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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륙 No.3 기사다-84화 (8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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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후.

사막마을의 참혹한 상황을 본 지도 몇달이 지났다. 첫 번째 사막마을에서 모두가 죽어 있는 모습을 보고 렌이 판단한 것은 정확했다. 두 번째 사막마을과 세 번째 사막마을 역시 시체 한 구없이 혈흔만 남아 있는 사막마을이었다. 흑마버사들에 의해 열사의 대지가 단숨에 사람한 명 살지 않는 곳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거기다가 더 참혹한 것은 사막마을 지나면서 우연히 만난 언데드 부대를 모조리 쓸어버리고 흑마법사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방금 렌과 에를리나가 싸운 언데드들이 바로 사막마을에서 자신들이 사람들을 죽이고 만든 언데드들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분노한 렌이 단숨에 흑마법사들을 모두 죽여 버리고 언데드들의 사체를 한곳으로 모아 불로 태워서 그들의 넋을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몇 달 동안 열사의 대지를 돌아다니면서 흑마법사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더 이상 살아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친 듯이 열사의 대지를 돌아다닌지 몇 개월.

그동안 에를리나가 수년간을 조사해 온 기록을 토대로 흑마법사들의 주둔지를 찾아다녔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연구한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 단 1명의 흑마법사들도 찾을 수 없었다.

“후우, 이번에도 허탕인가?”

“이렇게 되면 흑마법사들이 우리가 그들의 주둔지를 찾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봐야 해요.”

“그렇게 되겠지요.”

에를리나의 말에 렌 역시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벌써 4번째로 찾은 그들의 연구소였지만 흑마법사는 커녕 쓸모없는 잡동사니만 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이네요. 이번 연구소는 다급하게 피한 듯한 흔적이 보이니까요.”

“그렇습니다. 저희를 다급하게 피한 것처럼 몇몇 시험체들과 연구하는데 필요한 도구들이 남겨져 있으니까요.”

렌이 나름 미소를 지으면서 흑마법사들이 무언가를 연구한 듯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 렌과 에를리나가 몇 개월간 돌아나면서 얻은 최고의 성과였다. 이번의 흔적으로 인해서 흑마법사들이 렌과 에를리나를 피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제 더 이상 연구소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졌군요.”

“네. 겉을 돌기보다는 좀 더 사막 중심부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에를리나가 동의한다는 듯이 말했다. 혹한의 대지에서는 렌 역시 마스터급이라서 데스 나이트들로 막아 보려는 흑마법사들 때문에 그들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처음부터 렌을 피해서 도망치기 바쁜 흑마법사들인지라 확실하게 피해를 주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우, 하지만 열사의 대지 중심부로 가기는 정말 힘들어요. 이곳이야 그래도 오아시스가 꽤 존재하지만 열사의 대지의 중심부로 가기 전까지는 오아시스를 구경하기는 정말 힘들 거예요.”

“음…… 그럼 어떡하는 게 좋겠습니까?”

“일단 식수와 식량을 마법배낭에 최대한 챙겨가야 해요. 그리고 보존마법이 되어 있는 마법배낭의 식량과 식수는 최대한 아끼고 중간 중간에 만나는 흑마법사들을 사냥해서 그들에서 빼앗은 식량으로 최대한 버텨야 합니다.”

에를리나가 거침없는 말투로 말하자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렌이었다. 이미 몇 개월 동안 흑마법사들을 사냥하면서 다닌 터라 에를리나의 손속에 흑마법사들을 상대로 일말의 동정심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이는 족족 흑마법사들을 가장먼저 죽여 나가는 에를리나를 보면서 순수한 왕녀를 자신이 악의 길로 끌고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미안한 감정이드는 렌이었다.

“그럼 일단 그렇게 하기로 하고 일단은 열사의 대지로 가는 최단거리부터 갈지 아니면 안전한 길로 돌아서 들어갈지를 정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에를리나의 물음에 고민하는 표정으로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렌이었다. 사실 최단거리로 가고 싶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기습전이 아닌 렌과 에를리나의 행로가 흑마법사들에 의해 완벽하게 파악된 사항에서 그들의 언데드 군단을 만난다면 아무리 그랜드 마스터라고 한들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 분명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한 쪽으로 가는 것이 좋겠군요.”

“흠…… 알겠어요.”

렌의 말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방에서 지도를 꺼내서 렌에게 바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미 클로네티아에 있을 때부터 교역상을 해 온 에를리나여서 그런지 열사의 대지를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라서 웬만한 길은 전부 알고 있는 에를리나였다. 그래서 그런지 렌이 결정하자마자 바로 열사의 대지로 가는 몇 가지 길을 결정해서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최종판단은 렌이 하는 것이었지만 렌의 결정을 돕는 것은 에를리나였기 때문이다.

“일단 제가 꼽은 길은 총 3개입니다. 원래 3개 정도의 길이 더 존재하지만 2개는 최단거리 길로 이미 흑마법사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나머지 1개의 길 역시 흑마법사들이 매복하고 지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이 3가지 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군요.”

“일단 이곳은 협곡이 많아서 가는 길이 상당히 힘들 거예요. 그리고 오아시스는커녕 식량 하나도 구하기 힘들 테지만 그만큼 흑마법사들에게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협곡 자체도 너무 위험해서 몇백 년 동안 그곳을 통과한 사람이 없기는 하지만…… 길은 나와 있습니다.”

“그럼 안 됩니다. 일단 최대한 체력을 비축하면서 가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험한 길이라면 차라리 흑마법사들을 상대하면서 가는 것이 나을 겁니다.”

혹한의 대지에서 경험으로 흑마법사들과의 전투가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체력비축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는 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협곡을 넘어서 가는 길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렌의 말에 에를리나가 바로 지도에 엑스자를 치면서 지워 버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두 번째 길은 동쪽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물론 위험하기도 하지만 열사의 대지에서 유일하게 숲이 있는 지역입니다. 당연히 물 역시 풍부하고 동물들 역시 있습니다.”

“기간은?”

“2년.”

“……세 번째 길을 들어 보고 결정하죠.”

2년이라는 말에 표정을 굳히고는 세 번째 길을 들어 보자고 말하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길이 좋기는 하지만 2년이라는 기간은 쉽게 결정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길은…… 후우, 거대개미와 자이언트 스콜피온 그리고 데저트 웜의 서식지입니다. 물론 제가 최단거리라고 말한 곳보다 거리는 더 짧고 오아시스 역시 열사의 대지에서 가장 큽니다. 하지만 수많은 몬스터들이 존재해서…….”

에를리나가 몬스터들을 걱정하면서 말하자 렌이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일번적인 사막 몬스터라면 코볼트와 데저트 놀, 블러드 폭스, 퍼플 스네이크 같은 녀석들을 떠올리지만 가장 골치 아픈 것은 바로 거대개미와 자이언트 스콜피온이었다.

개체수도 많지만 일단 거대한 몸집과 웬만한 이능력으로 뚫리지 않은 가죽 그리고 사막의 제왕인 데저트 웜 역시 너무나도 무서운 존재들이었다.

거기다가 가끔씩 선인장이 다수 분포하는 지역에서 등장하는 걸어다니는 거대 선인장이라는 카티몬 역시 무시하지 못하는 녀석이다. 녀석이 날리는 거대한 가시는 평범한 인간이면 방어도 못하고 즉사시키는 강력한 가시였다.

“후우, 두 번째 길과 세 번째 길이라…… 난감하군요.”

두 번째와 세 번째 길 중에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지 난감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져 있는 렌을 보면서 에를리나 역시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2년이 걸리더라도 안전한 곳으로 가고 싶은 에를리나였지만 대륙의 상황을 볼 때 절대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님을 잘 알 고 있는 에를리나였다.

“세 번째 길로 가도록하죠.”

“괜찮으시겠어요? 생각 이상으로 힘든 여정이 될 거예요.”

“이미 악령의 숲도 경험해 본 적 있습니다. 이곳 역시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돌파할 생각입니다.”

“사실상 최단거리로 가는 길이지만 몬스터들 때문에 몇 배의 시간이 소모될지 알 수 없습니다.”

에를리나가 다시 한 번 물어보았지만 이미 결정한 듯 더 이상 말이 없는 렌을 보고 한숨을 쉬면서 지도를 접어서 가방에 넣고는 흑마법사의 연구실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 놓고 렌의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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