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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의 엘프들
렌조차 무시하지 못할 만큼 강력한 기세가 렌의 기세를 받아치면서 순식간에 동굴 내부가 기세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상을 입었다지만 그랜드 마스터인 렌의 기세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자라면 거의 그랜드 마스터에 근접했거나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사람이라고 봐야 했다. 렌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서서히 기세를 거둬들이고 흑풍에 손을 올렸다. 내상을 입은 이상 쓸데없이 심력 소모를 하는 것보다 전력으로 단 한 번의 참격으로 승부를 보는 편이 좋았다.
렌이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정면을 주시하면서 포스를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클로네티아와 열사의 대지를 지나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해 본 적 없는 포스를 전력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허어, 인간이 맞은 것인가? 어찌 인간의 몸으로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 최상급 정령의 기운과 최상급 포스의 기운이 동시에 느껴진다는 말인가!”
“인간……은 아니군. 누구지?”
렌의 물음에 한동안 침묵을 지키는 어둠 속의 인영들. 그들의 그런 반응에 렌의 흑풍을 잡은 손에 힘이 더욱 들어갈 뿐이었다. 이미 에를리나 역시 사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듯 한쪽에 창을 쥐고서 경계를 하고 있었다. 한동안 침묵과 함께 동굴전체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흠…… 인간은 오랜만이라 우리가 실례를 한 듯하군. 일단 안으로 들어가겠나? 우리가 안내하도록 하지.”
“뭘 믿고?”
렌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어둠 속의 인영을 향해 묻자 피식 웃음소리를 내는 어둠 속의 인영. 확실히 렌의 말대로 믿을 수 없는 아니 오히려 적대적이라고 봐야 할 인영을 향해서 무엇을 믿고 들어갈 수 있겠는가?
“확실히 그대 말대로 믿을 수 없긴 하지?”
“……알면 정체나 밝히시지.”
“이런, 우리의 영역을 침범한건 그대들인데?”
어둠 속의 인영이 그렇게 말하자 침묵할 수밖에 없는 렌과 에를리나였다. 그들의 말처럼 동굴에 침범한건 그들이니 당연히 렌들이 잘못일 수밖에 없다.
“그건 미안하군…… 하지만”
“드레이크 때문이겠지. 설마 수백 마리의 드레이크가 있는 이 협곡에 있는 동굴을 발견할 줄은 몰랐네. 물론 우연이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미안하군.”
“아닐세. 뭐 내 정체를 밝히지 않으니 아직도 경계하는 것 같군. 내 이름은 카르시니아 데부로임이라고 하네. 고대 다크 엘프 일족이지.”
아니라고 말하면서 렌과 에를리나가 피워 놓은 모닥불 근처로 다가오면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카르시니아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렌과 에를리나였다. 이미 대륙에서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고대 다크 엘프 일족이라고 밝힌 그들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 크엘프?”
“놀랐나?”
“음…… 조금 놀라긴 하는군.”
아직까지 경계심을 버리지 않은 렌의 말에 웃음짓는 카르시니아가 자신은 경계심을 버렸다는 뜻으로 손에 쥐고 있는 단검과 활을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상대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더 이상 경계심을 가지고 있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듯 렌 역시도 흑풍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다크 엘프라……이곳에 숨어 있었나?”
“뭐…… 대륙 종족들이 다크 엘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으니 몇백 년 동안 숨어 있긴 하였지.”
카르니시아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렌이었다. 상대의 말에 더 이상 의심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면서 내심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경계심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의 옆에까지 다가온 카르니시아를 바라보다가 놀란 눈빛으로 카르니시아를 바라보았다.
“이런…… 가까이서 느껴보니까 더 대단한데? 내상을 입은 듯한데 이 정도 기운이라니…… 그랜드 마스터가 된지 오래되었나?”
“후우,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9서클 마법사와의 전투가 도움이 된 듯하군요.”
“음?”
렌의 갑작스러운 존대에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 카르니시아였으나 자신보다 몇 배는 오래살아온 듯한 카르니시아에게 계속해서 반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놀란 듯한 카르니시아의 표정을 애써피하였다. 그러자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에를리나와 렌이 짐을 챙기자 자신이 직접 길을 안내하였다.
“호오, 옆에 있는 동료도 상당한 것 같군. 상급 정령의 기운이 느껴져.”
“에를리나라고 합니다. 수퍼리얼급입니다.”
“상급 정령에 수퍼리얼급이라…… 젊어 보이는데 굉장하군.”
카르시니아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이는 에를리나였다. 지금 에를리나가 느끼기로는 자신은 감히 범접하기도 힘든 정령의 기운이 카르시니아에게서 나오고 있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렌의 최상급 정령보다도 더욱더 강력한 기운의 정령의 향기가 미친 듯이 뿜어지고 있었다.
“저 역시 최상급 정령 셋을 종속 정령으로 데리고 있습니다만…… 카르시니아 님은 뭔가 다르군요.”
“음? 나말인가? 하긴 좀 다를 만도 하지. 나야 어둠의 정령왕과 대지의 정령왕 그리고 불의 정령왕과 계약했으니 말이네. 뭐 그대의 그랜드 마스터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포스 마스터에 이르러 그랜드 아처마스터에 이르기도 했고.”
“굉…… 굉장하군요.”
렌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굉장하다고 말하자 별거 아니라는 투로 손사래를 치는 카르시니아. 정령왕 셋과 그랜드 아처마스터 이른 그의 실력이라면 정말로 엄청난 실력이었다.
“다크 엘프 특성상 정령력이 강하니 선천적으로 정령력이 그리 강하지 않은 자네가 젊은 나이에 최상급 정령이 이른 것보다야 못하지. 나야 이미 200년을 넘게 살았으니 이 정도는 해 줘야 하는 거고.”
“후우, 그런데 마스터급에 이른 분도 3분이나 계시는 것 같은데 왜 이런 데에 계속 숨어 계시는 겁니까?”
렌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어보자 카르시니아가 쓴웃음을 짓고는 아무 말 없이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렌이 뭔가 이상한 감을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자 다른 다크 엘프도 아무 말 없이 굳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무슨 사연이 있음을 느끼고는 에를리나와 같이 말 없이 걸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갔을까? 동굴이 끝이 보이는 듯 조금씩 밝은 불빛이 동굴의 끝자락에서 비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 렌의 얼굴.
“이런 곳에서…… 사는 것입니까?”
“왜…… 열악하다고 생각하나?”
“대지의 정령도 가지고 계신 분이니 어째서 이런 집을…….”
“이곳에서 대지를 움직여서 집을 짓는 순간 지반이 무너질것이 분명하네. 이게 최선이야.”
카르시니아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면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바위랑 돌들로 벽을 만들고 마른 나뭇가질 지붕으로 만든 엉성한 집이 여러개가 보였다. 공기조차 좋지 못하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어린 다크 엘프들이 여기저기 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이런데에 숨어 있는지 이해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카르시니아를 바라보는 렌이었지만 아무 말 없이 렌을 안내하는 카르니시아가 어느 순간 멈춰 섰다.
“내 집이네. 들어가도록 하지.”
“아…… 네.”
그랜드 보우 마스터이면서 정령왕 셋과 계약을 맺은 초강자가 산다고 하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가는 움막 안으로 들어가자 자신이 죽음의 늪에서 생활하던 움막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환경에 에를리나 역시 표정이 굳어져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애초에 노숙을 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마을이라고 만들어진 환경이 좋지 않으니 에를리나나 렌이나 표정이 안 좋을 수박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