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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륙 No.3 기사다-115화 (115/277)

<-- 115 회: 4-22 -->

*상업도시 커머션트

베르쿠스만 해도 충분히 귀찮은 상황에서 렌한테 호기심이 생긴다는 이상한 수인족까지 베르쿠스 용병단이라는 이상한 용병단에 합류하자 렌은 더 짜증 나는 상황이 되었다. 수인족의 말을 듣고 베르쿠스까지 궁금하다는 듯이 렌을 바라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 물어본다. 물론 자세하게는 가르쳐 주지 않았다.

렌이 어떻게 찾아낸 방식인데 그것을 공짜로 가르쳐 주겠는가? 물론 대충은 설명해 주었지만 둘 다 마스터급인지라 대충 설명하면 이것저것 생각하더니 질문이란 것을 하루 종일 하고 있다. 이럴 때면 그냥 숨기지 말고 전부 가르쳐 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카르스. 자네 생각은 어떤가? 분명 정령과의 융합이면 단순히 정령과 포스만으로 융합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무슨 물건의 힘을 빌렸다든지 아니면 무언가 융합을 해 주는 매개체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카르스라고 불린 렌을 귀찮게 하는 수인족과 베르쿠스가 빨리 가르쳐달라는 눈빛으로 렌을 바라보았지만 애써 그둘의 시선을 무시하자 둘 다 표정을 구겼다.

“쳇!”

“아쉽네.”

베르쿠스의 입에서 믿지 못할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카르스는 '쳇'이라고 혀를 차면서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렌은 여전히 무시로 일관하면서 상단을 따라서 걷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이들이 이렇게 귀찮게 해도 렌은 기분 좋은 상황이었다.

바로 융합하는 방식을 알고 난 이후부터 마력봉인을 조금씩 허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포스로 충격을 가하고 곧바로 포스와 정령을 그 봉인된 마력에서 포스와의 충격으로 튕겨 나온 마나로 융합하는 것이다. 어차피 그랜드 마스터급 오러를 봉인할 정도로 마력은 넘쳤기 때문에 따로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마력이 없었다면 따로 마나 수련법을 해서 조금씩 마나를 모아서 정령과 포스를 융합했어야 했겠지만 자신은 몸 안에 너무 많아서 자신의 신체능력까지 떨어뜨려 주고 있었다.

넘치는 마나를 융합하는 데 쓰면 쓸수록 마나 봉인에서 해방되는 정령력과 포스가 많아지고 다시 그 포스와 정령력으로 열심히 마나를 두드려서 융합하는 데 쓰고 있었다.

벌써 오크와의 전투가 있은 지도 일주일. 그동안 오크들이 3, 4번 정도 더 습격했지만 오히려 렌은 오크들의 습격을 환영했다. 융합한 정령력과 포스로 실전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베르쿠스와 카르스가 렌의 융합하는 방식을 궁금해하는 것이다.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포스와 정령력이 늘어나고 있고 그와 동시에 융합해서 힘을 발현하는 상승폭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후우, 오늘은 이만해야지.”

“흠. 수련이 끝났나?”

“제가 제 근처에 오지 말라고 했죠?”

“크흠.”

가끔씩 자신이 명상하고 있을 때 방으로 몰래 들어와 자신의 몸을 만지려고 하는 베르쿠스.

하지만 렌은 철저하게 베르쿠스를 피해 다니면서 명상을 했다. 어차피 융합하는 것이야 굳이 명상을 하지 않아도 그랜드 마스터급의 정신력을 소유한 렌은 걸어 다니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주 가끔 명상을 하긴 하지만 그때마다 베르쿠스가 찾아와서 자신의 몸에 손대려고 하는 것이다. 추정무력이 마스터 상급에서 최상급. 힘을 숨겼다면 그랜드 마스터급인 베르쿠스다.

그가 렌의 몸 상태를 확인한다면 단번에 렌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혹시라도 융합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렌의 몸에 손을 대서 렌의 이능력을 관조한다면 융합방식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것이다.

“자꾸 이러면 용병단 탈퇴할 겁니다. 저야 아쉬울 거 없으니 마음대로 하시죠.”

“흠흠. 미안하군.”

렌의 말에 급하게 사과하는 베르쿠스였지만 표정은 숨기지 못하는 법. 아쉽다는 표정을 지우지는 못한 듯싶었다. 확실히 이능력을 구현하는 자들이라면 렌의 융합에 대한 것이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사실 이때까지 모든 이능력자들은 복수 이상의 이능력을 구현하더라도 절대 융합을 하지는 못했다. 정확히 힘의 구현방식을 나눠서 사용하는 것이다.

팔에 렌을 사용한다면 포스는 오러를 뿜어내거나 온몸에 렌을 사용한다면 포스는 탐색 용도로 사용하는 등 힘의 구현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렌같은 경우에도 포스와 오러를 어설프게 융합시켜보였지만 그것은 반족짜리 그 이하도 못되는 융합 능력이었다. 즉 매개체도 없이 서로 다른 두 개의 힘을 강제적으로 합해 보았자 제대로 된 능력이 나올 리가 없는 것이다.

물론 한순간의 폭발적인 힘은 좋았지만 그게 다였다. 그랜드 마스터급 힘을 쓰면 포스는 항상 오러나 와일드 포스 종류의 이능력으로 제한되어 왔다.

지금도 오러와 포스의 융합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정령과 포스의 융합은 성공했다. 포스와 오러는 힘들겠지만 자연의 힘의 집합체라고 알려진 정령력과 세상의 근원이라고 불리는 마나를 매개체로 사용한다면 정령과 오러의 융합은 쉬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렌의 네추럴 오러는 바람. 즉 실피온의 정령력과 합해진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강력한 힘이 뿜어진다. 거기다가 바람의 힘이 담긴 오러 네추럴에 라이아넬이나 그류페인의 힘이 더해진다면 한번 휘두를 때마다 거의 8서클 마법에 버금가는 범위 공격도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것은 아직 꿈같은 이야기지만 정말 렌의 예상대로 잘만 된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후우, 그나저나 기분 좋은데? 벌써 익스퍼트 중급까지 포스양이 늘어났어. 이상태로라면 몇 달도 안 되어 수퍼리얼급까지는 회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

렌이 현재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늘어난 포스양에 입가에 미소를 그리자 뒤에서 따라오던 베르쿠스와 카르스가 여전히 궁금하다는 듯이 렌을 바라보았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빠르게 무력이 늘어나고 있었다.

하루가 지나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렌의 무력을 보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오크와의 몇 번의 싸움으로 첫 번의 오크와의 전투에서 그저 강하게만 밀어붙이던 모습도 사라졌다.

뭔가 기술이 생기면서 여유가 있는 모습. 설사 B급 용병과 붙어도 지기는커녕 압도적으로 이길 것 같았다. A급 용병이라고 한들 과연 렌을 상대로 우위를 점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꼬맹이의 힘이 강해지네? 휴우. 마치 막혀 있던 둑이 조금씩 부셔지는 느낌이야.”

“정말 그렇군. 저건 순수한 성장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많아.”

카르스와 베르쿠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렌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베르쿠스 용병단과 상단이 무난하게 산맥을 지나자 곧 상업도시라고 알려진 커머션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유도시 리베르티와는 전혀 다른 규모. 10층이 넘어가는 거대한 건물들이 수도 없이 하늘로 솟아 있었고 수많은 석재건물들이 여기저기 솟아 있는 것이 이제까지 보아오던 도시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라는 게 느껴졌다.

“여기가.”

“그래. 상업도시 커머션트. 기계도시이자 드워프 도시라고 불리는 맨트릴을 제외하고 가장 번성한 도시이지.”

“괴. 굉장하네요.”

“아마 맨트릴과 대륙의 중앙에 있는 세계수의 도시를 제외하고는 이 도시보다 큰 도시는 없을걸? 오크 제국이나 각 왕국들의 수도도 이 도시보다는 크지 않을 정도니까.”

카르스의 말을 들으면서 정말 엄청난 규모라는 게 느껴졌다. 고층 건물들이 끝없이 이어진 기분. 워낙 도시가 커서 그런지 특별히 성벽 같은 것도 없어 보였다. 뭐 자유연합이니 다른 왕국에서도 쳐들어오지 않을 게 분명하다 보니 성벽 같은게 굳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멈추시오!”

“여기.”

커머션트의 거대한 대로의 한가운데에 있던 병사의 말에 상단주가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내밀자 곧바로 경비병이 앞을 비켜서면서 상단주를 통과시켰다. 보통 도시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간단한 절차에 렌이 당황한 표정을 짓자 이번에는 베르쿠스가 말을 이었다.

“상인들의 도시인 커머션트에서는 자유연합 소속의 상단이면 특별한 검문 절차가 없다.”

“흠. 뭔가 특혜 비슷한 것이군요?”

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베르쿠스와 카르스였다. 그리고 곧 긴 상단행렬이 끝을 보이면서 마침내 용병들도 상인들의 도시 커머션트 안으로 들어갔다. 렌이 커머션트 안으로 들어가서 처음 본 광경은 끝도 없이 펼쳐진 고층 건물들의 행렬이다. 수많은 건물들이 길을 따라 엄청나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큰 대로로 이어진 길들도 상당히 많아서 나중에는 그냥 상단주를 따라 걷기만 할 뿐 어디가 어디인지는 알 수가 없어졌다.

“여기서 길 잃으면 골치 아프니까 잘 따라와.”

“큭큭. 나도 처음에 왔을 때는 너처럼 반응을 보였지.”

베르쿠스와 카르스가 신기하다는 듯이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있는 렌을 보면서 비웃듯이 말을 했다. 그래도 전생과 이번 생을 합쳐서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렌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애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수인족이나 마족이나 다들 몇백 년 정도는 사는 종족들이다 보니까 전생까지 합친 렌의 나이가 50살이 넘어 이제는 60살 가까이 되어 가지만 베르쿠스와 카르스에 비하면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뭐 이번 생의 나이만 한다면 카르스가 꼬마라고 불리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혹시라도 길을 잃을까 싶어서 베르쿠스의 뒤를 한참을 쫓아가자 마침내 상단이 멈춰 섰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근처 여관에서 지내시면 며칠 내로 용병분들께 저희가 따로 찾아뵙고 의뢰금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에 묶으실 여관만 적어놓으시면 해산하셔도 좋습니다!”

상단주와 행수로 보이는 자가 웃으면서 용병들을 해산시키자 용병들도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행수에게 무언가를 적기 시작하더니 각자 잘 아는 여관이 있는 듯 그곳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용병들이 한두 명씩 사라지자 곧 베르쿠스 용병단만 상단에 남게 되었다. 베르쿠스도 알고 있는 여관이 있는 듯 여관이름을 적으려고 행수에게 다가가자 상단주가 직접 베르쿠스에게 다가왔다.

“아. 베르쿠스 님! 이번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의뢰내용대로 했을 뿐이오. 감사할 필요는 없소.”

“하하. 그래도 베르쿠스 님 덕분에 살아났는데 그럴 수는 없죠. 베르쿠스 님과 용병단 식구분들은 따로 저희 쪽에서 마련한 숙소에서 지내시는 게 어떠신지요? 물론 의뢰대금 역시 이번 위험수당까지 넣어서 넉넉히 준비해 두겠습니다.”

“그럴 필요까지.”

“와우, 그럼 감사하지요. 이거 상단주님께서 직접 숙소를 준비해 주셨는데 모르는 척 받아들이는 게 남자 아니겠소? 단장 양반?”

카르스의 말에 베르쿠스가 인상을 썼으나 상단주를 한번 바라본 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옆에서 천호와 놀면서 듣고 있던 렌도 별 문제 없다는 것을 깨닫자 다시 천호에게 눈길을 돌리고는 곧 상단에서 베르쿠스를 안내하는 자를 따라서 같이 움직였다.

“이곳입니다. 이곳은 저희 상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최고급 숙소이니 부디 커머션트에 계실 때까지만이라도 편히 쉬시길 바란다는 상단주님의 말씀이십니다.”

“음. 고맙다고 전해 주시오.”

“그럼.”

상단에서 일하는 직원이 방을 나가자 그제야 주변을 둘러본 렌이 경악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뭔가 마법으로 만들어진 무언가를 타고 올라가는 것 같기는 했는데 설마 건물 최상층으로 올라와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와. 자. 장난 아니네요.”

“흠. 여기 나름 비쌀 텐데 상단주의 호의가 좀 과한 듯싶군.”

“왜. 좋기만 한데. 큭큭.”

렌과 베르쿠스가 부담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카르스는 괜찮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어쨌든 그래도 상단주가 배정해 준 방이니 써야겠다는 생각에 렌과 베르쿠스 카르스가 전부 각자 씻으러 갔다. 물론 샤워실 역시 최고급인 듯 욕조가 상아로 되어 있는 엄청난 모습에 또다시 감탄하면서 멍하니 서 있었던 것은 여담이다.

어쨌든 그렇게 기분 좋은 샤워를 마치고 나서 다들 식사를 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상단주가 미리 준비해 놓은 듯 최고급 요리들이 차려져 있었다.

“장난아니에요. 진짜 처음 맛보는 맛이에요.”

“큭큭. 이거 먹으려면 요리 하나당 1000페니는 줘야 먹을 수 있어.”

“처. 천 페니요?”

카르스의 말에 놀랍다는 표정으로 새삼스레 요리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대략 수십 가지의 요리들이 차려져 있었는데 이 요리들 하나하나가 전부 1000페니가 넘어가는 값비싼 음식들이라는 말에 왠지 먹기가 부담스러워졌다.

“그보다 이제 앞으로 어떡할 거지?”

“예?”

“너도 보았다시피 용병 일을 하면 나름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뭐. 리베르티에서는 너에게 흥미가 생겨서 용병일을 반 강제적으로 시켰지만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더군. 몬스터 헌터를 하면서 상업도시에 눌러앉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베르쿠스가 저번 붉은 기운을 내뿜던 오크가 신경 쓰이는 듯이 말하자 카르스 역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현재 렌의 실력으로는 그러한 적들이 나왔을 때 살아남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흠. 무엇을 걱정하시는지는 잘 알겠는데 이미 용병단 만들어놓고 함부로 해체해도 되는 거예요?”

“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에이. 저도 용병단 단원인데 걱정해야죠. 제 걱정은 마시고 단장이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저야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을 수도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지?”

베르쿠스가 순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렌에게 물었으나 렌은 그저 미소를 지으면서 음식을 먹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자 베르쿠스가 카르스를 쳐다보았지만 그 역시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후.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일단 여기서 2. 3일 정도 쉬고 난 후에 세계수 쪽으로 향하도록 하자.”

“세계수? 그쪽에 무슨 볼 일이라도 있나?”

“사실 알아볼 일이 있다. 음. 뭐 솔직히 말하면 마족에 관련된 일이라고 해 두지.”

“혹시 이번 오크 습격과 관련된 건가? 이번에 상단에서 가져온 물건이 관련되어 있고?”

카르스가 무언가 눈치챘는지 베르쿠스에게 물어보자 베르쿠스가 표정을 굳히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스프를 떠먹기만 했다. 침묵은 긍정이라고 했던가? 카르스 역시 베르쿠스의 침묵이 무슨 뜻인지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없이 자신의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그때 말없이 음식을 먹던 렌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마족이 관련되어 있다면 대륙침공이겠네요. 서쪽 대륙에도 관여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북쪽과 남쪽은 아니니까 동부의 몬스터 산맥의 흑마법사 쪽인가요?”

“너.”

“흠, 이거 생각보다 심각하겠네요. 이번 오크들의 습격이 관련된 거라면 오크 제국이 마족들과 무언가 계약을 맺었다는 것인데. 이곳에서도 오크 제국이라고 불리는 것을 보면 상당히 강맹하다는 것인데 오크 제국이 마족들과 손을 잡았다면 다른 왕국들과 자유연합들도 위기감을 느껴야만 할 정도라는 것이죠?”

“그걸 어떻게 생각한 거지?”

“세계수에 가려는 것은 세계수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세계수를 통해서 엘프나 페어리 족으로 하여금 종족 연합을 결성해 마족들의 침공을 방해하기 위함이군요.”

렌은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묵묵히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베르쿠스와 카르스는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말로 하여금 렌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했을까라는 생각보다도 렌의 정체가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별로 놀랍지도 않는 내용이네요. 서쪽 대륙은 이미 흑마법사들이 날뛰고 있는 상황이에요. 서쪽 대륙에서 흑마법사들의 세력이 있는 곳은 세 곳. 전부 9서클 흑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북쪽과 남쪽 동쪽이죠. 북쪽 혹한의 대지는 자신들의 힘으로 뮤턴트와 벤시 퀸을 제조하려고 하고 남쪽 열사의 대지쪽은 드래곤들과 연합을 맺었으니 동쪽의 흑마법사들이 마족들과 연관되어 있겠군요.”

“무슨 말이지?”

“단장 말대로 마족들이 대륙의 일에 연관되어 있다면 보통 대륙 침공 말고는 생각할 것도 없잖아요. 거기다가 제가 아직 확인은 못했지만 동부 대륙 쪽에도 흑마법사의 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몬스터 산맥 쪽의 흑마법사들과 몬스터 산맥에서 가까운 오크 제국 즉 오크들과 계약을 맺고 인간진영과 중앙 대륙 쪽을 양쪽에서 혼란시켜서 마족들이 침공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을 벌겠단 생각이겠죠.”

렌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베르쿠스와 카르스는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렌이 생각보다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거. 단순한 꼬맹이가 아니었네?”

“뭐 그건 그렇고 혹시 이곳에도 도청 마법 같은 게 있지 않을까요? 생각해 보니까 상단주의 과한 호의가 의심스럽기 시작하네요.”

렌의 말에 베르쿠스와 카르스도 갑자기 표정을 굳히면서 주변으로 기감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미세하지만 벽에 붙어 있는 마법적인 기운을 찾아내었다.

“도청이 확실하군.”

“그럼 여기서 더 지체할 시간이 없겠네요? 바로 움직여야겠어요.”

“후우, 그런 것 같군.”

렌의 말에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무기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수백의 괴한들이 베르쿠스 용병단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늦었군.”

“그렇네요. 하하.”

“뭐 그래도 못 뚫을 것도 없지 않나? 이곳만 벗어나면 상업도시의 커다란 대로인데 그곳으로만 가도 이 녀석들이 쫓기는 쉽지 않을걸?”

카르스의 말에 검은 복면을 쓴 괴한들이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들도 그것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말이 되었다.

하지만 곧 표정을 굳히면서 가운데 서 있는 괴한이 입을 열었다.

“우리 상단주께서 가져온 물건의 정체를 아는가?”

“타이탄 부품을 말하는 것인가?”

“큭! 살아서는 안 되겠군.”

괴한의 말에 바로 대답하는 베르쿠스를 보고 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수백의 괴한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전부 익스퍼트급에서 수퍼리얼급에 이르는 강자들로 아무리 마스터급이 있다고 해도 이길 수 없을 전력이었다.

“너희들이 먹은 음식에 마나 중화제를 탔다. 효과는 1시간 동안 마나 운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 큭큭. 아무리 마스터라도 마나 중화제를 먹고 오러의 결집이 흐트러진 이능력으로 이 전력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 보는가!”

카가가강.

복면의 괴한이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면서 공격해 오자 베르쿠스와 카르스 그리고 렌이 수세에 몰린 것처럼 여기저기서 공격해 들어오는 괴한들을 막기 바쁜 것처럼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면서 괴한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더욱더 기세를 높이면서 베르쿠스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자역시 수퍼리얼급에 이른 자 답게 베르쿠스가 마나 중화제를 먹어서 오러결집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이게 끝인가?”

“뭐?”

“이것이 너희들의 전력의 전부냐고 물었다. 그리고 우리를 공격하는 이유도 그것이 전부인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그럼 됐다. 더 이상 들을 것도 없겠군.”

콰아아아아앙!

이제까지 수세에 몰려오던 베르쿠스가 차가운 음성과 함께 거대한 붉은 대검에서 검은 마기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강력한 기파가 건물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길을 뚫겠다. 내 뒤를 따라와라.”

“알겠어.”

“네.”

베르쿠스가 그 말을 끝으로 거대한 검으로 변한 오러 웨폰을 수직으로 베어 버렸다. 그와 동시에 거의 7층 높이까지 완벽하게 수직으로 박살나면서 정면을 막아 서던 괴한 수십이 순식간에 저 세상으로 떠나버렸다. 그와 동시에 베르쿠스들이 빠른 속도로 그곳을 벗어나면서 상업도시의 자랑이라고까지 불리는 거대한 대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수많은 종족들이 거대한 폭음에 놀라서 폭발음이 일어난 곳을 바라볼 때 순식간에 수많은 종족들이 있는 틈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곧 거의 15층에 다달하던 건물들이 밑에서부터 조금씩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종족들이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뛰쳐나오기 시작하고 그 주변일대는 고층건물의 붕괴로 인해서 혼란스럽게 변해 버렸다. 갑작스러운 거대한 기파와 함께 건물이 무너져 내렸으니 점차 상업도시 자체에서도 혼란스러움이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베르쿠스들은 빠른 속도로 상업도시를 벗어나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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