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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루이스 클리포드가 한숨을 쉬었다. 인간역사를 뒤져보아도 역대급으로 강력한 렌이 동부에 합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부에게 승산이 높지 않다는 점이 루이스로 하여금 한숨을 쉬게 만든 것이다. 거기다가 자신이 도우러 가고 싶지만 북부의 흑마법사들 때문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었다.
“세실리아에게 인사는 하고가거라.”
“그…… 글쎄요. 붙잡혀서 오늘내로 못갈 것 같은데요?”
“끄응~ 네가 몰래 빠져나가면 잔소리 듣는건 나 혼자뿐이란 말이다!”
“죄송해요.”
렌이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자 루이스가 한숨을 푹푹쉬고는 저택으로 향했다. 렌도 수련이 끝나서 찝찝한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루이스의 뒤를 따랐다. 수련으로 인해서 땀에 절은 몸을 깨끗하게 씻고는 느긋하게 점심을 먹었다. 새벽부터 아침조차 먹지 않고 수련을 시작한 렌과 루이스여서 그런지 공복감에 점심을 상당히 많이 먹었다.
“후우~ 배부르네요.”
“에드라임 황태자께서 네가 황궁에 들렸다 가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이것을 보내오셨다.”
“이건…….”
“너 갑옷 안 입잖아. 코트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질기기로 유명한 아라크네의 실과 강철을 먹고 자란다는 요정의 실 아이언 코쿤의 실로 만든 것이다. 유연성이 좋은 미스릴로 코팅까지 했으니 웬만한 미스릴 갑옷보다 더 단단하지.”
“이런거 막 받아도 되는 거예요?”
“그거입고 죽지말고 잘 막으래.”
에드라임이 전하는 말을 전부 전한 루이스가 말없이 식사를 했다. 에드라임이 렌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 것인지 단 적으로 보여 주는 예였다. 지난 시절 에드라임이 황제로 집권할 당시 렌과 멜릿 단 두 명 때문에 황후파가 아무것도 못했을만큼 렌과 멜릿은 황태자에게 엄청난 충신이자 무력의 상징이었다.
“그럼 가 볼게요.”
“세실리아한테 걸리지 않고 가거라. 후우~ 네 어미한테 잔소리 들을 생각을 하면…….”
루이스의 안색이 파래지기 시작하자 렌이 재빨리 흑풍을 챙겨들고 루이스가 식탁위에 올려놓은 코트를 입고 저택을 나섰다. 조용히 나선다고 했는데 어떻게 알았던 것일까? 어느새 저택의 정문 앞에 세실리아 눈가에 눈물을 가득 채우고는 렌을 바라보고 있었다.
“헉! 어…… 어머니?”
“렌…… 동부로 가려는 거니?”
“그…… 그게…….”
“후우~ 막을 수 없다는 거 잘 안다. 부디 몸 조심하고 무리하지말거라.”
“물론이에요. 나름대로 준비도 했고 좋은 무기와 코트도 얻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렌이 세실리아를 진정시키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워프게이트로 향했다. 그곳에는 에슈카와 제자들을 비롯한 에슈넬 후작과 멜릿 델포트 그리고 텔피온 공작등이 서 있었다.
“잘 갔다와. 북부는 우리가 잘 틀어막고 있을게.”
“예.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절대 우리가 유리하다고 해도 북부대장성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당부…….”
“걱정하지마! 타이탄과 기간틴이 올 때까지는 이곳 북부대장성에서 마도포를 기반으로 막아 내기만 할 거니까.”
“그래.”
엘빈의 말에 렌이 안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엘빈과 콜슨이 있다면 이곳 북부대장성은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랜드 마스터급 전력만 7명에 엄청난 전력이 이곳에 모여 있는만큼 엘빈과 콜슨이라면 절대 무리하지 않고 이곳을 잘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전생과는 다르게 지금까지 살아 있는 엘빈과 콜슨…… 그 당시에도 천재라고 불렸었던 엘빈과 콜슨이 이곳에서 얼마나 큰 역활을 해왔는지 이곳에서 지내면서 잘 알 수 있었다. 현재 북부대장성의 방어형 성벽과 병사들의 유기적은 방어능력은 전부 엘빈과 콜슨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스트 가드까지 한 번에 갈 수 있게 워프게이트를 연결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위이이이잉~
워프게이트의 구동음과 함께 이스트 가드로 향하는 워프게이트가 열렸다. 푸른 빛줄기와 함께 렌을 반기는 듯한 워프게이트…… 보통은 렌이 위로 올라서고 나서 구동하는 것과는 달리 워낙 먼거리이기 때문에 워프게이트를 서로 연길시켜놓고 마나의 길을 안정화 시킨다음 워프게이트를 통과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무운을…….”
워프게이트를 담당하는 마법사의 말과 함께 워프게이트에 푸른 빛이 뿜어졌다. 그리고 곧 워프게이트의 빛과 함께 렌이 마나의 길로 사라졌다. 거리가 거리인만큼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워프게이트인 이상 몇분안에 이스트 가드에 도착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이스트 가드에 곧 마나의 빛이 뿜어지면서 워프게이트를 회오리 치기 시작했다.
파앙!
“이스트 가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이스트 가드의 워프게이트를 담당하는 마법사가 환영한다는 말과 함께 렌이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쟁 준비로 바빠보이는 이스트 가드의 모습…… 수십만의 병사들이 이스트 가드의 최전선의 성벽에 마도포를 배치하고 대형 발리스타와 마법지뢰를 앞에 깔아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차피 몬스터들과 언데드들 상대로 목책은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지라 성벽 앞에는 강철로 만든 작은 방어물이 수십개나 쌓여 있었다. 그 주위로 수백개의 함정과 수천개 그 이상의 마법지뢰까지 깔려 있었다. 물론 이정도의 엄청난 양의 함정들이 단 일회성으로 소모된다는게 문제였지만…….
“환영합니다. 렌 경…… 렌 경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이스트 가드의 최고 지휘관 분들이 회의장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알겠습니다.”
“곧 세크리온스 공작님께서도 오실텐데 같이 들어가시겠습니까?”
“음~ 그러지요.”
안내를 하는 기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워프게이트 한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곧 기사가 렌의 앞으로 케이크와 홍차를 가지고 나왔다. 렌에게 극상의 예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십여분을 기다렸을까? 곧 이스트 가드의 워프게이트에 구동음이 들려오면서 마나의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파앙!
“이스트 가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세크리온스 공작님!”
“음? 아! 렌 경이 기다리고 계실 줄은 몰랐군요.”
“반갑습니다. 렌 클리포드 세이버라고 합니다.”
“하하~ 이스트 가드에 오신다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절 기다리고 계실줄은…… 영광입니다!”
세크리온스가 영광이라는 말과 함께 렌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러자 렌이 미소를 지으면서 악수를 받고는 이스트 가드의 고위간부들이 기다리고 있는 회의장을 안내하는 기사의 뒤를 뒤따랐다.
“그나저나 이거 제 생각보다 강하신 것 같은데…….”
“얼마 전에 운이 닿아서 벽을 넘었습니다.”
“헉! 그럼 상급에 들어서신 것입니까?”
렌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세크리온스가 경악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법으로 치자면 9서클 마스터에서 10서클 입문의 중간단계 또는 10서클 입문의 단계가 바로 그랜드 마스터 상급이다. 그만큼 그랜드 마스터 중급과 상급의 차이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세크리온스도 잘 알고 있었다.
“하하~ 저도 그렇지만 세크리온스 님의 활약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세크리온스님과 클리니아님이 아마도 리치왕을 묶어주셔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럴려고 온 것이긴 하지만 거의 9서클 마스터에 근접해 있는 리치왕이 아닙니까? 고작 9서클 러너와 9서클에 갓 입문 저로 리치왕을 막아낼 수 있을지…….”
“뭐 버티기만 하면 되니 큰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을겁니다. 아마 마왕 베르그와 저와의 전투로 전쟁의 향방이 많이 바뀔 가능성이 높거든요. 뭐 제가 이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디만…….”
렌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하자 세크리온스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예전에 렌이 마왕 베르그를 이긴 적이 있었다지만 그 때 이후로 마왕 베르그가 더 강해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고 또 그때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전력을 다할 것이 분명한 베르그였다. 렌으로서도 무척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 왔습니다.”
“아!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기사가 극상의 예를 취하고 물러나자 렌이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회의장 문을 열자 그곳에 이스트 가드를 지키는 최고 간부들이 전부 모여 앉아 있었다. 이스트 가드를 지키고 있던 3명의 수문장 아클로네, 데르망, 까르발유부터 가르비논 공작과 에르노아 그리고 페이클 왕국의 공작 헤이슨 카이시스 공작과 렌의 스승이었던 클리니아까지 있었다. 그리고 동부 최고의 지략가로 알려진 베이아스 후작까지 앉아 있는 동부 최고의 전력이 모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