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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어이없는 말을 들으면서 어느새 구동시킨 포탈을 타고 전장으로 이동했다. 그 수많은 전쟁터 중에서 어째서 자신들이 적 마스터가 2명이나 있는 전쟁터로 참전하게 되었는가…… 간단하다. 용병길드에서 2명의 여사원은 상당히 유명하다. 렌이 터프하다고 생각했던 여사원은 용병길드의 천사라고 불리고 있고 친절하게 렌들을 접대한 여사원은 용병길드이 여우라고 불리고 있다.
뭐……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터프한 여사원은 일부러 터프하고 심드렁하게 애기해서 쓸데없이 꿈만 부푼 젊은이들이 괜히 용병계로 발들이는 것을 막고 있었고 상냥한 여사원은 그런 용병들을 위험한 전쟁터나 수만채우는 전쟁터로 몰아 자신의 실적만 올리는 여사원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멍청한(?) 렌은 북부의 현자라는 별명답지 않게 속아넘어가서 졸지에 마스터가 2명이나 있는 전쟁터로 가게 된것이다.
그렇게 용병길드 사람들에게 동정의 눈길을 받으면서 전쟁터로 간 렌 일행. 하지만 그들은 알까? 정작 렌 본인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포탈을 타고 전쟁터로 온 렌 일행. 아크로니아의 국경선에 위치한 성에 도착한 렌 일행…… 근데 황당한 건 전투를 치룬지 얼마되지 않은 듯 여기저기 부상당한 병사들이 치료사들한테 치료를 받고 있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은 상처를 입고서 쓰러져 있는 모습…… 그리고 부상을 입지 않은 병사들 역시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의 입에서는 싫은소리 하나 안나오는 것을 보면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 엄청나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처참하네…….
“상대진영에 마스터가 2명씩이나 있고 저희 진영에는 1명도 없다면…… 그것만으로도 벌써 전쟁이 끝났어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 대단하군요.”
“……휴우, 어쨌든 우리도 합류하자.”
“저기…… 렌님.”
“응?”
율리아나의 말에 뒤돌아보는 렌. 그리고 그런 렌을 보면서 다시 입을 여는 율리아나.
“저…… 마스터들을 상대하실건가요?”
“음?”
율리아나의 질문에 순간 고민하는 렌…… 확실히 마스터가 2명이나 포함되어 있는 적진형은 현재 아클로니아로써는 굉장히 힘들것이다. 아클로니아에서 유일하게 있던 마스터…… 본래는 페이클과 같이 똑같이 마스터 1명씩을 보유함으로써 균형을 이뤘으나 현재는 용병쪽에 의문의 마스터가 나타나서 현재 아클로니아가 힘든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용병이니까 이번전쟁은 막아줘야지. 의뢰비를 받았으니 의뢰를 완료하는 게 용병이니까.”
“알겠습니다.”
렌의 말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율리아나. 그리고는 렌과 같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단순히 마스터 1명이 늘은 것치고는 너무나도 좋지 않은 상황……
“어쩔 수 없어. 대륙을 좌지우지하는 두 제국의 힘의 방향이 어떻게 쏠리느냐에 따라 자그마한 소국정도는 수도없이 사라진다. 지금 전쟁하는 두 왕국은 상당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지만 그것도 제국에 비하면 보잘것 없을 뿐이야.”
"그렇군요…….
이 대륙은 마스터의 힘이 절대적이야. 1명의 차이로 겨우 이 정도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야. 하물며 흑마법사들이 가지고 있는 수백기의 데스나이트가 쳐들어온다면? 대륙이 입는 피해는 이 정도가 아닐걸?”
렌의 말에 섀도 나이츠 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의 늪에서 겪은 흑마법사들의 데스나이트들은 치를떨정도로 강력했다. 마스터급에 이른 섀도 나이츠조차 자신들보다 배가 훌쩍넘어가는 마스터급 데스나이트를 상대로 그다지 힘을써보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 다한 것이다.
“일단 이곳을 빠르게 정리하자고…… 흑마법사들이 쳐들어왔을 때를 대비해서 최대한 힘을 숨겨야 되는데…… 난감하네.”
“저희만 마스터의 경지를 공개할까요?”
“아니…… 그래서는 안될거야. 아직 흑마법사들 사이에서 너희 마스터의 존재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을 거야. 죽음의 늪에서 싸운 흑마법사들이 전멸했으니 내가 그랜드 마스터가 된것과 너희가 마스터가 된 것을 알기는 힘들어.”
렌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카르킨. 확실히 섀도 나이츠 5명이 마스터급에 올라섰다는 것은 지금까지 팽팽하게 이어져오던 프릴로이아 제국과 마일드 제국 양 제국간의 힘의 균형이 깨져 버린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륙은 또다시 전쟁에 휘말리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전생의 렌이 겪었던 흑마법사들에 짓밟히는 대륙을 다시한번 맛보게 될 수밖에 없다.
“힘은 숨긴다. 너희들의 힘은 슈페리얼 급까지…… 나는 마스터 상급…… 아니 여차하면 최상급까지…… 정도가 한계다.”
“알겠습니다.”
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조하는 카르킨. 그들 역시 자신들의 힘을 개방하면 앞으로 어떤일이 벌어질지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에 렌의 말에 동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렌들이 그렇게 여러가지 애기를 하면서 성벽쪽으로 가고 있을 때 아클로니아 진형을 지휘하는 지휘장이 렌들에게 다가왔다.
“A급 용병들이 자네인가?”
“그렇습니다.”
“반갑네. 난 아클로니아 진형의 부 지휘장 로테르담 백작이라고 하네. 총 지휘장이신 페리온 로체공작님께서는 마스터들과의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으셔서 지금 회복 중이시네.”
“그런데 부지휘장님이나 되시는 분들이 여기까지 무슨 일로…….
렌의 말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 로테르담 백작. 무언가 할말이 있는 것 같았기에 로테르담 백작을 보고 가만히 서 있는 렌.
“그대들을 직접 찾아온 이유는 간단하네. 그대들에게 만약 성문이 뚫릴경우를 대비해 만든 성문 방어선에 가담시키기 위해서네.”
“이유는요?”
“두 명의 마스터가 강철로 된 철문을 부셔버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지.”
“마법사나 여타 이능력자로 마스터 2명정도는 충분히 시간벌기는 가능할텐데요?”
“이미 한계까지 이능력을 쓴 이능력자들이네. 불가하네……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 여차하면 이 성을 미끼로 적들의 병력을 몰살시킬 계획도 준비 중이네.”
로테르담 백작의 말에 더 이상 물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클로니아 왕국의 절망적인 상황. 하지만 용병으로써 거절할 명분은 충분했다. 그것을 알고 있는 로테르담 백작이 이렇게 직접 찾아오면서까지 애기하는 것은……
“떠나라. 여기는 희망이 없다…… 다음번 공격에 성문은 열릴 테고 난 이곳에서 마지막 항전을 하면서 저들을 화공과 성을 무너뜨려 사지로 몰아붙일 계획이다.”
“성을 태우면서라……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 죽게될텐데요.”
“어차피 잡혀도 죽은목숨일터……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로테르담 백작이 마지막 항전을 각오한 듯한 표정. 그런 그의 표정에 한숨을 쉬는 렌. 분명 마스터급 2명의 존재로 인해 용병들 대부분이 이곳의 의뢰를 거절했을 것이다. 사지로 들어가는 멍청한 용병들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 그리고 우리는 그 소문을 모르고 거의 유일하게 이곳에 지원한 것일터.
‘빌어먹을 여우한테 속았군. ’
“한가지 묻죠.”
“그러게나.”
“제가 마스터 2명을 막아낸다면 저한테 무엇을 해 주시겠습니까?”
“무슨 말이지?"
“제가 마스터 2명을 막아내고 이 성을 지켜 준다면 로테르담 백작께서는 저한테 어떤 대가를 지불하실 생각이냐고 묻는 겁니다.”
렌의 말에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로테르담 백작. 하지만 아무 말없이 쳐다보는 렌을 바라보고는 곧 한숨을 쉬면서 애기했다.
“자네가 막아만 준다면…… 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 주지. 내가 평생을 받쳐 지켜온 이곳을 지켜만 준다면! 내가 자네의 시종이라도 될것이네.”
“그 말 진심입니까?”
렌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로테르담 백작. 아클로니아의 숙적인 페이클 왕국의 최전선에서 평생을 받쳐온 로테르담 백작. 항상 부족한 병력으로 프릴로이아 제국을 등에업고서 강대해진 페이클 왕국을 막아오던 로테르담 백작이었다. 그런 그가 정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막아낸다면 백작님은 클리포드 가의 전략 전술 연구소의 소장을 맡아주십시오.”
“그게…… 무슨소리인가?”
“정식으로 애기하죠. 제 이름은 렌 클리포드 세이버…… 페이클 왕국의 마스터 2명을 막을 용병입니다.”
렌의 말에 충격먹은 듯한 표정을 짓는 로테르담 백작. 도저히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였으나 그런 그를 상관하지 않고 다시 입을 여는 렌.
“다음번에 마스터 2명이 선봉에서서 이곳의 철문을 두드리려고 하면 그냥 성문을 여세요. 마스터 2명은 제가 상대합니다.”
“……아무리 자네라고는 하나 상대는 2명일세. 페레로 로쉐 공작님과 같이 싸우는 게 낫지 않겠나?”
“그것은 로테르담 백작께서 걱정하실일이 아닌 듯하군요. 로테르담 백작께서 하실일은 상대 마스터가 돌진해 올시 성문을 열어 주기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지요.”
렌의 말에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로테르담 백작. 애기를 끝마치고 뒤돌아서서 다시 걸어가려는 렌이 곧 로테르담 백작을 다시 바라보면서 애기했다.
“혹시 페레로 로쉐 공작님의 갑옷과 검을 빌릴 수 있으면 좋겠군요. 한순간의 적의 방심을 유도하는 것 정도는 효과가 있을 테니까요.”
“알겠네.”
로테르담 백작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렌 역시 더 이상 용건은 없다는 듯이 성벽쪽으로 가던 발걸음 놀렸다. 그리고 그런 렌을 따라서 걸어가는 섀도 나이츠와 에슈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