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3 병문안을 가자 =========================================================================
수혁은 잠이 든 로이를 품에 안고 그녀의 가슴을 자신에게 최대한 밀착시켜봤다. 브래지어를 안 해서 젖꼭지가 그대로 느껴졌다. 약간의 뭉클거림이 있기는 한데 너무 미약해 한번 만져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변태 범죄자 마냥 사랑하는 여자를 상대로 더러운 짓을 하느니 차라리 진짜 고자가 되는 게 나았다.
그는 그녀의 등 뒤에서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용솟음치는 페니스를 잠재우기 위해 재수 없는 김태형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니 아주 한방에 훅 갔다. 요즘 병실에서 자주 보게 되어 더더욱 싫어진 개자식 삼촌이었다.
그래도 조카는 내 품에 예쁜 금발의 미녀가 잠들어있지 싶어 금세 배시시 웃었다. 그는 금빛 정수리에 코를 박은 채 입술로 쪽쪽 뽀뽀도 해보고, 잠꼬대를 핑계로 다리로 허리를 휘감아 안아봤다. 수혁은 침이 꿀떨꿀떡 넘어갔다. 어찌나 잘 자는지 ‘오빠, 이러지마. 로이는 이런 거 싫어~.’라며 싫은 척 밀어내며 아양을 떨어도 될 텐데 너무 무방비했다. 그러니 속으로 애국가를 부를 수밖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고 싶다.
그는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슬쩍 손을 내려 로이의 엉덩이를 만져봤다. 그리고 살짝 말아 올라간 티셔츠 사이로 은근슬쩍 손을 얹어 배를 만져봤다. 이건 결코 성희롱이 아니었다. 살짝 새끼손가락만 스친 거였다.
수혁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소름 돋도록 부드러운 감촉에 발기가 되어 귀두의 간지러움에 하반신을 비비적거렸다. 이미 바지 안이 젖어서 그렇게 안 된다고 자신이 말렸건만, 그게 어느새 로이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있었다.
죽어! 죽어! 넌 고자야! 고자여야 해!
절대 끝까지 안 할 거다. 로이를 지켜줄 거다.
그는 눈물을 머금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자는 거라 생각했던 자신의 천사님이 눈을 뜨고 ‘안 해?’라며 사나이의 심금을 울렸다.
“해도 되겠습니까?”
자신의 반색에 로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면 죽어. 그리고 싹뚝!”
그녀가 손으로 가위 모양을 만들어 뭔가를 자르는 소리를 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고 예쁘게 생긴 자신의 천사님이 장난은 왜 이리도 살벌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시원하게 뽑고 와. 자기야~. 나 섹시하다고 발정하는 모습 보니깐 너어어무 좋다. 나 아직 한물 안 갔지? 이 정도면 계속 현역 뛰어도 무리 없겠지?”
자신은 그녀가 20살이 될 거라는 사실이 기쁜데, 그녀는 20살이 되면 인기가 떨어질 거라 생각하는지 불안한 모양이었다. 수혁은 드디어 자신의 섹시함에 화장실을 가게 되었다며 좋아라하는 일만 최고인 잔혹한 어린 연인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왔다.
그는 찬물로 열기를 식히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문고리만 봐도 후끈 몸이 달아올라 얼굴이 빨개진 채 문을 바라봤다. 이 안에 로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문고리와 열쇠구멍이 참으로 섹시해보였다.
수혁은 거실에 자야겠다 싶어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자신의 품안에 있던 로이의 따끈한 온기를 상상하며 몸을 말았다가 티셔츠에 자신의 것이 아닌 체취가 묻어있다는 사실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정도 선물이라면 거실에서 자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을 듯싶었다.
그런데 로이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냐며 방에서 성질을 내며 나오더니 따로 자겠다는 자신을 억지로 끌고 침대에 눕혀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가슴에 파고들어 ‘남자는 왜 발기를 하는 거야? 여자의 어떤 점에 욕정을 느껴?’라며 곤란한 질문을 해왔다.
“………전 결코 욕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 발기는……. 오줌이 마려워서 그랬습니다.”
“음, 그럼 곤란하겠다. 화장실 가고 싶을 때마다 발기되면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형은 날 볼 때마다 오줌이 마려운 거구나.”
“……예. 제가 로이를 만나기 전에 항상 물을 많이 마십니다.”
자신의 대답에 로이가 잠시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싶더니 ‘그럼 방금 화장실 다녀와서 발기 안하겠네.’라 물었다. 진짜 왜 이러나 싶다. 자신을 미친놈으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아앙~, 아아아앗!”
자신이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자신의 품에서 이상한 신음소리를 냈다. 어찌나 잘 내는지 당황해서 이게 뭔가 싶어 얼른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자, 로이가 달뜬 표정으로 ‘아아아아앗~, 으으으응~.’이라는 소리를 냈다.
“로이! 그런 장난치지 마!”
그러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하며 ‘지금 사람들이 섹시함을 느끼는 포인트를 연구하고 있어서 말이야. 이게 보통 남자들이 발기하는 음 높이지? 그럼 노래할 때 야동 배우 마냥 고음 파트를 내면 완전 대박 나지 않을까? 이이이이~. 이이이이~ 이히히히히~.’라고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 것이다.
“루시퍼가 하도 대놓고 섹시했더니 발라당 까졌다고 욕먹어서 청순한 이미지로 콘센트 잡고 그 속에 상상하게 만드는 편이 더 야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 가요계가 힘들어. 완전히 헐벗던지, 아니면 사람들의 무의식을 이용해 섹스 이미지를 불어 일으키던지.
레드스타가 라텍스 의상으로 완전 초대박 쳤었잖아. 걔네들 바지가 가죽도 아니라 라텍스인거, 사람들에게 SM플레이에 대한 무의식을 건드리는 숨겨진 장치였지. 거기다 라텍스하면 콘돔이니깐. 몸을 적당히 가리고 섹시함을 노리는 게 바로 이런 거 아니겠어? 덕분에 지금 초코 초코 러브로 대박친 에이플러스가 개목걸이하고 짧은 검은색 라텍스 치마 입은 채 봉춤 추는 사태가 온 건데, 아무래도 밑에서 계속 치고 올라오니 장수돌로서 계속 정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름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아서. 유형과 판도하는 게 무시 못 할 거지. 그것만 지켜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니깐.
그래서 그런데 템페스트에서 카렌이 와이셔츠 하나 입고 시청률 대박쳤잖아. 그러고 뮤비에서 침대 위에 누워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목덜미 손목 뭐 그런 걸 보여주면. 어때, 먹힐 것 같아? 지금 나한테 변태 코드를 얼마만큼 순수하게 포장 되냐고 관건인 거 같은데 햇빛으로 뽀샤시하게 내 하얀 피부를 반사시키면, 아직은 미소년처럼 보이지 않겠어?
물론 뮤비 장소로는 강을 출연시켜야겠지. 물이 흐르는 게 바로 형이 화장실 가서 하고 온 짓을 사람들에게 떠올리게 하는 매커니즘이 될 테니깐. 하도 후크송을 주구장창 들어서 이제 대중도 지겨울 때가 됐어. 발라드의 시대가 올 차례야.”
수혁은 새벽에, 그것도 자신의 품에 안겨 이곳저곳을 만져지다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지만 머릿속으로 언제나 일 생각만하는 로이이기에 한숨과 함께 마음을 놓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성희롱하는 걸 가만히 놔둔 것도 저 고민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이미지 변신은 좋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청순미와 귀여움으로 로이에 대한 인식이 변했고, 한중일에서도 KISS ME와 템페스트로 로이가 귀여운 척하는 게 꽤나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어 일으킨 것 같으니깐요. 오랜 세월 국민 남동생이었던 로이를 대중이 지겹다고 느껴 섹시 이미지가 되었는데, 다시 그 시절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사람 심리하는 게 잃고 나면 더 값져 보이고 예전 게 좋으니깐요.
제가 보기엔 이미지 변신 후 다시 자신의 본래의 이미지로 돌아오는 편이 롱런하는 것 같습니다. 아역 배우들도 성인 연기자로서의 변신을 위해 섹시 이미지를 택하지만, 그건 그들에게 기대하던 대중의 심리를 배반하는 행위라 초반에 성공적인 연기 변신이었다고 쳐도 예전만 못한 인기를 누리게 되죠.
하지만 완전히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섹시한 모습을 봤는데 순수한 척 해봤자 가식으로밖에 안 보일 테니깐요. 제일 중요한 것은 균형, 얼마만큼 친근한 채 천박하지 않은 섹시미를 조절하냐 입니다.
섹시미에는 무조건 육체적인 아름다움만이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남자들은 헐벗은 여자를 좋아하지만 결국 그건 눈요깃감에 불과하고 금방 질립니다. 전 개인적으로 자기 전문성을 지니고 열심히 일하는 여자가 멋지고 섹시해 보입니다. 물론 여기서 관건인건 너무 똑똑한 여자는 부담스러우니 가끔 부족하고 허당이거나 약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럼 어느 남자든 도와주고 싶을 겁니다.
그런 의미로 로이에게 뒤집어 쓰여진 섹시 이미지가 지금은 너무 강렬해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전 로이가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할 업적을 세울 아이돌이 될 거라 믿습니다.”
자신의 대답에 로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장과 상의를 해봐야겠다며 눈을 감아버렸다. 수혁은 ‘일과 나 중 누가 더 좋아?’라며 야근이 잦은 남편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아내 마냥 그녀에게 조르고 싶었으나 ‘춥다, 어여 들어와.’라며 이불을 들쳐줘 얼른 그 옆에 누웠다.
“……그건 좀 나중에 하자.”
뜬금없는 그녀의 말에 뭔가 싶어 고개를 드니, 로이가 ‘거 있잖아. 김게이랑 백게이가 잘 했던 거. 근데 이제 네 삼촌이랑 백 게이가 하는 거.’라며 말해 수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애널 섹스요?’라고 물었다가 이마에 꿀밤을 맞았다.
“하여간 내가 생긴 거에 속았지. 머릿속에 든 거라고는 순 김주안 같은 것 밖에 없는데. 원래 남자는 다 이런가? 에휴~.”
“……………오해하시는 모양인데 저는 애니멀 섹시라고 말했던 겁니다. 레오파드 무늬가 로이의 새로운 콘센트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말한 것뿐, 전 결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제발 김주안씨랑 쓰레기 같은 김태형이랑 싸잡아서 취급하지 말아주십시오.”
“알았어. 발끈하긴, 확실히 우리 형이 그 놈들이랑 다르지. 청순하고 단아한 마스크에 복근이 딱! 말벅지 딱! 아주 섹시하고 예쁜 떡대수니깐. 걔네들은 공이잖아. 키키킥.”
“로이. 제가 상남자라는 걸 보여드려도 되겠습니까?”
“아니. 난 단아한 수가 좋아. 그러니 우아하게 새끼손가락을 들고 커피를 마셔줘.”
“수 말고 수혁이라 불러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허어~, 이게 바로 형 애칭인데 왜 그러셔? 싫어? 우리 로수잖아. 로수. 형도 나 로라고 불러. 수우우우~. 싫어?”
수혁은 ‘오빠, 설마 로이가 수라고 부르고 싶은데 싫다는 거는 아니지?’라는 듯 푸른 눈망울로 올려다보는 장난꾸러기 천사 때문에 수라는 애칭을 받아드리기로 했다. 수가 꼭 그 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지키겠다는 의미도 있으니 지금 자신이 그녀에게 기사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거였다.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