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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자네도 이제 벽을 깼으니 그렇게 안달하지 않아도 렌이라는 인간을 충분히 이길 수 있지 않은가?”
“그 녀석이 나와 싸우고 나서 놀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석이 벽을 깼는지 안 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융합의 힘만큼은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해 올 것이다. 드워프 왕국에서 미숙했던 융합의 힘을 나와 싸울 때 약간의 결점만 남기고 보완해 냈던 인간이니…….”
“후우~ 이거 마왕 베르그라는 이름이 울겠군. 인간 하나에게 쫄아서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다니…….”
리치왕이 베르그를 말리다가 도저히 말리지 못하겠는지 오히려 베르그를 자극해 버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암월공 베르노스가 굳은 표정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뭐? 내가 인간에게 쫄았다고?”
“그렇지 않으면 뭘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냐고. 압도적으로 강하다면 차분하게 네가 설욕할 날을 기다리면 되잖아.”
“끄응~ 하루라도 빨리 그 빌어먹을 인간 놈에게 설욕을 해야…….”
“너 때문에 마족들이랑 흑마법사들이 불편해하잖아. 그 급한 성격 좀 차분하게 만들었으면 진작 벽을 깼을 거라고 암흑마제가 말하더만…… 지금 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군.”
베르그를 보면서 혀를 차는 리치왕 덕분에 더욱 발광하는 베르그였지만 암월공이 간신히 말렸다. 하지만 베르그도 자신이 너무 초조해하면서 주변을 힘들게 했다는 것을 인정했는지 얌전히 폐관수련장에서 명상을 하러갔다. 이미 9서클 마스터에 올라버린 리치왕인지라 베르그에게 막말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렌과의 전투를 앞두고 만약 리치왕이 약올린다고 싸웠다가 부상이라도 입으면 낭패였기 때문이다. 9서클 마스터에 올르면 그랜드 마스터 중급과 상급 경계선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현재 자신이 익혀온 마법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서 완벽하게 마스터한게 9서클 마스터다. 예전에는 그래서 초급 마법만을 익히고 그것에 대해서 심도있게 파고들어서 9서클 마법사가 된 자도 존재했다. 오직 1서클 마법만을 죽을때까지 파서 9서클 마스터에 오른 마법사가 존재할만큼 마법은 한 가지 길이란게 존재하지 않기도 했다.
즉 9서클 마스터쯤 되면 주변의 자연을 다루는 그랜드 마스터 상급의 능력도 마법력으로 일시적으로 끊어버리고 강력한 마법을 난사하면서 싸울게 분명하니 쉽사리 승부를 낼 수 없는 것이다.
“베르그 저 녀석은 성격만 죽인다면 충분히 암흑마제의 경지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게 좀 아쉽긴하죠.”
리치왕이 아깝다는 듯 혀를 차자 베르노스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 말에 동의했다. 너무 강함에 집착을 해서 벽에 가로막혔던 것을 생각하면서 렌에게 패하고 수련에 미쳐 있던 베르그에게 한번쯤은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어떻냐는 베르노스의 말에 그 즉시 벽을 허물고 깨달음을 얻었던 것을 생각하면 베르그는 명상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느끼는 것만 해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타입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수련만 하면서 생을 살아왔으니 이제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때였다. 암흑마제, 베르쿠스등과 같은 반열에 올라섰으니 이제는 정말 여유를 가져도 될만했다.
“그나저나 베르그가 저렇게 초조해하는 것을 보면 렌이라는 그 녀석이 내 생각 이상으로 강했던 모양이지? 전에 무슨 기술같은 것을 쓴걸 보면 강해 보이기는 하다만…….”
“예. 그의 나이 이제26입니다. 그 짧은 시간동안 베르그님과 견줄만큼 성장을 했으니 미치도록 놀라운 성장력이지요. 인간들이 아무리 빨리 성장한다지만 50~60살 정도에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륙의 천재라고 불리는 자들은 렌을 포함해서 그의 절친한 친구들이라고 알려진 두 명의 인간들도 26살의 나이에 그랜드 마스터 중급에 이르렀다고 소문이 돌고 있으니…….”
“허어~ 굉장하군.”
“여자의 몸으로 30대에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검후라는 자도 있다고 합니다. 아마 이대로 놔두면 언젠가는 인간들의 힘이 마계를 넘볼정도로 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간 대륙 쪽에도 혹한의 대지 위쪽에 마계의 문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인간들이 마계에 쳐들어 올 수 있으니까요.”
암월공답지 않게 걱정을 하면서 말하자 리치왕이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대륙 중앙 대륙을 전부 합쳐도 마계의 1/3밖에 되지 않는 광활한 대지를 가지고 있는 마계이지만 대부분의 땅이 마기에 의해 황폐화 된 지역이 마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족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신의 축복을 받은 이곳 중간계를 동경해왔고 이곳 중간계를 가지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솔직히 난 암흑마제가 이해가 가지 않네. 현재 마계는 특수한 마계식물을 수천종이나 만들어내서 곳곳에 뿌려 마기를 먹고 자라는 식물들이 대지를 뒤덮고 있네.”
“예. 그 덕분에 마족들이나 마물들의 생존력이 크게 증가했지요.”
“이대로 가면 몇십 년 몇백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으나 언젠가는 황폐화된 대지 대부분을 마계식물들이 자라나면서 마족이나 마물이나 살기 좋은 땅으로 변하게 될 것일세. 그런데 굳이 이곳 중간계를 점령해야만 하는가? 나야 새로운 언데드들을 얻기 위해서 참여한 것이지만 다른 마왕들은 그렇지 않을텐데?”
리치왕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암월공을 바라보았다. 사실 리치왕이야 마족들을 언데드로 만드는 것도 질리고 해서 새로운 권속들을 만들어보기 위해서 중간계를 침공하자는 암흑마제의 말을 받아들인 것이다. 마룡왕 역시 리치왕과 비슷한 이유에서 그런 것이리라…… 그런데 마왕 베르그나 초열마왕 에르겐트는 어째서 참여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베르그님이야 중앙 대륙의 다른 강자들을 만나기 위해서고 에르겐트님은 베르쿠스와의 반감때문이지요. 마왕보다 강한 마족공을 수하로 부리고 있는데 그 마족공이 자신의 말에 사사건건 반대하니 그 녀석을 마계에 버려두고 중간계에서 자신의 영역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흠~ 에르겐트 쪼잔한 자식! 지보다 강한 마족공이 있으면 냉큼 마왕자리를 물려주고 떠날 것이지 마왕이라는 자리에 무슨 미련이 남아서…… 쯧쯧~.”
“하하…….”
베르노스가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실 자신만 하더라도 베르쿠스의 강한 힘에 처음엔 동경을 했다가 나중에는 질투심으로 바뀌지 않았는가…… 에르겐트는 자신의 수하인 베르쿠스가 자신보다 강한힘을 보유한 것에 대해서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내 제자도 얼른 내 경지를 뛰어넘어 내 자리를 물려받았으면 좋겠군. 나와 비슷한 경지에만 올라도 냉큼 물려주고 나는 연구에만 전념할텐데…… 에휴~ 9서클에 이제 올라섰으니 언제 내 경지에 오르려나?”
“그래도 고작 70년이라는 세월동안 9서클 마법사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에잉~ 렌이란 녀석은 26살에 그랜드 마스터 중급이라며? 음? 잠깐…… 중급……. 중급이라…….”
“무엇이 이상하십니까?”
“그게 저번에 본 그 힘은 중급이 낼 수 있는 힘이 아니었는데? 평범한 중급이 9서클 마법사 두 명과 그랜드 마스터 한명을 힘들게할 만한 무력을 뿜어낼 수 있나?”
리치왕이 그때의 힘을 다시 생각해 보더니 마냥 중급의 힘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강했다. 그렇다고 상급으로 보자니 힘의 유지력이 상급에 비해 형편없었다.
“그녀석 베르그와 싸울때는 어땟는지 다시 한번 말해봐라.”
“예? 으음…… 일단 전반적으로 베르그님이 방어를 하면서 상대의 공격을 탐색하는 듯싶었는데 싸움이 과열되자 서로 급격히 힘을 끌어올렸습니다. 렌같은 경우 순간적으로 힘이 폭발하더니 정령과 오러의 힘을 융합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얼음 번개 바람의 힘을 사용하면서 베르그님을 괴롭혔습니다. 덕분에 마지막 순간에 베르그님의 가드가 풀려버리면서 당해 버리셨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때 렌의 힘은 베르그님의 기술에 밀릴 정도로 힘이 약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스트 가드에서 보여 주었던 그 힘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