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대륙 No.3 기사다-116화 (11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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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

상업도시 커머션트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미친 듯이 움직일 때 상업도시에서 엄청난 소동을 일으키고 경비병을 뚫고 무사히 상업도시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그 일로 아마도 분명 베르쿠스 일행은 중앙 대륙에 있는 자유연합에서 현상금이 걸릴 위험이 높았다. 즉 어느 도시를 가든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됐다는 것이다.

“후우, 큰일이군.”

“무슨 문제 있으세요?”

“아마도 나 때문에 현상금이 걸릴 것 같네.”

어느새 커머션트에서 상당히 떨어진 숲 속에서 베르쿠스가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했다. 사실 베르쿠스는 처음부터 저 상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번에 상행을 할 때 정체 모를 나무박스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드워프 왕국에서 극비리에 진행된 전투용 타이탄이라는 것이다.

현재 중앙 대륙에는 거대병기라고 불리는 기간틴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철갑거인이라고 표현해야 될 것 같다. 어쨌든 그런 엄청난 존재가 자유연합에 의해 전쟁이 종식되고 농업과 건축업등 다양한 곳에 이용되면서 현재 기간틴이라고 하면 굳이 전투용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하게 되었다.

즉 철갑거인처럼 커다란 녀석들을 총칭하는 것이 바로 기간틴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드워프 왕국에서 핵심인물들이 혼신에 힘을 다해서 타이탄이라는 녀석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만들어진 것은 총 세 대였는데 이미 완성된 것은 극비리에 드워프 왕국의 지하도시에 숨겨져 있었고 지금 상인들이 몰래 빼돌리는 것은 타이탄의 핵심 부품 중 코어와 관절부분 몇 개를 드워프들이 만들다 실패한 것을 폐기하려는 곳에 가서 몰래 빼돌린 것이다.

지금 이것이 왜 문제가 되냐면 드워프들에는 실패해 버린 것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다른 나라에 들어간다면 분명 연구에 연구를 거쳐서 지금 대륙에 돌아다니는 것 이상의 기간트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커머션트에 있는 상단은 그것을 암시장에 내놓기 위해 이곳 커머션트로 가져온 것이다. 분명 몇몇 나라들은 소식을 듣고 암시장에 참여할 것이고 오크 제국 같은 경우에는 몰래 상단을 습격해서 탈취하려고 했지만 용병들과 베르쿠스에 의해서 막혀 버린 것이다.

“흠. 상당히 복잡한 문제가 생겨 버렸네요?”

“그래. 미안하다. 나 때문에 괜히 쓸데없는 일에 휩쓸려 버리고 말았군.”

“괜찮아요. 굳이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제가 봤을 때 우리는 충분히 안전해요.”

“그게 무슨 소리지?”

베르쿠스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렌이 마법 주머니에서 보라색 수정을 꺼내 들었다. 하나에 거의 50에서 100쿠퍼나 하는 비싼 것이었다.

“제가 자유도시에서 이것을 다섯 개나 샀었거든요. 그중 세 개를 어제 그 괴한들이 말한 것들을 녹음하는 데에 써 버렸지요. 원래는 도시의 풍경이나 자연 풍경을 담아내는 데 쓰이는 거라고 해서 샀는데 뭐. 결과적으로는 좋게 되었죠. 아 그리고 세 개 녹음한 것은 도망치면서 상인연합이라는 곳에 하나 던져 주고 나머지 두 개는 경비대에 하나씩 던져 줬어요. 그중 하나만 걸리더라도 우리의 현상금 문제는 처리될 거라고 생각해요.”

렌의 말에 베르쿠스와 카르스가 멍한 표정으로 렌을 바라보았다. 급하게 도망치는 와중에 그러한 것을 어떻게 신경 썼는지 신기하다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렌은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가? 그나마 다행이군.”

“하지만 저희가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함은 변하지 않는 것 같네요. 타이탄이라는 문제도 문제지만 만약 이 문제마저 마족이 연관되어 있다면 정말 큰일이네요. 뭐 단장 같은 사람도 있으니 모든 마족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전쟁하려는 마족들은 문제니까요.”

렌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베르쿠스였다. 확실히 타이탄이라는 존재는 마스터급 이상의 강자들에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움직임에 제약만 거는 골칫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수퍼리얼급만 되도 타이탄이라는 녀석이 매우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기간틴 정도야 익스퍼트 최상급만 되어도 어떻게든 상대할 만해서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타이탄은 기간틴이 사용하는 핵심코어와는 완전히 그 구조 자체가 다르다.

드워프 왕국이 물리학자들까지 모집해서 마나 핵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반영구적으로 마나를 회전시켜서 그 회전력을 바탕으로 동력원의 힘이 되는 마력을 축적하고 또 마나핵에다가 8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을 모집해서 에고까지 집어넣어서 망가졌을 때에 자체수복까지 가능한 녀석이다.

기간틴이 단순히 마나코어로서 그것을 구동할 익스퍼트급 이능력자의 이능력이 필요했다면 타이탄은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만약 이능력자가 타이탄을 조종한다면 그 힘은 마스터급에 비견될 수 있게 된다.

즉 수퍼리얼급이 타이탄을 탄다면 적어도 파괴력만큼은 마스터급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익스퍼트급이 타이탄을 조종해도 거의 수퍼리얼급에 근접할 만한 파괴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타이탄 역시 아직은 몇 대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것이 양산되었을 때의 문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군요. 드워프 왕국이 단순히 자국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의심스러운 점이 많군요.”

“난 드워프 왕국의 배후에도 어쩌면 마족이 조금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네.”

“흐음. 모든 점을 마족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중앙 대륙을 노리는 종족이 마족 하나만은 아니니까요.”

렌의 말에 베르쿠스와 카르스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렌을 바라보았다. 중앙 대륙을 노리는 종족이 마족이 아니라면 단 한 종족밖에 없는 것이다.

“설마 천족을 말하는 것인가?”

“과거에도 미록 마족을 막기 위한 명분으로 차원계를 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그때당시의 천족은 중앙 대륙을 신의 발아래에 두려고 했습니다. 정작 신은 중립을 지키고 있었는데 말이죠. 신을 믿는 신도들이 잘못된 믿음으로 타락하는 것과 같이 천족 역시 아직 중앙 대륙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천족이라.”

“천족이든 마족이든 중앙 대륙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렌이 천족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말로 말하자 의외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베르쿠스였다. 카르스 역시 놀라기는 했지만 베르쿠스처럼 놀라지는 않았다. 베르쿠스야말로 인간인 렌이 천족을 마족과 같은 동일선상에서 바라본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운 것이다.

대륙의 역사에 마족은 언제나 어둠의 흑막이나 사악한 종족으로 분류되고 천족은 신의 대라지라는 명분으로 대륙을 정화시키는 존재로 알려져 왔다.

물론 몇몇 진짜 역사학자들은 천족 역시 중앙 대륙을 침범하는 타 차원계의 존재로 기록한 존재들도 있었으나 거의 모든 종족들은 천족을 그리 나쁘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눈앞의 렌은 달랐다. 천족을 마족과 완전히 동일선상에서 놓고 이야기했다. 천족이나 마족이나 중앙 대륙의 입장에서는 타 차원계에서 온 침범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흠. 상황이 재미있게 흘러가네요. 예전부터 마족의 강력한 무력을 천족은 과학기술과 신성력으로 커버했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 과학기술의 일부를 드워프에게 전해 주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글쎄요. 전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이는 타입이라서요. 하지만 만약 천족이 중앙 대륙에 무언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전 그것은 그것대로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르스가 너무 확대해석 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렌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마지막 렌의 말에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카르스와 베르쿠스가 궁금증이 섞인 표정으로 렌을 바라보자 피식 웃으면서 설명하는 렌.

“간단합니다. 중앙 대륙은 천족과 마족에게 협조를 구하는 척하고 그들의 힘을 이용해서 평화를 유지하면 그만입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나도 천족과 마족위주로 전쟁을 치르면 되는 거지요.”

“그들이 그런 것에 당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을 텐데?”

“그럴까요? 베르쿠스 님만 봐도 상당히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곳에 있는 것을 보면 분명 마계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는 뜻이지요. 천족이라고 그렇지 않을까요? 강경파가 있다면 온건파가 있는 법. 천계와 마계의 전쟁을 이끌어내고 강경파의 힘이 소진될 때에 마계와 천계의 온건파로 하여금 전쟁을 멈추게 하면 되는 겁니다.”

“으음.”

렌의 말에 베르쿠스와 카르스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이라고 하기에는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다. 어느 곳이든 강경파가 있으면 온건파가 있고 찬성이 있으면 반대가 있는 법. 마계 내부에도 무작정 전쟁만 주장하는 멍청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평화가 마계 내부에도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마족들은 전쟁을 반대하고 있었다.

다양 종족들의 문화를 받아들여 마계도 나름 독특한 문화가 생겨나면서 많은 문물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니 굳이 전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냐는 듯이 말하는 사람도 상당한 것이다.

하지만 워낙 강맹한 자들만 득실되는 곳이다 보니 호전적인 마족들이 많아서 지금의 평화를 깨고 중간계를 점령해서 자신들의 손 안에서 그 문화들을 발전시키면 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되는군. 하지만 마계에 있는 온건파는 아직 그 세력이 약하네. 마계 4대 마왕 중에 온건파는 극마검 아르데이아뿐이네.”

“전대 4대 마왕 중 검으로 마왕에 오른 아스모데우스의 후손인가?”

카르스가 알 것 같다는 듯이 아르데이아에 대해서 말하자 베르쿠스가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마황이 없는 지금 마계는 4대 마왕에 의해서 4개의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넓디넓은 마계가 4개의 세력으로만 나뉘어져 있는 것이다.

“흠. 그렇군요. 천계도 아마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요? 천황 음. 천태제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가 죽은 이후 대천사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을 텐데 그들도 4대 대천사밖에 없으니. 온건파라고 하면 가브리엘일까요? 전투의 대천사 미카엘이 온건파라면 정말 큰 힘이 될 텐데.”

“글쎄. 천계라면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미카엘이 천황의 유지를 받들어 현재 마계와 전쟁을 하자는 대천사들의 주장을 간신히 막고 있는 중이라고는 들었네. 천황을 제외하고 가장 강했던 메타트론이 죽기 전에 대천사들의 지휘권을 미카엘에게 주었으니 그의 말을 현재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는 들었네만.”

베르쿠스의 말에 처음 듣는 말인 듯 카르스와 렌이 베르쿠스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베르쿠스는 저런 소식을 어디서 들은 것인지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별 말 하지 않고 베르쿠스를 보기만 했다. 분명 마계에서도 마스터급 존재는 많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마계에 마물이라는 개체는 많지만 마족이라는 개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중급이상의 마족부터는 상당히 적었다. 가장 많은 마족들이 최하급 마족과 하급 마족들이었다. 중급 마족만 되도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상급 마족만 되어도 마계 전체를 들여다봐도 고작 백이라는 숫자를 간신히 넘어갔다.

물론 상급 마족부터는 거의 대부분 마스터급 이상의 무력을 지닌 강력한 존재들임으로 백 명이 넘어간다는 것은 굉장해 보일지 모르지만 마계 전체에 퍼져 있는 마족들의 숫자를 보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4대 마왕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하다고 전해지는 4대 최상급 마족들. 마왕을 보좌하면서 마왕 부재 시 마왕을 대신하여서 최고 권리를 지니게 되는 최강자. 그들이 바로 최상급 마족들이었다. 현재 마계의 구조가 이런 만큼 렌과 카르스는 베르쿠스가 적어도 상급 이상의 마족으로 보고 있었다.

“다들 내 정체가 궁금한가 보군. 뭐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네. 그저 권력에서 밀려나 버린 하찮은 마족일 뿐이지.”

베르쿠스가 씁쓸하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하자 렌과 카르스도 더 이상 무언가를 물어보기가 힘들었다. 마족들이 중앙 대륙으로 넘어 올 때는 대부분 권력에서 밀려나거나 죄를 지었을 때뿐이니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흠. 일단 세계수로 가 보죠. 세계수로 가는 길에 드워프 왕국도 거쳐서 가면서 무슨 일인지 좀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그런가?”

“일단 움직여요. 여기 계속 있어 봤자 아무 도움도 안 돼요.”

렌의 말에 마지못해 움직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베르쿠스와 카르스가 움직였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만약 렌과 베르쿠스가 대화한 것처럼 된다면 결국 중앙 대륙에서의 전쟁은 피할 수가 없었다.

렌의 입장에서도 단순히 흑마법사들을 막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과연 전생에서는 이 상황을 막아 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의 절망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족의 움직임이라.”

“천족 역시 마족의 발에 맞춰서 움직일 거예요. 천족은 결코 마족이 중간계를 점령하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카르스가 심각한 어조로 말하자 렌이 걱정하지 말라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렌도 결코 지금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몬스터 산맥을 막 넘어왔을 때는 막연히 힘을 회복해서 흑마법사들을 막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그 정도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흠. 북부와 남부의 흑마법사들을 이용할 수는 없을까?”

“무슨 말이야?”

“아. 서쪽 대륙 문제예요.”

“흑마법사들?”

“네.”

카르스가 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무 말 없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카르스도 무언가의 문제로 고민이 많아 보이는 듯 했다. 아마도 수인족에 관련된 문제일 것이라고 추측은 하지만 아직 카르스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는 관계로 무엇 하나 확실히 추정할 수 있는 점은 없었다.

물론 그것은 베르쿠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강하다는 것과 상급 마족 이상일 것이라고 추정은 하지만 그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물론 그것은 카르스와 베르쿠스 역시 마찬가지로 렌에 대해서 거의 알 수 없었다.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고 머리가 비상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자신들이 아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아직 서로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그들 사이에서 한 가지 공통점이라는 것은 존재했다.

전쟁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지금 상황에서 대륙 전쟁으로 번진다면 지금 이룩해 놓은 모든 문명은 다시 한 번 멸망 직전까지 붕괴될 것이었다.

“흠, 일단 드워프 왕국으로 갈 건가?”

“아뇨. 바로 드워프 왕국으로 가기에는 문제가 있어요. 일단 자유연합의 도시 쪽으로 길을 잡도록 하죠. 아니면 드워프 왕국을 거치지 않고 세계수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분명 상단 쪽에서 연락을 하거나 아니면 소문을 듣고 마족이든 오크든 드워프들이든 길목을 막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니까요.”

렌의 말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베르쿠스가 생각하기에도 지금 드워프 왕국으로 향하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베르쿠스 자신은 현재 몸을 숨겨야만 되는 입장이었다.

만약에라도 마족에게 발견된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가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은 최대한 몸을 숨겨서 움직여야만 했다. 세계수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세계수에 자신의 의지와 정보만을 전달하고 바로 빠져나올 생각이었다.

물론 그것은 렌과 카르스 역시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했다. 세계수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도시전체에 뻗어 있는 거대한 세계수의 뿌리와 가지 중 하나를 붙잡고 자신의 의지를 보여 주면 세계수가 그것을 받아들여서 알아서 그 뜻을 파악하는 것이다.

고대시절 신이 이 세계를 창조할 때부터 존재해 왔다는 영목답게 베르쿠스의 의지를 파악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 분명했다.

“근데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뭐지?”

“타이탄 말인데요. 3대가 만들어졌다고 했잖아요? 그 3대가 만들어진 시점이 언제예요?”

렌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하자 베르쿠스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렌이 무엇 때문에 묻는지는 몰랐지만 일단은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정보를 알려 줄 생각이었다.

“꽤 오래됐지. 워낙에 극비리에 만든 것이다 보니 내가 드워프 왕국에 있을 때도 완성된 지 몇 개월 이후에나 암암리에 만들어졌다고 소문이 돌았으니까. 지금은 만들어진 지 한 1년쯤?”

“그럼. 제가 보기에는 드워프가 일부러 폐기된 물품을 내놓았을 거라는 것도 배제할 수는 없겠네요.”

“무슨 소리야?”

“후우, 일단 위험하지만 드워프 왕국 쪽으로 가야 될 것 같아요.”

렌의 말에 무슨 말이냐는 듯이 물어보는 베르쿠스였지만 렌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그러자 카르스가 한숨을 쉬면서 일단 드워프 왕국 쪽으로 자신이 아는 길을 통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복잡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지만 엄청난 일에 휘말릴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카르스가 길을 잡고 이동하자 베르쿠스와 렌이 말없이 카르스를 따라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렌과 베르쿠스 둘 다 무언가 생각할 것이 많다는 증거였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이동한지 얼마가 지났을까? 근처에 마을 하나도 없는지 노숙을 하면서 간 지도 며칠째.

“후우, 거의 다 왔어. 일단 저 산맥을 넘고 숲 하나만 지나면 드워프 왕국 초입 부분이 보일 거야.”

“이 길은 도대체 뭐예요? 정상적인 길은 아닌 듯싶은데.”

“내 생각도 그렇다. 그래도 나름 중앙 대륙을 돌아본지 꽤 된 것 같은데 지금 이렇게 드워프 왕국으로 가는 길이 정상적이지 않는 것쯤은 알 것 같다.”

“뭐. 타이탄 문제도 있고 쫓기기도 하고 복합적인 문제가 있는 이 시점에서 정상적인 길로 갈 수는 없잖아.”

“그런가?”

카르스의 말에 그 말이 맞다는 듯이 동의하는 렌과 베르쿠스. 그들도 지금 카르스의 길이 정상적이지도 않고 조금 힘든 길이지만 차라리 이런 길로 가면서 적들과 마주치지 않는 편이 훨씬 좋았다.

그리고 별다른 전투가 없어서 그런지 예전에 마나중화제를 먹어서 렌의 오러를 묶어 둔 마나 봉인진이 조금 흔들렸을 때에 봉인진에게서 포스와 정령력으로 틈새를 파고들었던 곳으로 더욱더 공략할 수 있었다.

카르스도 베르쿠스도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듯이 천천히 움직인 탓에 렌이 걸어가면서 포스와 정령력 운용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삐이이이이이.

“뭐지?”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에 무언가 이상한 감을 느낀 베르쿠스들이 빠르게 무기를 뽑아 들면서 사방을 경계했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르겠지만 곧 그 소리 때문인지 사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기 있으면 위험해!”

“일단 뛰어!”

카르스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급하게 말하자 베르쿠스가 급하게 한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렌과 카르스도 지체 없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렌들을 향해 수백발의 화살들이 사방에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카가강!

“이런 젠장! 누구지?”

“일단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가 드워프 왕국으로 갈 것을 이미 예상한 듯싶어요.”

렌의 말에 굳은 표정을 짓는 카르스와 베르쿠스.

하지만 그 점은 베르쿠스와 카르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렌의 의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한 가지 확인해야만 하는 문제가 있어요. 드워프들이 타이탄으로 전쟁을 일으킬 것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그들의 호기심 때문인지요.”

“호기심?”

“천족이 개입되었다면 거의 호기심이고 개입되지 않았다면 전쟁을 일으키겠죠.”

렌의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물어보려고 한 베르쿠스였지만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해야 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종족인지는 몰라도 드워프들이 자신들의 움직임을 이렇게 계속 쫓아오면서 정확한 화살을 날릴 수는 없었다.

“마기다.”

“예?”

렌이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베르쿠스를 바라보자 베르쿠스는 대답 대신 한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화살을 날려대던 의문의 습격자들도 더 이상 화살을 날리지 않았다.

“크크크크크. 기껏 숨은 곳이 여기인가?”

“딱히 숨은 적은 없었던 걸로 아는데?”

“큭큭, 감히 마계의 숙원을 반대하던 녀석치고는 참 초라하게 사는군.”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렌이 흠칫하면서 단검을 양손에 강하게 쥐었다. 그저 목소리만 들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마기가 함께 밀려오자 렌의 몸이 충격을 먹은 것처럼 뒤로 밀렸다.

“뭐, 뭐지?”

“물러서라. 너희들이 감당할 만한 존재가 아니다.”

“큭큭, 그럼 그럼. 저런 애송이들이 감당할 존재는 아니지. 너 정도 되지 않으면 안 되거든?”

“네가 내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나?”

베르쿠스의 말에 미친 듯이 웃던 어둠 속의 인영이 갑자기 멈추면서 강력한 마기를 뿜어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베르쿠스는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손짓 한 번에 강력한 마기를 단번에 걷어내 버렸다.

“역시. 실력이 녹슬지는 않았군. 뭐. 맞는 말이야. 내가 네 상대가 될 리가 없지. 그런데 말이야. 그런 내가 겨우 이런 조무래기들만 데리고 왔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무슨 소리지?”

“큭큭, 자, 그럼 계약 이행을 해 주실까? 사이클롭스 여러분?”

“뭐?”

어둠 속의 인영의 말에 베르쿠스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 순간 베르쿠스가 긴장할 만한 기파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패기에 가까운 강력한 기파. 어둠 속에 있던 자들이 평범한 자들이었다면 단번에 쓰러질 만한 기파였다.

“큭큭, 마계와 사이클롭스가 계약을 끝냈다. 마계가 중앙 대륙을 점령하는 데 도움을 주면 한쪽 땅을 아예 사이클롭스에게 넘겨 주겠다는 이야기지. 이제까지 천대 받아 왔던 사이클롭스에게는 매혹적인 거래 조건이지. 강력한 무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수가 적고 지능이 조금 떨어진다는 이유로 항상 무시받아 왔었지.”

“너.”

“사이클롭스 실력은 잘 알지? 그중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는 전사로 두 명만 빌렸다. 널 상대하기에는 충분해!”

눈앞의 인영이 미친 듯이 웃으면서 말하자 베르쿠스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표정을 굳혔다. 눈앞의 인영이 데려온 마족들도 절대 평범하지 않은 마족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이클롭스까지 가세한다면 절망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큭큭. 그랜드 마스터 초급과 상급의 차이는 있지만 상급 마족 두 명에 중급 마족 열다섯. 사이클롭스 두 명이라면 아무리 너라도 죽이는 데는 충분하지! 안 그래?”

“경지의 차이란 그리 쉽게 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이쿠, 사이클롭스 전사가 그리 만만한 존재던가? 큭큭. 마스터 최상급에서 그랜드 마스터 사이에 있는 녀석들을 상대하면서 나까자 상대할 여유가 있을까? 큭큭.”

“베르노스, 여전히 비열하군.”

“비열한 게 내 특기잖아? 큭큭. 자. 그럼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처리해 볼까? 너희들은 저 뒤에 있는 조무래기들이나 처리하거라.”

“명!”

베르노스라고 불린 자의 명령에 따라 순식간에 사라진 십수명의 마족들. 거의 이십에 가까운 중급이상의 마족들이 움직이자 베르쿠스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젠장! 드워프인 줄 알았더니 훨씬 지독한 놈들이었네. 후우. 이거 전력을 다해야겠는걸?”

“카르스. 혹시 전투가 시작되면 저 마족들을 상대로 잠시간 시간을 벌어 줄 수 있겠어요?”

“으음. 왜? 아무리 나라도 긴 시간을 벌기는 힘들지만 잠시라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럼 베르쿠스와 베르노스라는 놈이랑 전투가 시작되면 뒤로 물러나세요.”

렌의 말에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곧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베르쿠스가 렌과 카르스에게 다가오려고 할 때 베르노스가 기습적으로 베르쿠스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아아아앙!

“크윽! 초반부터 전력인가?”

“크크크, 널 상대로 여유를 부리는 건 멍청한 짓이니까!”

콰과과과광!

베르쿠스가 렌과 카르스에 의해 잠깐의 빈틈을 보인 순간 연속적으로 휘두르는 강력한 공격을 퍼부으면서 베르노스가 초반부터 강력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절대 뒤를 돌아 보지 않는 듯한 공격에 베르쿠스가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방어에 치중했다. 그에 베르노스가 진심을 다해 공격하겠다는 듯 십수 개의 잔영을 남기면서 십수 개의 마기와 포스로 이루어진 그랜드 마스터급 공격을 감행했다.

“크으으.”

퍼버버벙!

베르쿠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맹렬히 공격하는 베르노스를 향해 강력하게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베르노스의 공격에 주변이 완전하게 초토화되기 시작하자 베르쿠스도 곧바로 강렬한 마기와 함께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던 화염이 주변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큭큭. 드디어 극염공 베르쿠스의 화염의 검이 나왔군.”

“이번에 확실하게 죽여 주마.”

“글쎄? 그보다 네가 데리고 온 인간 좀 보시지?”

정말로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서 있던 베르쿠스가 베르노스의 말에 뒤를 돌아 보자 그곳에서 그랜드 마스터급의 강력한 충격파와 베르쿠스의 강력한 화염의 열기가 섞인 마기에 충격을 먹은 표정으로 피를 토하고 있는 렌이 보였다.

“무슨?”

“멍청한 놈이 실력도 안 되면서 그랜드 마스터급 전투에 가까이 왔다가 충격파에 저렇게 된 듯싶은데? 큭큭, 너도 참 제대로 된 동료 좀 데리고 다니지 그랬어?”

베르노스가 비열한 표정으로 베르쿠스를 조롱했지만 베르쿠스의 귀에는 지금 그런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바로 자신 때문에 아무 죄 없는 인간이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렌은 내가 지킬게, 넌 전투에나 집중해!”

“무슨. 음?”

“호오. 이런 마스터 최상급인가? 정상적인 놈도 데리고 다녔었구만? 너희들은 저 녀석만 묶어 둬!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베르노스가 놀랍다는 표정을 짓다가 곧 싸늘한 표정으로 마족들에 명령하자 마족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면서 카르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카르스가 자신의 진짜 실력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바람의 힘이 담긴 렌을 양손에 두르고 렌을 온몸에 두른 채 발톱을 빼고 적들을 상대했다. 이미 포스까지 완전히 개방해서 거의 마스터급에 이르는 포스 오러까지 꺼내 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피를 토하던 렌이 갑자기 명상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카르스의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지만 이미 렌과 사전에 약속한 상황인지라 전력을 다해서 렌을 지킬 뿐이었다.

그리고 이미 베르쿠스와 베르노스도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베르노스가 말했던 것처럼 그는 혼자 싸울 생각이 없다는 듯이 곧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이클롭스들도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앙!”

“큭! 빌어먹을.”

3명뿐인 줄 아는 상황에서 카르스의 빈틈을 노리고 들어간 중급 마족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샤벨 타이거의 기습에 공격을 받으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곧 렌의 주위를 맴돌면서 어린 샤벨 타이거 1마리와 다 큰 샤벨 타이거 1마리가 다가가지 못하게 막아섰다. 렌이 만약을 대비해서 자신을 따로 찾아오게 만들었던 샤벨 타이거들이었다.

“크르르르.”

“제길!”

마스터 최상급에 이른 수인족만 해도 충분히 까다로운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샤벨 타이거라는 예상외의 전개에 마족들이 한순간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사이클롭스 두 마리와 베르노스의 협공에 수세에 몰린 베르쿠스가 더 문제였다. 그리고 그때 명상을 하고 있던 렌이 마침내 떠졌다.

쿠구구궁!

“무, 무슨!”

베르노스가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갑작스럽게 인간에게 퍼져 나오는 강력한 기파에 식은땀을 흘렸다. 이제까지 피토하고 가만히 명상만 하고 있던 인간에게서 그랜드 마스터급의 기파가 퍼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

“무슨 일이긴, 네가 끝장났다는 소리지!”

콰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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