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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실피온 너 샤벨타이거랑 말할 수 있어?"
-으음~~대충은요? 왜요? 통역해드려요?-
"어."
렌이 샤벨타이거의 왕으로 보이는 녀석에게 걸어갔다. 샤벨타이거의 왕이 그랜드 마스터급이라고는 하지만 렌 역시 꿀릴 것 없었다. 3마리 전부가 달려들면 렌도 힘들지만 한 놈 한 놈씩 덤벼든다면 못이길 것도 없었다.
물론 몬스터랜드라고 불리는 중앙대륙에 처음왔을 때라면 샤벨타이거 왕 한마리도 이기기 힘들었겠지만 지금이라면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뭣하면 3마리와 싸우다가 도망칠 수도 있을만큼 강해졌으니까 말이다.
-크릉~ 인간? -
"어? 통역되네?"
렌이 실피온을 돌아보면서 말하자 실피온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실피온이 바람의 정령이라서 그런 것인지 공기를 통해서 전해지는 말 울림을 변형해서 렌에게 알아듣게 만들어주는 것 하나는 기가막혔다. 중앙대륙은 공용어를 써서 별로 그런일은 없었지만 예전에는 그 지역사투리라도 나오면 항상 실피온을 불러서 해결하고는 했다.
그것이 동물의 언어라고 해서 못할 것도 없었다. 정령이라서 그런지 나보다 훨씬 언어를 습득하는게 빨랐고 동물의 언어는 정령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상식이라나? 어쨋든 그런관계로 지금 이렇게 동물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게 바꿔주고 있었다.
-정령왕이라니...강하군.-
"고맙다. 그런데 샤벨타이거는 원래 혼자다니지 않나?"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검은 인간들에게 샤벨타이거 많이 사냥당하고 난 후에 생각을 바꿨다.-
"흑 마법사라고 한다. 아마도 샤벨타이거들을 실험에 쓰기 위해서 사냥한 것 같은데...뭐 나도 흑 마법사들은 별로 안 좋아해."
-크르릉!! 검은 인간들은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종족들도 많이 사냥한다.-
"알고 있어. 그래서 다른 인간들도 흑 마법사들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렌이 침착하게 샤벨타이거 왕의 말을 받아쳤다. 그러자 샤벨타이거 왕이 그동안 당했던 샤벨타이거들 탓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다스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렌을 바라보았다.
-천호? 백호? 이들의 이름인 것 같은데... 그동안 인간이 지켜준건가?-
"음... 뭐 돌봐주기 보다는 같이 여행다녔다고 해야하나?"
샤벨타이거 왕의 말에 돌봐줬다고 하기에는 뭣해서 같이 여행다녔다고 말했다. 사실 렌이 봉인이 풀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렌은 익스퍼트급 힘도 겨우 힘들게 뿜어내는 경지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에는 샤벨타이거들과 같이 있는게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몰랐다. 생각해보면 샤벨타이거들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같이 다니면서 샤벨타이거들도 렌의 목숨을 여러차례 살려주고는 했다.
-크르르~ 알겠다. 근데 여기는 천호,백호?들을 찾으러 온건가?-
"음~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여기 잘 있는거 보니까 딱히 그러고 싶지는 않네. "
- 우리랑 같이 안갈건가요?-
" 헉!! 배...백호?"
갑자기 들려오는 말 소리에 화들짝 놀란 렌이 백호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러자 백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을 표했다. 원래는 목표물 하나에만 통역기능을 가진 실피온인데 정령왕급이 되면서 통역기능도 범위계열로 바뀌어버린 것 같다. 미리 말을 안해준 실피온을 살짝 노려보자 실피온이 다른 곳을 보면서 렌의 시선을 피했다.
"백호는 여기 있는거 별로 안좋아?"
-편하고 좋죠.-
"그...그래. 그동안 미안했다...하하...하하하!!"
-그래도 같이 가고 싶어요.-
"음?"
백호가 렌을 바라보면서 같이가고 싶다고 말하자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실 백호입장에서도 샤벨타이거들과 같이 있는 편이 훨씬 편하고 좋을거라고 생각했다. 백호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성장할 것이 분명했고 그러면 샤벨타이거들 내에도 입지가 커질 것이 분명했다.
-여행하는게 재밌어요.-
"흠~ 천호생각은?"
-글쎄요... 그동안 여행하면서 느껴본건데 흑 마법사들과 싸움에서 제가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조금 고민이 되네요.-
천호는 어미답게 진지하게 렌을 보면서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 천호가 강하기는 하지만 슈페리얼급을 넘나드는 실력으로는 흑 마법사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는 힘들 수도 있었다.
아마도 천호 역시 그동안 그것을 절실히 느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이렇듯 고민하고 있는 것이리라...
-방해되고 싶지않아요.-
"방해라니!! 그동안 천호가 내 목숨을 얼마나 살려줬는데..."
-흠~ 차라리 이곳에 남는게 났겠어요."
"그...그럴래?"
천호의 말에 렌이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실 지금의 렌의 입장에서 천호는 어찌보면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호랑 같이 가고 싶은게 렌의 마음이었는데 천호가 남겠다고 하니 아쉬운 것이다.
- 이곳에 남아서 흑마법사들이랑 싸울게요. 아마 왕도 비슷한 결정을 할 것 같네요.-
"음?"
-크르...-
천호의 말에 왕이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렌의 경험으로 봤을때 저정도면 어느정도 승낙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애초에 샤벨타이거들도 흑 마법사들에게 그다지 감정이 좋지 않은 이유도 있었고 무엇보다 샤벨타이거 왕도 흑 마법사들에 대핸 원한이 있는만큼 싸우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검은인간들...흑 마법사? 그 녀석들이랑 싸우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우리만으로는 위험하다.-
샤벨타이거의 왕답게 종족을 대표하는 입장인지라 흑 마법사들과 단독으로 싸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자 렌 역시 알고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그래서 한가지 부탁을 할 생각이야."
-부탁?-
"그래. 샤벨타이거의 왕이니 이곳에 너만한 강자들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
-이 부근은 없다. 하지만 몇몇은 알고있지.-
"그렇다면 그들과 연합해.세력을 만든것처럼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연합을 해.그리고 샤벨타이거들을 통해서 흑마법사 그러니까 검은인간들에 대해 주시하고 보고 있어. 곧 서쪽의 인간들에 의해 검은인간들의 세력이 흔들릴거야. "
-그때 공격하면 되는건가?-
"아니."
단호히 부정하는 렌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렌이 피식 웃음지으면서 샤벨타이거의 왕을 바라보았다. 다른 샤벨타이거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흑마법사들은 서쪽인간들로도 충분해. 단지 그들을 지원하는 마족들을 경계하게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마족?-
"그래. 아마도 흑 마법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군이 올 것이 분명해. 싸우지말고 그냥 그들을 경계하기만 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렌의 말에 샤벨타이거의 왕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샤벨타이거의 특성상 상당히 호전적인데 전투를 하지말라고 하니까 불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왕 역시도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샤벨타이거들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불만이 있음에도 렌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공격해온다면?-
"당연히 싸워야지."
렌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자 그제서야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렌을 바라보았다. 그런 샤벨타이거의 왕을 웃으면서 바라봐주고는 다시 천호와 백호를 바라보았다.
"흠~ 어떡하지? 아무래도 백호는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크릉~ 아쉬워요.-
"어쩔 수 없지. 대신 나중에 전쟁이 끝나면 다시 이곳으로 찾아올게 그때 다시보자."
-알겠어요.-
백호가 아쉽다는 듯 렌의 손에 머리를 흔들었다. 렌도 많이 아쉬워서 그런 백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는데 아쉬운 것은 천호도 마찬가지인지 렌의 옆에서 한동안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