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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피온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말로 말하자 멜릿과 델포트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들 역시 지금의 힘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고 특히 마왕 베르그나 그 밖에 그랜드 마스터 상급에 들어선 괴물들을 듣고는 더욱더 무에 대한 갈증이 심해졌던 것이다. 그에 대한 해답으로 내놓은 것이 융합이었다. 자신들 역시 정령들을 가지고 있었고 렌처럼 융합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뭐 나도 이기어검과 오러 내추럴을 융합해 볼까?”
“그게 완성된다면…… 엄청나겠군요.”
“완성되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허허~ 심검으로 가는 길이 한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 지난날의 내가 부끄러워지는군. 어쩌면 이렇게 함으로써 심검으로 가는 길이 조금은 더 가까워질지도 모르는 일일지도…….”
텔피온이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는 검을 들고는 에슈넬 후작이 사라진 쪽으로 사라졌다.
자신 역시도 이기어검과 오러 내추럴이라는 두 가지의 힘을 융합해 보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그것을 본 델포트와 멜릿도 렌이 사라진 곳으로 렌의 제자들을 데리고 갔다. 융합의 힘을 경험했으니 이제는 융합에 대해서 배우러 갈 차례인 것이다.
흑마법사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지만 그 전에 융합의 힘을 배워 두고 흑마법사들과의 전투에서 실전으로 연습을 해 본다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콰아아앙! 콰앙! 퍼어어엉!
“흐아악! 살살 좀 해요!”
“후우~후우~ 융합의 힘이라고 했지? 이 힘…….”
어느새 북부대장성 바깥으로 나가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에슈넬과 렌…… 북부대장성 안에서 싸우면 괜히 마을이나 농작물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북부대장성 바깥에 언데드로 인해서 황폐화된 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었다.
“네. 정령과 오러를 융합한 거예요.”
“흐음…… 나도 정령을 배울 수 있을까?”
“정령력의 흐름이 전혀 안 보이는데요?”
“으득! 그으래?”
“하…… 하하…….”
에슈넬이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렌에게 물었지만 바로 나온는 부정적인 답변에 이를 갈았다. 이미 그랜드 마스터 중급이라는 거대한 벽에 막힌 에슈넬로서는 벽을 뚫을 만한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흠~ 방금 대련을 해 보면서 느낀 건데 에슈넬 누님은 너무 검화에만 집착하는 것 같은데요?”
“검화에 집착을…… 한다고?”
“네. 음…… 텔피온 공작님한테도 그것을 느끼긴 했는데…… 이기어검이나 검화나 뛰어난 기술은 맞는데 굳이 그 기술에 집착할 필요가 있어요? 저야 융합이라는 힘을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벽을 넘었는데 누님은 아마 한 가지에 너무 집착해서 그런지 중급이라는 벽에 막혀 버린 것 같네요.”
“한 가지에 집착한다라…….”
에슈넬이 렌의 말에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에슈넬의 모습을 보던 렌이 어느새 자신들을 구경하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북부대장성의 병사들이야 그랜드 마스터의 힘을 매번 전쟁을 할 때마다 보았을 테니 별로 신기할 것은 없겠지만 아마도 렌의 융합이라는 힘에 대해서 상당히 궁금해서 보는 것이 분명했다.
“이거…… 좀 심했나?”
-그래. 주인이 무식하게 주변을 폐허로 만들어 버렸네.
“야! 폐허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원래부터 언데드들 때문에 반쯤 폐허가 된 곳인데…….”
-주인님 때문에 더 심해진 건 확실해요.
렌이 라이아넬의 말에 아니라고 반박을 하자 실피온이 인정하라는 듯 렌을 보면서 말했다.
그류페인의 아무 말 없이 렌을 바라보다가 주변을 쓱 둘러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렌이 주변을 둘러보자 자신이 조금 심했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땅이 여기저기 그을리고 얼음덩어리들이 널려 있었다. 그리고 강력한 무언가에 여기저기가 패여 있는 것이 마치 마법 폭탄 수천 개를 여기저기에 터뜨린 것처럼 땅이 패여 있었다.
“흠흠…… 뭐 어쨌든 에슈넬 누님도 뭔가 촉이 온 것 같기도 하고…… 좋은 게 좋은 거잖아?”
-뭐 그렇긴 하지요.
“그나저나 웬만하면 전투 때까지 사용하지 않으려던 검인데…….”
-벌써 불안정해졌네요?
-쯧쯧~ 그러니 조심했어야지.
어느새 연금술사에게 받은 검이 금이 갈 것처럼 변하자 렌이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증폭시키는 점은 훌륭하지만 강도자체가 융합력을 견디지 못하니 반쪽짜리 검이나 다름없었다.
-증폭은 훌륭한데 강도가…… 쓰레기 수준이네.
“그래도 웬만한 합금보다는 잘 견뎠어.”
-쩝~ 흑풍 완성될 때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어쩔거야?
라이아넬이 렌의 검을 보면서 말하자 렌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려 2만 골드짜리 검인데 잘못했다가는 2만 골드짜리 검을 기술한방에 날려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앞으로는 이렇게 거창하게 가르칠 계획은 없어. 델포트나 멜릿이야 원리만 가르쳐 준다면 알아서 잘할 거고 한동안은 렌이나 샤먼술을 연구해야 하니까…….”
-주인님 기술이나 연구하는 게 어때?
“흠흠…… 샤먼술과 렌을 연구하다 보면 내 기술도 한층 더 강해지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
라이아넬이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하자 렌이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찌됐든 강력하기로는 흠잡을 데 없는 융합을 하루빨리 완성해야 렌도 마왕 베르그와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정령들이나 렌의 생각으로는 마왕 베르그를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수단을 완성하지 않으면 이번 싸움은 힘들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근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할 거야? 베르그와의 싸움에 대비해야지…… 주인 목숨이 위험해.
“일단 샤먼과 렌에 대해서 연구 좀 하고 나도 수련에 들어가야지.”
라이아넬이 인상을 찡그리면서 말하자 렌이 쓴웃음을 짓고는 대답했다.
자신으로서도 마왕 베르그와의 싸움을 확실히 이기려면 열풍검 같은 융합의 힘에 좀 더 익숙해지고 기술을 보완해야만 했다. 그러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기도 했다. 특히 북부와 남부 동부로 나눠져 있는 힘을 조금이라도 동부에 더 돌리기 위해서는 북부와 남부의 일을 해결해야 하기도 했다.
북부의 흑마법사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향이지만 적어도 북부의 흑마법사들을 완벽하게 봉쇄해야만 자신이 마음 놓고 동부에만 전념할 수 있기도 했다.
무엇을 하던 렌으로서는 융합의 힘을 좀 더 완벽하게 가다듬어야만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기도 했다.
*제77장: 루이스 클리포드의 각성
렌의 융합의 힘을 직접 겪어 보거나 가까이서 지켜본 에슈넬 후작과 텔피온 공작이 본격적으로 자신들도 벽을 깨기 위해서 수련에 들어갔다. 자신들의 힘으로 북부의 흑마법사들을 막아 내야만 했다. 이미 9서클 흑마법사가 4명으로 늘어나 버린 북부의 흑마법사들을 막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더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9서클 마법사 같은 경우에는 경지가 높아져도 그랜드 마스터처럼 모든 것을 압도하는 힘이 아니라는 것이다. 천천히 자신의 힘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에 대한 마법적인 지식을 쌓아야만 강해지는 경지라는 점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9서클 흑마법사 역시 벽을 깨부수고 경지에 다다른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만 4명이었고 더불어 뮤턴트와 벤시 퀸이라는 강력한 존재들도 함께 쳐들어올 것이다. 아마 9서클 흑마법사들의 힘을 빌어서 한 번에 이곳을 뚫어버리기 위해서 8서클 마법사들까지 대거 몰려올 것을 생각해야만 했다.
“후우~ 큰일이군.”
텔피온 공작이 다음번에 쳐들어 올 흑마법사들을 생각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야 목숨을 걸고 막다 보니까 매일같이 간신히 막아 내는 행운이 따랐지만 다음번에 올 강력한 흑마법사들을 어찌 막아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이미 북부 흑마법사들의 전력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설명한 공문을 수도로 보내 놓았다. 대륙 전체가 어려운 상황……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남부에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두 명의 다크 엘프들에 의해서 남부의 흑마법사들을 묶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 때문에 텔피온 자신과 에슈넬 후작이 북부로 올라와서 북부의 흑마법사들을 막아 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밀리고 있어서 불안하기만 할 뿐이었다.
“텔피온 공작님.”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