이 강하냐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콰앙!

“늦었어!”

텅!텅!

순간적으로 강력한 일격을 날린 베르그가 연이은 찌르기로 렌을 공격했다. 그러자 렌이 충격을 입은 듯 흔들리면서 렌의 찌르기를 검으로 막아 내기는 했지만 잇따라 뒤로 밀려나버렸다. 한번 승기를 잡은 베르그가 이 기회를 놓칠리가 없었다 곧바로 전력전개하면서 렌의 사방을 찔러들어오자 지켜보고 있던 흑마법사 진영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막아 내고는 있지만 렌이 연이어서 타격을 입는 것을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이 알아챌 정도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 모인이들은 전원 익스퍼트급에 들어선 강자들이다. 이스트 가드의 병사들이나 마족들 흑마법사들 전부 이능력을 수준급으로 사용할 줄 아는 자들. 그렇기 때문에 비록 경지는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전투가 기울어지는 것을 눈치챌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스트 가드 쪽에 속하는 인간들의 표정은 급격하게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믿었던 렌이 베르그에게 밀리기 시작하자 당연히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약 5분간 베르그의 엄청난 공세 속에서 위태위태한 장면이 계속되자 이스트 가드 쪽의 인간들은 속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죽어라!”

“상천!”

베르그가 더욱더 강한 기세로 몰아붙이려고 하는 순간 렌의 눈이 빛나면서 검에 오러 내추럴을 휘감았다. 융합의 힘이 아닌 순수한 오러의 힘으로 베르그의 강력한 마기를 휘감으면서 그와 동시에 베르그를 상공으로 띄워버렸다.

“큭! 이…… 이게?”

“야차암염난무.”

“마선(魔旋)”

터더더더더더덩!

렌이 그동안 베르그에게 밀리는 척 하면서 기회를 노렸던 회심의 일격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막아 내면서 뒤로 밀려나는 베르그를 보면서 혀를 차는 렌. 하지만 렌의 공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끝내야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한 기술이 렌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동안 아수라열풍참 때문에 쓰지 않았던 기술. 너무나 오랜만에 쓰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순간 렌의 오의가 진화를 했다.

“멸풍”

아직 베르그만을 노리면서 렌의 오러가 압축을 하면서 작은 회오리가 날아갔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베르그에게는 더욱더 무섭게 다가왔다. 한계 이상으로 압축된 오러가 폭풍처럼 자신에게 휘몰아쳐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선을 이용해서 방어하고 있었지만 매섭게 다가오는 오러폭풍의 힘은 자신이 막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융합의 힘도 아니고 순수하게 오러만으로 이루어진 공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는 매우 강력한 힘이 내포되어 있었다.

“크아아아아악!”

렌의 오러폭풍을 전부 막아 내기에는 무리였는지 조금씩 오러폭풍이 베르그의 마선을 뚫어내면서 베르그의 몸에 상처를 입히더니 결국엔는 오러폭풍이 베르그의 몸을 삼켜버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오러폭풍이 지나가고 공중에서 베르그가 힘없이 떨어졌다.

“허억~허억~.”

렌이 지친 표정으로 지상에 착지하자마자 곧바로 숨을 몰아쉬었다. 오러폭풍으로 인해서 주변의 공기마저 상공으로 빨려들어가 버려서 숨을 쉬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작 숨을 참은 것만으로 베르그에게 치명상을 입혔으니 오히려 이득이나 다름없었다.

“졌군.”

“리치왕.”

“그 몸으로 날 상대할 수 있겠나?”

“나 혼자 상대하는 것도 아니니 할만하지.”

“크음!”

상공에서 지켜보고 있던 리치왕이 렌에게 다가오면서 말하자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답하는 렌이 대답했다. 그러자 리치왕이 침음성을 흘리면서 가만히 렌을 응시했다. 이미 눈이 없는 리치왕이었지만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빛이 렌을 응시하자 렌도 리치왕을 마주 바라보았다.

“물러나겠네. 흑마법사들과 마왕군을 데리고 이곳 자이언트 산맥에서 물러나도록 하지.”

“여기서 더 싸운다면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줄 수 있는데 우리가 왜 그래야하지?”

“그렇게 된다면 자네들도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

리치왕의 대답에 이번엔 렌이 침묵했다. 여기서 더 싸운다면 분명 승리는 할 수 있겠지만 그 대가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분명했다. 차라리 저들을 물러가게 하고 전력을 보존하는 편이 훨씬 안전했다.

“한 가지만 약속해 준다면 보내주지.”

“뭐지?”

“이곳에서 물러나서 마계침공군에 합류하지 말고 마계로 돌아가라.”

“그건 힘들다.”

“아! 물론 한 가지 조건을 걸지. 1년! 1년동안 마계로 돌아가 있어라. 그리고 그 이후에는 다시 침공을 하든말든 상관없다.”

“1년이라…….”

리치왕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실 마계로 돌아가는 것을 냉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자신이 이곳에 침공해 올 때 암흑마제에게 한 가지 약조를 했기 때문이다. 바로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이곳에서 싸우는 것이었다. 마족들 전체가 패하지 않는 이상 이곳에서 싸워야만 한다는 약조를 하고 왔다. 9서클 마스터에 오른 리치왕쯤 되면 말의 힘이 있기 때문에 약속을 할 때 굉장히 신중하게 해야만 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이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하지만 렌이 제안한 것은 암흑마제와의 약속한 것에 빈틈을 노린 것이다. 자신이 마계로 돌아간다고 해도 1년뒤에는 다시 전쟁에 합류하기 때문에 전쟁자체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힘이 빠졌으니 마왕 베르그와 힘을 회복하고 온다는 명분까지 존재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다.”

“알고있다. 하지만 좀 마음에 걸리긴 하는군.”

“그런걸 신경 쓰는 존재였나?”

“흘흘~ 그건 아니지.”

렌의 물음에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리면서 고개를 젓고는 렌을 잠시 바라보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승낙의 표시라는 것을 렌이 눈치챘다. 그리고 그것은 이스트 가드의 다른 간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리치왕의 손짓에 모든 언데드들과 키메라들이 물러나기 시작하자 데브리나가 이럴 수는 없다고 발광했지만 암월공 베르노스와 리치왕의 제자 카브리온이 양쪽에서 잡고 그녀를 데리고 물러났다. 다르니안 역시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물러났다. 베르그가 패했으니 자신들의 힘으로는 렌을 감당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크윽!”

“총사령관님!”

“괘…… 괜찮습니다.”

베르그에게 빈틈을 열기 위해서 일부러 무리를 한 덕분에 렌 역시도 엄청난 부상을 당했다. 베르그가 비록 치명상을 당하기는 했지만 그랜드 마스터 상급에 이른 자답게 한달 정도면 충분히 예전만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스나마 베르그에 비해 자신이 부상을 덜 당하기는 했지만 베르그의 공격에 너무 많이 내상을 입어서 한동안 푹 쉬면서 명상에만 전념해야 할 정도로 상처가 심했다.

“포션을…….”

“여기 있습니다. 하…… 하급 포션인데…….”

렌이 길게 베인 허리에 병사가 건네준 하급 포션을 곧바로 뿌렸다. 그러자 치이익~소리를 내면서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와 함께 조금씩 살이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외상에는 포션만한게 없다는게 증명되는 순간이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병사들이 너도나도 렌에게 포션을 건네주었다. 거의 3달에 하나씩 지급하는 포션이어서 이곳 이스트 가드의 병사들에게도 포션은 귀했지만 아까워하는 기색하나 없이 렌에게 주자 렌이 힘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는 온 몸 여기저기에 뿌리자 렌의 몸 이곳저곳에서 상처가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총사령관님. 여기 최상급 포션을 쓰시지요.”

“후우~후우~ 이미 거의 다 아물었습니다.”

렌이 통증을 참아내는 듯 인상을 찡그리면서 말하자 급히 달려온 가르비논이 직접 최상급 포션을 따서 하급 포션으로 아물지 않은 상처에 직접 부어서 렌의 상처를 아물게 했다. 그리고 고위급 신성력을 가진 고위 신관을 불러서 신성력 듬뿍 넣어주라고 명령했지만 고위 신관이 고개를 젓고는 렌의 외상에만 신성력으로 포션과 함께 치유력을 극대화 시키는 것으로 치료를 끝냈다.

“내상이 심해 보이십니다. 신성력이 들어가면 내상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흠…….”

“최상급 포션과 내상에 좋은 약초를 섞어서 한 번에 복용시키고 명상을 통해서 내상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고위 신관의 말에 가르비논이 인상을 찡그렸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딱히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자 렌이 그것을 눈치채고는 괜찮다는 듯 손짓을 하고는 병사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이스트 가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엄청난 피해를 예상했던 전투…… 하지만 뜻밖에도 겨우 1차 방어선 성벽과 협곡 일부를 날려버리는 것으로 전투가 마무리 되었다. 그것도 병사들의 피해는 전무한 채로 오직 렌과 베르그와 싸움으로 초토화 된 전쟁터만이 피해라면 피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렌이 걱정했던 전투가 마무리 되고 마침내 자이언트 산맥에서 흑마법사들이 완전히 물러나는 것으로 치열했던 전쟁이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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