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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엄청난 성장력이네. 베르그와의 전투로 자신의 융합의 힘을 한층 더 끌어오린 것 같군. 쩝~.”
“아! 한 가지 중요한게 있습니다.”
“중요한거?”
베르노스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한대 툭 치면서 말하자 리치왕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베르노스를 바라보았다. 렌에 대한 정보는 리치왕에게 항상 흥미로운 기록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때 당시 베르그님께서 렌에게 졌다고 인정한 것은 불의의 일격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무기! 그 녀석은 제대로된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랜드 마스터쯤 되면 무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녀석의 힘은 순간적인 폭발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서 무기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나 이스트 가드때나 들고 있던 무긴는 단순한 미스릴 단검이었습니다. 원래 그녀석이 사용하는 검술은 단검술이나 쌍검술이 아닌 장검이나 특히 고대시대 도를 이용한 도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예. 이스트 가드에서 보인 것도 진짜 실력이 아니라고 베르그님께서 말했습니다.”
베르노스의 말에 리치왕이 침묵했다. 만약 뼈다귀 얼굴이 아니고 살이 붙어 있는 얼굴이었다면 굳은 표정이었으리라…… 침묵하는 리치왕의 모습에 베르노스 역시 침묵했다. 자신이 항상 동경하면서도 질투해왔던 베르쿠스보다 더한 놈이 바로 렌이었다. 그렇기에 리치왕의 침묵하는 모습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베르그가 저렇게 초조해하는 것이 이해는 가는군. 만약 렌이란 녀석이 그랜드 마스터 상급에 올라서고 자신만의 무기를 찾게 된다면…… 이번 싸움 베르그가 정말 어려워질 수도 있겠어.”
“그랜드 마스터 상급은 모르겠지만 자신만의 무기는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 대륙에 자신의 무기를 놓고 왔었다고 했고 또 인간 대륙에서 상당히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했으니 아마도…….”
“후우~ 큰일이군. 뭐 그래도 내가 도와줄 수는 없지만 말이야. 큭큭~.”
리치왕이 딱 잘라 말하자 베르노스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리치왕한테 그런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베르그 본인이 먼저 반대할 것이 분명했다. 강함을 중요시하는 베르그지만 그만큼 자신에 대한 명예 역시 중요하게 생각했다.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감당하기 힘든 성격을 가지고 있는 베르그를 지난 수십 년이 넘는 시간동안 베르노스가 모셔온 것이지만…….
달칵!
“음? 데브리나 아니신가? 한창 바쁠 텐데 여기는 무슨 일인가?”
“흥! 바쁜 거 알면 당신도 좀 도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으음~ 그런가? 허허허~ 이거 미안하군. 이제부터라도 좀 돕도록 하겠네.”
“됐어요! 어차피 준비는 대부분 끝났으니까…….”
“허어~ 그런가? 그럼 이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인가?”
“뭐~그래야죠. 언제까지 이 상태로 있을 수는 없잖아요.”
데브리나가 퉁명스러운 말에도 베르노스와 리치왕은 오히려 흥분하면서 기세를 끌어 올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인간과 마족, 흑마법사, 마물연합의 싸움이 시작되려고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무너지면 마족들의 중앙 대륙 침공은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 인간들이 진다면 인간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자이언트 산맥을 완전히 내줄 수밖에 없었다. 둘 다 이 전투에 사활을 걸어야만 하는 싸움이 되는 것이다.
“언제쯤 공격을 할 생각인가?”
“늦어도 보름 안으로 할 거예요.”
“흠~ 생각보다 늦는군.”
“어쩔 수 없잖아요? 불완전한 언데드들을 데리고 가 봐야 도움도 안 되니…… 지금 모은 언데드들을 좀 더 완벽하게 저주를 걸고 키메라 역시 많은 부분을 손봐야 하니까요.”
“언데드들은 전부 내가 맞도록 하지. 아~ 내 권속으로 만들지 않을 테니 그렇게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날 보지 말게나. 비록 심장은 없지만 뼈다귀가 떨고 있다네. 흘흘흘~.”
“흥! 알았어요. 그럼 4~5일 늦어도 일주일이면 전쟁 준비가 완전히 끝나겠어요.”
데브리나가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리치왕이 괴상한 웃음소리를 지었다. 그러자 리치왕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데브리나…… 그런 데브리나의 표정에도 리치왕은 즐겁다는 듯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아! 내 제자 녀석을 자네에게 붙여주지. 뭐 비록 실력이 좀 딸리기는 하지만 도움은 될 것일세.”
“카브리온 님을요?”
“흘흘~ 그 녀석이면 도움이 되겠는가?”
“무…… 물론이죠.”
“그럼 키메라 만드는 것은 그녀석의 도움을 받게나. 뭐 그녀석이 내 제자이기는 하지만 언데드보다 마물합성에 더 열을 올리던 녀석이니 키메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네. 뭐 이미 나 몰래 데브리나 자네를 도와주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이제는 그런거 신경 쓰지 말고 도우라고 하게.”
“흠흠~.”
리치왕이 노골적으로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자 데브리나가 얼굴을 붉히고는 헛기침을 몇번 하더니 재빨리 방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리치왕이 또 기과한 웃음소리를 흘리자 베르노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요즘들어 데브리나를 놀리는 강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리치왕이었다. 뭐 그래도 자신이 말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 곧 전쟁이 시작되겠군.”
“그럴 것 같습니다.”
“뭐 나는 데브리나와 약속한데로 언데드 제조와 강화 좀 하러 나가보겠네.”
“음~제가 딱히 도울 수 있는 것이 없군요.”
“허허~ 자네는 그냥 베르그나 시간맞춰서 잘 데리고 오게.”
“알겠습니다.”
리치왕 세르노스의 말에 암월공 베르노스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베르노스도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남모르게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면서 경지를 높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물론 그렇다고 단번에 경지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그랜드 마스터 초급이면서도 입문한 자들과 비슷할 정도로 나약했던 자신이 아니었다. 그동안 베르그 또는 데브리나와 다르니안과 대련을 하고 나름대로 새로운 기술도 만들면서 거의 중급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중간계라 마기가 턱없이 부족했지만 오히려 그점이 베르노스에게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그동안 풍부한 마기를 바탕으로 성장한 베르노스인지라 요즘들어 항상 마기의 갈증에 시달리는 지금 조금 더 세밀하고 정밀한 기술들을 사용하고 마기의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련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이 급증한 것이다.
“후우~그럼 나도 마지막 수련을 해야겠군.”
베르노스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베르그가 사용하고 있는 폐관수련장 옆에서 자신도 수련에 들어갔다. 오로지 포스만으로 마공작의 자리까지 올라선 베르노스였다. 비록 베르그나 베르쿠스처럼 선천적으로 강력한 초상능력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마기에 대한 몸의 반응도 다른 마공작들에 비해 형편없지만 자신은 오로지 처절한 수련으로 포스를 느끼고 그 포스를 이용해서 죽을 고비를 수백번이나 넘기면서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다. 이번전투에서도 비록 자신은 주축이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이번전쟁을 이기기 위한 승률을 높이기 위해서 수련에 들어갔다.
그렇게 베르노스마저 수련에 들어가면서 흑마법사 진영도 전쟁을 하기 위한 마지막 준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스트 가드는 이미 흑마법사들의 움직임을 보고 대륙에 연락해 막대한 물자를 받으면서 최종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준비를 거의 끝마친 상황이었다. 서로 마지막 준비에 들어가자 하위 흑마법들이나 이스트 가드의 병사들도 전운이 돌면서 긴장감이 극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 흑마법사들의 준비가 마치는 순간 언제라도 바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