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이돌이다-88화 (88/104)

00088  질투해주겠어!  =========================================================================

“어이, 이봐. 김수혁씨. 당신 교통사고 당한 사람 맞아? 몸 사려야 하지 않겠어?”

건들건들한 로이의 말투에 수혁은 인상을 찌푸렸다. 곱던 눈썹이 잔뜩 일그러져 보기 딱할 정도였다.

“화나요. 그 밉살맞은 말은 뭐죠. 로이한테 전 그 정도밖에 안되나요? 어머니에게 들었습니다. 제가 깨어나지 못할 때, 로이가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저 돌봤다고. 거짓입니까.”

“…아니. 그건 사실이기 한데. 우리 부담스럽게 어려운 포즈 취하며 이야기하지 말고, 그냥 일어서서 대화 나누면 안 될까?”

찢어진 치마 사이로 허벅지를 드러내기 몹시 부담스러웠다. 그와 다리를 한 짝씩 엮고 있어봤자 로이에게 좋은 거 없었다. 남자는 여자한테 다 짐승이라고 김주안이 그랬다. 예외라면 아빠와 게이, 아님 어리고 예쁜 여자가 있는 남편뿐이라고. 그 셋 중 하나가 아니면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사용했다가는 정말 큰일 난다고 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순순히 물러나 로이의 바지를 다시 입혀줬다. 잔뜩 후회하는 얼굴로 한숨을 푹 쉬고 미안하다고 했다.

“함부로 대해서 미안합니다.”

“괜찮아,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 수 있지 뭐.”

“아닙니다.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듣고 너무 기뻤습니다. 그런데 호영씨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는 걸 보고, 저 말고 다른 어느 후배가 교통사고를 당해도 로이라면 똑같이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야 로이는…너무나 착한 천사이니깐요.”

헐~.

로이는 그녀가 천사라는 둥, 친절하다는 둥 헛소리를 하는 수혁이 어이없었다. 그의 눈에는 호영을 대하는 그녀가 무려 상냥해 보이기까지 했단다. 그거 참 머리통을 동네북처럼 맞고 사는 호영이 들었으면 억울할 소리였다.

“미안합니다. 로이. 무겁죠?”

“응, 잘 알면 내려와.”

“키스해도 될까요?”

동문서답이었다. 그가 다시금 키스를 해왔다. 그래도 화가 풀렸는지 제법 혀를 부드럽게 움직였다. 입을 벌리고 수혁의 혀와 열심히 혀씨름을 했다. 눈을 감고 키스하는 수혁의 단아한 얼굴을 구경하는 건 로이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사실 이 남자가 대단히 포커페이스라 화내는 모습을 보기가 드물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저렇게 바른생활 사나이로 살까 궁금해지곤 했다.

수혁의 어린 시절 앨범을 통해 그가 일본에서 폭주족으로 생활했던 건 봐서 알고 있었다. 태생부터 착한 놈이 아니었다는 거다. 그런데 갑자기 180로 바뀌어버렸다. 전에 수혁을 알던 사람이 지금의 그를 본다고 하면, 폭주족 켄짱과 배우 김수혁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볼 것 같지 않았다.

수혁의 그 간극이 끊임없이 로이를 궁금증으로 몰아넣었다. 그를 바꿔놓은 사람이 누구인지, 혹시 여자가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키스를 하면 김수혁의 귀가 새빨개진다는 사실 또한 그 여자가 알고 있는지, 다 알고 싶었다. 한때 수혁이 스캔들 났던 일본여자와 그는 로이처럼 키스를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둘이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황홀하고 감칠맛 나는 혀 놀림을 선보일 수는 없는 거다!

로이는 수혁을 밀쳐냈다. 그가 손등으로 흘러내린 침을 쓱 닦아냈다. 저 단순한 행동마저 색기가 철철 넘쳤다.

“그래서 그 넥타이는 아키코인가 아이코가 줬나보지?”

“여기서 왜 아이코가 나옵니까.”

“왜긴 아이코는 형의……크흑. 젠장. 둘이 침대에서 사진 찍고 아주 잘하는 짓이야.”

쪼잔한 것 같아 남자의 과거를 들추는 짓 따윈 하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쿨한 여자였다. 그러나 수혁의 어머니가 보여준 사진은 밤마다 로이를 이불 킥하게 만들었다. 남자 나이 서른이면 당연히 경험이 있을 테지. 더군다나 수혁 같은 남자는 여자들이 고백해서 그가 삼천궁녀 중 하나로 삼아도 괜찮으면 좋다는 답변을 주더라도 그녀들이 기뻐할 정도로, 낯간지러운 표현을 빌리자면 무려 ‘절세미남’이지 않는가.

와, 생각하고 보니 아키고인지 아이코인지 가슴이 무지 크던데 이 남자 엄청 밝히는 늑대이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이를 상대로 아직 손을 뻗지 않은 걸 보면 그 전에 수혁이 만났던 여자들과 달리 로이의 가슴이 빈약하다 못해 절벽이어서 그런 게 틀림없었다. 열 받아서 그의 머리를 한 대 때리고 노려봤다. 수혁이 그녀가 때린 자리를 매만졌다. 교통사고로 살갗이 벗겨진 손등이 보였다. 순간 미안해졌지만, 상당히 많이 나아진 상태라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머니가 무슨 사진을 보여줬든 제가 사랑하는 여자는 오직 로이뿐입니다.”

“그래, 그러겠지.”

좋은 말이 나갈 수 없다. 그 사진 속 수혁은 상반신을 노출한 채 자고 있었다. 알몸의 여자들은 차례로 그의 팔을 끌어안은 채 셀카를 찍었다. 어머니와 그 사진을 같이 보는데 무려 1시간이 걸렸다. 어려서부터 여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아들을 칭찬하는 어머니였다. 그녀는 수혁이 섹스를 잘하냐고 당당히 물어왔다. 로이는 해보지도 못한 것을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로이보고 너 진짜 여자냐고 물어 ‘예’라고 대답하니, 수혁의 어머니는 손을 곧바로 로이의 가랑이 사이로 넣어 페니스가 달렸는지부터 확인했다. 달릴 게 없는 걸 확인하고는 설마 트랜스젠터냐 묻고, 아니라고 하니 거침없이 로이의 가슴을 만져왔다. 모든 게 조심스러운 수혁과는 생모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다른 어머니였다.

“어린 시절부터 섹스에 대한 특출한 재능을 보였다며?”

“……그게 무슨 말입니까?”

동그랗게 뜬 눈은 청춘미가 넘쳤다. 서른 살 아저씨주제에 귀여움의 정도가 없다. 다른 여자들도 다 저런 수혁의 얼굴에 속아 넘어갔을 거란 생각에 한 대 더 그를 때렸다.

“그런데 중학교 때부터 침대에 여자를 끌어당기는 건 너무하지 않나? 콘돔은 끼고 한 거야? 설마 숨겨둔 얘가 세 명은 아니지?”

수혁이 로이의 위에서 일어났다. 그가 잠시만 어머니와 통화를 하겠다며 연습실에서 나갔다. 복도가 쩌렁쩌렁하게 일본말을 하는 수혁이었다. 혹시 욕인가 싶었다. 설마 자기 엄마한테 욕을 할까. 하지만 의심을 풀기에는 일본말을 하는 그의 언성이 너무 과격했다.

“저기 말이야. 나 다 이해한다니깐. 나 그렇게 속 좁은 여자 아니야. 형 정도면 당연히 그 정도 여자는 있었겠지.”

문을 열고 전화 통화하는 그를 얼른 연습실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일단 복도보다는 방음처리 완벽한 연습실 안이 나았다. 애초에 자기가 스타라는 자각이 없는 남자이니 그녀가 도와줄 수밖에.

그가 눈물을 글썽이며 어머니와의 통화를 끊었다. 수혁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수그렸다. 흰 목덜미가 드러난 모습은 뇌쇄적이기까지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안 예쁜 곳이 남자이니 아까워도 로이 혼자 독차지 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고 여기기로 했다.

“그게 아닙니다. 저 동정이에요.”

“뭐…뭐라고? 동전?”

어떻게 사람이 동전이라고 믿는 거지? 그게 가능할 거라고 여기나?

“동정이라고요. 어머니가 무슨 사진을 보여줬는지는 모르지만, 그 여자들, 저랑 전혀 상관없는 분들입니다. 저 잘 때 어머니가 집어넣어서 저보고 일 저지르라고 그런 겁니다. 저희 집안이…사실 엄청 손이 귀합니다. 핏줄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로이가 저랑 결혼하면, 둘이 방에 가두고 섹스만 하게 할지 모릅니다. 어서 아들을 낳으라고.”

“……미친. 그게 말이 돼? 아니 형네 집은 형밖에 자식이 없어?

과장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손이 귀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데 병실에서 만난 수혁의 어머니를 떠올리면 그의 말이 농담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자는데 알몸의 여자를 방에 밀어 넣을 정도로 자식 욕심이 엄청난 여자다. 로이를 납치하고 계속 임신만 시키다가 아들을 낳았을 때에나 놓아줄 것 같다. 미래의 시어머니로 모시기에는 그녀의 사이코기질이 너무 무궁무진했고 발전가능성이 컸다. 수혁이 제 어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아도 병실에서의 만남만으로도 그녀가 어떤 여자인지 로이는 충분히 알 것 같았다.

“김씨 집안의 유일한 핏줄이 저와 삼촌인데 삼촌이 게이입니다. 삼촌이 남자한테 미친 변태라서 집에서 저에게 건 기대가 크고요. 로이, 죄송한 말이지만 앞으로 저와 계속 사귀시면 연예인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 장담 못하겠습니다. 어머니가 어서 하루 빨리 손주를 내놓으라고 압박이 심해서요.”

“저기…형. 나 지금 현대물 찍는 거 맞지? 씨받이라고 제목 붙은 조선시대 야동 찍는 거 아니지? 하. 하. 하. 차라리 형이 플레이보이라 그 여자들이랑 놀아났다고 말해! 무슨 개 같은 집안이 그래! 내가 애 낳는 머신도 아니고, 일까지 때려치우고 집에 틀어박혀 애만 낳을 것 같아? 내가 미쳤냐? 형이 뭐가 예쁘다고!”

“그래서…말입니다. 그린란드에서 함께 지내면 안 될까요? 그럼 아들 따위 안 낳고 우리까리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건 또 무슨 개뼈다귀 같은 말이야. 거긴 또 어디냐고! 아니, 그리고 사귄다고 결혼까지 해야 해? 무슨 연애가 그래! 다 때려 쳐! 당장 헤어지자고!”

로이는 씩씩 숨을 몰아쉬고 수혁에게 당장 꺼지라고 했다. 그가 안 된다고, 절대 헤어질 수 없다고 해서 그럼 너희 부모부터 설득하라고 내쫓았다. 설마 그 천하의 김수혁이 동정인 것도 놀랍지만 미친 사이코 집안에서 저렇게 바르게 자랐다는 게 더욱 놀라웠다. 그가 한때 삐뚤어져 폭주족이 되었던 사연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런 집안에서 자랐으면 그 정도 반항은 애교로 봐줘야 했다. 착했다고 칭찬해줘도 모자랐다.

수혁이 노크를 하고 로이에게 물었다.

“허락받으면 다시 저 만나줄 거죠?”

그렇다고 해도 저런 남자는 부담스러웠다. 로이는 크게 한숨 한번 쉬고 덩치만 큰 아이에게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크게 실망한 그가 결국 문 앞을 한참 서성이다가 떠났다.

============================ 작품 후기 ============================

라라크로프트windy님....우리 로이가 어린데 장하죠?ㅎㅎㅎ 그런데 은근슬쩍 나이를 먹어 20살이 되었습니다....29살인 수혁이가 소설에서 이제 30살이라고 나와요....이제 곧 그날이 찾아올 예정이라 로이는 이제 19살이 아니랍니다. 로수의 그날이 곧 올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에로 폭발 오예!^^

꼬마젤라님 저랑 같은 생각을 가진 분이 여기 계셨군요. 반갑습니다. (와락!)

그런데 우리 너는샛별님은 어디 가 신거죠?ㅜㅠ 보고 싶으니 어서 오셔요~~ 이제 완결이 고지인데 이탈은 안된다고용~~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