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회: 6화 -->
“허어, 이럴수가…….
“악령의 숲으로 가게 되면 포스로 제 기운을 숨기고 지금 대장장이와 마법사들에게 부탁해놓은 마법석궁을 들고 돌아다닐 겁니다. 기간은 10년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도 눈치챘겠지만 절 단순한 익스퍼트 초급의 검사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적어도…… 익스퍼트 중급은 상대할 수 있습니다.”
내 말에 감탄하던 것을 멈추고 조용히 고민을 하는 나의 아버지. 누가 뭐래도 클리포드 가의 현 가주이자 대륙에 200명도 안 되는 슈페리얼 급에 오르신 자랑스러운 나의 아버지였다. 루이스 클리포드 스피넬. 스스로의 힘으로 스피넬이라는 이름을 하사받고 십수년간 북부를 지킨 나의 아버지였다.
“기간은 7년으로 한다. 적어도 네 나이가 14살이 되는 날까지는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유는 대충 짐작하고 있겠지?”
“하인츠 대륙공립학교를 들어가라는 것이군요?”
“할 수 있겠지?”
“후우, 알겠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에 더 반대하지는 못하고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넉넉잡아 10년으로 잡아서 그 빌어먹을 네크로맨서들이 어디있는지 알아보려고 했었는데 그것에 대한 계획은 당분간 접어둬야 할 것 같다. 뭐…… 그래도 7년 정도라면 적어도 누군가의 눈먼칼에 죽지 않을 정도까지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제가 준비해놨던 선물을 드릴 시간이네요?”
“으음?”
“일단 아버지꺼요. 그것은 제 나름대로 저희 가문의 검술을 개조시켜본거예요. 뭐…… 아버지가 보고 안 좋겠다 싶으시면 버리세요. 맘에 드시면 익히시구요. 그리고 이건 어머니꺼. 전에 공작가에서 저한테 선물준 마나석이에요. 거기 수련 마법진도 적혀 있으니까 그걸로 수련하시면 효과 좋을 거예요. 그리고 이건 제가 책에서 찾아본건데 4대 정령 소환진 말고 특수 정령 소환진들이에요. 세리아 누나랑 세리나 누나가 자기 속성에 맞으면 소환해 보세요.”
내 말에 모두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훗, 그래도 지금 북부의 현자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데 이 정도에 놀라면 너무하죠. 뭐…… 사실은 과거 기억가지고 사기치는 게 전부지만.
어쨌든 그렇게 아버지와의 면담을 대략적으로 마무리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악령의 숲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였다.
적어도 내가 악령의 숲으로 떠나 있으면 과거처럼 우리 가문에 암살자들을 보내지는 않을 거다. 목표도 없는데에 인력을 투입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으니까.
뭐…… 그렇게 되게하기 위해서 내가 악령의 숲에 간다는 것을 우리가문에 알리고 가는 것이고……
그렇게 가족들에게 나의 마지막 선물들을 나눠주고 나의 능력에 대해서는 함구하도록 했다. 아직은 그 빌어먹을 황제에게 나의 능력을 알려서는 안 되었다. 적어도 내 예전 힘을 복구하거나 아니면 마스터의 단계라도 밟아놔야 그 빌어먹을 황제에게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직은 나이도 어리지만 그에 비례해서 굉장히 작은능력들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전생과는 달라진 점이 분명해 존재했다.
더 이상 기사라는 직함과 검의 무게만을 쫓아가지 않는다는 것. 내가 미닛메이드와 델몬트와 다른 점은 그들처럼 검만 추구하는 전형적인 기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생에 30대때에 이르러서야 나에게 한가지 별명이 붙여줬다. 델몬트와 미닛메이드는 각각 검천과 검성이라는 별호가 붙여졌다.
말 그대로 하늘의 검이라는 뜻과 그 시대 최강의 검의 달인에게만 주어지는 검성이라는 칭호를 받은 두 검호.
그들과는 달리 나는 그저 전쟁의 악몽이라는 별호를 달고 있었을 뿐이다.
극에 다다른 검술실력으로 두 제국을 각각 떠받치고 있는 녀석들과는 달리 나는 직접 전쟁에 나가서 적들을 섬멸하고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전쟁을 이겼기 때문이다.
전쟁의 악몽. 그것이 내 일생동안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얻었던 나만의 별호였다.
그리고 전쟁의 악몽의 별호를 얻음과 동시에 나는 나의 완성되어가는 검술과 전술?전략을 얻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영웅들에게 묻혀서 고작해야 전쟁의 악몽이라는 살인귀 취급을 받았을 뿐이지만……
“후우, 또 과거 생각을 하니 씁쓸하네.”
“또 무슨 생각하니?”
“아…… 오셨어요?”
어느새 내 뒤에 나타나신 어머니…… 과거에는 내 나이 여덟살 때 이후로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셨던 분이다. 그리고 우리가족을 죽인 녀석들에 대한 지독한 복수심에 의해서 38살 내 평생동안 결혼조차 하지 않고 전쟁을 누비며 수많은 적들과 언데들을 죽이는데 내 일평생을 받쳤었다.
“악령의 숲에 가는 것을 지금이라도 취소하는 게 어떻겠니?”
“예?”
“네 얼굴을 보면 왠지 걱정과 근심이 가득해 보이는구나.”
“아, 괜찮아요. 고작 악령의 숲에 존재하는 몬스터들 따위에게 죽을 정도로 전 약하지 않아요.”
내 말에도 여전히 걱정어린 표정을 짓고 계신 나의 어머니. 하긴 그도 그럴것이 소드 익스퍼트에 올랐다고는 하나 소드 익스퍼트급인 A급으로만 이루어진 용병단이 가서도 항상 반수이상 죽어나오던 곳이 바로 악령의 숲이라는 곳이었다.
“지금 제 검술이 늘기 위해서는 실전은 필수에요. 그리고 그곳은 저 악령의 숲이 가장 확실하구요. 그리고 몬스터의 습성과 개인적으로 꼭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악령의 숲에 가는 것은 필수에요. 절대 무를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후우, 알았다. 대신 절대 위험한 행동은 하지말거라. 이것만큼은 꼭 약속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알겠어요.”
내가 어설프게 웃으면서 말하자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껴안아주시는 어머니. 클리포드 가의 역사상 가장 똑똑하다고 알려진 북부의 현자라는 것보다 그저 아들로써 항상 걱정해 주시던 어머니가 내가 가기 전날까지도 걱정어린 표정을 짓고 계신다.
“후우, 답답해요, 어머니.”
“아…… 그래.”
“어머니도 그만 들어가서 쉬세요. 이제 겨우 이십대인데 피부관리 하셔야죠.”
“후훗, 알겠다.”
내 말에 조용히 웃음지으면서 테라스에서 벗어나시는 어머니. 그리고 그런 어머니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조용히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나의 친구들인 라이오너와 실프를 불렀다. 사실 실프야 그렇다치더라도 라이오너를 얻은 것은 정말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 중 하나이다. 설마하니 날벼락이라는 것을 실제로 얻어맞을 줄은 몰랐다. 뭐…… 그래도 운이 좋았는지 상처하나 없이 살아남아서 라이오너 번개의 정령과 계약을 맺었으니.
“내일부터는 바빠질거야.”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두 마리의 정령들. 양쪽팔에 찬 팔찌에서 약간의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마리의 정령들이 살랑거리는 바람과 번쩍거리는 번개를 내비치면서 나에게 확신을 심어 주는 듯한 행동을 했다. 나의 양 팔목에 차여진 두개의 팔찌. 그것은 시간날 때마다 팔찌에 심어져 있는 정력석에게 마나를 공급해 저장해두는 정령팔찌였다.
뭐…… 말은 이래도 생각보다 간단해서 정령사들이라면 모두들 차고 있는 팔찌에 불과하지만……
“내일보자.”
내 말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정령계로 돌아가는 정령들. 그리고 그런 정령들을 바라보다가 나 역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한동안 이 곳에서 잠을 자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늘만은 푹 자둬야 할 것같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새벽에 깨어난 나.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빠르게 옷을 입고 검 한자루와 어제밤에 싸두었던 짐을 가지고 방을 나서려는 순간 방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역시…… 새벽에 나서는구나?”
“에…… 그것이…….
예상했다는 듯한 어머니의 말씀에 난감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는 나. 어머니의 뒤에 아버지와 세리아 세리나 누나까지 일어나서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 느긋하게 아침은 먹고가지. 뭐 급하다고 벌써 짐을 싸가지고 가려는 거냐?”
“하하……. 그러게요.”
“내려와라. 길게 안 붙잡을 테니 아침만 먹고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