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이돌이다-95화 (95/104)

00095  발라버리겠어  =========================================================================

“뭐야. 도대체 왜 삐진 거야.”

“그걸 몰라서 물어? 나 졸라 질투나. 민소정은 다섯 장 샀지만 난 열 장 샀단 말이야.”

김수혁이 대량 발주 넣는 걸 네가 봤어야 이런 말이 안 나오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로이는 우쭈쭈 호영의 턱을 살살 쓰다듬어주며 달래줬다. 이 망나니가 무대에서 제대로 놀아줘야 ‘이카루스’는 하늘을 날 수 있었다. 다른 아이돌들이 호영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부러워져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REVE로 오라 이거다.

“우리 호영이, 형아가 칭찬 안 해줘서 서운했쪄요? 그래쪄요?”

“응. 졸라 그랬어. 그걸 지금 알았어?”

유치한 녀석이지만 그게 매력이기도 했다. 금세 기분 좋아져서 방방 뛰며 피자 먹겠다고 레드 폭스 대기실로 가는 호영이었다. 영준에게 네가 리더를 섬기는 죄로 수고를 더 해줘야겠다고 했다. 영준이 웃으며 ‘그게 제 유일한 기쁨이라 괜찮습니다.’ 란다. 설마 게이 천국 REVE에 와서 얘가 이렇게 되었나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니 영준이 단호히 아니란다.

“그래도.”

“절대. 절대로 아닙니다. 선배.”

“난 또. 우리 꿈동산의 터가 오죽 좋아야지. 세간에는 텔레토비들이 사는 동산이 우리 회사라는 루머가 있어. 너 텔레토비 괴담 알지? 보라돌이가 무려 게이야.”

“……피자나 먹으러 가죠. 참고로 저 하수연씨가 이상형입니다. 작품 같아하셨으니 연락처 아시면 알려주세요.”

“헐~. 이제 보니 너 엄청난 멘탈 매저였구나. 어쩐지 호영이 상대로 잘 버틴다 했다…. 알았어. 그 누나랑 제대로 다리 놔줄게. 넌 인류를 구할 진정한 용자다. 영준아.”

“칭찬인데 욕 같네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선배님.”

로이는 영준과 함께 레드폭스 대기실로 들어갔다. 여자 아이돌들이라 그런지 화장품이랑 향수냄새가 엄청났다. 너희 향수 좀 작작 뿌리라고 뭐라고 하니, 여우 동생들이 ‘오빤 남자도 아니야!’라며 토라진 척 했다.

“응, 나 남자 아니야.”

그녀의 고백에 다들 뭐지, 라는 표정을 돌아봤다. 사실을 알려줘도 들어 처먹질 못했다.

“난 음악의 신이거든. 뮤우우우~즈~. 어쩌겠어. 나의 천부적 재능이 여신이 되라는데. 성별 정도야 바꿔줘야지. 안 그래?”

“푸하하하. 아, 나 죽네. 하하하.”

다들 좋아라 깔깔 거렸다. 로이는 레드 폭스의 꼬리 춤을 추며 그녀들 특유의 깜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예능 나가면 대박이겠다 싶은 반응이었다. 호영이 남자여도 좋으니 제발 자기랑 사겨달라고 해서 발로 차며 꺼지라고 했다. 광년이 치마만 입어주면 포기하겠다고 말한 지가 언제인데 절대 포기를 몰랐다.

그래도 친한 여동생들 앞이라 마음 놓고 웃고 떠들다 보니, 한때 친동생처럼 아꼈던 펜과의 경쟁이라는 압박과 이카루스에 보이는 사람들의 어마어마한 기대 때문에 생겨난 불안이 무책임할 정도로 사그라졌다. 그래, 즐겨야지. 지금은 앞 뒤 안 살피고 미친 듯이 놀아야 했다. 그게 가수고, 그게 로이 테일러의 모습이다.

그녀는 피자 배달원에게 계산을 치루며 사인 부탁을 받았다. 배달 가방에 ‘로이’라고 크게 적어줬다. 좋아서 가는 배달원의 뒷모습을 보며 로이의 컴백을 기다리는 팬들이 떠올라 코끝이 찡해졌다. 우리 승냥이들 보고 싶어서 죽겠다.

여우들과 뇌출혈이 어서 피자 먹자며 로이를 불렀다.

“선배, 피자 드세요.”

“로이야, 내 옆에 앉아.”

“오빤 피자 센스도 구닥다리야. 고작 포테이토랑 불고기, 쉬림프라니. 아무리 고전 아이돌이라지만 리치골드나 슈퍼치즈 바이트 정도는 시켜줘야지~.”

“소정아, 우리 그런 거 먹으면 매니저 언니한테 죽어!”

“어, 나도 알아. 그래서 오빠한테 고맙다고 말하려고 했지. 히히. 오빠 땡큐~.”

그녀는 화면에서 얼굴이 커 보일까봐 절대 무대에 오르기 전 그 무엇도 먹지 않는 주의이다. 그러나 리허설 때 마른 로이를 보고 건강을 걱정해주던 승냥이들 때문에 그냥 피자 한 조각을 들었다. 솔직히 뇌출혈과 여우들이 언제 처음 만났냐는 듯 캐미 터지게 피자 CF마냥 맛있게 먹어서 도저히 안 먹을 수 없었다. 전복죽도 먹고, 피자도 먹고, 아주 돼지 되려고 미쳤다.

고칼로리 음식이 들어오자 몸이 미친 듯이 열광해줬다. 게눈 감추듯 피자를 해치우니 침이 혀 밑에 잔뜩 고였다. 너무 아쉬운 듯 피자를 보아서일까. 옆자리에 앉은 호영이 피자 한쪽을 로이에게 내밀었다.

“안 돼. 살쪄!”

“좀 더 쪄도 돼. 너무 말랐어.”

“그래요. 선배. 우리 이따가 곡예하지 않습니까. 충분히 먹어두세요.”

“헉쓰~. 지금 우리 앞에서 다이어트질이야? 오빠. 우린 여자 아이돌이거든!”

피자 두 쪽을 겹치고 우적우적 먹던 효연이 로이를 나무랐다. 자기들 다이어트 망쳤으니 오빠도 망해야 한다며 물귀신 작전에 돌입했다. 영주가 자기 다리를 옆에 데고 ‘젓가락 주제에!’라며 로이의 다리를 찰싹 때렸다.

“이번엔 솔직히 너무 마르게 나와서 뮤비 보는 내내 불안했다고.”

로이는 소정이 뭐라고 해도 못들은 척 했다. 더 이상 앉아있었다가는 더 먹을 것 같아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하여간 독해! 이 독로이야!”

소정이 뭐라 뭐라 떠들어댔다. 로이는 홀로 대기실로 돌아와 호영과 영준이 식사를 끝내고 오길 기다렸다. 생각보다 빨리 문이 열렸다. 뒤돌아봤다. 순간, 잘못 들어왔나 싶어 그를 쳐다보니 펜이 재빨리 문을 닫았다. 도대체 뭔 지랄일까 싶었다. 설마 적에 대한 염탐?

로이는 문으로 달려갔다. 펜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 정식 재회는 무대에서 만나기로 하지. 이를 빠드득 갈고 의자로 돌아와 심호흡을 했다. 거울 속 로이는 누가 봐도 한 성깔하고 발랑 까져 보여서 어른들이 보면 혀를 차게 만드는 로이 테일러였다. 누굴 닮아서 저렇게 지랄스러울까 싶은 성질이니, 비록 거울 속 그가 아무리 아름다운 금발에 섹시하게 생겼어도 착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눈꼬리에 힘을 풀고 몽롱한 시선을 만들어냈다. 독기를 품고 앙 다물었던 입술은 살짝 벌렸다. 거울 속 그가 무슨 입술색인지 더 잘 보이게 되었다. 살짝 고개를 숙였다가 옆으로 젖혀 금발의 머리카락을 흔들어보였다. 화사하게 웃는 소년은 뮤직비디오에서 봤던 이카루스다.

로이는 이카루스가 되어 호영와 영준을 부르러 갔다. 서로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아이들이 입을 떡 벌리고 그녀를 쳐다봤다.

“선배…….”

“로이야…….”

“오빠…….”

그래, 미친 듯이 아름답지? 신비롭지?

그러나 아이들의 반응은 잔뜩 걱정스럽다는 내용뿐이었다. 로이는 눈을 바로하고 그들을 노려봤다.

“왜! 나 존나 이카루스 같지 않았어?”

“아니. 그렇기는 한데……. 무지 슬퍼보여서 난 싫어. 무대에서만 그런 표정 지으란 말이야. 이 바보야.”

호영이 로이를 껴안으려고 들어 그녀는 슬쩍 자리를 피했다. 그가 쳇, 하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이따가 1등하면 안아줄게. 열심히 춤춰.”

“응! 헤헤헤! 뽀뽀도 해줘.”

“지랄한다. 죽고 싶으면 해봐. 김 뭐씨가 널 산채로 묻어줄 테니깐. 그 녀석, 차 트렁크에 삽이랑 연장 넣고 다녀.”

연습기간 내내 로이에게 집적거리던 호영을 수혁이 어느 날 데리고 사라진 적이 있었다. 둘이 무슨 일이 있었겠는가. 한 사람은 잔뜩 맞고, 한 사람은 여유롭게 커피 들고 나타나서 로이더러 마시라고 들고 오는데. 안 봐도 뻔했다. 호영만 일방적으로 수혁에게 맞은 거다. 그 뒤로 호영은 김수혁의 뒤꽁무니만 봐도 벌벌 떨어서 제대로 연습이 안 될 정도였다.

로이는 얘 춤도 못 추게 왜 때렸냐며, 아이돌은 몸이 자산이라고 수혁을 나무랐다. 그 후부터는 수혁이 호영을 안 건드렸지만 호영은 수혁을 계속 무서워했다.

“어째서 그 녀석은 되고 나는 안 돼? 나도 잘 울 수 있단 말이야. 흑…. 너무해. 로이. 어서 나한테 뽀뽀해달란 말이야.”

호영이 자기도 잘 울 수 있다며 눈물을 뚝 뚝 떨어트려내려 시도했다. 그러나 그는 춤꾼이지 배우가 아니었다. 김수혁처럼 로이의 얼굴만 보고도 눈물을 후두둑 떨어트릴 정도의 실력이었으면 진작 드라마나 영화 쪽으로 김 사장이 호영을 넣었다. 로이는 그에게 너 연기는 하지 말라, 진정한 멀티돌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그들을 찾으러 온 PD와 함께 무대로 이동했다. 로이의 오른쪽 날개는 호영, 왼쪽 날개는 영준이다.

팬들의 함성소리는 이카루스의 심장박동이 되어 크게 울려퍼졌다. 이카루스가 날개를 펼쳤다. 이제 하늘을 날아오를 시간이다.

============================ 작품 후기 ============================

너는샛별님. 그러게요. 왜 개고생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 원...ㅜㅠ 저도 그래서 매일 사표 쓸까를 고민하다가 한 달을 보내고, 월급 받고 닥치고 일해야지하고...사표 고민하고 월급 받고를 무한 반복 중..ㅎㅎ그래도 우리 샛별님은 사장님이니깐 킹 오브 고생하고 킹킹 오브 월급이겠죵? 홍홍홍.><

라라크로프트windy님 앞으로의 에로씬은 걱정 마세요. 제가 그쪽으로 아주 발달된 뇬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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