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 회: 2권 4화 -->
“시간 버는 것 정도는 가능해. 빨리 움직여!”
렌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렌의 판자까지 들고 산 정상으로 이동중인 델포트와 멜릿 메이튼. 그리고 그런 그 둘을 보면서 렌이 황제에게 하사받은 고대의 환도 흑풍을 꺼내 들었다. 과거 전생에도 자신과 죽을 때까지 함꼐 해 주었던 녀석…… 흑풍.
우우우웅.
“최선을 다 해 보자. 흑풍.”
검의 울림과 함께 다가오는 수십기의 데스나이트들을 향해 오러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어차피 시간벌기용…… 전력을 다해 저들을 상대할 생각이 없는만큼 적당히 시간을 벌고 도망치면서 오러를 뿌려대었다. 하지만 이미 흑마법사들 역시 많이 겪어본 패턴이라 수십명의 마법사가 실드를 치면서 가볍게 막아내고는 맹렬히 뒤쫓아오고 있었다.
지난 3년간 너무나도 많이 당해 왔었기에 이제는 이골이 난 듯 렌의 공격하나하나를 손쉽게 막아내면서 쫓아오고 있었다.
“젠장. 빨리도 쫓아오네.”
“렌! 빨리와.”
“거의 다왔어!”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을 향해 재빠르게 포스를 이용해서 올라가자마자 미리 준비해두었던 판자를 가지고 내려막길을 향해 썰매처럼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시 흑마법사들이 겪어본 패턴인지라 녀석들 역시 데스나이트들을 역소환하고 마법사들이 썰매를 타고 우리의 뒤를 뒤쫓기 시작했다.
“쳇! 이대로라면 미리 준비해둔 호수의 배를 타고 도망칠 확률은 낮아!”
“어…… 어떡하지?”
“내가 유인할게. 너희들이 먼저 대륙으로 돌아가.”
내 말에 말도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 델포트와 멜릿 메이튼. 이제까지 생사를 함께 해 왔는데 이제와서 동료를 버리고 자신들만 갈 수는 없다는 듯한 입장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고 진지한 음성으로 말했다.
“시간이 없어. 내 가문을 부탁한다!”
렌의 마지막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3명의 썰매를 이어 주던 밧줄 하나를 잘라내는 렌. 그리고 곧 렌은 멜릿 메이튼와 델포트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눈물을 흘리면서 안된다고 소리치는 델포트와 멜릿 메이튼. 그리고 곧 뒤따라오는 흑마법사들 역시 두패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렌과 멜릿 메이튼,델포트를 쫓은 흑마법사들……. 하지만 이상하게도 렌 하나를 쫓는 흑마법사들이 훨씬 더 많았다. 그 이유는 그동안 렌이 방해한 것이 델포트와 멜릿 메이튼이 방해한 것 그 이상으로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렌을 죽이기 위해서 흑마법사들이 우선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렌 하나를 죽이기 위해서 수십명의 흑마법사 중에 이십여명의 흑마법사가 렌을 쫓아오고 나머지 십여명의 흑마법사가 델포트와 멜릿 메이튼을 쫓을 정도였다.
그만큼 흑마법사들의 입장에서 렌은 자신들의 계획을 방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존재였다.
“이대로 가면…….
“끝났다! 썰매를 멈춰!”
렌의 눈에도 어렴풋이 보이는 절벽. 만약 이대로 썰매를 계속 타게 된다면 가속력에 의해서 썰매와 함께 절벽으로 떨어질 확률이 거의 백퍼센트였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뒤에 따라오는 녀석들도 항복하라는 권유의 형식으로 애기하고는 있었으나 어차피 그들에게 잡혀봤자 신체해부와 실험만 당하다가 죽을 확률이 높았다.
"실피온! 라이아넬! 마지막 폭격이야!”
렌의 말에 소환되어오자마자 굳은 표정을 짓는 녀석들…… 이번에는 정말로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곧 렌의 말에 알겠다는 듯이 자신들의 최대 정령마법을 영창하는 녀석들…… 이미 최상급 정령의 반열에 올른 녀석들이기에 정령마법 하나하나의 파괴력은 거의 7서클 마스터에서 8서클 러너정도의 파괴력. 그렇다면 그것은 흑마법사들로써도 막기 힘든 파괴력이었다. 아무리 저쪽에 7서클 흑마법사가 포함되어 있다하더라도 말이다.
“천공의 심판!”
“뇌신의 단죄!”
곧이어 몰아치는 거대한 폭풍과 하늘을 뒤덮는 먹구름 사이로 내려꽂는 수백 개의 번개들…… 그리고 그것의 위험성을 깨달았는지 곧 흑마법사들이 필사적으로 그 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실피온과 라이아넬의 최대마법. 그리고 그것을 쓰자마자 정령력을 바닥쳤는지 곧바로 역소환 되어 버렸다.
거대한 폭풍과 함께 몰아치는 번개의 춤…… 그것의 환상적인 조합은 곧 혹한의 대지에 있는 거대한 설산에 엄청난 산사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위로 도망친 수십의 흑마법사들 역시 그 엄청난 산사태를 피할 수는 없으리라…… 고작 실드나 베리어따위로 막을 자연재해 가 아니라는 애기였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뒤에는 산사태…… 앞에는 절벽. 어차피 둘 중 무언가를 선택하더라도 나의 죽음은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나의 선택은 절벽이지!”
어차피 죽을 거 저들의 도구가 될바에 수장되는 편이 훨씬 낳았다. 그리고 절벽이라도…… 살확률정도는 있을지도 몰랐기에…….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썰매와 함께 몸을 날리는 렌……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산사태 역시 렌의 뒤를 따라서 엄청난 속도로 내려왔다.
-멜릿 메이튼과 델포트
“저…… 저건!”
“렌의 정령마법이야!”
어느새 쫓아오던 십여명의 마법사 중 절반을 기습으로 죽이고 나머지 5명이 소환한 데스나이트마저 부숴버리고 배에 오른 델포트와 멜릿 메이튼. 그리고 한쪽에서 엄청난 정령마법의 힘과 함께 거대한 산사태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 델포트와 멜릿 메이튼……
“렌…… 살 수 있을까?”
멜릿 메이튼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젓는 델몬트. 확실히 렌의 힘이라면 어떻게든 살 방도는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렌이라도 저런 산사태에서는 살아남을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8서클 마스터에 이른 화염의 마법사라도 저런 공격에서라면 자신의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 화염의 폭풍이나 마그마 샤워같은 마법으로도 확률이 5대5정도밖에 안될정도이니 말을 다한 것이다.
“우리는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을 지키는 수밖에 없어.”
“그래…… 돌아가자마자 그의 가문을 지키고 그가 말한 흑마법사들에 대한 대비를 해야 돼.”
렌이 남긴 마지막 유언…… 자신의 가문을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흑마법사들을 막아야만 하는 자신들의 사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멜릿 메이튼과 델포트는 렌의 생사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배를 타고 혹한의 대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분명 그들 역시 이제까지 오던길을 똑같은 방법으로 벗어나는 것뿐이었지만 그것역시 상당히 힘들었다.
옆에는 빙결의 협곡 그리고 한쪽에는 죽음의 늪…… 그리고 그 경계선을 간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델포트와 멜릿 메이튼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마음가짐이었다. 처음으로 맛본 동료의 죽음…… 그것도 평생 친구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자신들을 위해 희생했었다는 그것하나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평생 갚아야 할 은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아무리 힘든 곳이라도 넘어가야만 하는 힘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빙결의 협곡을 넘어 혹한의 대지에 들어설때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돌아왔군.”
“그래…….
불과 3개월도 안 되서 돌아온 멜릿 메이튼과 델포트.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하인츠 공립학교에서 렌을 만나기 전보다도 더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2명의 마스터.
“이제부터 렌이 말한 부탁만 전부 끝내고나면 바로 그랜드 마스터가 되기 위한 수련에 들어간다.”
“그래…… 렌이 말한 침공의 시간은 빠르면 5년. 그 안에 그랜드 마스터가 된다.”
멜릿 메이튼과 델포트가 낡아빠진 허름한 차림으로 싸늘한 표정을 지으면서 하인츠 공립학교의 거대한 교문앞에서 맹세했다. 반드시 렌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게 자신들이 최선을 다해서 검술수련을 하는 것밖에 답은 없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대륙에 흑마법사들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그로인한 렌의 희생역시 대륙에 널리 알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이 둘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바로 하인츠 대륙공립학교였다. 이곳이라면 대륙으로 가장 빠르게 소문을 전달할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