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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륙 No.3 기사다-29화 (29/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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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츠 교장의 말에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경기장. 그렇다…… 처음에 전혀 참가할 의사가 없었던 렌을 거의 반강제적으로 참여하게 만든 이유……

“그게…… 있었지?”

잊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는 렌의 모습에 괜히 말했다는 표정을 짓는 하인츠 교장. 하지만 곧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는 렌의 앞에 페를리아 황녀를 데려왔다.

“내가 약속한건…… 알고 있겠지?”

“히끅!”

“교장선생님. 불변의 상흔은요?”

“크흠…… 그건……. 후우, 여기 있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교장선생이 넘겨주는 자그마한 병. 그 속에는 상처를 절대 재생시키지 못하게하는 불면의 상흔이라는 독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병을 쥐고 오른손으로 교장 옆에 서 있던 멜로닌 교사의 검을 뽑아들었다.

“각오는 됐겠지? 무섭다고 저번처럼 지리지마라. 이번엔 볼에 딱 십자흉터 하나만 내줄 테니까. 나 마스터라서 검하나는 잘써. 잘 내줄 테니까 움직이지마라.”

“히끅, 흑…….

불쌍한 척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맺히면서 제발 한번만 봐달라고 애원하는 페를리아. 하지만 난 전혀 그럴생각이 없다는 듯이 뽑아든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관중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이 광경을 지켜 보고 있었다. 설마 진짜로 그렇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한 표정들…… 그런 것과 아랑곳없이 페를리아 황녀의 얼굴로 날아드는 검.

챙!

“잠깐!”

“뭐지? 델포트? 너 설마 네가 약속한 거 안지키려는 거 아니겠지?”

“그것이 아니다.”

“잠시만 기다리게…… 렌 클리포드 자작.”

갑작스러운 부름.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 분명 어디선가 들어 보고 그것은 그다지 유쾌한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날 멈추게한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붉은망토에 마일드 제국을 다스리는 자에게만 허락된다는 황관이 씌어져 있었다.

“황제폐하를 뵙습니다.”

“황제폐하를 뵙습니다.”

나와 멜릿 메이튼의 인사에 손짓을 하면서 일어서라는 표시를 하는 황제. 그에 조용히 일어서는 렌과 멜릿 메이튼를 보면서 웃고 있는 황제였다. 하지만 렌은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저 가식적인 웃음뒤에 황권을 위해 귀족들에게 어떤짓을 할 생각인지 항상 생각하고 다닌다는 것을……

“사실 방금전에 프릴로이아 황제 탈리안이 나한테 부탁을 해 왔다. 바로 자신의 딸인 페를리아의 선처를 해 달라는 내용이었지.”

“……하지만 폐하. 이것은 개인과 개인의 일입니다. 아무리 폐하시더라도 개인간의 일에는 간섭이 제한됩니다.”

내 말에 순간적으로 얼굴을 굳히는 황제. 황제가 인자한 얼굴한다고 그냥 오냐오냐 넘어갈 줄 알았다면 렌을 크게 잘못안 것이다. 20년 가까이 황제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면서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아서 해 오 섀도 나이츠 소속이 바로 렌이다. 그리고 그런 덕분에 황제의 가식적인 모습 뒤에 숨겨진 뒷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가 렌이다.

“허허…… 물론 그렇다네. 하지만 렌 클리포드……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조금 양보해 줄 수는 없겠는가?”

“국가적 이익이라면 어떤걸 애기하시는 것인지…….

“별거 아니네. 탈리안의 사과문과 함께 무투대회에서 우승한 그대들에게 주라고 몇가지 선물이 도착했네. 물론 나 역시 원하는 것을 얻었네. 사실 내가 원하는 것은 콧대높은 탈리안의 사과라 이번에 나한테 부탁하는 탈리안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는 없었네.”

"폐하…… 국가적 이익이라는 게 혹시…….

허허허, 역시 눈치챘는가? 그렇다네. 바로 프릴로이라 황제의 인장이 찍어진 우리 마일드 제국의 새로운 마스터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겠다는 칙서네. 자네 아버지 루이스 클리포드 스피넬 역시 이번에 마스터 상급으로 인정받아 공식적인 대륙 10강에 들어가게 되었지.”

황제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수긍하는 렌…… 확실히 그동안 프릴로이아 제국에 비해서 공식적인 마스터의 숫자가 2명 이상이나 밀렸던 마일드 제국이다. 공식적으로 4명을 보유한 마일드 제국과 6명을 보유한 프릴로이아 제국간의 차이에서 발언권의 차이가 좀 있었던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자네들에게 선물을 줄 차례군. 렌 클리포드! 멜릿 메이튼 그대들은 이제 당당히 대륙에서 인정한 마스터들이다. 물론 저기 관중석에 있는 델포트 군 역시 마찬가지일테이지만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고…… 어쨌든 그래서 그대들에게 맞는 이름을 내려야 할텐데…… 그대들의 검을 말해 보라.”

“……제가 생각하는 검이란 북부의 가문의 일원으로써 마일드 제국과 대륙을 위협하는 존재로부터 지켜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멜릿 메이튼 플레이트가 생각하는 검이란 오직 최강이 되기 위해 정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명의 마스터가 내뱉은 말들…… 각기 다른 깨달음으로 대륙의 20명도 안 되는 명예로운 마스터의 자리에 오른 자들의 검의 정의가 깃들은 말이다. 그들의 말에 수많은 관중들이 무투대회를 보기 위해 몰려왔음에도 그 둘의 음성이 퍼질정도로 고요하기만 했다.

“허허, 지켜내는 검과 최강이 되기 위한 검이라…… 과연, 미래의 마일드 제국을 책임질만한 제국의 검 답도다. 대륙을 수호하고 마일드 제국을 수많은 위협으로부터 지켜낼 렌 클리포드에게는 세이버라는 이름을 하사하여 제국의 검이 되게하겠다. 그리고 멜릿 메이튼 플레이트에게는 그의 정의와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대륙 최강의 검이 되라는 뜻에서 탑 소드라는 이름을 하사하겠다.”

“와아아아아아!”

“이런 자들이 마일드 제국을 지켜 준다면 우리 마일드 제국을 위협할 자 누가있으리오…… 내 그대들을 위해 제국의 4대 보검 중 두개를 하사하겠다. 하나는 렌 클리포드 세이버 그대의 오러 웨폰에 어울리는 고대의 환도. 흑풍을 하사한다. 그리고 멜릿 메이튼 그대에게는 세검의 장기를 잘 살릴 수 있도록 4대 보검 중 가장 가볍고 단단하다고 알려진 멸천을 하사하겠다.”

마일드 제국의 황제의 공식적인 이름의 하사에 모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천재검사들이 공식적으로 대륙 마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황제로부터 직접 하사받은 명호. 황제부터 수많은 황자들 중에서 제일 실력있는 자가 황제가 되는 마일드 제국답게 오직 실력이 있는 가문만이 살아남는 마일드 제국. 그리고 그런 마일드 제국에서는 그 시대에 제국에 많은 업적을 세우거나 제국을 빛낸자들에게 하사는 이름.

수많은 귀족들 중에서도 마일드 제국에 황제의 이름으로 하사받은 이름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신! 렌 클리포드 세이버! 마일드 제국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받쳐서 헌신하겠습니다.”

“신! 멜릿 메이튼 플레이트 탑 소드. 제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검이 되기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허허, 아직 그대들을 위해 준비한 상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부로 마일드 제국에는 2명의 백작이 탄생했다. 영지는 그대들의 가문의 근처의 황제직속령을 하사하여 영지를 확장시키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 마일드 제국의 새로운 마스터들이여, 아직 그대들은 학생이라는 신분과 제국을 빛낸 공이 없음으로 이 정도 작위밖에 줄 수 없는 게 한탄스럽다. 부디, 어서 마일드 제국을 위해 공을 세워 그대들의 실력에 걸맞는 작위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황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황제의 손에 들린 두개의 보검이 차례로 렌과 멜릿 메이튼에게 넘겨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백작임을 상징하는 인장과 보패까지 한꺼번에 렌과 멜릿 메이튼에게 하사되었다. 실로 엄청난 상. 하지만 렌과 멜릿 메이튼이 한 일은 그만큼 마일드 제국에게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로써 프릴로이아 제국과 마스터의 숫자가 맞춰지고 그에 맞추어서 잘언권 역시 강해졌으니 앞으로 그동안 교역과 여러가지 국가문제에서 조금 밀리던 마일드 제국의 힘이 강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로써 마일드 제국의 백작이 됨과 동시에 대륙의 공식 마스터가 되어 버린 멜릿 메이튼과 렌. 그리고 델포트……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성에서 단상을 내려가는 렌과 멜릿 메이튼. 그리고 어느새 데려갔는지 자취를 감춘 페를리아 황녀. 하지만 그 누구도 페를리아 황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오직 새롭게 탄생한 세명의 마스터를 축하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렌과 멜릿 메이튼 그리고 델포트를 연호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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