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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륙 No.3 기사다-117화 (117/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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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 해제! 그리고 드러나는 베르쿠스와 카르스의 정체

거대한 폭음……그리고 그와 동시에 엄청난 흙먼지가 퍼지면서 베르노스가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이미 신속의 움직임으로 그 자리를 피해 버린 베르노스가 당황한 표정으로 구덩이가 파인 자리를 바라보았다.

자신조차 제대로 감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정도로 빠른 움직임. 자신이 아는 한 이 정도 움직임을 내려면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그랜드 마스터?”

베르노스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곳에는 검붉은 화염이 완전하게 타오르면서 주변을 포스로 가득 메우고 있는 인간이 서 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자신이 무시하던 녀석이 갑자기 너무나도 강력해진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다.

“단장. 단장은 사이클롭스 2마리를 상대하고 계세요. 전 저 마족 녀석이랑 오랜만에 몸 좀 풀어야겠어요.”

“으음? 아……알았다.”

“크윽! 인간 따위가 감히 나 암월공을!”

베르노스가 분노에 찬 표정으로 갑작스럽게 눈앞의 인간에게 달려들었다. 전력으로 마기와 포스를 끌어올리고 자신의 최대 분신 수인 30명까지 분신을 만들어 내서 사방에서 압박해 들어갔다. 자신과 실력 차가 상당히 나는 베르쿠스조차 전력을 다해서 막아야 할 만큼 강력한 일격. 고작 이제 겨우 그랜드 마스터를 깨달아가는 애송이 따위가 막을 수 있는 일격이 아니었다. 방금 뿜어져 나온 포스로 보아서 아직 포스를 완전히 그랜드 마스터급으로 다룰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전력을 다해서 베르쿠스를 돕는 애송이 녀석들 중에서 한 명을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쾅!

“그 기술이면 아까 한번 봤지. 그랜드 마스터에게 한 번 보였던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나?”

“크윽! 너…….”

“아직 애송이인 것 같은데? 강자와의 싸움을 거의 겪어 보지 못한 듯싶군. 아니면 압도적으로 강한 상대에 대한 압박감으로 제대로 된 실력을 내지 못하는 상태라든가…… 뭐 내가 보기에는 후자 쪽인가?”

“너 따위가…….”

“잘 봐라. 지금 너와 나의 차이를…….”

인간이 믿기 힘들 정도로 완벽하게 자신의 기술을 막아 낸 것도 놀라운데 방금 것은 준비 운동이었다는 듯이 갑자기 믿기 힘든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곧 베르노스는 눈을 크게 뜨고 눈앞의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 4대 마왕 중에서 제일 강하다는 투마왕과 자신의 형인 베르쿠스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베르노스에게 악몽과도 같은 절망을 안겨다주었다.

인간 놈의 곁에서 세 마리의 정령이 튀어나오면서 갑작스럽게 정령 마법을 쏟아내는데 그것들 하나하나가 자신이 막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강력한 것들이었다. 정령 마법 하나하나가 막기 버거울 정도였는데 그것뿐만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포스를 사용해서 베르노스가 넓혀 놓은 포스필드를 붕괴해 버리고 단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러 네추럴로 베르노스의 양어깨를 베어 버렸다.

슈칵!

“쿨럭! 젠장! 괴물 같은 놈!”

“괴물은 저쪽이지 내가 아닐 텐데?”

인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베르쿠스 뿐만 아니라 눈앞에 서 있는 인간도 괴물처럼 보였다.

인간의 주위에 돌고 있는 세 정령. 자신의 감각이 말하기를 분명 정령왕급이라고 확실하게 말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을 잠식하고 있는 포스. 마지막으로 두 개의 단검에서 뻗어나와 있는 오러 웨폰…… 그것은 폭풍처럼 오러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하나만 가지고도 그랜드 마스터라는 경지에 다다르기 힘들거늘…… 눈앞의 인간은 젊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3개의 이능력을 그랜드 마스터라는 한계를 초월하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크윽! 무……물러나자!”

“도망치게 놔둘 것 같나!”

전세가 역전이 된 상황에서 쉽게 놔 줄 베르쿠스가 아니었다. 곧바로 전력으로 마기를 끌어 올리고 도망치려는 베르노스를 붙잡으려 할 때 렌이 갑자기 베르쿠스의 앞을 막아 서면서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베르노스를 비롯한 마족들과 사이클롭스가 재빠르게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포스의 기감으로 그들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를 기다리던 렌이 곧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다.

“렌!”

“쿨럭!”

“이런! 내상이!”

급히 렌의 몸 상태를 확인해 본 베르쿠스가 렌의 몸 상태가 심각한 것을 깨닫고 상급 마족 이상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마족 전용 아공간을 열어서 약초와 포션을 꺼내 렌의 입에 넣어주었다.

하지만 최상급 포션과 마계와 중앙 대륙에서도 구하기 힘들다는 귀한 약초들로도 렌의 몸을 쉽사리 낫게 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피를 토하면서 억지로 포션을 먹어 가며 약초를 복용하기를 몇 번을 했을까? 마침내 약효가 듣기를 시작했는지 렌이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렌이 명상을 하기 시작하자 베르쿠스와 카르스가 번갈아가면서 렌의 앞을 지키면서 렌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워낙에 큰 내상이라서 렌의 명상이 길어졌고 결국 밤을 지새워가면서 렌의 앞을 지키던 베르쿠스와 카르스는 다음 날 정오가 되었을 때 렌의 눈이 떠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괜찮나?”

“큭! 힘을 되찾기 위해 무리한 방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좀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무슨 소리지?”

“제 이능력을 완전히 봉인시켜 버리는 마력을 방금 전투로 인한 충격파로 흩어지게 한 후에 다시 봉인진을 재구축하기 전에 이능력끼리 융합을 시켜서 그 재료로 봉인에 사용됐던 마력을 써버렸습니다. 물론 그 여파로 이 지경이지만요.”

“융……융합?”

“네. 전에 보여 드렸던 정령과 포스의 융합. 그게 되려면 마력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이번에 정령력과 포스 오러를 셋 다 마력이라는 이능력에 묶어서 융합시켜 버렸지만요. 결국 성공하기는 했습니다만……보다시피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네요.”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렌의 얼굴은 아까와는 다르게 무척 밝아져 있었다. 비록 큰 내상을 입긴 했지만 분명 자신의 힘을 되찾은 상태이다. 거기다가 큰 벽에 가로막혀서 항상 최상급 정령과 최상급 포스 마스터에 머물러져 있었던 자신의 다른 이능력들도 드디어 그랜드 마스터의 대열에 올라섰다. 그 비밀은 바로 융합이었고 자신이 그토록 연구하던 융합도 큰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이런 엄청난 것들을 얻었는데 그깟 내상 따위야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스리면 되는 일이었다. 일단 그랜드 마스터의 힘을 되찾았으니 몸을 회복하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릴 일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후우, 그나마 최상급 포션과 마혈초 그리고 마그마 플라워가 효과를 발휘했나 보군.”

“아, 제가 정신이 오락가락할 때 넣어 주셨던 게 그것이었어요? 고맙습니다.”

“네 덕분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 정도 약초쯤은 당연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베르쿠스의 말에 미소를 짓는 렌.

하지만 렌도 잘 알고 있었다. 방금 베르쿠스가 말한 약초들…… 최상급 포션만 해도 상당한 것이지만 그것쯤은 렌이 마음만 먹으면 구하지 못할 것도 아니지만 마혈초라는 것과 마그마 플라워라는 것은 정말 구하기 힘든 것이다. 돈이 있다고 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 렌이기에 베르쿠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베르쿠스가 먹인 약초…… 마그마 플라워 같은 경우에는 뜨거운 양기로 몸에 있는 모든 독소를 태워 버리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또 하나의 효능은 바로 내상이다.

출혈이 일어나는 내상을 강력한 양기로 지져 버려서 피를 멎게 하고 또 이능력을 잘만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내상을 다스림과 동시에 내공 증진에도 큰 도움을 줄 정도로 엄청난 효과다.

거기다가 마혈초…… 마계에 있는 마기를 가득 머금은 마물 수천 마리가 죽은 자리에서 자라나는 약초로 약초하나가 담고 있는 마기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마족에게 가장 큰 효과를 보이지만 그랜드 마스터급이 되면 굳이 마기와 일반 마나와의 차이가 마스터급 이하처럼 크지 않기에 마찬가지로 엄청난 효능을 보일 수 있었다.

“하아, 그나저나 꼬맹이로 생각했던 녀석이 실은 엄청난 실력의 보유자라니. 놀랍네.”

“왜 부러워요?”

“그래! 부럽다. 누구는 수십 년간 그랜드 마스터의 벽을 못 뚫어서 고민 중인데.”

“히히, 그래 봤자 저도 내상을 입어서 한동안은 이능력을 쓰지도 못하는 상황인데요, 뭘.”

렌이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그랜드 마스터와 마스터 최상급의 벽이 얼마나 큰 것인지는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전생에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죽기직전에야 간신히 벽에 금이라도 가게 했던 자신이 아니었던가…… 비록 자신이 이번 생에는 이십대에 그랜드 마스터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정령술과 포스도 방금과 같은 전투와 9서클 마법사와 드래곤 하트라는 엄청난 마력덩어리들의 융합이라는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못 올라갔을만한 엄청난 경지가 바로 그랜드 마스터였다.

어떤 사람은 평생을 수련해도 마스터 최상급에 머무는 자들이 있을 만큼 그랜드 마스터라는 경지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넘어서기 힘든 경지라고들 말한다.

“휴우.”

“제가 봤을 때는 카르스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데요? 단장님과 대련 좀 하고 방금과 같은 전투 장면을 통해서 가상수련 좀 하면서 자신을 관조해 보면 가능성이 있어요.”

“정말?”

렌의 말에 정말이냐는 듯이 물어보는 카르스를 보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카르스가 렌을 향해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렌이 그러지 말라고 카르스를 일으켜 세우고는 미소를 지으면서 카르스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 모습에 베르쿠스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렌을 바라보았다.

“근데 굳이 자신을 관조해야 하는 것인가?”

“예?”

“그냥 강자와 미친 듯이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경지인 것 같은데…… 난 마스터 최상급 때부터 발록들과 수많은 마물의 왕들과 싸우고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서 다른 마계 왕국의 마왕들과도 싸웠다. 그 결과 지금의 경지에 이르렀지.”

“그……그렇군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굳이 생사를 넘나드는 결투보다 자신을 관조하고 그랜드 마스터와의 대련과 그랜드 마스터의 조언들을 생각하면서 수련을 쌓는 것이 더 좋아 보여요. 이미 카르스는 벽을 넘기 직전 같아 보이거든요.”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군. 그저 강자와 싸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달음이 이어지고 곧바로 그 깨달음이 전투력으로 이어져서…….”

마치 전투만 하면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는 베르쿠스의 말에 질렸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카르스와 렌이었다. 그리고 렌과 카르스는 동시에 베르쿠스를 보면서 아까 왜 베르노스가 베르쿠스를 증오했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것도 같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흠, 그럼 이참에 자신의 소개나 하도록 해요. 아직 다들 자신의 진짜 신분은 밝히지 않았잖아요?”

“그런가?”

“네. 음, 저부터 밝힐까요? 일단 저는 마일드 제국 소속으로 후작위에 있고 음, 그다음에는 딱히 신분이라고 할 것은 없네요. 뭐 이능력으로는 포스와 정령 오러를 사용할 수 있고 셋 다 그랜드 마스터급이네요. 정령은 번개, 바람, 얼음 속성이에요. 속성이 좀 독특하기는 하죠?”

“후작? 그 실력에 후작이라는 말인가? 이해할 수 없군.”

베르쿠스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떤 국가이든 그랜드 마스터급 정도 되면 공작이 아니라 대공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희귀했다. 그런데 고작 후작이라니……베르쿠스로서는 렌의 사정을 모르는 관계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음, 뭐 이번엔 내가 할 차례인가? 뭐 렌에 비하면 별거 없지만 난 수인족 왕국의 7번째 왕자야. 능력은 렌과 포스이고 둘 다 마스터 최상급이지. 수인족 왕국 특성상 강자면 우대받기는 하지만 난 라이칸 슬로프와 호족의 혼혈이기도 하고 어머니가 신분이 낮아서 날 죽이려는 수인족들을 피해 다니는 중이야. 뭐 아직 대륙에는 비밀이기는 하지만 1왕자 쪽과 3왕자를 지지하는 공작 두 명이 그랜드 마스터급에 올라서 아버지를 압박하는 중이라서 내 살길 찾아서 도망쳤어.”

카르스의 말에 베르쿠스와 렌이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그것에 카르스에게 실례가 되는 것인 줄 깨닫고 곧바로 정색을 했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다가 긴 침묵을 깨고 베르쿠스도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난 마계를 나누는 4개의 왕국 중 하나인 초열마제의 직속 휘하 극염공작 베르쿠스다. 음, 뭐 사실 초열마왕이라고 부르지만 우리 왕국에서는 제국의 황제처럼 떠받느라 초열마제 에르겐트라고 불리지. 뭐 사실 에르겐트를 이기려면 못이길 것도 없지만 그러면 마계가 상당히 시끄러워질 것 같아 지금은 이렇게 도피 중이다.”

“다들 신분 한번 굉장하군요.”

베르쿠스나 카르스나 다들 엄청난 신분에 렌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사실 신분이라고 하면 렌도 그다지 꿇릴 것도 없었고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제국 공작이 아니라 황녀랑 결혼해서 대공까지 노려볼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 우리 실력에 신분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

“에이, 그래도 신분이 좀……중요하죠. 단장이나 카르스나 조금만 노력하면 왕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요? 카르스야 이제 그랜드 마스터도 얼마 안 남았으니 그랜드 마스터만 올라가면 왕이 되는 건 어렵지 않을 거고 베르쿠스야 마음만 먹으면 마왕 되는 거 일도 아니잖아요.”

렌의 말에 베르쿠스와 카르스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그런가?'라는 표정으로 자신이 그렇게 대단했는지 새삼 다시 느껴 보게 되었다. 그런데 말을 듣다보니 마치 자신들만 대단한 것처럼 말하는 렌을 보면서 인상을 찡그리고 말하는 베르쿠스와 카르스.

“그러는 렌도 굉장하잖아.”

“네 실력이면 이 정도 신분 따위는 금방 만들 수 있을 거다.”

“에이, 그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아요.”

렌이 겸손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베르쿠스와 카르스였다. 비록 부상이기는 하지만 중앙 대륙에서도 렌이 완벽하게 회복만 한다면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사실 렌이 이번에 융합을 하면서 오러도 한층 발전되어서 그랜드 마스터 중급까지 올라갔다. 정령력과 포스가 그랜드 마스터에 갓 입문한 상태라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차차 안정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렌은 그랜드 마스터 상급이라도 안심할 수 있는 전투력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서로 정체를 밝히고 나자 아직까지 묘한 눈초리로 렌을 바라보는 베르쿠스와 카르스를 보면서 렌이 입을 열었다.

“후우, 일단 서로의 정체도 파악했으니 급한 불부터 꺼야겠죠? 제 몸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일단 드워프 왕국 쪽으로 움직이죠.”

“아직 무리다. 그 내상을 입고 하루 만에 움직일 수 있을 리가…….”

“헤헤, 천호를 잊은 것은 아니죠? 전 천호를 타고 가면 돼요.”

“으음…….”

렌의 말에 어느새 천호가 다가왔는지 렌이 천호에 몸을 기대면서 말하자 베르쿠스가 침음성을 터뜨렸다.

하지만 아무리 천호를 타고 간다고 하더라도 경사가 급한 산을 타고 가는 것은 무리였다.

“그럼 산을 타고 가는 것은 그만두고 평범한 길로 가는 것이 좋겠군.”

“그건 위험해요. 우리가 가는 길목에 마족이 있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드워프 왕국이 천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거든요.”

“마족이 나타났는데 어째서 천족이 관련 있다는 거야?”

카르스가 이해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하자 렌이 마치 카르스의 멍청한 머리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었다.

“간단해요. 천족과 마족이 중앙 대륙을 놓고 계약을 맺었다면? 즉 중앙 대륙을 양분할 때까지 한시적 동맹을 맺었다면? 그리고 그 희생양은 당연히 오크 제국와 드워프 왕국이 되겠죠?”

“그게 무슨…….”

“그게 말이 되냐?”

“왜 안 된다고 생각하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서쪽대륙에서 신성력을 사용하는 자들은 천족이 신의 신성력을 인간들에 나누어 준다기보다는 성녀가 나타나고 역대급으로 강력한 신성력을 뿌리는 교황과 사도들을 볼 때 신이 직접 신성력을 하사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신 또한 천족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

“신조차도 천족이 강제적으로 중앙 대륙에 자신에 대한 믿음을 전파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렌의 말에 굳은 표정을 짓는 카르스와 베르쿠스였다. 마족인 자신은 마신을 믿고 있음에도 마신이 대륙이 만들어진 초창기에 대륙을 점령하라고 했던 명령을 아직도 수행하려고 하는 마족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현재 마신도 그러한 마음일까?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베르쿠스였다.

“어쨌든 마족과 천족 어디든지 저희를 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위험한 길보다는 빙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바로 드워프 왕국으로 가기보다는…… 음, 엘프 왕국을 거쳐서 들어가는 것은 어때요?”

“엘프 왕국?”

“네. 지도에서 보니까 드워프 왕국 옆에 엘프 왕국이 있는 것 같던데…… 아니면 산맥타고 고블린 왕국을 통해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렌의 말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카르스와 베르쿠스. 그리고 곧 그들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는지 렌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엘프 왕국이나 고블린 왕국 쪽으로 방향을 잡죠.”

“그러지. 어차피 고블린 왕국이나 엘프 왕국이나 산과 숲을 끼고 있으니 같은 방향으로 가만 되네.”

“그럼 숲 속의 길은 내가 안내하도록 할게. 이래 봬도 숲 길은 내가 잘 알고 있다구.”

카르스의 말에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렌과 베르쿠스는 곧 카르스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렌은 천호의 등에 앉

아서 안전하게 움직였다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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