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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륙 No.3 기사다-112화 (11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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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랜드

몬스터 랜드. 인간들이 사는 대륙에 몇 배나 되는 엄청난 크기를 가지고 있는 대륙. 과거 인간들도 몬스터 랜드라고 불리는 대륙에서 다른 종족들과 같이 살았던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옛말이 되어 가고 있었다.

마도 시대의 마도사들과 인간들의 탐욕에 의해 수많은 종족들이 그들을 멀리하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마족과 천족이 인간들을 지배하려고 하면서 대륙 전쟁이 일어났다.

그 결과는 바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수많은 종족들의 희생. 원래 거의 수백억대 다다랐다는 종족들의 수가 지금은 겨우 수십억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물론 그 엄청난 희생 덕분에 마족들과 천족들도 천태제와 마황을 잃고 10 마왕과 12대 대천사 중에서 겨우 4명의 마왕의 혈족과 4대 대천사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마족은 대륙 북동쪽 황폐하의 대지에 천족은 바다건너 남쪽에 있는 천공섬으로 쫓겨났다. 모든 이종족들이 힘을 모아서 천족, 마족을 몰아냄으로써 대륙에는 일시적으로나마 평화가 지켜지는 듯했지만 인간들 역시 죄를 피할 수 없어서 결국 서쪽의 현재의 몬스터 산맥을 분기점으로 쫓겨남으로써 지금의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륙인지라 현재 몬스터 랜드 안에 들어와 있는 렌은 어쩌면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희귀한 종족들이 이곳 몬스터 랜드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샤벨 타이거와 함께 보금자리에서 멀어진 지도 어느덧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대략 한 달 가까이 시간이 지나가자 끝없이 숲만 펼쳐질 것 같던 대지도 어느새 끝없이 이어진 평원이 나왔다.

“후우, 정말 끝도 없네.”

“캬릉.”

어미 샤벨 타이거도 지겨운지 지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새끼 샤벨 타이거는 이미 렌의 머리 위에서 잠들어 있었을 정도로 평원은 끝도 없었다. 차라리 몬스터들이 나왔으면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평원 지대. 숲에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몬스터들이 나와서 전투를 치르느라 지겹지는 않았지만 말없이 거대한 평원을 걷기만 하려니까 너무나 지겨웠다.

만약 샤벨 타이거도 없이 혼자 이곳을 지났다면 얼마나 지겨웠을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거대한 평원을 며칠째 걷고 있었지만 다른 이종족은커녕 몬스터들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야생동물들은 상당히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뭐 그렇게 지겨운 여정 동안 할 것도 없어 어미 샤벨 타이거와 새끼 샤벨 타이거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고대어로 천호와 백호라는 이름으로 지어 주었다.

사실 샤벨 타이거가 마기에 잠식당하기 전에는 고대의 사신수 중 하나인 백호가 아니었을까 하는 말이 들려올 정도로 영물이었다고 했으니 백호들의 왕이라고 전해지는 천호라는 이름을 어미 샤벨 타이거에게 지어 주고 귀여운 새끼 샤벨 타이거에게는 백호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곳은 순수하게 야생동물만을 위한 지대인지 다른 몬스터들이나 이종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음? 잠시만.”

“캬릉!”

갈대밭 너머로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렌이 급하게 포스를 숨기자 샤벨 타이거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렌이 가르쳐 준 포스를 숨기는 방법으로 기척조차 숨기고 가만히 갈대밭 너머를 바라보았다.

@

쿵! 쿵! 쿵!

철갑을 입은 병사들이 횃불을 밝히고 지나가고 있는 것을 본 렌이 경악했다. 몬스터 랜드라고 불리는 땅에 수준 높은 갑옷을 입은 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대략 숫자가 수백에 이르는 엄청난 숫자였다.

하지만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모든 병사들이 한 가지 일관된 무기를 들고 있었는데 그것은 주로 오크들이 사용하는 글레이브를 쥐고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 산맥에 존재하는 오크들처럼 볼품없는 무기가 아닌 잘 제련된 모습의 글레이브였다. 그리고 렌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보자마자 중갑을 입고 있는 전원이 오크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취익! 멈춰라!”

쿵!

“이곳에 무슨 흔적이 있는 것 같다. 취익! 모두 샅샅히 뒤져 봐라! 칙!”

오크 병사들을 이끄는 오크가 무슨 낌새를 챘는지 서둘러 찾아보라고 이야기하자 수백의 오크들이 일제히 대평원을 찾기 시작했다. 횃불을 들고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모양새가 렌과 샤벨 타이거를 찾는 것이라고 파악한 렌이 샤벨 타이거에게 둘로 나뉘자고 손짓을 하자 그것을 알아들은 샤벨 타이거 급하게 왼쪽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어미 샤벨 타이거 위에 새끼 샤벨 타이거까지 올라타서 움직이자 주변을 정찰하던 오크들이 급하게 뿔 나팔을 불기 시작했다.

뿌우우우우우.

“취익! 칙! 이곳에 있다!”

“놓치지 마라! 취익!”

오크들이 일제히 샤벨 타이거 간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제야 렌도 오크들의 뒤를 따르는 척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샤벨 타이거가 시선을 끌었으니 자신은 하나씩 하나씩 암살하듯이 끊어 죽이면 되는 것이었다.

비록 포스 유저급이라지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명상과 회복을 한 끝에 거의 익스퍼트급에 근접할 만한 포스양을 모았다. 덕분에 그동안의 전투경험으로 부족한 포스를 커버한다면 능히 포스 익스퍼트 상급 이상과 싸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렌이었다.

스칵!

“취. 취익! 적이다!”

오크들 십수 마리를 베면서 오크들을 따라갈 때 마침내 렌이 뒤따라오고 있는 것을 알았는지 오크들이 일제히 샤벨 타이거를 쫓아가던 것을 멈추고 평원에서 멈춰 섰다. 그러자 렌은 오크들을 뒤따라가던 것을 멈추고 그 즉시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주변 상황을 지켜보았다.

“대. 대장! 취익!”

“취익! 당황하지 마라. 칙!”

대장 오크가 당황하지 말라는 투로 병사 오크의 어깨를 치고 자신의 검을 땅에 꽂아놓고 검은 오러를 뿜어 대기 시작했다. 바로 포스를 이용한 탐색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렌이 최대한 포스를 숨기면서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다가 어차피 단검에 묻은 혈향 때문에 오크들이 눈치챌 것을 생각한 렌이 한순간에 포스를 폭사하면서 근처에 있는 오크 2마리의 목을 베어 버렸다.

“저기다! 칙!”

순식간에 오크들에 발각된 렌과 샤벨 타이거가 일제히 양쪽으로 오크들을 죽이고 도망치다 한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오크들이라지만 중갑을 입었고 숫자가 수백이었다. 거기다가 대장 격으로 보이는 오크는 포스까지 사용했다. 포스로 탐색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최소 포스 유저급 이상이라는 뜻이었는데 샤벨 타이거와 렌만으로는 저들을 전부 사용하기에는 힘들었다.

“일단 도망 가자.”

“캬릉.”

샤벨 타이거도 전부 상대하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았는지 렌의 말대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포스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렌과 샤벨 타이거라서 그런 것일까? 중갑을 입은 오크들이 쫓아오지 못하고 조금씩 뒤처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렌이 안심할 무렵 평원 전체로 울려 퍼지는 뿔 나팔 소리에 곧 여기저기서 뿔 나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공격했던 오크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큰일인데?”

자신이 그랜드 마스터였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상황으로는 수백이 아닌 어쩌면 수천 그 이상의 오크들이 평원에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곳을 빠져나가기란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일단 저쪽으로 가야겠어. 천호!”

렌의 말에 즉시 렌에게 등을 내주면서 렌이 올라타자마자 전력 질주로 평원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사방을 포위한 오크였지만 워낙에 넓은 평원인지라 샤벨 타이거의 빠른 속도로 오크들의 이곳저곳을 빠져나가면서 평원 너머로 보이는 산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내가 처리할게!”

천호에게 달리는데 집중하라고 해 준 후에 주위에 오크들이 달려오자 곧바로 천호의 등에서 뛰어내려서 2마리의 오크를 베어 버린 후에 천호의 뒤를 뒤따라갔다. 이미 렌의 단검에는 포스뿐만 아니라 라이아넬의 번개의 정령의 힘까지 담겨 있어서 한번 베이는 순간 중갑에 전격이 흘러 들어가면서 그대로 즉사로 이어졌다.

“뇌룡각!”

쩌정!

아직 제대로 융합할 수 있는 것은 라이아넬밖에 없어서 그런지 라이아넬을 발에 융합해서 그대로 적을 향해 진각을 밟고 날려 버리자 가까이 다가오던, 거검을 든 무식하게 큰 오크 1마리가 그대로 즉사해 버렸다.

하지만 그 결과 오크를 상대함으로써 도망칠 시간을 날려 버린 렌이 어느새 5마리의 오크들에 포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크와아앙!”

렌이 포위망에 잡혔다는 것을 깨달은 샤벨 타이거 그 즉시 2마리의 오크를 즉사시켜 버리자 한곳에 구멍이 뚫린 곳으로 눈치 빠른 렌이 샤벨 타이거의 등에 올라타자마자 오크들의 소리를 듣고 포위해 오던 오크들의 빈틈 사이를 뚫고 다시 한 번 달아나기 시작했다. 각각 수백의 오크를 지휘하는 오크 대장들이 포스를 이용해서 렌과 샤벨 타이거의 기운을 쫓아서 지휘해서 그런지 거대한 평원임에도 불구하고 오크들을 따돌리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빌어먹을 정도로 넓네. 후우.”

“크릉.”

다행히 오크들의 숫자가 렌이 생각한 것처럼은 많지는 않았는지 샤벨 타이거의 엄청난 속도로 따돌릴 수는 있었지만 여전히 평원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는 것은 오크들이 언제든지 자신들을 쫓아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너무 급하게 도망친 탓인지 흔적도 지우지 못했다. 흔적을 지우지 못했으니 오크들이 언제든지 자신들을 쫓아올 수 있다는 말과 똑같았다.

“이곳이 오크들이 사는 평원이었을 줄이야. 후우.”

렌이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아직도 저 멀리 작게만 보이는 산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이곳이 정확히 어디쯤인지를 가능할 수가 없으니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게 되었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한 상태도 아니었으니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아까 오크들처럼 어떤 꼴을 당할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뿌우.

“제길!”

또 다시 평원 한쪽에서 울려 퍼지는 뿔 나팔 소리에 렌이 인상을 찡그리고 샤벨 타이거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오크들이 렌의 흔적을 보고 쫓아오는 것 같았다.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쫓아오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오크답지 않게 정말 지독하게도 자신들을 쫓아오고 있었다.

뿌우. 뿌우우.

렌의 뒤쪽으로 여기저기서 뿔 나팔 소리가 들려오자 렌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아까 오크들의 상황으로 봤을 때 대략 100~200여 마리 정도당 한 명꼴로 뿔 나팔을 부는 오크 대장이 존재했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 들리는 뿔 나팔 소리로 볼 때 천여 마리 이상의 오크들이 자신들을 쫓고 있다는 말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도망치는 일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잘못하다가 오크 대장급이라도 만나는 순간 오크 대장을 상대하다가 오크들에 포위당해서 죽는 일밖에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도망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른 쪽으로! 이대로 가면 포위될 거야!”

천호에게 오른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자 그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다. 족히 천 마리가 넘는 오크들이 포위망을 좁혀 오고 있지만 렌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아슬아슬하게 그들의 포위망을 벗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에 많은 오크들의 숫자여서 그런지 계속 피하기만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수많은 오크들이 렌과 샤벨 타이거를 압박하고 있지만 애초에 평범한 병사 오크들은 렌과 샤벨 타이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 그들이라도 시간을 끄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만약 대장 오크라도 만나는 날에는 오크들에 순식간에 포위되고 말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샤벨 타이거가 빠르다고 해도 천여 마리의 오크를 완벽하게 따돌리기는 불가능했는지 점점 좁혀오는 포위망에 난감해하는 렌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렌의 눈앞에 자연적으로는 생길리 없는 특이한 건물구조를 가진 목책과 문이 보였다.

“저쪽으로 뛰어!”

천호에게 한쪽을 가리키면서 말하자 그 즉시 그쪽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오크들이 무슨 이유 때문일까? 특이한 문이 있는 곳을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서 포위망조차 풀어 버리고 그쪽으로 전부 모여들기 시작했다.

“내가 시간을 끌게 먼저 들어가 있어!”

“크앙!”

“난 혼자 있어야 빠져나오기가 편해.”

렌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천호가 급하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천호의 몸에서 내리자마자 다가오는 오크 두 마리를 순식간에 베어 버리고 스텝을 밟아 가면서 오크들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이럴때 자신의 애검인 흑풍이라도 있었으면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현재 가진 것으로 어떻게든 버텨 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오크들을 따돌려야만 했다.

“실피온! 그류페인!”

지금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은 정령력을 모조리 끌어모아서 실피온과 그류페인까지 소환하고는 자신의 몸에 융합해있는 라이아넬과 함께 오크들을 뚫고 특이한 문을 향해 전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오크들이 이미 천호와 백호를 쫓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렌을 향해 공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자신을 쫓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살고 봐야 했다.

“그류페인 슬로우 다운! 실피온 리스트릭션.”

아직 하급 정령에 불과한지라 큰 정령 마법 자체가 불과한 관계로 현재 서클 마법을 정령력으로 구현 가능한 마법 중에서 가장 정령력이 적게 들고 효율성이 좋은 둔화마법과 속박 마법을 전개했다.

어차피 저들을 죽이는 것이 아닌 이곳을 벗어나는 것 자체가 목적인 관계로 굳이 저들을 죽이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가까이 다가오는 오크에게 둔화 마법으로 속도를 느리게 하고 그 틈에 빠져나가거나 위험한 순간에 속박 마법으로 한순간 적의 움직임을 묶어 버리고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오크들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는지 실피온의 속박 마법을 포스로 강제적으로 찢어 버리고 나에게 글레이브를 휘두르는 오크 대장.

쾅!

촤르르륵.

“크으윽!”

특이한 구조로 된 문에 거의 다 도착한 상황에서 오크 대장의 일격을 막아서면서 약간 뒤로 밀려난 렌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느새 오크들이 자신을 포위하자 아쉽다는 표정에서 식은땀을 흘리면서 긴장감어린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정말 쉽게 빠져나가기는 힘들어보였다.

“괜히 움직였나? 조금만 더 시간을 가지고 움직였어야 했어.”

몸이 회복되고 나서 6개월 만에 움직인 자신을 자책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족히 수백의 오크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조금만 빈틈을 보이는 순간 오크들의 먹이로 전락하고 말 것이 분명했다.

“쿠룩! 죽여라!”

오크 대장의 명령과 함께 일제히 오크들이 렌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직 렌의 몸으로는 수백의 오크들을 상대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수퍼리얼급으로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중갑을 입은 수백의 오크를 상대하기가 어려울진대 이제 겨우 익스퍼트급에 오를 만한 포스양으로는 오크들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 순간. 렌의 양옆으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갑자기 거대한 석조로 되어 있는 문 쪽에서 엄청난 양의 마나유동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화염이 양쪽에서 오크들을 휩쓸고 지나가버린 것이다.

중갑을 입은 오크들을 한순간에 태워 버리는 무지막지한 화염이 양쪽으로 지나가자 순식간에 수십의 오크들이 불타고 근처에 있던 오크들까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쿠룩! 무, 무슨!”

“플레임 버스터?”

렌이 익히 알고 있는 마법이 양쪽에서 날아오자 당황한 표정으로 플레임 버스터가 날아온 쪽을 바라보았다. 5서클 최강의 화염마법으로 알려진 마법답게 위력이 정말 무지막지했다.

하지만 자신이 봤을 때는 플레임 버스터의 위력은 이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다. 거기다가 플레임 버스터가 하나만 날아온 게 아니고 두 개가 연속으로 날아온 것으로 봤을 때 플레임 더블 캐논이라는 6서클 마법이 분명했다.

“6서클 마법?”

“파이어 스톰!”

플레임 더블 캐논이 시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한 번 마나유동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갑자가 렌의 주위로 화염의 기둥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치 오크들을 전부 태워 죽이려는 듯한 엄청난 마법.

단순 파괴력이라면 모든 마법 계열 중에서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화염마법답게 대지계열이나 흑마법 계열이었다면 거의 7서클에 필적할 만한 파괴력을 보여 주는 6서클 화염 최강마법이 발동되었다.

한순간에 주변 수백의 오크들을 거의 불태워 죽이다시피 해서 적들을 쓸어버리는 강력한 마법에 난생처음으로 6서클 마법에 대해 감탄을 하고 있을 무렵 마법을 발동시킨 자로 보이는 은색 스태프를 들고 있는 한 여인이 빨리 오크들에 벗어나라고 손짓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본 렌이 순간 아차 하는 표정과 함께 포스를 운용해서 빠른 속도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포위했던 오크들 대부분이 화염마법에 피해를 입은 상태이기 때문에 손쉽게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 순간 검은 오러가 맺힌 검이 렌을 향해 날아왔다.

카강. 퍼엉!

검은 오러가 맺힌 포스가 담긴 강력한 일격을 날린 오크 대장. 파이어 스톰 속에서 살아남았는지 화염에 의해 빨갛게 익어가는 순간에도 강력한 일격을 날렸다.

하지만 렌이 누군가. 비록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자답게 단검을 역수로 쥐어서 흘려버리고는 라이아넬의 뇌력이 담긴 발로 진각과 함께 발경으로 날려 버렸다.

물론 격투가의 렌을 이용한 정상적인 발경은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강력한 충격파와 함께 오크 대장을 저 멀리 날려 보내 버리는 것으로 렌이 평원을 벗어날 만한 시간을 벌기에는 충분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후우.”

마침내 거대한 석조기둥으로 되어진 문을 통과하자마자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 지친 표정을 짓는 렌을 향해 다가오는 천호와 백호. 정말 이번에는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겨운 싸움이었다. 과거에도 충분히 위험천만한 삶은 살았지만 지금은 정말로 위험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9서클 마법사를 만나더라도 위험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던 렌이건만. 지금은 오크들 몇 마리만 만나도 항상 전력을 다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괜찮으세요?”

“후우, 감사합니다.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서대륙 공용어를 사용하시는 것을 보니 몬스터 산맥을 넘어오신 분 같으시네요.”

자신을 도와준 마법사에게 감사인사를 전하자 붉은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역시나'라는 말투로 렌이 몬스터 산맥을 넘어왔다는 것을 확신한다는 듯이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후훗. 역시나. 몬스터 산맥에 넘어오신지 얼마 안 되신 분 같네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시는 것을 보니.”

렌의 말에 재밌다는 듯이 웃음 지으면서 말하는 붉은 로브의 마법사. 여성 마법사인지 얇은 목소리로 렌에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무엇이 웃기는지 계속 웃고 있는 모습에 인상을 찡그리는 렌.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너무 오랜만에 몬스터 산맥을 넘어온 인간을 보게 돼서요.”

“예?”

“후후. 뭐 가 보면 아시겠지만 이곳은 인간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뭐 가끔 서쪽 대륙의 범죄자들이나 아니면 도망자들 중에서 실력자들이 몬스터 산맥을 넘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희귀하거든요.”

붉은 로브를 입은 여마법사가 여전히 재미있다는 말투로 이야기했지만 렌은 그것보다도 자신 말고도 몬스터 산맥을 넘어오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에 더 놀랐다. 뭐 사실 몬스터 산맥이야 철저히 준비만 잘한다면 못 넘을 것도 없다고 생각은 된다. 물론 산맥의 봉우리가 워낙 높아서 힘들기는 하겠지만 범죄자들이나 도망자 신세라면 목숨 걸고 넘으면 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말씀을 들어보니까 이곳에는 역시 사람들은 거의 살지 못하는 것인가 보군요.”

“음. 그래요. 뭐. 인간들이야 조금씩밖에 못 넘어오니까 별로 영역 같은 게 없지만 다른 종족들은 각자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중에서도 서쪽 대륙과 가장 가까운 이곳은 오크들의 영역과 자유종족 연합의 영역의 분계점이기도 하지요.”

“그렇군요.”

붉은 로브의 마법사의 말을 들으면서 문을 넘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문밖은 넓은 평원에 불과한 것에 비해서 문을 넘어서자마자 반듯반듯한 돌로 만들어진 대로가 나와서 당황했지만 붉은 로브의 여마법사에게 여러 가지 설명을 듣다 보니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보니 어느새 자신이 있던 곳에서도 웬만한 왕국 수도만한 거대한 성벽이 세워져 있었다. 그 모습에 놀란 표정으로 지으면서 붉은 로브의 여마법사를 바라보자 마침내 붉은 로브를 쓴 마법사가 자신의 로브 속의 얼굴을 드러내면서 말했다.

“자유도시 리베르티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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