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회: 5화 -->
*가문의 품에서 벗어나다.
북부의 현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난 뒤에 드디어 본격적인 검술 수련에 매진하려고 아버지에게 찾아갔다. 그렇게 도서관을 나오자마자 근처에 지나가던 시녀들과 나의 누이 세리아 클리포드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진다.
‘뭐…… 뭐지?’
나를 이상한 놈 취급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자 근처에 계단을 오르고 계시던 어머니마저도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신다.
“뭐…… 뭐예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내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여전히 내 얼굴을 쳐다보고만 있는 사람들…… 뭐지? 비록 도서관에 쳐박혀 있었다고는 해도 도서관 안에 만들어진 샤워실에서 꾸준히 샤워도 하고 나름 깔끔하게 씻고 있는데…… 냄새나거나 더러워서는 아닐테고…….
“렌…… 웬일로 도서관에서 나온 거니?”
“예?”
“렌은 4개월에 있는 회의 때가 아니면 거의 나오질 않잖아.”
어머니의 말씀에 내가 어이없다는 말투로 다시 되묻자 세리아가 대신 답변을 해 주었다. 그 말은 즉 내가 도서관에서 나온 것 자체가 신기하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된다는 말.
“제…… 제가 도서관에서 나온 게 그렇게 신기하세요?”
“호호, 그럼! 몇 년 동안 도서관에서만 사는 우리 아들이 처음으로 무슨 일이 있지 않고 자. 발. 적으로 도서관에서 나온 걸?”
끄응.
어머니의 가시가 느껴지는 말투에 신음을 흘리고는 조용히 세리아를 바라보자 여전히 나를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나의 누나. 그리고 가족들의 그 모습에 조용히 한숨을 쉬는 나였다.
하긴, 그동안 가문을 지킨다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 댄 턱에 정작 가족들과의 시간을 못 가졌던 것이 흠이긴 했다.
“흠…… 어머니 누나? 혹시 지금 시간 되세요?”
“음 딱히 바쁘진 않다만…… 무슨 일이니?”
“지금 아버지를 뵈러 갈 거거든요? 시간 되시면 같이 가실래요?”
내 말에 어머니와 누나가 서로 얼굴을 바라보다가 곧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북부의 현자가 뭔가 중대한 발표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오신 것이리라…… 그렇게 아버지를 만나러 아버지의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오오, 렌이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냐? 뒤에 데려온 인원은 또 뭐고?”
“여보?”
“흠흠…… 사랑스러운 나의 가족들이 여기까지 무슨 일이니?”
어머니의 한 마디에 곧바로 말을 바꾸시는 아버지…… 하하, 참 공처가 나셨네 정말.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버지한테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어서 찾아왔어요.”
“응? 나한테?”
“예.”
내 말에 뭐냐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신 아버지. 단순히 아버지만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신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세리아 누나도 같이 나를 바라보고 계신다.
“흠흠…… 별거는 아니고요. 이제부터 검술수련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뭐…… 그래도 북부의 가문인데 검술 정도는 익히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호오, 그럼 그럼!”
내 말에 아버지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더니 그렇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다…… 북부의 가문이라면…… 그것도 북부를 책임지는 3개의 가문 중 하나라면 모름지기 자신의 몸 정도는 지킬만한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 가문만 하더라도 아버지가 슈페리얼 중급에 이른 기사고 어머니도 3서클 마스터의 마법사에 세리아와 세리나 누나도 정령술을 익히고 있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한동안 이곳을 떠나 북부의 악령의 숲에 다녀오고 싶습니다.”
“……뭐?”
“악령의 숲에 다녀오고 싶어요.”
내 말에 다시 벙찐 표정을 짓는 나의 아버지. 하긴…… 그럴만도 하지. 도서관에 쳐박혀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악령의 숲으로 검술수련을 하러 간다고 말하니……
“그건 안된다.”
“왜요?”
“허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대륙 3대 금지 구역 중 하나인 혹한의 대지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그것도 대륙에서 s급 위험지역으로 분류하는 지역을 너혼자 가겠다고?”
“아버지…… 지금 연구하고 있는 전술 전략과 몬스터의 특성을 묶은 백과사전의 완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걸 왜 네가 한단 말이냐! 다른 사람이 해도 충분하다. 당장에 특수기사단에 있는 헌터들을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
확실히 아버지의 말씀대로 단순히 몬스터들의 특징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면 헌터들을 이용해서 악령의 숲의 상세지도와 각 몬스터들의 습성을 알아오게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 아니니까…… 나로써도 가족과 더 같이 있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악령의 숲이 위험하지…… 않으면 되지요?”
“그게 무슨 말이냐?”
“악령의 숲이 저한테 위험하지 않으면 되는 거죠?”
“무슨…… ?”
아버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발에 나의 정제된 오러를 집어넣어서 아버지의 목에 나의 손날을 갔다대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짓는 어머니와 세리아. 하지만 의외로 아버지는 침착한 표정으로 한쪽손으로 나의 손날을 가볍게 막고 계셨다.
“훗, 역시 아버지시네요. 나름대로 기습이라고 생각했는데…….
“허어, 언제 이런실력을?”
“틈틈히 연마했습니다.”
무덤덤한 나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아버지. 말 그대로 틈틈히 연습한 것이다. 원래라면 적어도 익스퍼트 상급까지는 찍어놔야 하는 실력이건만…… 그동안 너무 책만파서 그런가? 이제 겨우 익스퍼트 초급에 들어선 초짜밖에 안 되는 실력이었다.
뭐 덕분에 슈페리얼 중급에 들어선 아버지에게 무난하게 막혀버렸지만……
“허어, 그 나이에 익스퍼트 초급이라…….
“제 검술수련을 위해서라도 악령의 숲은 꼭 필요합니다.”
“그래도 위험하다. 고작 익스퍼트 초급으로는 악령의 숲에서 살아남기 힘들거야.”
“단순한 익스퍼트 초급이 아니라면요?”
아버지가 나의 말에 조용히 내 얼굴을 바라보셨다. 드디어 몇 년간 숨겨왔던 모든 패를 꺼내보일때가 되었다. 전생에 헬 나이트에게 패배하고 난 후에 과거로 다시 돌아오면서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무력을 배울 생각을 했다.
예전처럼 기사라는 이름에 갇혀서 검만 파는 무식한 짓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나에게 정령술과 포스라는 이능력을 선사해 주었다.
오러라는 특성상 격투가의 렌과 술법사의 차크라 그리고 마법사의 서클 마나를 동시에 익히기에는 힘들기도 했고 시간낭비였다.
그러나 다른 이능력과는 달리 딱히 다른 이능력에 방해되지도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거의 포스가 유일했다. 물론 포스 마스터들처럼 포스 오오라를 직접적으로 유영화시킬 수도 포스 와일드를 만들어낼 수도 없지만 적어도 탐지와 기운을 숨키는 것에서는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령은 내가 유일하게 소환 가능한 것은 4대정령 중 바람의 정령이 유일했다. 아마도 전생에서 사용한 나의 마지막 기술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뭐 그래 봤자 하급정령인 실프에 불과하지만…… 그리고 한가지 더!
“그…… 그건?”
“번개의 정령 라이오너라고 합니다. 1년전에 괜히 밖에 나왔다가 번개 맞았던 적 있잖아요? 그때부터 이 녀석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몇개월 전에 계약을 했어요.”
“허어? 그럼 지금 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기운은?”
“포스입니다. 오러와 거의 유일하게 반발감이 없는 녀석이죠. 그리고 이 녀석은 제 친구 실프라고 합니다. 인사드려 실프야.”
내 말에 고개를 꾸벅이면서 인사를 하는 귀여운 실프. 이것으로 내가 현재 가진 패는 전부 보여 주었다. 과거처럼 당하지 않기 위한 발악으로는 좀 과한 면도 있지만 적어도 방심은 하지 않으리라는 마음가짐의 결과물이었다.
비록 여러가지 준비를 하느라 검술의 경지는 낮았지만 그것을 버림으로써 얻은 것들이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