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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의 판단은 굉장히 옳은 판단이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지 렌의 곁에서 쉽사리 떨어지기 힘들었다. 예전에 헤어질 때에는 곧 다시 만나기 때문에 아쉬움이 덜었지만 지금은 언제 만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서 더 아쉬운 것 같았다.
-서쪽으로 가는건가?-
"그래."
-위험할텐데?-
"뭐 그래서 이곳을 가로질러서 흑 마법사들의 감시망이 적은 곳으로 이동하려고."
샤벨타이거의 왕이 흑 마법사들의 감시를 뚫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말하자 렌이 괜찮다는 듯 말했다. 예전처럼 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여차하면 도망가는 것쯤은 할 수 있었다. 정면을 뚫기는 힘들겠지만 자이언트 산맥 외곽으로 돌아나가는 것쯤은 렌으로써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크릉~ 알겠다.-
"좀 빨리 이동해야 될 것 같아서 아쉽지만 이만 헤어져야겠네."
-동맹은 책임지고 성사하지.-
"그래. 뭐 뒤에 지원오는 마족들도 잘 좀 부탁할게."
렌의 부탁에 샤벨타이거의 왕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천호와 백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재빨이 포스를 이용해서 그곳에서 사라졌다. 다행히 샤벨타이거의 영역이 자이언트 산맥의 서쪽부근의 끝자락에까지 닿아있어서 렌으로써는 감시망을 걱정하지 않고 재빠르게 움직이기만 하면 되었다. 물론 자이언트 산맥에 들어선 순간부터 흑마법사들을 걱정해야하는 처지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그때까지는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렌도 마음먹고 재빠르게 움직이자 어느새 샤벨타이거의 왕의 강대한 기세가 희미하게 느껴지는 곳까지 움직였다. 일단 자이언트 산맥에 들어서면 쉬지 못할 걸 생각해서 쉬엄쉬엄 움직일 생각이었지만 이왕 빠르게 움직인거 흑 마법사들이 자신이 리베르티에서 사라진 것을 눈치채기 전에 재빠르게 움직이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후우~"
-쉬엄쉬엄 가세요. 자이언트 산맥에 도달하기도 전에 지치시겠어요.-
"그럴까? 뭐 그래도 빠르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좋은거니까...일단 인간대륙으로 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잖아."
-뭐 그렇긴 하지만요.-
렌의 말에 실피온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르핀이 전해준 물건들도 존재했고 무엇보다 현재 흑 마법사들이 어떤식으로 움직일지 몰랐으니 북쪽이나 남쪽 한군데만이라도 자신이 가서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렇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서쪽대륙에 도달해서 자신이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자이언트 산맥...넘기 쉽지는 않을텐데요?-
"뭐 이미 흑 마법사들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곳이 되었으니까 당연하겠지?"
-당연하죠.-
실피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렌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자이언트 산맥을 넘어가는 동안 흑 마법사들의 감시망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들킬 것이 분명했고 그 순간 텔레포트를 타고 9써클 흑 마법사들이 넘어올 것이 분명했다.
"지금의 내 실력이라면 그들에게서 도망치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정령검술을 어느정도 완성시켜놨으면 모를까 불완전한 상태에서는 힘들거에요.-
실피온이 객관적으로 분석하면서 말하자 렌이 약간 침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신 역시도 아직 정령검술이 미완성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왕 베르그와의 싸움에서 이긴 것은 정말 순전히 운이 따라주어서 이긴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렌도 정령검술을 하루라도 빨리 완성시키고 싶었다.
"융합...솔직히 힘들잖아.누구도 해본 적이 없으니 도움을 바랄 수도 없는 입장이고..."
-그렇기 때문에 강한거지요. 상대가 겪어본 적없는 검술을 사용하니 렌을 상대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훨씬 난감할거에요. 그것이 인간이든 마족이든지요.-
"그렇겠지."
실피온의 말에 렌도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치 벽에 막힌 듯 정령검술이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았으니 문제였다. 마타르 검법 오의인 아수라 열풍참만 하더라도 한번쓰고나면 힘이 바닥나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포스와 오러의 융합을 통해서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 후에가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족전용검술로만 한정시켜놓은 것이다.
세라핌들을 학살하기 위한 검술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것이 전부라는 것이지만...
"일단 자이언트 산맥까지 가보자. 그곳 근처에서 쉬었다가 가면 되니까."
-휴우~ 나중에 그곳에서 쉬다가 흑 마법사에게 걸려도 전 몰라요.-
실피온이 약간 토라진 귀여운 얼굴로 말하자 렌이 피식 웃음짓고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랜드 포스 마스터에 이른 자의 움직임답게 누구보다 은밀하고 빠르게 숲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제 65장: 자이언트 산맥을 넘어라.
렌이 자이언트 산맥을 이동한지 하루가 지났다. 자이언트 산맥이 멀기는 먼지 렌의 빠른 움직임으로도 거대한 산맥이 보이기만 할 뿐 자이언트 산맥 근처에 도달했다는 느낌은 오지 않았다. 과거에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와서 그런 것일까? 자유도시 리베르티가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막상 급하게 움직이다보니 생각보다 자이언트 산맥이 멀었다.
"후우~ 머네?"
-그러게요.-
렌이 약간 지친 표정으로 나무에 기대어 앉아서 말했다. 라이아넬과 그류페인은 이동하는거 지겹다고 정령계로 돌아갔다. 정령왕 급이 되면서 라이아넬이나 그류페인 둘 다 정령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젊은 정령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정령왕급으로 성장했으니 당연하기도 했다.
보통 라이아넬이나 그류페인 정도의 정령들이라면 나이로 볼때 대충 중급 정령에서 상급정령 사이에 있어야 정상이었다. 좀 떨어지는 정령들은 하급정령에 남아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벌써 정령왕급으로 성장해서 차기 정령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니 말 다한 것이다.
실피온은 바람의 정령이라서 그런지 대륙에 가장 많고 또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4대정령 답게 정령왕급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령왕 후보로 거론되기는 이른 것 같다고 평가받고 있었다.
나이 때문이 가장 컸는데 그 이유가 바로 경험이다. 정령왕들 대다수가 오천년에서 만년에 가까운 삶을 사는 자들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피온은 불가하다는 것이다.정령왕 후보로 거론되는 자들은 실피온과 한 정령을 제외하고는 전부 최상급 정령들인데 정령왕이야 소멸되는 기존 정령왕의 힘을 전이해주기 때문에 힘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실피온은 애초에 렌의 종속정령. 다른 정령들이 뭐라하든 크게 신경쓰지도 않았고 렌의 안위만을 신경썼다. 실피온에게 정령왕이란 불편하기만 한 것이다. 물론 그것은 라이아넬과 그류페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 다 최하급 정령일때 많은 상처를 받았었기 때문에 지금 자신들에게 가지는 관심은 불편한 것에 불과했다.
" 일단 여기서 좀 쉬었다 가자."
- 흑 마법사들이 언제 올지 모르는데요?-
"에이~ 여기도 샤벨타이거 영역인데 함부로 들어오겠어?“
-샤벨타이거 왕이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닌데 흑 마법사 못 올건 또 뭐에요?-
실피온의 말에 침묵하는 렌. 실피온이 하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기에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하루종일 달려서 지친 렌인지라 휴식도 필요했고 또 마나를 채워넣어야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실피온을 소환해두고 자신은 명상에 들어갔다. 포스와 오러 그리고 정령력을 채워야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 몇배는 많은 마나가 필요해서 그런지 렌의 명상시간은 다른 그랜드 마스터들보다 좀 더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