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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륙 No.3 기사다-83화 (8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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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어느새 렌과 에를리나가 열사의 대지에 온 지도 열흘이 지나가고 있었다. 평범한 길 안내자가 왔다면 정해진 길로만 갔다가 흑마법사들을 수차례나 만났겠지만 다행히 열사의 대지에 관해서는 권위자급인 에를리나 덕분에 두 번째 오아시스로 향하는 다른 길을 개척해나간 덕분에 두 번째 오아시스까지는 무난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거기서 기다리는 수천의 언데드들 덕분에 렌이 큰 기술 몇방으로 정리하고 탈진해서 쓰러져서 놀란 에를리나가 며칠간 간호했다는 것은 그다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겠다.

어쨌든 두 번째 오아시스와 세 번째 오아시스 사이가 그다지 길지 않았고 그 덕분에 흑마법사들에게 두둑하게 챙긴 식량과 물 때문에 세 번째 오아시르를 그냥 가로질러서 에를리나가 거래를 해 오던 사막마을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레이저드 카멜 덕분에 길 역시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으나 더위때문에 힘들어하는 렌 덕분에 요즘들어 걱정이 부쩍늘어난 에를리나였다.

“허억…… 죽겠어요.”

“조금만 버텨보세요. 한 달이면 익숙해지실 때도 됐는데 영, 열기를 못참으시네요.”

“에휴,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더위에요. 그나저나 얼마나 더가야 에를리나님이 말씀하시는 그곳이 나오나요?”

“얼마 남지 않았어요. 문제는 그곳 역시 흑마법사들이 점령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 좀 걸려요.”

에를리나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는 렌을 보고 한숨을 쉬는 에를리나였다. 비록 에를리나가 길을 잘 찾아서 흑마법사를 그다지 많이 만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파악했는지 가끔씩 찾아오는 흑마법사들의 언데드들 덕분에 가는길이 그다지 순탄하지는 않았다.

잠들었을 때 렌와 에를리나를 공격하기도 하고 방심할때도 서슴없이 공격해 오는 언데드들 덕분에 그다지 강하지는 않았지만 체력적으로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가뜩이나 더워서 짜증난데 전투까지 계속 해야 하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레이저드 카멜 덕분에 걸어가지 않고 편안하게 가는 것 때문에 버티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였다.

“일단 그 사막마을이라는 곳에 도착하기 전에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그 마을을 조사하도록 하죠. 이미 오아시스까지 점령한 놈들인데 그 마을을 점령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는 힘드니까요.”

“알았어요.”

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에를리나였다. 확실히 렌의 말대로 지금은 최대한 체력을 비축해둬야 했다. 이미 열사의 대지가 흑마법사들에게 점령당했다고 생각하고 움직이지 않았는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렌과 에를리나였다.

그렇게 한참을 움직였을까? 지루하고 덥기만 하는 이동에 지쳐버린 렌과 에를리나였지만 이미 이런 상황에 꽤나 익숙해졌는지 무표정으로 레이저드 카멜을 가만히 타고 가기만 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렌은 상당히 지친 표정으로 레이저드 카멜을 타고갔다. 도저히 열기에 익숙하지 않는 듯한 표정. 한참을 움직였을까? 어느새 다 왔는지 에를리나가 렌을 불렀다.

“후우, 다 왔어요.”

“벌써요?”

“피곤하셨나보네요. 저기를 보세요. 저곳이 바로 첫 번째 사막마을이라고 불리는 타쿤입니다.”

열기 때문에 아지랑이가 오르는 대기를 가르고 저 멀리 보이는 사막 한 가운데에 건물들이 보이는 것이 보였다.

“신기루가 아닐까요?”

“휴우, 이곳 협곡을 지났으니 저 사막마을 타쿤이 나오는 것이 맞아요.”

렌이 지친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막마을을 바라보았다. 하루에도 몇번씩 자기가 왜 이곳 열사의 대지에 왔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렌으로서는 드디어 정상적인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보이자 흥분한 것이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오늘은 이곳 협곡에서 쉬기로 하고 내일 저곳을 가보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렌이 아쉬운 표정으로 저 멀리 보이는 사막마을을 보면서 협곡근처에 쉴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에를리나와 함께 쉴만한 곳을 찾은 뒤에 불을 피우고 쉬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정령들이 불침번을 서고 있어서 편하게 잠을 잔 렌이 먼저 일어나서 주변을 치우고 사막마을 쪽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에를리나도 일어나더니 레이저드 카멜을 끌고와서 사막마을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막지대라서 보기에는 얼마 되지 않은 거리처럼 보여도 막상 가보면 상당한 거리라서 그런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나서야 사막마을 입구부근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조심하세요.”

“네.”

렌이 긴장한 말투로 말하자 에를리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확실히 지금부터는 상당히 위험한 구간이라고 생각했는지 에를리나 주위로 벌서부터 정령들이 소환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긴장감을 가지고 사막마을로 들어서자마자 렌과 에를리나가 눈쌀을 찌푸렸다.

“혈흔이…… 많군요.”

“시체는 없어요.”

사막마을 여기저기 부서진 건물들의 벽에 뿌려진 수많은 혈흔들…… 하지만 사막마을에는 단 한구의 시신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렌과 에를리나는 그 순간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았다.

“언데드로 만들었군요.”

“……이곳이 이 정도라면 다른 곳도 크게 다르지 않을겁니다.”

렌과 에를리나가 표정을 굳히면서 살아 있는 사람은 커녕 단 한구의 시신도 존재하지 않는 사막마을을 둘러보았다. 혹시나 싶어서 이곳저곳을 찾아다녀보았지만 그곳에는 단 한사람도 존재하지 않는 폐허가 된 마을뿐이었다.

그리고 곧 렌이 살아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을 포기했는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면서 에를리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에를리나 역시 굳은 표정으로 렌을 마주 보았다.

“에를리나 왕녀님은 돌아가십시오.”

“예?”

“지금부터는 저 혼자 이곳 열사의 사막을 돌아다니겠습니다.”

“그건 위험합니다. 이곳 열사의 사막을 이미 겪어 보셔서 아시겠지만 오아시스와 마을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한 물도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에를리나의 말에 렌이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자 무슨 뜻이냐는 뜻으로 렌을 바라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짓는 에를리나 왕녀였다. 하지만 그런 에를리나의 의아함이 담긴 표정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렌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부터 흑마법사들을 찾아다니면서 하나씩 격파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무슨…… 혼자서 무슨 수로 흑마법사들을 격파한다는 말입니까!”

“흑마법사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을 죽이고 식량과 물을 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막부족들에게 했던 짓을 그대로 갚아줄 생각입니다.”

렌이 싸늘한 표정으로 혈흔이 낭자한 사막마을을 보면서 말하자 에를리나 왕녀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흑마법사들에 의해 완전히 부셔져 버린 사막마을을 바라보았다. 이미 흑마법사들에 의해 폐허가 된지 꽤나 오랜시간이 지난 듯 여기저기 노후화되어 버린 건물들……

“저도 같이가겠습니다.”

“위험합니다. 그리고 지금 에를리나 왕녀님의 실력으로 방해만 될 뿐입니다.”

“그래도 같이 가겠습니다. 렌 공을 오아시스와 지금까지 제가 파악한 흑마법사들의 주둔지까지만 안내하고 안전한 곳에 숨어 있겠습니다.”

“……흑마법사들의 주둔지도 아십니까?”

“그동안 열사의 대지를 돌아다니면서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니까요.”

에를리나의 말에 굳은 표정을 짓는 렌이었다. 그리고는 곧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에를리나의 동행을 허락하고는 폐허가 된 사막마을을 마지막으로 한번 바라보았다. 삭풍이 휘몰아치는 듯한 사막마을의 풍경…… 살아 있는 생명체는 하나도 없는 듯한 사막마을을 뒤로하고 레이저드 카멜을 타고 빠른 속도로 사막마을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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