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1 I LOVE YOU =========================================================================
“일단 내 위에서 내려와.”
로이는 만년 발정남 수혁을 치워냈다. 그리고 진지하게 그에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최민씨는 남자가 되기 위해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설마 그것도 내 탓이라고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
“설마요. 제가 언제 로이를 원망했습니까. 제 걱정을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가 잡힐 때까지 집밖에 안 나가고 잠시 활동을 쉬자는 겁니다. 로이, 제 배를 보세요. 그가 제 배에 구멍을 뚫어놓았다고요. 어때요, 무섭죠?”
무섭냐고? 티셔츠를 들어 올려 배를 보여주는 수혁의 얼굴이 너무 기분이 좋아 보여 그게 더 무서웠다. 그가 달콤하게 웃으며 최민이 로지를 죽였고, 최민이 그를 칼로 찔렀으며, 로이를 죽일 거라고 했다. 그런데 진짜 로이를 협박하고 있는 건 최민, 당사자가 아니라 김수혁이다. 그 아이러니가 웃겼다.
“걱정 말아요. 제가 지켜드릴 테니.”
사랑하는 로이, 라고 덧붙인 타락한 천사처럼 생긴 남자가 그녀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눌렀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넣었다. 그녀는 이로 수혁의 손가락을 물었다. 화가 난다. 왜 잘 알지도 못하고 몇 번 만나지도 못한 상대에게 겁을 먹고 그녀가 몸을 숨겨야 한단 말인가. 수혁의 회유에 넘어가 무조건 로이를 보호하고자 활동 중지 명령을 내린 김주안도 짜증났다. 그녀는 지켜지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 나약한 여자 따위가 아니다.
최민이 하루 만에 잡히면 내일 당장 로이가 좋아하는 예능을 찍도록 주안이 허락해줄 거니, 아무 문제가 없단다. 수혁은 그를 노려보던 로이를 그렇게 달랬다.
“정말 아무 문제없는 거지?”
“그럼요. 그냥 휴가를 얻었다고 생각하세요. 우리나라 경찰들이 얼마나 유능한데요. 아마 일주일 안에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상관없었다. 방으로 돌아가 수혁에게 침대 시트를 갈라고 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도대체 최민이 그런 짓을 할 정도로 그녀가 잘못했나를 생각해봤다. 그 정도로 그녀를 몰아붙였던 것일까? 팬들의 잘못이 로이의 잘못이기는 하지만 최민이 로이를 죽일 정도로 원망하게 만들기에는, 로이는 최민의 인생에 망한 데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수혁의 말과는 달리 한 달이 지나도 로이의 근신은 풀리지 않았다. 집에는 간간히 민호와 주안이 놀러왔다 뿐이지, 이건 거식증 때문에 요양원에 갇혔던 경험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혁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로이를 위해 식사를 차렸다. 매끼마다 육수를 내서 국을 끓이고, 나물을 무치고, 갈비찜을 하고, 날마다 맛있는 식사를 차려서 그녀에게 먹였다. 처음에는 거부했다가 몇 점씩 집어먹던 것이 이제는 밥 한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먹게 되고 말았다.
“나 살 붙은 거 같아.”
“어디가요? 너무 예뻐서 문제인데요.”
그가 식탁 밑으로 손을 넣고 계속 흔들리던 로이의 발을 잡았다.
“식사 중 운동은 안 됩니다.”
그녀의 발등에 입을 맞춘 후 그가 젓가락으로 새우튀김을 집어 입에 넣어줬다. 로이는 바삭한 튀김을 먹고 바보처럼 웃어버렸다. 살쪄도 빼면 된다. 굶어서 빼면 다 해결되니, 최민이 잡히면 다시 소녀 팬들을 위해 섹시 아이돌 로이 테일러로 돌아갈 거다. 그때까지는 평범한 일반인으로서 맛있는 걸 먹기로 했다. 그가 점심에는 뭐 해줄까 물어서 잠시 고민해봤다가 떡볶이 해달라고 했다.
“김밥도 말아줘. 쫄면도 먹고 싶다. 아. 젠장. 먹고 싶은 건 많은데 위가 작아서 다 안 들어가. 안습이다. 진짜. 내가 그렇게 개고생을 하며 굶었어요. 그런데 고작 스토커 때문에 집에서 놀고 있으니 진짜 최민은 영창감이야. 절대 합의 안 해줄 거야. 로지 죽인 죄를 단지 물어서 아빠한테 욕먹은 만큼 나도 최민 욕해줄 거야. 유아 폴트! 유아 길티!”
“그래요. 그러니깐 최민 잡을 때까지 로이는 잘 먹고 잘 살아서 꼭 복수해주세요.”
“엉. 알았어.”
수혁이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 입을 벌리면 자동으로 반찬이고 밥이고 한 입에 먹을 수 있을 만큼 넣어줬다. 그가 흐뭇하게 웃었다. 맛있나요? 어. 로이, 사랑해요. 어. 우리 이따가 섹스해요. 아니. 그게 매번 식사할 때마다 반복하는 대화였다. 정말 둘 다 학습이 안 되었다.
튀김 다섯 개를 먹고 운동하겠다고 집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설거지를 끝낸 수혁이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서 침대로 끌고 갔다.
“우아악. 나 안 해. 진짜 매일 집에 있다고 섹스만 주구장창 해대네. 형, 드라마 안 찍어?”
“드라마 촬영은 미뤘습니다. 로이가 스토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시기에 제가 태연하게 연기를 해낼 수 있을리 없지 않습니까. 민호씨도 이해해줬습니다.”
수혁이 로이의 잠옷을 내리고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박았다. 그녀는 팬티를 끌러 내리고 열심히 혀를 움직이는 그의 머리통을 밀어냈다.
“그만해. 나 요즘 몸 안 좋단 말이야. 몸이 아주 무거워.”
“그럼 끝까지는 안하고 만지기만 하겠습니다.”
그가 상의를 벗겨내고 로이의 가슴을 부드럽게 손안에서 굴렸다. 살쪄서일까? 아님 자꾸 주물러서인가? 제법 여자처럼 가슴이 나오게 되었다. 특히 젖꼭지는 수혁이 시도 때도 없이 빨아서 야하게 도드라지고 말았다.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런 유두라면 무대 위에서 시스루는 다 물 건너 간 거다. 의상을 입는 것에 한정이 생기고 말았다. 괜스레 미워 뒤통수를 때렸다.
그러나 수혁은 학대의 대가로 그녀의 목덜미를 다정히 쓰다듬어줬다. 진성 M이다.
“예뻐요. 로이. 특히 여기가.”
그가 깊게 파인 그녀의 쇄골에 얼굴을 파묻고 여린 피부를 강하게 빨아 올렸다. 수혁이 ‘클라라’라고 이름 붙여준 그녀의 꽃술이 파블로프의 개처럼 먹이를 바라듯 애액을 질질 흘려댔다. 수혁이 한쪽 다리를 세우게 하고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앉아 로이의 몸을 핥고 빨고 만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그녀의 몸이 좋냐고 물으니, 그가 로이가 빨아주면 더 좋을 것 같다며 새색시 마냥 수줍게 웃었다. 단아한 얼굴과는 달리 서슴없이 야한 발언을 해 도무지 매치가 안 되는 남자다.
이제 저 미소에 더 이상 속지 않는 로이다. 누가 알았나. 저 예쁜 얼굴로 김수혁이 연애 내내 색마라는 사실을 숨겼다는 걸.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동정 뗐다고 바로 섹드립을 날려대서 죽을 것 같았다. 괜히 집에 들였다고 후회해봤자 소용없었다.
“어, 알았어. 알았다고. 펠라 해달라는 거지? 하여간 나한테 괜히 외모 낭비하지 말고. 그건 카메라 앞에서나 써먹어.”
로이는 수혁의 지퍼를 푸르고 팬티 위로 페니스를 만졌다. 이미 발기했는데 굳이 입에 넣고 세워줄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가 베개를 베고 누워서 그녀를 기다렸다. 이를 숨기고 입술만으로 기둥을 빨아올렸다. 제법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제는 펠라가 능숙해진 로이이다. 검붉은 색의 페니스가 혈관이 툭 불거져 나왔다. 피가 벌컥 벌컥 솟구치는 느낌이 혀를 통해 느껴졌다. 침으로 매끄럽게 목구멍을 넘나드는 성기는 한참이나 빨아대도 사정을 할 줄 몰랐다. 이러니 로이의 입술만 부르트는 거다.
“하, 녹아내리겠습니다. 너무 부드러워요.”
아이스크림 광고에서나 나올 법한 달달한 대사이건만 수혁이 말하니 진득하게 섹시했다. 로이는 전혀 할 생각이 없었음에도 살짝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다. 그가 고운 얼굴을 살짝 찡그린 채 고개를 옆으로 기우렸다. 목선이 살아나며 충동적으로 그곳에 입을 맞추게 만들었다. 하여간 요망한 남자다.
로이는 수혁의 성기를 잡고 그 위에 앉았다. 그가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위 아래로 흔들어댔다. 푹, 푹, 푹. 곧은 페니스는 꺾이지 않은 채 그대로 그녀의 깊숙이 박았다.
“으응. 앗. 형 거 너무 커서 좋다.”
“형이 아니라 오빠라니깐요.”
“응. 알았어. 하아. 오빠. 오빠 거 빠는 건 힘들어도 이럴 때는 좋아. 모든지 장단점이 있다니깐.”
수혁을 품고는 그 위에서 쿵덕 쿵덕 뛰는 로이를 보고 그가 너무 과격하게 뛰지는 말라고 했다.
“싫어. 나 졸라 꼴린다 말이야.”
“그래도 생리가 안 돌아오고 있으니 조심해야죠.”
“…………뭐라고?”
로이는 너무 놀라 그대로 멈췄다. 수혁이 임신했을지도 모르니 살살 하라고 웃었다.
“미친.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임신을 해.”
“그럼 하루가 멀다 하고 하는데 둘 다 불임이 아니라면 임신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난……난 원래 생리 잘 안 해. 너무 저체중이라 가끔만 하는 거야. 그래서 한 달 건너뛰어도 임신한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지만 불안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를 피해버렸다. 상상만으로도 무서웠다. 수혁이 이불 위로 그녀를 둥글게 안았다. 쪽, 쪽. 뽀뽀를 하며 겁먹은 그녀를 달랬다.
“그럼 임신될 때까지 하도록 해요. 우리.”
붙잡고 있던 이불을 억지로 잡아당기고 그가 울고 있던 로이의 얼굴에 키스를 했다.
“무섭나요? 임신하는 게.”
“응. 그럼 형은 안 무서워? 아빠가 된다는 데?”
“네. 전 너무 좋은데. 그래도 로이가 무섭다면 앞으로는 콘돔을 써드리겠습니다.”
그가 침대 맡 서랍에서 콘돔을 꺼냈다. 저게 있었으면 진작 사용했어야지 왜 그동안은 그냥 그녀의 안에다가 사정을 했냐 말이다. 일부로 그랬다고 봤게 볼 수밖에 없었다. 로이는 화가 나서 수혁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아파요. 로이. 요즘 절 너무 많이 때리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 매 맞는 남편이라고 방송에 나오겠어요.”
“내가 언제 때렸다고! 전에 나 활동 쉬라고 억지 부렸을 때랑, 오늘이 다 거든.”
“그럼 더 맞아도 되겠네요. 여기도 때리시겠어요? 너무 아파서 반대쪽도 맞아야 균형이 맞을 것 같거든요.”
수혁이 반대 쪽 뺨을 내밀었다. 로이는 얼른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의 말대로 상처 없이 매끈했던 피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미안해. 다시는 안 때릴게. 오빠.”
오빠라는 소리에 좋다고 웃어댔다. 로이는 ‘흥, 바보.’ 작게 콧바람을 내고 수혁의 팔을 베고 누웠다. 낮부터 팔자 늘어지게 잘하는 짓이었다. 이러다가 뇌까지 정액에 쩔겠다. 그녀가 더 이상 무대에서 섹시 스타가 아니라 창녀처럼 보이게 되면, 그건 다 김수혁의 탓이었다. 그가 그녀의 음부에 손을 넣고 살살 흔들어댔다.
“씁! 나 오늘 안 할 거야! 꺼져!”
그의 손을 찰싹 찰싹 때려 쫒아버렸다. 걱정이 되긴 했다. 진짜 수혁의 말대로 생리를 안 한 게 벌써 2달 하고도 20일이 넘어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는 원래 그러니 그러려니 넘어갔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수혁을 품고 그의 걸 항상 그곳으로 삼켜댔다. 아이라도 생겼다가는 큰일이었다.
방에서 핸드폰을 들고 나와 주안에게 전화했다. 그에게 임신 테스트기 좀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김주안이 무슨 소리인지 못 들었다며 다시 물어서 피임은 하고 있으나 걱정이 되어서 그런다며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미친 듯이 벨을 눌러대지 않아도 문 열어준다고! 급히 옷을 입은 로이는 짜증을 내며 현관문을 열었다. 약국 비닐봉지 가득 임신 테스트기가 들어있었다.
“한개 가지고는 잘못 나올 수 있으니깐. 그러니깐. 넌 임신 아닌데. 잘못 나올 수 있으니깐.”
벌벌 떨며 너 임신이면 자기는 어쩌냐고 주안이 울어댔다. 로이는 걱정 말라고 했다. 나 임신 아니야. 그냥 조금 걱정되어서 그래, 하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 테스트기를 소변에 젖혔다. 잠시 기다리니 두 줄이었다. 다른 걸 까서 또 해봤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이상 오줌이 안 나왔다. 변기에 앉아 허탈한 웃음만 내뱉었다. 어떻게 김수혁은 그녀보다 먼저 그녀의 임신을 알아차린 것일까. 의도적으로 임신시킨 거다.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수혁을 마구잡이로 때렸다. 로이 테일러는 빛나야 한다. 그런 로이 테일러의 인생을 수혁이 망쳐버렸다. 아니다. 아이를 지우면 된다. 살이 찌면 빼면 되는 것처럼 아이는 지우면 되는 거다.
“못해. 난 못 지워. 어떻게 버려. 내가…버려졌는데.”
아이를 낳고, 살을 빼고, 다시 복귀해야지. 그러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로이는 아무런 변명 없이 맞던 수혁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우리 헤어지자. 아이는 내가 키울게.”
“그 아이는 로이의 아이입니다. 절대로 빼앗기지 않을 겁니다.”
“맞다. 형네 집안, 무서운 데였지? 자식 귀해서 자기 아들 방에 여자 넣고, 아이 만들라고 강요하고. 하하. 나 임신한 거 들으면 아줌마 달려오겠다. 나 납치당하는 거 아니야?”
“도대체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합니까. 제 아이를 가졌으니 당연히 영원히 함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형, 일부러 그랬지. 나 일부러 임신시킨 거지. 도대체 왜 그랬어. 뭐 때문에….”
서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 어긋났다. 그는 무조건 헤어질 수 없다고 했고, 로이는 뱃속 아이만 걱정했다. 그녀를 보듬어 안고 달래는 수혁의 품에서 울다보니 어느새 방문이 잠겨있었다.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가 물었다.
“그럼 그 아이만 없으면 저랑 안 헤어질 겁니까.”
============================ 작품 후기 ============================
라라크로프트windy님 역시 열혈 독자님이라 알아주시는군요. 수혁이가 흑막인 걸 알아주시다닝~ 이제부터 셜록라라님이라고 부르겠어요. 헤헤..우리 로이가 무서운 스토커한테 걸려버렸음. 막 자기 따라 연예인하고, 아이돌 덕질하고, 야한 팬픽 써대고, 앨범 대량 발주하고..그런 수혁이의 제일 무서운 짓은 이제 밝혀질 예정^^
100화 축하 코멘트 감사합니다. 제 사랑과 정열을 담아 라라님의 눈에 키스하겠습니다. 쪽!
cmal님 약속대로 노블에서도 뵈네요. 헤헤...여기서도 물고 빨고 하겠습니다. 쪽! 쪽! 쪽!^^
너는샛별님ㅎㅎ 제가 막장계의 신생아가 되어보려고요..>< 이번편도 무지막지하게 막장이죠? 그런데 앞으로 더더욱 막장이 될 예정. 역시 클라이맥스는 스팩터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