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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쿠스 용병단
베르쿠스에 의해서 생각지 못했던 용병 생활을 하게 된 렌이 샤벨 타이거인 천호랑 백호와 같이 상단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았다.
용병단의 임무 중에서 가장 무난한 임무라는 상단 호위.
하지만 이곳에서는 또 그것이 쉬운 임무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보통 워프를 이용하거나 마법 기구라는 것을 이용해서 연합과 연합 또는 국가로 상행을 하는 것에 비해서 지금과 같이 이렇게 육상으로 철제 마차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굉장히 중요한 무언가를 가지고 갈 때이기 때문에 대부분 위험한 임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어서 용병들이 웬만하면 다른 때보다 긴장감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다.
또 상단도 다른 때보다 훨씬 실력 좋은 상단 호위단을 배치하고 용병들도 전부 최소 C급 용병 이상으로 채울 정도였다.
뭐, 자신도 익스퍼트급이니 딱히 부족한 실력은 아니었지만 주변 용병들의 시선은 베르쿠스의 보호를 받는 인간정도의 시선이었다.
“여. 인간? 그래 베르쿠스가 뭐 때문에 자네를 보호해 주는 것인가?”
“보호요?”
한 수인족이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면서 물어보자 베르쿠스가 곧바로 그 수인족을 향해서 싸늘한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난 곧 괜찮다는 눈빛으로 베르쿠스를 바라보고는 웃으면서 수인족에게 대답해 주었다.
“글쎄요. 그냥 자유도시에서 술 한잔 하고 나서 같이 용병 생활하기로 한 게 전부인데. 특별한 것은 없어요. 하하. 사실 이번에 용병단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깜짝 놀라기는 했어요.”
“그, 그래?”
“네. 뭐, 그래도 여기 상단호위 할 자격 조건은 충분하니까 너무 애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
“흠흠. 미안하군.”
렌의 말에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수인족을 보면서 미소를 짓는 렌이었다.
사실 자신을 무시하는 말에 다른 용병들이었으면 싸움도 날 만한 일이었다. 물론 지금 다가온 수인족도 렌을 도발하기 위한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렌은 마치 경험 많은 노련한 용병처럼 말 몇 마디로 수인족을 상대하는 모습에 베르쿠스도 조금 놀라워하는 표정이었다.
마치 몇십 년을 산 사람처럼 수인족을 대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보기에는 이제 겨우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였는데 행동하는 것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사실 그동안 렌이 전생과 이번 생을 전부 합쳐서 본다면 험난한 인생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았고 결국 대륙 no. 3에 올랐고 이번 생에서는 잠시지만 대륙 최강의 기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렌이 생각하기에도 잠시 뿐일 것이다.
분명 델포트와 멜릿이 금방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서 자신의 경지를 뛰어넘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러한 엄청난 경험들은 단순히 검술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으로 인한 말과 상황대처 또는 전쟁 시의 전술 작전능력 등 다양한 방면으로 나타난다.
지금만 해도 보통 건장한 청년의 나이 때에는 혈기왕성한 나이라서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다면 참기가 쉽지 않았다. 그것은 압도적인 실력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그럴 것이다.
하지만 렌은 분명 C급 이상의 용병임에도 같은 C급 용병으로 보이는 수인족의 말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종족 중에서 짧은 생을 사는 것으로 유명한 오크 다음으로 짧은 인간임에도 이러한 대처능력을 보여 줬다는 것은 결코 어린 인간이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베르쿠스!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자유 상업도시로 간다. 그쪽으로 가면 일단 워프게이트도 잘 활성화 되어 있고 경비나 여러 가지 여건들이 확실하게 되어 있을 것이니 상인들도 그곳으로 갈 것이 분명하지.”
“그렇군요.”
“자유 상업도시 커머션트로 가면 리베르티와는 다른 모습이 보일 거다. 자유의 도시가 리베르티라면 상업의 도시는 커머션트니까.”
베르쿠스의 말에 어떠한 곳일지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짓는 렌이었다. 자유도시 리베르티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서대륙에서는 단 한 번도 찾아볼 수 없었던 자유가 존재하던 도시가 바로 리베르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업의 도시 커머션트라고 하니 더욱더 궁금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업도시 커머션트로 가려면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하는데 그 산이 또 하필이면 오크와의 국경선 비슷한 거라서 오크들의 침략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서쪽 대륙의 오크와는 다르게 단순히 힘만 센 게 아니고 이능력도 다루고 심지어 마법사나 정치가도 있다고 하니 이곳의 오크는 무시할 만한 오크들이 아닌 셈이다.
“네가 서쪽 대륙에서 왔다고 하니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예? 뭔가요?”
베르쿠스가 걸어가고 있던 중에 갑자기 생각난 듯 렌에게 중요한 점이라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은 렌은 베르쿠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쪽은 그쪽과는 다르게 몬스터라고 불리는 종족들이 정말 세다는 것이다.”
“예?”
“서쪽 대륙에서 무시하는 오크들도 이곳에는 오크 제국이라고 칭하면서 3명의 오크 로드를 비롯한 현 오크 최강자인 오크 엠페러가 그랜드 마스터급에 도달한 자들이다.”
“오. 오크가 그. 그랜드 마스터요?”
렌이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베르쿠스를 보자 베르쿠스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겉보기에는 멍청해 보이는 오크이건만. 오크 제국을 만들 정도로 강력한 힘과 더불어 그랜드 마스터급에 이른 오크만 4마리라는 이야기다.
“오크가 로드급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그랜드 마스터급에 이르는 것뿐이다. 흠. 오크 로드들 중 하면은 오크 샤먼인데 그 역시 샤먼으로는 최강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지. 그래서 그랜드 마스터급으로 추앙받고 있지. 마법사로 하면 9서클 마스터급이라고 한다.”
“9, 9서클 마스터!”
인간을 초월하지 않는 이상 최고 높은 경지라고 불리는 9서클 끝자락에 이르는 경지였다. 그 이상은 그랜드 마스터 최상급과 동급으로 여겨지며 역대 대륙 역사상 신화시대에서만 나왔다는 마황과 같은 경지 그랜드 마스터 최상급과 동급인 10서클 경지일 것이다.
“근데 9서클 마스터이면서 어째서 오크 엠페러가 아니에요?”
“음. 샤먼들의 특성상 남들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오크 로드에 머무르는 것이라고 들었다. 뭐 그렇다고 오크 엠페러가 약한 것은 아니지만. 그랜드 마스터 상급이면 황제가 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헉! 지, 질렸네요.”
이제까지 내심 자신이 모든 힘을 회복한다면 이곳에서도 최강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자만심을 전부 갖다 버려야 될지도 몰랐다. 이제 겨우 그랜드 마스터 초입을 갓 벗어나서 초급이 된 자신이었다.
그런 생각까지 이르자 이제까지 항상 자신의 진짜 실력을 생각하면서 가지고 있던 여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크가 그렇다는 것은 다른 종족들 역시 마찬가지겠죠?”
“음? 그렇다. 엘프 같은 경우 하이 엘프로 세계수의 대리자 또는 엘프들의 수장으로 불리는 녀석이랑 대장로급 한 명 정도가 그랜드 마스터가 됐을 거다. 다크 엘프들은 수장 한 명이 전부이고 수인족들도 각 종족들의 수장 한 명쯤은 전부 그랜드 마스터일 거다. 드워프도 드워프 로드는 플레임 로드라고 해서 불의 정령왕과 그랜드 엑스 마스터이기도 하지.”
베르쿠스의 말에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이 얼마나 덧없는 것이었는지 깨닫게 된 렌이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서쪽 대륙에 있는 몬스터들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들이었는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혹시, 고블린들도 그랜드 마스터가 있나요?”
“고블린?”
렌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베르쿠스에게 물어보자 베르쿠스가 렌의 표정을 보면서 재밌다는 듯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렌에게는 비웃음으로 들려서 기분 나빴지만 베르쿠스의 작은 웃음소리를 들은 주위사람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모두들 익숙치 않는 풍경에 베르쿠스로부터 물러서서 걸었다.
“큭. 왜 고블린들도 그랜드 마스터가 있을까 봐?”
“예? 없나요?”
“음. 없어. 대신 고블린들은 주술사가 유명하지. 주술사로 오크 로드처럼 9서클 마스터급에 다다른 녀석이 있거든. 겪어 본 강자들의 말에 의하면 9서클 마법사보다 훨씬 까다롭다고 말할 정도지. 사실 오크 샤먼도 굉장히 까다로운 녀석이거든.”
베르쿠스의 말에 충격먹은 표정으로 렌이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져 버렸다. 그동안 자신이 미개하다고 여기고 있었던 종족들에서 자신보다 더 강한 자들이 나타나 버린 것이다.
서쪽 대륙에 있었을 때에는 그랜드 마스터만 된다면 어떻게든 될 수 있지 않을까? 자신만 좀 더 열심히 하면 대륙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자만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흠, 지성이 있는 종족들은 대부분 그랜드 마스터급이 있는데 이곳으로 오는 인간들이 거의 없어서 그런가? 유일하게 인간만 그랜드 마스터급에 이른 자가 없네. 인간은 어떤 싸움을 할지 궁금해하는 놈들이 많은데.”
“그렇군요.”
베르쿠스가 여전히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재밌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물론 베르쿠스가 한 번씩 마른 웃음을 지을 때마다 주위에는 점점 썰렁해지고 있지만 당사자인 베르쿠스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 듯싶었다. 어쨌든 렌이 베르쿠스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굉장히 충격 먹은 표정으로 멍하니 산을 쳐다보면서 걸었다.
“그렇게 충격적인가? 서쪽 대륙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곳과는 달리 이곳은 엄청 넓고 수많은 종족들이 모여 사는 만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인간 대륙은 과거 한차례 모든 문명이 멸망했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지. 이 정도 결과는 당연한 것 아닌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베르쿠스의 말에 자신도 그렇다는 듯이 동의는 했지만 여전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자 베르쿠스도 더 이상 웃지 않고 렌을 한차례 바라보더니 충격 먹은 듯한 렌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 자신도 먼 산을 바라보았다.
길 한가운데 거대한 산맥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딱 봐도 엄청나게 높아 보이는 산맥이었다. 길은 정확히 그곳을 향하고 있었는데 도대체 왜 저런 산맥이 있는 쪽으로 길을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렌을 보면서 베르쿠스가 나직히 입을 열었다.
“왼쪽에 수인족의 왕국. 오른쪽에 오크 제국. 그 사이에 있는 자유연방. 각 나라마다 전쟁이 나지 않도록 중재 역할을 하는 자유연방이니만큼 각 도시들이 발달한 곳이 꼭 자유연방에게 좋은 쪽으로만 발달하리라는 법은 없지.”
“그렇군요.”
베르쿠스의 말에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곳 몬스터 대륙이라고 불리는 곳이 어떠한 구조로 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쪽말로는 중앙 대륙이라고 말하는 이곳의 구조는 북쪽은 황무지로 마계로 이어지는 입구가 만들어져 현재 마족들이 점령하고 있었고 남쪽으로는 바다건너 거대한 섬에 수백 개의 부유섬들이 떠 있어서 천족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북쪽의 황무지나 천족들의 섬이나 둘 다 서쪽 대륙의 1/4크기도 안 되었지만 애초에 천계와 마계에 존재하던 존재들이니만큼 이곳 중간계에 조금이나마 땅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각 종족마다 나라를 세우고 그 나라들 간의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대륙 가장 중앙과 나라들 사이사이를 이어서 중립지역으로 만들고 자유연방을 세운 것이다.
“자유연방이 나라간의 다툼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라. 나쁘지 않군요.”
“뭐 그것도 한계이지. 오랫동안 전쟁을 하지 않아서 호전적인 종족들은 전쟁을 원하고 있으니. 마계도 마찬가지이고 말이야. 휴우. 마계라. 어리석은 마족들.”
베르쿠스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말하자 렌은 순간 베르쿠스라는 마족이 마계에서 중요한 존재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왠지 마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듯한 한숨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새삼 베르쿠스라는 마족을 다시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선두에 가던 행렬이 멈춰서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슨 일인가 싶어서 앞으로 가려하자 베르쿠스가 얼굴을 굳히면서 팔로 렌의 앞을 막았다.
“나서지 마라. 위험하니 무조건 내 뒤에 있어.”
“예?”
렌이 순간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순간 자신의 포스의 기감에 강력한 기운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순간 강력한 충격파에 발을 땅에 완전히 고정시켰지만 상당 거리를 뒤로 물러나 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베르쿠스가 앞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충격파를 상쇄시켜 버려서 이 정도였지 아니었다면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게 분명했다.
“크하하하하. 베르쿠스! 리베르티로 갔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
거대한 굉음.
하지만 베르쿠스는 그 굉음에 표정을 굳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현재 자신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죽여 버릴 것 같은 존재가 베르쿠스라는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목소리에 렌이 놀란 표정으로 베르쿠스를 바라보았지만 베르쿠스는 그저 굳어 있는 표정으로 가만히 정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감히. 오크 제국을 건드린 대가를 받으러왔다! 베르쿠스 건방진 마족용병이여.”
“저기 붉은 오러를 뿌리고 다니는 놈 근처에는 절대 오지 마라.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어.”
베르쿠스가 표정을 굳히면서 이제까지 보여 주지 않던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한순간 보여진 마기와 그와 함께 보여지는 칠흑의 오러.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뽑지 않았던 대검을 뽑아 들자마자 강력한 충격파가 퍼져 왔지만 렌은 이를 악물고 참아내었다. 베르쿠스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지금의 자신은 베르쿠스나 붉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존재들에 비해서 매우 나약한 존재에 불과했다. 그런 렌이지만 그들의 실력을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방법이 딱 한 가지 존재했다.
바로 직접 그들이 내뿜는 기운을 몸으로 받아 보는 것이다. 분명 내상을 입을 것이고 심하면 내기가 뒤틀릴 수도 있는 위험한 방법이지만 앞으로 베르쿠스와 언제까지 함께할지는 모르지만 상당시간을 같이 다닐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미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봤고 포스와 정령등 다양한 이능력을 경지에 올라섰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몸으로 직접 기운을 받아 보면 대략적으로 그 기운의 강도와 기운의 밀도등을 직접 느껴서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렌의 이능력 양이 너무 적어서 대충 ‘이 이상일 것이다’라는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베르쿠스의 실력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방법이 없을지도 몰랐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베르쿠스의 실력을 파악해 보려는 것이었다.
‘최소 마스터급이란 말인가? 수퍼리얼급도 이런 밀도를 가질 수 있지만 절대 마지막 순간에 나를 보호하기 위해 충격파를 멈출 수 있는 컨트롤까지 기대할 수 없어.’
“쿨럭!”
“이런, 미련하게 그 충격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냐? 이리 와! 어이 베르쿠스 양반. 이 녀석은 내가 데리고 있을 테니 잘 싸우다 오시오!”
아까 나에게 시비를 걸던 수인족이 충격파에 피를 토하는 나를 어깨에 걸치고 빠른 속도로 베르쿠스에게서 벗어났다. 그러자 베르쿠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욱더 진한 마기를 뿜어내었다. 그것을 본 렌은 피를 토하는 와중에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들었다.
베르쿠스의 최소한의 경지가 바로 마스터급이라는 것을. 현재 자신의 상태로는 그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만 된다는 생각에 수인족의 어깨에 매달려서 얌전히 뒤로 물러났다.
“크큭. 건방진 마족 자식! 애들아. 너희들은 물건을 챙겨라! 난 이 녀석을 맡도록 하지.”
“알았다. 취익!”
붉은 기운을 마구잡이로 뿜어 대는 오크의 말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몇몇 오크들이 뒤에 모인 수백의 오크들에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나를 데리고 가던 수인족이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수인족이 멈춰서서 나를 데리고 싸우려니 난감한 표정을 짓는 게 보였다.
“내려 주세요. 싸울만 합니다.”
“베르쿠스의 기운에 견딘 것보니까 익스퍼트급은 되어보이는데 그 몸으로 전투를 하기에는 무리야.”
“괜찮습니다.”
괜찮다는 렌의 말에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땅에 내려놓자 여분으로 챙겨온 단검들 중에서 두 개를 뽑아 들고 양손에 단검을 역수로 쥐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포스를 전력으로 개방하기 시작했다. 정령은 나중을 위해서 아껴두고 일단 샤벨 타이거인 천호와 백호를 내 주위로 불렀다.
“괜찮겠냐? 오크들이 만만치 않은 기세를 뿜는 것 같은데.”
“전부 이능력을 사용하는군요.”
“그래. 전부 오크전사급 이상은 되는 것 같다. 그들을 지휘하는 녀석들은 오크전사장이거나 오크투사겠지.”
수인족이 나를 바라보다가 어느새 전력으로 돌진해 오는 오크들을 보면서 내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자신의 발톱을 빼 들고 렌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수인족의 몸에서 검은 오러가 뿜어나오기 시작했다.
“렌과 포스를 사용하는 수인족이라. 후우, 나도 숨길 수는 없겠네. 전력으로 가자 천호야!”
“크릉.”
렌의 말에 천호가 대답하듯이 한번 울부짖고는 오크들에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단검에 포스를 밀어 넣고 동시에 정령력으로 정령들을 소환해서 오크들에 달려 나갔다. 수인족은 렌이 베르쿠스의 기운에 당해 내상을 입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렌은 오히려 몸 상태가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전보다 이능력이 몸을 활발하게 돌아다니고 무겁기만 하던 몸이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베르쿠스의 강력한 기운이 침범해서인가? 봉인에 사용된 마력이 조금 흩어졌다.’
렌의 몸을 가득 메우고 있던 강력한 마력이 조금은 흩어진 것 같았다. 물론 곧 다시 마법봉인의 형태로 마력이 되돌아오려는 것 같았지만 렌은 그것을 가만히 놔둘리가 없었다. 몸을 한계까지 사용하면 포스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포스를 외부로부터 계속 유입시키려고 한다.
렌은 지금 바로 그 점을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베르쿠스의 강력한 기운에 의해 자신의 마법봉인을 지키기 위해 마력이 움직임을 보였고 그 사이 렌의 포스와 정령력이 빠져나오려고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때야말로 자신의 봉인된 포스와 정령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마력이 다시 포스와 정령력을 가두려고 할 때 봉인된 마력까지 이용해서 포스나 정령력으로 변환시켜 전투에 사용한다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포스와 정령력의 범위가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콰앙!
“너, 내상 입은 거 맞아? 무슨 움직임이.”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굉장한데요?”
수백의 오크들 전원이 포스유저나 오러 유저급은 되어보였는데 렌과 수인족이 너무나도 쉽게 두세 마리의 오크를 베어 버린 것이다. 물론 다른 용병들도 C급 용병 이상답게 손쉽게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런, 일단 뒤로 빠져!”
“예?”
“오크 샤먼이야! 죽은 오크들에 벗어나라!”
수인족의 말에 급하게 오크를 베어 버리고 뒤로 물러섰다. 포스를 사용하는 유저답게 수인족이나 렌도 순식간에 오크들에 벗어났다. 그리고 몇초 지나지 않아서 오크의 시체가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더러운 새끼들. 블러드 익스플로전이라니!”
“샤먼술!”
콰과과과광.
렌이 눈쌀을 찌푸리자마자 무난하게 상대하던 용병들 중 다수가 오크 샤먼이 사용한 블러드 익스플로전에 당해 버렸다. 죽인 오크의 수만 순식간에 백여 마리가 넘어가기 시작한 상황이었으니 그 폭발력 역시 상당했다. 거의 4서클 익스플로전 마법이 동시다발적으로 백여 번이 일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질린 놈들. 내가 이래서 고블린 족이랑 오크 족이 싫어!”
“죽이고 나서도 시체를 조심해야 하다니. 빌어먹을 흑마법사 같이 귀찮은 녀석들이군요.”
“쳇! 일단 최대한 몸을 사려야겠어. 꼬마도 조심해라.”
“당신 몸 관리나 잘하세요.”
오크 샤먼에 의한 샤먼술이 끝나자마자 다시 한 번 전력으로 돌진해 온 오크들. 근데 특이한 것은 아까는 검은 오러만 보였던 것이 지금은 검붉은 오러로 바뀌었다. 마치 렌이 포스 최상급에 이르렀을 때 활활 타오르는 검붉은 오러를 사용했었던 때처럼.
하지만 저들은 뭔가 달랐다. 활활 타오르지는 않지만 검붉은 오러를 내뿜고 마치 이성이 없는 듯한 핏발 선 눈동자들.
“버서커인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강하겠군요. 후우. 진짜 목숨 관리 잘해야 할 것 같아요.”
“크큭. 난 이런 상황 많이 겪어 봤는데 넌 어쩌니?”
“흥. 죽을 뻔한 적이라면 저도 수십 번은 겪어 봤을걸요?”
렌이 지지 않는 듯이 말하자 수인족이 피식 웃으면서 기운을 좀 더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대충 C급 용병으로 알고 있었던 수인족의 기운이 아까와는 판이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러만 보이던 것이 형상이 보이기 시작하고 하늘빛을 띠던 렌이 짙은 청색의 렌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나만 따라와. 목숨 정도는 살려 줄게.”
“흥! 당신 안 따라가도 충분히 내 목 하나는 지킬 수 있어요!”
렌은 왠지 저 수인족에게만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전생에서 멜릿과 델포트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매일같이 검술에 미쳐있을 때가 생각났다. 이번 생에서는 여러 가지 걱정과 위험한 상황이 많아서 순수하게 검술이나 무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무에 매달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오랜만에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은 것 같았다.
그리고 렌의 의지에 답하기로 하듯 상당양이 소모되었던 포스에 봉인된 마력이 달라붙으면서 정령력과 포스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마력을 매개체로 정령력과 포스가 거의 완벽하게 융합되어 가기 시작했다.
“헉! 이건?”
“왜! 어디 아퍼?”
“아. 괜찮아요. 그리고 제 걱정보다 자기 자신이나 걱정하라니까요?”
“쳇! 까칠한 녀석.”
수인족이 괜히 걱정해 줬다는 듯이 까칠하게 구는 렌을 못마땅하다는 듯이 보면서 혀를 찼다. 그러면서도 렌이 무언가 생각하고 있을 때 렌을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사실 전쟁터에서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의 렌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희열 때문에 그따위 생각은 저리 날려 버렸다.
“후우, 이거 생각보다 굉장할 발견인데? 어디. 실전에서 써먹어 볼까?”
화르르르륵.
“응? 너 그거 뭐야?”
“잘 봐요.”
렌이 기분 좋다는 듯이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양손에서 피어오르는 포스에 전격이 완벽하게 머금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검은 오러가 마치 바람을 휘감은 것처럼 회오리를 띠면서 발에 휘감겼다. 그리고 그 순간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오크들 속을 휘저으면서 전격을 머금은 단검 두 개로 적진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이거. 그저 재미있는 애송이라고 생각했더니. 큭큭. 나름 실력 좀 있다 이건가? 그럼 나도 질 수 없지!”
웅우웅.
이제까지 렌을 지켜 주던 수인족이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짓다가 곧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렌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푸른색 렌이 모양을 변형하기 시작하더니 오러가 건틀렛 모양으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꼬맹이에게 질 수 없지!”
수인족이 꼬맹이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오크들을 완벽하게 학살하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주먹으로 적의 내장을 짓이겨 놓고 있었다. 익스퍼트가 사용하는 발경과는 다른 형태. 뒤에 있는 오크들까지 내상으로 피를 토하면서 쓰러질 정도였다.
바로 수퍼리얼급 이상의 격투가만 가능하다는 침투경이었다. 거기다가 권격 하나하나가 매서운 듯 오크들이 한방을 버텨 내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을 보면 그의 경지가 얼마나 높은 것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쳇! 또 블러드 익스플로전인가? 꼬맹아! 그만 뛰놀고 이리와라!”
“흥! 제 몸은 제가 알아서 지킬게요! 당신이나 몸 관리 잘하시죠!”
“맘대로 해라! 죽어도 내 책임 아니다.”
꼬맹이가 수인족을 무시하면서 말하자 수인족도 발끈하면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저 꼬맹이라면 어떻게든 수백의 오크들의 시체에서 터져나오는 블러드 익스플로전 속에서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단 자신부터 방어할 수단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렌으로 온몸을 강화했다.
푸른 오러가 온몸을 감싸자 어떠한 무기로도 침범할 수 없는 갑옷이라도 입은 것처럼 든든해지는 수인족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백의 오크들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아앙!
“괜찮냐! 꼬맹아!”
거대한 폭발음 여기저기에 깊은 구덩이가 파일 정도로 엄청난 폭발음이 여기저기서 나서 그런 것일까? 마차주변은 정말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렌으로 완벽하게 폭발의 화염을 찾아내버린 수인족이 렌을 찾기 위해서 두리번 거렸다. 그때 렌이 있었던 자리로 추정되는 곳에 사람하나를 감쌀만한 얼음덩어리가 있었다.
“꼬맹아?”
쩌적!
수인족의 부름에 답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곧 얼음들이 쪼개지기 시작하더니 완벽하게 부서져 내리면서 그 안에 꼬맹이라고 부른 렌이 두 개의 단검을 들고 서 있었다.
“후우, 폭발력 하나 무섭네. 정말.”
“너. 마법사냐? 이 느낌은 정령력인데? 포. 포스력도 느껴지는 게.”
“굉장하죠? 큭큭. 아직 융합력이 미약하긴 하지만 정말 쓸 만한 것 같네요. 뭐 봉인을 풀만한 방법도 찾은 것 같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지 않아도 되니 그게 더 기분 좋네요.”
“그게 무슨 소리냐?”
“뭐 그런게 있어요. 그나저나 수인족 아저씨도 굉장한데요? 아까 몸에다가 렌을 두른 걸 봤어요. 그 정도로 유형화된 렌을 온몸에 두르려면 수퍼리얼급은 되어야 할 텐데. 설마 마스터는 아니죠?”
렌의 말에 웃기만 하는 수인족.
하지만 렌은 알고 있었다. 싸우면서 틈틈히 바라본 수인족의 모습을. 침투경.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보통의 수퍼리얼급은 발경으로 침투경을 흉내내는 것이지 완벽하게 적을 통과시켜서 뒤의 적에게 타격을 입히는 짓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수인족이 한 것은 침투경의 묘리를 사용해서 앞의 적을 확실하게 죽여 버리고 최소한의 기력으로 적 뒤의 적에게 내상을 입히는 것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거기다가 신체 강화. 렌이 하인츠 공립학교의 무투대회에서 본 무투가도 수퍼리얼급에 이르러서 자신의 몸에 신체 강화를 사용했는데 저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푸른색으로 감싸인 몸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저 정도 되려면 렌을 완벽하게 유형화시킨 상태에서 그 모양을 자기 마음먹은 대로 변형시키는 수준. 렌을 젤리처럼 주물러댈 수 있을 만한 실력인 렌 마스터급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눈치챘음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척 찔러 보았다. 그리고 렌의 예상대로 당황해하는 수인족.
“하하. 그러는 너도 굉장한데? 정말 특이한 방식의 이능력 발현이야.”
“뭐. 아직 포스나 정령 둘 다 미약해서 별 힘은 없지만 점점 강해지면 그에 따라 상승효과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렌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자 수인족이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까지 중앙 대륙에서조차도 저렇게 완벽한 이능력을 융합한 것을 본 적이 없는 수인족이었다. 그러한 것을 별거 아니라는 투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간이라서 젊어 보이는 것을 감안한다면 다른 종족보다 아니도 훨씬 어릴 텐데 그 나이에 저 정도 경지를 개척했음에도자신의 힘이 미약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베르쿠스도 다 끝났나 보네요. 부하 오크들이 없으니 붉은 기운을 뿜어 대던 녀석도 물러나네요.”
“호오. 마스터 상급의 버서커 카쿠를 물러나게 하다니.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군.”
“저 눈에 핏발 선 오크가 유명한가 봐요?”
“오크 제국에서도 선봉장으로 좀 유명한 녀석이지. 버서커 계열로 유일하게 오크 군단 선봉장에 오른 녀석이니. 오크 투사 중에서도 한 손 안에 들어갈 만한 녀석이야.”
마스터 상급이라는 오크투사인 카투를 바라보면서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버서커 계열. 한순간에 미쳐버리지만 자신의 힘에 두 배 이상 강한 힘을 내는 계열. 전투 후에는 항상 미칠 듯이 괴로운 후유증이 있지만 그만큼 전투에 미쳐있는 족속들이었다.
“마스터 상급에 버서커라. 마스터 최상급이라도 힘들겠군요.”
“그건 그렇고. 너 같이 재미있는 녀석도 참 오랜만에 보네. 마스터급을 보고도 눈 하나 깜빡 안하고 재밌다는 듯이 구경하는 인간이라. 나도 베르쿠스 용병단에 끼워 주라.”
“싫어요.”
“허락한다.”
“응?”
렌이 단호하게 싫다고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어느새 렌의 뒤에까지 온 베르쿠스가 붉은 대검을 등 뒤에 고쳐 매고서 허락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베르쿠스가 단장은 자신이 넘치는 눈빛으로 렌을 바라보았고 그 눈빛을 보고 표정을 구기는 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