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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리카
렌과 카르시니아의 합류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메트리카에서의 전투. 이미 언데드들에 의해 오랜시간의 전투때문일까? 많이 지쳐있는 메트리카에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어느새 합류해 성벽위에 올라와 항전을 시작하는 다크 엘프들이 신성력으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정령과 포스로 언데드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크윽! 그랜드 마스터…… 또 방해하는군.”
“그때 말했지? 다음번에 만나면 그냥 보내는 일은 없다고…… 여기서 죽을 준비나해라.”
“건방지군. 내 서포터가 본 드래곤 하나라고 생각하나?”
9서클 마법사가 비웃음이 담긴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뭐지?라는 표정으로 렌이 9서클 흑마법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더욱 비릿한 웃음을 지으면서 렌을 바라보는 9서클 흑마법사.
“나 데크리지가 부른다. 심연 속에서 나의 명을 기다리는 나의 종속들아. 지금 내 앞에 있는 적을 소멸하거라.”
소환하는 것을 가만 놔둘리 없는 내가 오러를 날려 보았지만 본 드래곤의 큰 몸뚱아리로 내 오러를 막아 내면서까지 소환해내었다. 어느 순간 십수기의 심상치 않는 기운을 뿜어대는 언데드들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데스 나이트? 고작 데스 나이트 십수기로 나를 상대해 보고자 한 것인가?”
“큭큭!”
렌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자 웃음으로 화답해 주는 데크리지. 그리고는 곧 흑마력을 데스 나이트로 생각되는 것들에게 주입하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십수기의 데스 나이트로 보이는 언데드가 일제히 검은날개를 펼쳐들었다.
“고대 드레고니안들이다. 드래곤과 인간 어느 쪽에도 인정받지 못하는 불운의 종족. 그들의 고결한 희생을 위해서 다시한 번 망자의 대지에서 꺼내 들은 자들이다.”
“……드레고니안이라니.”
“전원 마스터 상급이상으로 9클래스 마법까지 사용가능한 완전무결한 데스 나이트들이지. 빌어먹을 북부 녀석이 계획한다는 헬 나이트보다는 못하겠지만 겨우 1.2마리 만들고 끝내는 헬 나이트에 비해서 활용성면에서는 이쪽이 훨씬 높지.”
데크리지의 말에 안색을 굳혔다. 단순 마스터라면 모르겠지만 드레고니안의 엄청난 육체 능력에 마스터급 힘에 9클래스 마법까지 합류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짜증난는 일이었다. 9클래스 마법…… 서클 마법과는 다르게 파괴력면에서는 훨씬 딸리지만 수천년 그 이상을 연구해 온 마법답게 활용성면에서는 역사가 짧은 서클 마법이 따라갈 수 없는 기상천외한 마법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지금 그 기상천외한 마법들이 오직 렌 하나에게 몰아치듯 쏟아지고 있었다. 웜급 드래곤 이상만이 사용가능하다는 9클래스 마법들이 전부 렌 하나에게 쏟아지는 것이다. 그것도 클래스 마법의 가장 유명한 마법인 메테오나 용언 따위가 아닌 순수하게 저 클래스 마법을 극대화시킨 마법들…….”
“대지의 방벽에 인탱클, 바인드, 대지의 창, 고통의 사슬…… 하아, 엄청나군.”
렌이 오러막을 통해서 막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렌의 사방을 가로막는 대지의 벽과 그 안을 가득 메운 거대한 푸른 줄기들. 그리고 바인드와 가시가 빼곡히 있는 사슬 같은 것과 수천개의 흑창들이 렌의 주위를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거기다가 거대한 물의 감옥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하늘에서 번개를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렌의 신경을 건드리기에는 충분했다.
“짜증 나는군. 이런 것들이 그랜드 마스터를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가?”
“자네야말로 나를 잊은 것은 아닌가? 본 스톰!”
데크리지의 마법과 함께 렌의 주위에서 날카로운 수만개의 뼈조각들이 렌의 사방을 포위하고 날아들었다. 그 뒤로 수백 개 그 이상의 마법들이 오직 렌 하나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이미 데크리지와 렌 주위에는 언데드들도 사람들도 다크 엘프들도 드래곤들도 없는 단 둘만의 전쟁터였다.
“하아, 너야말로 잊고 있는 것 아닌가?”
파지지직.
“크흠…….”
어느새 렌 주위에 검은 오오라가 형상화되기 시작하면서 검은 불꽃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랜드 포스 마스터처럼 공간 자체를 포스로 감싸 버릴 수는 없었지만 포스답게 렌 주위에 오오라가 넘실거리면서 주위의 마법들을 거의 소멸시키듯이 사라져 버리게 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그러지.”
이미 서로가 가진 숨겨진 패는 전부 개방했다. 나머지는 전력을 다해서 붙어 보는 것을 뿐. 어느새 데크리지 주위에 언데드 드레고니안들과 본 드래곤이 있었고 렌 주위에는 포스로 형상화된 야수와 세 정령들이 렌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그랜드 마스터와 9서클 흑마법사간의 서로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 시작될 무렵 그랜드 보우마스터와 세 드래곤 수장간의 격렬한 싸움도 시작되었다.
콰과과광.
-크아아아앙, 건방진 엘프년!
“비난 도마뱀 새끼 따위가!”
카르시니아의 강력한 오러애로우에 레드 드래곤 수장의 비늘 여기저기가 뜯겨지고 상처가 난 상황에서 블랙 드래곤과 골드 드래곤의 상태역시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셋다 9클래스 마스터에 오러까지 다룰 줄 알아서 꼬리나 발톱에 오러 블레이드까지 만들 줄아는 고룡들임에도 불구하고 카르시니아에게 지속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애초에 용이라는 한계점이 있기에 자신의 무기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자만심 많은 고룡들이라서 마스터급에 이른 오러 웨폰도 만들 줄 모르는 어설픈 오러로 카르시니아의 오러 애로우를 막니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9클래스 마법을 퍼부어도 정령왕급 세 정령들이 완벽하게 막아 내면서 오히려 틈틈히 다른 드래곤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니 드래곤들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날 상대하려면 10클래스는 되어야지.”
-크아아아앙! 죽어라!
“흥! 브레스인가?”
블랙 드래곤의 수장이 분노에 찬 브레스를 내뿜자 코웃음치면서 거대한 오러 애로우를 수백발이나 날려서 블랙 드래곤 수장이 내뿜은 브레스 자체를 소멸시켜 버렸다. 그것을 본 세 드래곤 수장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9서클 흑마법인 드레고니안 데크리지가 상대할때는 느끼지 못했던 강대한 힘에 질렸다는 표정이었다.
-죽어라 엘프여, 파멸의 창!
“흥, 준 10클래스 마법인 파멸마법?”
세 드래곤 수장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마법에 관심이 많은 골드 드래곤 수장이 10클래스 급이라고 알려진 파멸마법을 시전하자 비웃듯이 거대한 어둠의 힘이 깃든 오러 애로우로 맞대응했다. 고대시절 그랜드 마스터가 나오기전까지 최강의 마법이라고 평가받던 파멸마법을 간단하게 부숴 버리는 카르시니아의 오러 애로우.
-크르으.
“음?”
카르시니아가 무언가 이상한 감을 느꼈는지 세 드래곤 수장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그러자 세 정령왕들도 카르시니아의 앞을 막아서면서 세 드래곤 수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굉음과 함께 세개의 빛의 기둥이 메트리카에 생겨났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카르시니아가 정령왕들을 바라보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정령왕들.
“미친. 이성도 없는 신룡이 되겠다는 것인가?”
-크아아아앙!
거대한 빛의 기둥과 함께 나타난 고대 용의 모습. 마치 거대한 뱀같지만 신비롭게 사슴뿔같은 뿔과 물고기 비늘같은 비늘 그리고 독수리 같은 발과 한 가지 특이한 것은 호랑이같은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잉어같은 긴 수염을 흩날리면서 하늘을 날 수 있게 해 준다는 구름같은 것을 두르고 있었다.
전설의 신룡같은 모습…… 고대시절 드래곤 로드가 수천년간 대륙을 수호하고 정기를 모아서 하늘로 승천해 신계로 들어설때 변한다는 모습이 바로 신룡이다.
하지만 지금 카르시니아가 말하는 신룡은 그런 신룡이 아니다. 드래곤 로드의 깨달음. 즉 10클래스에 이르러 대륙을 관리하면서 수많은 깨달음을 얻어 변하는 것이 아닌 고룡이 강제적으로 힘을 취하기 위해 변하는 신룡. 즉 이성이 없이 강력한 무력만 생기는 반쪽자리 신룡이다. 그 간단한 예로 방금 변한 세 드래곤의 신룡의 모습은 여의주가 없었다.
고대시절 다른차원에서는 이무기가 몇천년간 도를 닦아서 신룡의 모습이 된다고 하나 이곳 대륙에서는 신룡이 되는 방법은 단 두 가지다. 드래곤 로드가 되어서 수명이 다하여 신룡이 되는 방법과 드래곤 로드가 되지 않고 고룡의 수명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강력한 마력을 통해서 반 강제적으로 신룡으로 진화하는 방법.
그리고 지금 저 세 신룡들은 두 번째 방법 중에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부분을 제외하고 오직 강력한 마력으로 신체부분만 각성시킨 것이 저 모습이다.
“깨달음의 정수인 여의주도 없는 것들이 몸만 강해진다고 다라고 생각하다니…… 미련하군.”
크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