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대륙 No.3 기사다-72화 (72/277)

<-- 72 회: 3-9 -->

소년의 단검에 팔이 베인 남자가 화난 목소리로 소년에게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소년이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의 주먹을 맞으면서도 오히려 단검으로 남자의 허벅지를 베어 버리자 구타만 할 생각이었던 남자가 분노한 표정으로 품 속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넌 죽었어. 큰 건을 해내서 살려줄 생각이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그냥 죽어라!”

“으윽!”

고작 10살이 겨우 넘은 어린아이에게 단검을 휘두르는 남자. 하지만 소년은 오히려 아까보다 더욱 침착한 표정으로 그 단검을

찾아내고는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남자의 팔을 베어 버렸다.

그에 더욱 화난 표정으로 한쪽팔로 소년의 단검에 베이면서도 어깨를 부여잡고는 단검으로 소년의 배를 찔어 버렸다.

“커억!”

“건방진 녀석이! 죽어!”

“으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소년…… 그리고 그 순간 소년이 단검을 찌른 남자의 손목을 붙잡고 자신의 단검을 남자의 배에 찔렀다. 순간 배에 고통이 몰려오자 소년을 뒤로 던져 버린 남자.

“이…… 이새끼. 죽여 버리겠어!”

“워워, 이능력 좀 사용할 줄 아는 것 같은데 소년을 상대로 화풀이 하려는 건가?”

“크윽! 넌 뭐야!”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긴 흑발머리를 가지고 있는 청년을 보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기척도 없이 나타난 청년을 인상을 찡그리면서 바라보자 입가에 미소를 그리면서 얘기했다.

“나? 렌이라고 한다. 보다시피 내 돈 주머니를 찾으러왔지.”

“큭! 돈 주머니라고? 그게 어째서 네 것이지? 이미 내 손에 들어온 이상 그것은 내것이야!”

어느새 청년의 손에 들린 돈 주머니는 뺏기 위해서 한쪽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단검을 휘두르는 남자였다. 그리고 그 순간 소년한테서 돈 주머니를 강탈한 남자가 휘두르는 단검이 십여개의 조각으로 쪼개지기 시작했다.

“이…… 이게…….”

“어설픈 이능력으로 먹고 사는 녀석이었군. 목숨은 살려줄 테니 꺼져라.”

십여개의 조각으로 쪼개진 단검을 보다가 어느새 청년의 손에 맺힌 오러를 바라보았다. 손에 맺힌 오러 블레이드…… 그리고 렌이라는 이름. 순간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한순간에 무엇인가를 생각해냈다.

“렌…… 클리포드?”

“알았으면 꺼져.”

렌이라고 밝힌 청년이 인상을 찡그리면서 말하자 허겁지겁 배를 움켜쥐고 뒷걸음치기 시작하는 남자. 그런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단검에 찔린 소년을 바라보았다.

이제 겨우 10살이 넘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움직임과 함께 마지막 순간에 나온 미약하지만 확실하게 뿜어져 나온 기운.

“포스와 렌인가? 분명 누군가에 배운적도 없는데 나타났다는 것은 선천적으로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것인데…….”

“으으으!”

“상태가 위험한데?”

소년의 상태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곧바로 최상급 정령으로 성장한 바람의 정령 실피온을 소환했다. 치유와 버프쪽에 재능있는 물의 정령 방어의 대지의 정령. 공격의 화염의 정령과 달리 모든 부분에서 다른 정령들에 비해 그들보다 조금씩 약하지만 공격,방어,치유,버프 모든 정령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게 바람의 정령이었다.

“실피온. 이 녀석 좀 치료해 줘.”

-생각보다 위중한데요? 제 마법으로는 응급처지밖에 안 되겠어요.

“일단 응급처치하고 바로 치료사가 있는 곳으로 가야지.”

-알겠어요.

렌의 말에 곧바로 바람의 힘으로 검을 뽑아내고 치유마법을 이용해서 상처를 봉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상처가 커서 출혈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다. 애초에 치유마법과 포션마법은 몸의 자기 치유능력을 극대화 시키는 것뿐 완전히 치료하는 것이 아니었다.

소년이 당한정도의 상처라면 약의 힘을 빌리고 충분한 휴식이 필요할 정도의 상처였다.

“후우, 이것도 인연인가? 설마 이런 곳에서 이 정도 재능을 가진 아이를 찾아낼 줄이야.”

-그 정도에요?

“누가 가르쳐 준적도 없는 것 같은 투박한 단검술이었지만 이능력만큼은 진짜였어. 그리고 자신이 단검을 찔리면서 상대에게 더욱 큰 상처를 내려는 판단. 이것은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는 용병들도 쉽게 판단할 수 없어. 거기다가 이 나이에 가진 이능력자체는 적지만 벌써 이능력을 조금뿜어내는 경지라면 이능력만 체계적으로 쌓아준다면 엄청난 성장이 가능할거야.”

렌의 말에 놀랍다는 표정으로 실피온이 바람의 정령 마법으로 치유되고 있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이미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렌이 관심을 가질만한 재능을 가진 소년.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냉철한 판단과 더불어 이능력 역시 상당한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제자로 삼을 생각인가요?

“이 녀석이 원하면.”

-쿡, 그게 그거죠. 대륙 유일의 그랜드 마스터가 제자로 삼아준다는데 거절하겠어요?

“글쎄…… 뭐 일단 이 녀석이 깨어나면 물어봐야겠지.”

-쿡쿡, 거절해도 제자로 삼을 거면서.

실피온이 놀리는 듯한 말투로 말하자 가볍게 무시해 주고는 바람의 힘으로 들린 소년을 데리고 치료원으로 움직였다. 이미 응급처치가 끝난 상황이라 죽을 위험은 없었지만 괜히 시간을 끌어 보았자 좋을 게 없었다.

그때 갑자기 렌의 양옆에서 정령 마법진이 허공에 새겨지면서 불쑥 튀어나오는 두 정령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인상을 찡그리는 렌.

-아, 왜 실피온만 소환하는 거지? 주인?

-너무하네. 이제 내가 싫증 났다 이거야? 너무한 거 아냐 주인?

“아, 그런 거 아니니까 얌전히 정령계로 돌아가.”

-싫어.

-어차피 렌 이능력이 닳는 것도 아니면서 째째하게 굴기는, 우리 정령력 소비해서 있겠다는데 너무한 거 아냐? 애초에 우리 소환해서 대륙구경 시켜 준다고 했던 약속은 어디 갔어?

실피온이 소환되자마자 정령계로 이어지는 렌의 정령력을 타고 곧바로 렌에게 나타나는 번개의 정령 라이아넬과 얼음의 정령 그류페인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요즘 안 불러 준다고 투덜대는 정령들 때문에 렌의 인상이 펴지는 날이 드물었다.

“알았으니까 조용히 좀 해. 이 녀석 다쳤는데 옆에서 쫑알대면 더 아플 것 같아 보인다.”

-……알았다.

-……응.

라이아넬과 그류페인을 침묵시키고 치료원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렌. 다행히 광장근처에 치료원이라고 쓰여진 큰 건물이 보였다. 그리고 그 건물에 지체 없이 들어가자 1명의 늙은 치료사가 렌을 향해 다가왔다.

“이 녀석 좀 봐 주세요.”

“어디보자, 응? 이건 좀 심하구만…… 그래도 응급처치가 잘되서 다행이긴 하네만 이 녀석이 다 치료되려면 약값이 좀 비쌀 텐데. 대략 5골드에서 10골드…….”

“여기요. 바로 치료해 주세요.”

“음…… 그러지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10골드를 내놓는 렌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치료사. 그때 소년이  깨어나 렌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했다.

“제…… 제 동생을 구해 주세요.”

“음?”

“제…… 동생을…….”

“어딨지?”

“광장 오른편의 불필요한 거리의 세 번째 골목 두 번째 집입니다.”

아직 상처가 완전하게 봉합되지 않아서 엄청난 고통이 몰려올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인상을 찡그리면서 말하는 소년을 보고는 한숨을 쉬는 렌.

“1골드 더 줄 테니 이 녀석이 말한 집에서 소녀까지 같이 봐주십시오. 후에 들어가는 약재값은 좀 있다가 더 쳐 주도록 하지요.”

“알겠소.”

렌의 말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몇 가지 치료도구를 챙겼다. 렌이 돈이 좀 있다는 것을 깨닫자 한쪽 구석에 있는 포션까지 가방에 챙기고는 렌의 뒤를 따라왔다. 실피온에 의해 허공에 둥둥 떠다니면서 자신의 집을 안내하는 소년.

광장에 둥둥 떠다니는 소년을 마치 재밌는 것을 보는 듯한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안내하는 소년을 보면서 또 한 번 미소를 그리는 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