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대륙 No.3 기사다-65화 (65/277)

<-- 65 회: 3-2 -->

“크윽…… 이건 포스?”

“모아르티 괜찮은가?”

“괜찮네. 포스라니…… 포스를 사용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놀랍군. 포스가 거의 마스터 최상급에 육박하네.”

“으음…….”

한순간의 전투로 모아르티와 에빌은 깨달았다. 눈앞의 사내. 렌 클리포드라는 검사는 단순한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라는 것을…… 기습적으로 사용하는 포스와 렌의 주위를 맴도는 세 정령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괴물이군.”

“하지만 도망치는 것 정도라면 가능할 것이네.”

“후일을 도모해야겠군.”

사실 렌이 달려들 때만 하더라도 둘이 힘을 합쳐서 렌을 제거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는데 이제는 도망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혀야만 했다. 아직 9서클 러너에 머물러있는 자신들의 힘으로는 그랜드 마스터에 갓 오른 것으로 조건은 똑같았지만 최상급 정령 3마리에 마스터 최상급에 이른 포스까지 사용하는 렌을 상대하기에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물러날 준비를 하는 것을 깨달은 렌이었지만 방금 전에 상대해 본 결과 아직 자신의 힘으로 9서클 2명을 상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마도 저들이 9서클 러너라서 자신이 힘들지만 싸워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어딜 도망…….”

“놔둬.”

“렌……?”

“어차피 지금 우리의 힘으로 저들을 막기는 힘들어.”

멜릿 메이튼이 왜 말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얘기하자 렌이 고개를 저으면서 애기했다. 그러자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델포트. 확실히 지금의 자신들의 힘으로는 저들을 막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그만큼 저들의 힘은 강력했다.

“너희들이 빨리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야 한다. 저들이 뮤턴트나 벤시 퀸을 만든다면 대륙은 종말이야.”

“후우, 그래.”

렌의 말에 동의를 하는 멜릿 메이튼과 델포트. 이미 흑마법사 전원들 데리고 텔레포트를 시전한 9서클 마법사 에빌과 모아르티인지라 남은 것은 키메들과 몬스터들뿐이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다시만들면 그만인 녀석들이라 아까처럼 구하러 올 가능성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데스 나이트를 상당수 잡아서 프리스트들이 안식을 선사해 주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안타깝게도 불완전한 헬 나이트에게 안식을 선사할 수는 없었다.

“헬 나이트가 아직 불완전해서 다행이야.”

“그래…… 대략 마스터 상급에서 최상급 사이의 힘이었어.”

“완성되면 그랜드 마스터급이 되겠지.”

렌의 말에 델포트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9서클 마법사라도 단 한기밖에 소유할 수 없을 것이고 예상하는 헬 나이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륙에는 재앙에 가까운 언데드가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었다. 흑마법사의 출현으로 엄청난 피해만을 입은체 끝난 전쟁.

특히 페이클 왕국으로서는 한동안 회복하는데에만 전념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단순한 병력소실과 기사단을 잃은 것 이상으로 페이클 왕국 최북단 요새인 아르겔 시티가 무너졌기 때문에 그것을 복구하는데에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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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흑마법사들과 피튀기는 전투가 끝나고 난 후에 전후처리를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는 장교들을 바라보면서 천막근처에서 가리온 백작과 렌,멜릿 메이튼,델포트가 서 있었다.

“저희 페이클 왕국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흑마법사의 침공을 다같이 막기로 약조한 이상 도우러 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가리온 백작의 말에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 치는 렌. 이미 대륙회의에서 약조한 대로 흑마법사들은 대륙의 공통의 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흑마법사들이 쳐들어왔는데 돕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습니까? 그래도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이렇게 아르겔 요새를 지켜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신 렌 님과 마스터 최상급에 이르신 두 분께서 오시지 않았다면 아마 페이클 왕국은 멸망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을 겁니다.”

“하하, 아닙니다. 이곳 페이클 왕국이 멸망에 가까운 타격을 입게 된다면 그것은 죽음의 늪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것은 안 될 말이지요.”

렌의 말에 웃음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가리온 백작. 혹한의 대지로 통하는 3개의 문. 악령의 숲과 빙결의 협곡 죽음의 늪을 지키기 위해서는 두 제국과 두 왕국이 긴밀하게 협조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렌 님께서는 저 몬스터들을 어찌 생각하십니까? 또다시 이런 공격을 감행하겠습니까?”

“흠……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흑마법사들이 키메라들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단순하게 혹한의 대지로 통하는 3개 지역만을 공격하려고 하지는 않을겁니다. 자이언트 산맥에 뚫린 땅굴을 통해서 이동된 키메라들과 매혹마법을 통한 몬스터들을 통해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 올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군요. 후우, 그렇다면 페이클 왕국으로서는 이곳 아르겔을 복구하는 게 시급하겠습니다.”

렌의 말에 한숨짓는 가리온 백작. 그런 가리온 백작을 보면서 렌 역시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공격으로 인해서 단순히 3개 지역만을 방어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는 거의 확실하게 되었다. 자이언트 산맥의 몬스터들과 키메라들을 이용한 공격이 언제 또다시 시작될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후우, 일단 흑마법사들이 물러났으니 저희는 자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아, 벌써 돌아가시는 것입니까?”

“이번 흑마법사들에 대한 보고와 앞으로의 방안을 조금이라도 일찍 논의해 봐야지요.”

“그렇군요. 보답도 못하고 돌려 보내는 것이 아쉽습니다.”

가리온 백작이 아쉽다는 듯이 렌과 멜릿 메이튼 그리고 데포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쓴웃음을 지으면서 손사래치는 렌. 그리고는 바쁘게 전후처리를 명령하고 있는 페리온 공작과 카이시스공작을 보면서 가리온 백작에게 얘기했다.

“카이시스 공작님과 페리온 공작님께는 잘 얘기해 주십시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저희 페이클 왕국을 도와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살펴 가십시오.”

가리온 백작이 마지막까지 렌과 멜릿 메이튼 그리고 델포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자 고개를 숙여 답례를 하고는 아직 남아 있는 아르겔 시티의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서 각 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럼 이만 가 볼게.”

“그래…… 후우, 최상급 마스터에 이르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너무 낙심하지 마. 아직 최상급 마스터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랜드 마스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야. 차근차근 밟아나가면 돼.”

델포트가 한숨을 쉬면서 얘기하자 괜찮다는 듯이 위로하는 렌. 이번 싸움으로 그랜드 마스터와 마스터 최상급의 차이를 절실히 느낀 멜릿 메이튼과 델포트. 그리고 자신들이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었다.

“후우, 그래. 알았다.”

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다고 하는 델포트. 하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을 뿐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혼자 9서클 마법사를 상대하게 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자신들도 불완전한 헬 나이트와 8서클 마스터를 상대하기는 했지만 9서클 마법사를 상대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 다음에 보자.”

델포트가 먼저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서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손을 흔들어 주는 렌과 멜릿 메이튼. 그리고는 곧 워프 게이트가 다시 구동된다는 마법사의 말에 페이클 왕국의 수도를 거쳐서 마일드 제국으로 가기 위해서 워프 게이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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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드 제국.

슈아아아앙.

“후우, 매번 워프 게이트를 이용할 때마다 이 울렁거림. 도저히 익숙해질 수가 없어.”

“그러게.”

렌과 멜릿 메이튼이 어느새 마일드 제국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울렁거림 때문에 한동안 가만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걷는 순간 토할 것 같은 기분에 인상을 찡그리자 옆에 있던 워프 게이트를 담당하는 마법사 1명이 두 개의 컵을 가져왔다.

“이걸 마시면 좀 괜찮아지실 겁니다.”

“아, 고맙습니다.”

“감사해요.”

워프 게이트 담당자를 향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후에 컵에 든 것을 곧바로 벌컥벌컥 마셨다. 토할 것 같은 이 기분을 조금이라도 빨리 없애 버리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건만…… 마시는 순간 후회하는 렌과 멜릿 메이튼이었다.

“쿨럭!”

“컥!”

누가 보면 독이라도 탄 것 같은 반응이었지만 워프 게이트에 존재하는 모든 마법사들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토할 것 같은 지독히도 쓴 맛에 자신도 모르게 헛구역질을 할 뻔하지만 그것은 마법 처리된 약물이라서 그런지 먹는 순간 헛구역질을 할 뿐 절대 토하지는 않는 약이었다.

워프 게이트를 탄 사람들을 위해서 계발된 마법약이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잠시 워프 게이트에 서 있을 뿐 절대 저 약을 먹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괜찮으세요? 약을 드셨으니 2, 3분 후에는 멀미가 가라앉을 거예요.”

“이…… 약은 도대체 뭐죠?”

“어떤 괴짜 마법사가 개발한 것이기는 한데…… 너무 써서 문제에요. 그렇다고 설탕이나 단 물질을 첨가하는 순간 약효가 떨어지니 어쩔 수 없이 그냥 먹는 수밖에 없어요.”

워프 게이트 담당자인 여 마법사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렌과 멜릿 메이튼. 만들 거면 미각도 좀 신경을 써주던가…… 철저히 약효만을 생각한 것 같은 맛에 인상을 찡그리는 렌과 멜릿 메이튼이었다.

“후우, 어쨌든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경험했군요…….”

“그럼 수고하세요.”

렌과 멜릿 메이튼의 인사에 아니라는 듯 손사래치는 여 마법사. 그리고는 얼굴을 붉히면서 마법 수정구로 렌과 멜릿 메이튼이 가는 모습을 영상구에 담고 있었다.

왜 저러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워프 게이트에서 나가는 순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렌과 멜릿 메이튼의 전투모습이 담긴 영상구가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멜릿 메이튼 사랑해요♥’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것이 벌써 소문이 났는지 남자들이 경외심을 담은 눈빛으로 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그중에 여자들은 없었다.

“벌써 네가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것이 소문났나 봐.”

“그래 봤자 여자들은 다 너만 쳐다보고 있는 거 안보이냐? 아 재수없어. 저리가라!”

“하하하, 그러니까 앞 머리 좀 올리고다녀. 왜 그렇게 가리고 다니냐?”

“신경 꺼.”

렌이 재수없다는 듯이 멜릿 메이튼을 바라봐주고는 황궁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히죽히죽, 웃으면서 따라오는 멜릿 메이튼을 보고 환호하는 여성들…… 아마 자신들을 보고 웃어 주었다고 착각이라도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 여자들에게 착각하지말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관뒀다. 어차피 자신에게는 사랑스러운 렌의 제자 에슈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어서 빨리 에슈카를 만나서 회복해야겠어.”

“아! 야, 나도 에슈카 보여 줘!”

“넌 저 여자들이나 신경쓰시지!”

렌이 삐졌다는 듯이 말하자 그러지말라는 듯이 렌의 목에 팔을 두르고 여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멜릿 메이튼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더 재수없다는 듯이 멜릿 메이튼의 팔을 치워버리고 혼자 열심히 걸어가는 렌과 그런 렌을 쫓아가는 멜릿 메이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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