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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무황과의 싸움에 혹시모를 일에 대비해서 그의 유지를 대륙 곳곳에 뿌려두었고 현재의 흑 마법사들 중에 9써클에 오른 자들 중에서 그가 남긴 것들에 영향을 받지 않은 흑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륙에서 유일하게 10써클에 오른게 마법 역사 중 가장 짧은 흑마법사라는 것도 놀랍지만 그의 마법체계는 너무나도 놀라워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중앙대륙의 4대마탑이나 인간대륙의 마법기관 역시 그의 영향을 받았다.
물론 대전쟁 이후 그가 남긴 것들 대부분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남은 것들만으로 현 마법시대에 큰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종족들은 물론이고 마법사들조차도 이 사실을 몰랐다.
"이제 얼마 안남았네. 마왕 베르그가 패한 것이 좀 의외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그가 우리에게 합류한다는 것 자체를 기대하지 않았던 우리이네. 우리들이 개조한 마물들의 숫자는 충분하고 마왕 베르그가 이끄는 마족들 역시 준비가 끝나가네. "
"시작은...북쪽의 마족들이 하는 건가? "
"그럴 것이네."
데브리나의 말에 다르니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사전에 다 협의된 내용이기는 하지만 자신들도 중앙대륙에 존재하던 자들이었다. 그런데 중앙대륙은 자신들을 마족의 하수인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족과 자신들의 세력은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 협력하는 자들이었는데 중앙대륙과 인간대륙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가 언제부터 마족의 하수인이 된거지?"
"어차피 얼마 안 남았네. 인간들이야 전부 쓸어버리면 되는 것이고 중앙대륙의 다른 종족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네. 그렇게 되면 우리를 하수인으로 취급하던 녀석들도 생각이 바뀌겠지. "
" 후우~ 그래...근데 다이나스티드 데몬은 얼마나 되지? 저 빌어먹을 이스트 가드를 뚫을려면 다이나스티드 데몬이 많아야 될 것 같은데."
"그리 많지는 않네. 고작 10여기가 전부이지...그것도 시체로 공급받아서 저번처럼 마도포에 직격당하면 쓸모 없어질 것이네."
다르니안의 말에 데브리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뜩이나 모자란 전력이다. 현재 이스트 가드에 상주하고 있는 그랜드 마스터급 인원만 3명이다. 9써클 마법사 클리니아와 그랜드 렌 마스터 에르노아 그리고 현재 이스트 가드를 총 책임지는 가르비논이었다.
이들 존재만으로도 부담스러운데 대륙에서 마도포와 마법사 전력뿐만 아니라 기사전력까지 지원해가면서 이스트 가드는 가면 갈수록 강력한 요새가 되어가고 있었다.
"뚫는건 힘들 것 같네. 마왕 베르그가 있었으면 가능했겠지만 렌 그 자에 의해서 패했으니 섣불리 단독으로 움직이기는 힘드네."
"마족들이 움직이길 기다려야하나? 후우~ 답답하네..."
데브리안이 답답한 듯 한숨을 쉬어보였지만 답답한 것으로 따지자면 다르니안이 더 그랬다. 데브리안이야 아직 나이가 40대에 불과하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7살때 재능을 인정받아 흑마법사가 되어 벌써 10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오직 하나... 인간대륙에 대한 복수하나만으로 살아온 자가 다르니안이었다.
데브리안이야 다르니안과는 비교도 안되는 천재적인 재능으로 6살때 흑마법사가 되어 혼자만의 힘으로 9써클 개척한 천재 중의 천재였다.
물론 그녀조차도 현재 인간이라고 보기 힘들정도로 강력한 렌에 의해 자신들의 계획이 틀어진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후우~ 처음 공급받기로 한 마물숫자보다 형편없이 적어. 아마도 암흑마제란 자가 현재 중앙대륙의 상황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낀 탓이겠지."
"그렇겠지. 애초에 천족들이 드워프 왕국을 점령하는 것을 기점으로 모든 계획이 수립되었던 것인데 그것이 실패했으니...후우~ 천족이 드워프에게 패할 줄은 정말 예상치 못했네."
다르니안의 말에 데브리안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 역시 비록 자이언트 산맥에 쳐박혀 사는 입장이라지만 천족의 강함은 잘 알고 있었다. 마족과는 달리 천족은 단합이 잘되고 특히 세라핌의 전력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현재 중앙대륙에 머무는 전력과 본대가 합쳐진다면 세라핌 숫자만 7~80여대가 넘을 것이라고 추정하는게 마족들의 정보였다.
그정도 숫자라면 왠만한 그랜드 마스터 10여명 이상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천족의 전력은 고작 세라핌이 전력이 아니었다. 아직 중앙대륙에 보이지 않고 숨겨두고 있지만 그들의 진짜 힘은 가히 마족과 막상막하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강력했다. 과거 어째서 그토록 강력하던 마족이 천족에 막혀 중앙대륙을 점령하지 못했는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그 때 당시 중앙대륙이 서로 전쟁을 일삼지 않았다면 애초에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쨋든 지금 상황은 우리가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힘들다는게 결론이군.자~ 그럼 다 엿들었으니 이제 그만 나와주실까?"
데브리안의 말에 암월공 베르노스가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어둠 속에서 걸어나온 베르노스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데브리안을 바라보았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베르노스가 나올 곳을 정확히 보면서 말한 그녀의 모습...그 모습에 베르노스가 흥미를 느꼈다.
"놀랍군."
"고작 그랜드 마스터 초급에 불과한 불안전한 기운의 흔들림따위를 못 알아낸다면 9써클 흑 마법사가 될 일도 없었겠지."
"흠..."
베르노스가 살짝 기분상한 듯한 표정이었지만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암월공으로 살아오면서 마계 최고의 은밀한 집단인 은월을 이끄는 수장답게 흑 마법사가 얼마나 되기 어렵고 또 다른 학파의 마법사들보다 9써클에 오르기 힘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도 마계에서 그런 것이고 중앙대륙이라면 그 어려움 정도가 3배이상 올라갈 것이었다.
그런 벽을 뚫고 거기다가 9써클 익스퍼트에 올랐으니 데브리안의 말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그래~ 다 들었으면 해명 좀 해주시겠는가?"
"으음... 사실 신의 간섭이 있는 것 같더군. 중앙대륙 전체에 자신의 신성력을 퍼뜨려놔서 마계식물이 자라지를 못하고 있네. 본래 벌써 대륙 북부를 침식하고 전쟁을 시작해야했지만 마계식물 덕분에 시간이 끌려서 이제 시작할 것 같더군."
"침식은?"
"거의...후우~ 시간이 굉장히 오래걸리고 또 마계식물이 신성력에 영향을 받아 마계화도 반쪽짜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더군."
암월공의 말에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 다르니안과 데브리안이 표정을 굳혔다. 왜 마물들의 공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본래 계획은 중앙대륙 북부를 마계식물로 침식시켜 마계화시키고 그 곳을 바탕으로 조금씩 조금씩 세력을 넓혀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인간들의 전력은 어떠한가?"
"강하지...후우~ 솔직히 자유도시 리베르티를 공격하기보다는 저 이스트 가드를 먼저 침공했으면 어땟을지..."
데브리안이 한숨을 쉬면서 말하자 암월공 역시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적인 이야기지만 리베르티의 침공이 실패로 돌아가고 더불어서 자신의 마왕까지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잠들어 있었다. 인간같지도 않은 렌이라는 놈 하나 때문에 자신들의 일이 틀어진 것이다. 만약 이스트가드를 타격했다면 지금쯤 인간대륙은 엄청난 혼란에 빠져있을 것이 분명했다.
"큰일이군. 암흑마제가 인간대륙의 혼란을 주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라고 했는데 마왕께서 저렇게 되셨으니..."
"쩝. 그래도 암월공 당신이라도 멀쩡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데브리안의 말에 쓴 웃음을 짓는 암월공이었다. 마계에 있는 4대 공작 중 자신의 마왕에게 충성심이 높기로 유명한 암월공이었다. 충성심으로는 암흑마제를 따르는 암흑공 바알과도 비견될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암월공은 다른 마왕들에게 존칭을 쓰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파멸뇌제 베르그에 대한 무한한 충성심.하지만 그런 베르그가 렌이라는 인간과의 싸움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물론 베르그가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몰랐지만 결론은 렌이라는 인간에게 졌다. 그것 하나만으로 베르그가 이끄는 마왕군의 사기는 현재 바닥을 치고 있었다.
"마계의 군대가 이동하는 순간 우리는 바로 이스트 가드로 공격해야 한다."
"그건 안 된다."
"어째서?"
다르니안의 말에 암월공 베르노스가 반박하자 데브리안이 약간 싸늘한 눈빛으로 베르노스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러자 베르노스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렌을 막아야 한다."
"그 역시 마왕 베르그에게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래...그건 확실하지. 마지막 순간 렌 적지않은 내상을 입었다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까."
암월공이 그때의 일을 회상하면서 말하자 다르니안과 데브리안이 이해할 수 없단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신들 역시 8써클 마스터들에게 이야기를 듣기로는 마왕 베르그와 렌이 마지막 순간 강력한 기술을 써서 서로 치명상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고 전해왔다.
"내가 나의 마왕 베르그께서 패했다고 말한 이유가 뭔지 아는가?"
"혹시?"
"아니다. 렌 역시 치명상을 입기는 했다. 하지만..."
데브리안이 혹시?라는 표정으로 베르노스를 바라보았지만 단호하게 아니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마왕 베르그가 패하기는 했지만 렌이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베르그와는 달리 렌은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 좋았다.
"현재 리베르티가 어떻게 변했는지 아는가?"
"그...글쎄?"
데브리안이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다르니안은 대충 눈치챈 듯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최근에는 이스트 가드에만 신경을 쏟아부어서 자세한 정보는 모르지만 정기적으로 중앙대륙에 대한 소식을 흑 마법사들에게 전해듣는 다르니안인지라 대충 눈치챈 것이다.
"세계수의 가지..."
"고대수라고 불리지. 뭐 묘목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리베르티에는 마기가 침식할 수는 없는 안전구역이 되었지. 거기다가 렌처럼 정령을 다루는 녀석이라면 어둠의 정령이 아닌 이상 세계수의 정순한 기운 안에서 내상을 치료한다면?"
"...큰일이군."
다르니안의 표정이 급격히 안좋아지자 데브리안 역시 아까와 같은 여유있는 표정이 아닌 정말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직 렌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마왕 베르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랜드 마스터 중급을 넘어서 상급에 들어서기 직전에 있는 베르그에게 치명상을 입힐 실력이라면 굉장히 강력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 존재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면?
"시간을 좀 더 끌어줘. 난 마왕님과 함께 마계에 다녀오지. 마왕성에 가서 뇌전의 마환과 연금술로 제조한 마기를 압축시킨 흑령액을 먹고 내기를 다스린다면 한달 안으로 치명상을 수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음..."
"알았어. 뭐 별 수 없지...후우~ 그런 만약 렌이라는 자가 자이언트 산맥으로 진입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지?"
"가게 놔줘. 어쩔 수 없다... 너희들의 실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단지 그가 너무 강할 뿐이다."
자존심 강한 베르노스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데브리안과 다르니안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베르노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숨을 쉬는 데브리안을 다르니안이 토닥여주고는 회의실을 나섰다. 그러자 베르노스가 미안했는지 데브리안에게 귀띔으로 조용히 말했다.
"곧 오크제국 쪽으로 마물군단 대부분이 공격을 할거다. 그렇게 되면 마물군단에서 리치왕과 마룡왕이 이곳을 지원할 것이다. 자이언트 산맥은 오크제국과 인간제국을 공략하기에 요충지니까."
"뭐?"
데브리안이 놀란 듯한 말투로 돌아보았지만 이미 베르노스는 사라졌다. 하지만 데브리안도 9써클에 이른 마법사다. 잘못들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쯤은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그리고 지금 데브리안이 들은 말은 결코 환청따위가 아니었다.
"다르니안!!"
벌컥!!
데브리안이 환한 표정을 지으면서 문을 열고 다르니안이 간 방향으로 뛰어갔다. 물론 아무리 신체가 재구축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자이기도 하고 마법사인지라 얼마 못가 헉허되면서 마력탐지마법과 함께 텔레포트고 다르니안에 사라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