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 회: 12화 -->
어느새 산 아래까지 미끄러져 내려온 렌이 힘들다는 듯한 표정으로 설산을 바라보았다. 아마 다시 저곳으로 간다면 그때는 정말 빠져 나오기 힘들지도 몰랐다.
이제는 정말로 이곳을 떠나야 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혼자 힘으로 나름 지난 2년 동안 상당히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작 그것이 다였다. 적에게 심대할 정도로 타격을 입히는 것은 현재로써는 아예 불가능해 보였다.
“돌아가는 길도 그다지 쉬워보일 것 같지는 않는데…… 휴우!”
저멀리 보이는 숲…… 악령의 숲이라고 불리며 혹한의 대지의 관문 역할을 하는 3개의 관문 중에 하나이다. 죽음의 늪이라고 불리는 곳과 빙하의 계곡 그리고 악령의 숲 이 3곳이 북부의 빙하의 대지로 갈 수 있는 곳이다. 나머지 다른 곳은 너무나도 높은 해발 5000미터 이상이라고 알려진 자이언트 산맥때문에 지나갈 수가 없었다. 뭐 지나갈 수 있다손 치더라도 너무나도 추워서 가다가 얼어죽는 사람이나 산소가 희박해 고산병으로 죽는 사람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과거 네크로맨서들의 공격에 반격을 하기 위해서 자이언트 산맥을 넘으려다가 포기하고 악령의 숲과 죽음의 늪을 건너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빙하의 계곡은 자이언트 산맥 중간쯤에 위치한 곳인데 그곳 역시도 해발 3500미터쯤 위치한 곳이라 매우 위험하다.
“하아, 그 빌어먹을 웨어울프들을 뚫고 언제 집에 복귀하지? 미치겠네…….
난감한 표정으로 숲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혹시라도 흑마법사들이 쫓아올 것을 염두에 두고 결국 발걸음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현재의 몸상태로는 악령의 숲에 들어가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이곳에서 쉬기도 흑마법들 때문에 매우 위험할 수 있어서 악령의 숲의 경계선까지만이라도 가서 쉬기로 했다.
쪼르르르.
“어푸, 어푸, 시원하네. 그나마 개울가가 있는 곳까지 와서 다행이다…… 저 절벽을 넘어가면 악령의 숲이군.”
난감한 표정으로 악령의 숲과 빙하의 대지의 경계선인 절벽을 바라보았다. 아직 제대로 쉬지를 못해서 몸상태가 좋지 않는 상태였다. 거기다가 무리하게 과거의 검술을 펼쳐서 폭풍의 참격을 시도해서 내상까지 있는 상태였다.
또 실피온과 라이아넬 역시 상당한 정령력 소모후에 지금 정령계에서 쉬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결론은 이곳에서 하루정도는 쉬어야 한다는 말이 되었다.
“이곳은 위험한데…… 후우, 조금 위험하더라도 악령의 숲으로 들어가는 게 났겠어.”
결론을 지은 렌이 실피온을 불러서 절벽을 넘고 악령의 숲 경계선 근처의 거대한 나무 위에서 내상에 좋은 약초를 씹으면서 잠이 들었다. 우연히 가다가 발견한 피로회복에 좋은 구기자와 내상에 좋은 혜능초를 발견해서 가지고 다니다가 오늘 그것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약초를 먹고 물을 몇모금 마시자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만약을 위해서 마법석궁으로 트랩을 만들고 잠이 들었다.
“으음…….”
몇 시간 후에 일어난 렌…… 아직 완전히 회복되기는 힘든지 온몸이 삐걱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며칠 동안 허겁지겁 쉬지도 못하고 도망친 것에 비하면 하루정도 푹 쉰 것이 피로를 꽤 풀어 주었다.
“후우, 다행이 경계선이라 그런지 몬스터들이 그다지 많지 않군. 그나저나 저 빌어먹을 악령의 숲을 무슨수로 돌파한다.”
이제는 거의 마스터에 올랐을 웨어울프들과 리자드맨…… 그리고 자신이 생각해도 사기적인 능력을 보유했을 것 같은 블러드 아울베어와 샤벨타이거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이제와서 다른 길을 찾아서 가기는 힘들었다. 즉 자신이 몇 년간 만들어둔 길을 통해서 돌아가야된다는 애기인데…… 또다시 하루하루 쫓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니…… 끔찍했다.
“좋게 생각하자. 실력은 금방 늘 거야…… 제길!”
저절로 욕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짜증나는 표정을 짓는 렌. 하지만 곧 어쩔 수 없다는 듯 트랩을 해제하고 가방에 마법석궁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허리에 찬 검을 뽑아들고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비록 2년전에 표시해둔 표식이지만 특별히 나무에 무언가를 하지 않는이상 나무에 표시해둔 표식이 사라지지는 않을터…… 그리고 렌의 예상대로 나무에 표시해 준 표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표식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귀환
“헉! 헉! 그만 좀 쫓아와. 이것들아!”
한 청년이 열심히 욕설을 내뱉으면서 열심히 도망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뒤를 검은 오오라와 와일드 포스를 뿜어대면서 쫓고 있는 수십의 웨어울프들…… 그중 3마리정도는 거의 포스 마스터급에 이른 듯 엄청난 포스를 뿜어대면서 말도안 되는 속도로 청년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클리포드 검법 - 세이버 식 - 광풍참!”
“크아아앙!”
콰아앙!
“쳇! 나름의 회심의 일격인데 너무 쉽게 받아치는 거 아냐?”
도망가는 도중에 한순간 터닝을 하면서 곧바로 먹인 자신의 회심의 일격이 쫓아오던 두마리의 웨어울프의 포스가 담긴 발차기에 무위로 돌아가자 혀를 차면서 다시 도망가기 시작했다.
클리포드 검법의 세이버 식을 사용한 청년. 현재 이 대륙에서 그 검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뿐이었다. 17살이 되어 버린 렌 클리포드. 그만이 세이버 식이라는 검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아, 하아, 미치겠네.”
이미 포스도 수준급에 이르러서 거의 포스 마스터에 근접할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지만 이미 포스 마스터에 이른 웨어울프들의 스피드에 따라가기는 벅찼다. 그래서 검술로 커버하면서 도망가고는 있지만 빌어먹을 녀석들이 이제는 작전까지 세워가면서 슈페리얼급 포스유저인 웨어울프들을 곳곳에 매복해서 나를 기습하는 식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습하는 녀석들을 처리하느라 이미 실피온과 라이아넬이 정령력을 전부 소비하고 정령력을 회복하기 위해 정령계로 돌아간 상태였다.
-알아서 도망치세요.
-할 수 있는만큼 했다. 행운을 빈다 주인.
이러고 도망가는 싹퉁 머리없는 녀석들에게 욕을 한바가지 내뱉어 준 후에 혼자서 이렇게 도망가는 중이었다.
“하하, 꼭 죽으라는 법은 없지!”
어느새 자신의 2차 목표지점인 영목에 다가왔다. 혹한의 대지에서 악령의 숲을 거쳐서 자신의 영지로 돌아가는 데에는 크게 두개의 중간지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바로 악령의 숲에 존재하는 거대한 호수. 그곳은 모든 몬스터들과 동물들이 물을 마시는 곳이라서 그런지 큰 싸움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두 번째가 바로 영목.
내 나름대로 이름을 지어봤는데 나무자체에서 빛이 나면서 거대한 나무 수십그루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었다.
나무 하나의 크기가 거의 성인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팔을 뻗어야 할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서면 신기하게 빠른 속도로 피로가 회복되고 마나가 차오른다. 그리고 그 덕분에 웨어울프들도 자신들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는지 내가 더 강해서 무한대에 가까운 마나를 가지고 싸우면 자신들이 패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나와 싸우려 하지 않는다.
“도착! 흐흐, 실피온 라이아넬!”
-호오, 잘 도망쳤네. 주인?
-살아계셨네요?
빠직!
내가 영목에 있다는 것을 알아챈 정령들이 재수없는 말을 건네왔다. 그리고 그 말들을 가볍게 씹어 주고 웨어울프들을 바라보았다. 역시 영목이라 그런 것일까? 어느새 가팠던 숨이 안정되고 상당히 많이 소진했던 마나들 역시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었다.
“크르…….”
휙!
영목에 진입한 나에게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듯이 미련없이 돌아서는 웨어울프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면서 겨우 한숨을 몰아쉬면서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나의 생명의 은인인 영목을 쓰다듬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