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이돌이다-62화 (62/104)

00062  병문안을 가자  =========================================================================

수혁은 현실에서는 풀어내지 못하는 욕망을 열 손가락에 담아 노트북 자판을 눌렀다. 우리 로이는 정말 순수해서 이런 내용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 그녀와 처음 할 때 겁먹지 않게 살짝 술을 먹이고 덮쳐, 아니 사랑해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받아드리느라 아프다고 울면 잔뜩 뽀뽀를 해줘서 달래주고 화장실에 데려가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처녀혈을 씻겨주고, 한 번 더 할 것이다. 자신의 걸 삼키느라 힘겨워할 로이의 모습이 눈앞에 있듯 선명해 글쓰기에 집중이 너무 잘됐다. 이러니 자신이 출판 제의도 받고 그러는 거였다.

작가. 적성에 잘 맞아 한번 해보고 싶기는 했다. 그런데 아무리 인물들의 이름을 바꾸고 책을 내도 로이와 자신이 사랑을 나누는 내용이었다는 걸 그녀의 팬들은 알 텐데, 그럼 자신이 로이를 욕보이는 거에 불과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인터넷 연재에서의 팬픽은 언제든지 지워버릴 수 있는 아마추어 팬이 쓴 가짜 내용이라는 걸 독자들이 알지만, 책이란 전문성을 가진 자만이 쓰는 신뢰 받는 매체이니 말이다. 그리고 책은 영원히 흔적이 남았다. 단순히 자신의 취미를 위해 로이에게 꼬리표처럼 더러운 야설이 따라다니게 하고 싶지 않았다.

수혁은 새롭게 시작한 ‘흐드러지다.’의 다음 내용을 이어나갔다. 방금 로이가 목욕한 사실에 꽂혀서 오늘 베드씬 장소에 꼭 화장실을 넣을 것이다.

『로이는 첫경험으로 다리를 후들거리며 잘 걷지 못했다. 그런데 그 모습마저도 뽀얀 엉덩이를 흔드는 것 마냥 매력적이었다. 슬며시 그 뒤로 다가가 안아줬다. 움찔하며 그녀가 몸을 떨었다. 자신의 수컷내가 맴도는 다리를 비비 꼬며 로이는 슬쩍 자신의 음경에 몸을 밀착시켰다. 그렇게 아랫입으로 자신의 물을 실컷 마셔놓고도 금색 꽃은 목이 마른 모양이었다.

그녀를 안고 꽃집에 마련된 로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요가 깔려 있어 그 위에 눕히고 올라탔는데, 자신을 올려다보는 푸른 눈 때문에 열기가 후끈 뻗쳐올랐다. 부드러운 그녀의 금색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로이의 붉은 입술을 혀로 핥아 열어봤다. 그러자 탕녀의 가지런한 치아가 파리지옥의 잎 마냥 자신의 혀를 집어삼켰다. 자신은 다급해하는 여인을 달래기 위해 누워서 조금 펑펑하게 퍼진 로이의 가슴을 잡고 주물러줬다.

“아앙.”

자신이 가슴을 만지는 게 좋은지 로이가 침을 질질 흘리며 허리를 움찔움찔 튕겨댔다. 젖꼭지를 꼬집어주자 헐떡거리며 빨리 넣어달라고 졸랐다.

“빨리, 물 줘.”

“지금 이건 부탁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닐 텐데.”

“흑, 빨리 물 주세요.”

도도한 꽃은 한번 꺾이자 온순해져서 아양을 떨어댔다. 그녀가 사내의 정액을 갈구하는 탐욕스러운 제 붉은 꽃을 만지작거리며 손을 넣고 낑낑 자위를 해댔다. 그리고 그 모습은 직접 삽입하고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어 자신이 좀 더 그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뒤로 살짝 물러나자, 로이가 다리를 활짝 벌려 본격적으로 질구멍에 손을 넣고 쑤셔댔다. 찌꺽찌걱, 애액이 흘러나온 그녀의 질에서 고운 손가락이 음란한 장난질을 치며 물거품을 일으켰다. 로이의 붉은 꽃잎에 맺힌 이슬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아아아~, 아앗. 응. 으읏.”

예쁜 꽃가게 주인이 손님에게 꽃을 팔기 위해 그 붉은 꽃이 얼마나 싱싱하고 향기가 좋은 꽃인지 직접 보여줬다. 처음에는 손가락 한 개로 시작하더니 지금은 네 개를 넣고 팔락여댔다. 어서 자신더러 물을 달라며 금발의 미녀는 제 속살을 훤히 보이며 유혹을 해댔다.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한테도 이러면 안 되는데 조금 걱정이 되었다.

“목마르나?”

“으으응, 어. 빨리. 앗! 너무 부족해.”

“그럼 나랑 약속하지. 내가 아닌 다른 사내 물은 절대 마시지 않겠다고. 네 그 음란한 몸은 나한테만 보여주겠다고 말이야.”

로이는 그럴 수 없다고 고개를 도리질 쳐댔다.

“그러다가 네가 물 안 나오면 어떻게. 그럼 난 말라 죽는 거잖아.”

“걱정마지마. 네가 죽을 때까지 물을 줄 수 있는 상수원이 될 테니깐.”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 쳤지만, 결국 다급한 쪽이 지고 들어가는 거였다. 로이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꼭 하루에 세 번 이상 물을 줘야 해.”

“그래, 걱정하지 마.”

일반적이던 짝사랑이 이렇게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제 완전히 내 여자다 싶어 감격으로 그녀의 긴 금발에 입맞춤을 하자, 바짝 달아오른 로이가 자신을 밀쳐 눕혀버리고 그 위에 올라타 콩콩 뛰어댔다. 아직 처녀막이 찢어진지 얼마 안 돼 아플 텐데도 인상을 쓰며 빨리 자기 안에 쏴달라고 밑구멍으로 자신의 페니스를 단단하게 움켜잡고 빨아댔다. 하지만 자신은 쉽게 사정을 안 해줬고, 로이는 더 빨리 뛰며 숨을 헐떡거렸다.

“앗, 아앙. 빨리. 빨리 물주란 말이야.”

“그럼 좀 더 잘 조여 보던가.”

자신이 엉덩이를 흔들면서 울먹이는 로이에게 그리 다그치자, 그녀는 제 하얀 젖통이 정신  없이 흔들리는 걸 보더니 ‘이상하네. 이러면 분명 물을 준다고 했는데. 어디가 잘 못 됐나?’라며 손으로 유두를 잡아당기며 질을 조여 댔다.

“흐응~, 으으앗. 갈 것 같아.”

로이가 자신의 기둥이 아플 정도로 뜨거운 내벽을 운동해댔다. 그래서 결국 쉽게 넘겨주지 않으려 했던 정액을 그녀의 안에서 내뿜어버렸다. 자신의 꽃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아랫입을 쩝쩝 다시며 맛있다고 웃어보였다.

“네 물은 정말 맛있는 거 같아. 거기다 양도 많아.”

자신의 위에서 일어난 화인이 요 위에 똑바로 누워 그곳에서 자신이 뿌려놓은 씨앗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가만히 있었다. 로이가 이것으로 오늘은 물을 그만 줘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아직 만족할 만한 상태가 아니어서 누워있는 그녀를 안아 방 옆에 딸린 화장실로 데려갔다.

“뭐야 너! 이거 안 놔? 아깝게 다 빠져나가잖아.”

로이가 그곳을 손으로 막으며 자신의 정액을 가두려했으나 소용없었다. 그녀를 욕조 안에 세워 자신이 샤워기로 음부에 수돗물을 뿌려버렸으니 말이다. 자신의 꽃이 뭐하는 짓이냐며 길길이 날뛰며 반항을 해 그녀의 붉은 꽃에 손을 넣고 갈고리로 안을 긁어내버렸다.

“아앗. 아파! 싫어! 하지 마!”

샤워기 물줄기에 뒤섞여 처녀의 붉은 혈과 끈끈한 정액이 씻겨 내려갔다. 로이가 서글프게 울며 자신의 붉게 물든 손을 잡고 입에 넣어 쪽쪽 빨아먹기 시작했다. 혹시 아랫입 말고도 윗입으로 좆물을 마셔도 되는 건가 싶어 자신이 페니스를 빨아보라고 하니, 찬란한 금빛 꽃이 자신의 불알을 잡고 목구멍에 기둥을 넣어 흔들어댔다.

“하아아~.”

기분 좋은 나른함에 그녀의 금발에 손을 집어넣고 머리를 눌러 더 깊게 삼켜내도록 했다. 로이의 뜨거운 숨이 음모를 간지럼 폈다. 결국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로이를 밀쳐내고 사정을 해버렸다. 그러자 화인이 정액을 먹기 위해 혀로 잔뜩 불거진 자신의 성기를 할짝거렸다. 정말 이런 야한 꽃이라니. 자신이 단단히 교육을 해 간수를 잘 해야 할 것 같았다.

“또 물 줄 테니깐, 엎드려봐.”

자신의 말에 로이를 잽싸게 엎드렸다. 자신이 뒤에서 박아주자, 그녀가 크고 하얀 유방을 흔들며 앙앙거렸다. 이상하게 꽃에게 물을 주면 줄수록 피부가 매끈매끈해지고 더욱 탐스러운 미녀가 되어가 이로 그녀의 목덜미에 내 것이라는 붉은 낙인을 새겨 넣었다. 이러면 창피해서라도 자신이 출근한 사이에 다른 손님을 유혹하지 못하겠지.

“흐아앙, 너 진짜 최고야. 너무 맛있어.”

그건 자신이 할 말인데 로이가 해버려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너도 맛있어.”

그녀가 자신의 사정액을 붉은 꽃을 오므려 삼켜내고 가만히 페니스를 품은 채 기다렸다. 아무리 물을 받았어도 자신의 페니스를 빼냈다가는 도로 빼앗긴다는 걸 알게 되어 이러는 것이리라.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 로이의 모습에 뿌듯해져 몇 번 피스톤질을 해주자, 그녀가 히끅거리며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이런 식이면 하루 종일 자신이 꽃에게 물을 줘버려 삼투압현상으로 말라 죽어버리는 거 아닌가 싶었다.』

수혁은 기지개를 켜고 팬사이트에 팬픽을 올렸다. 새벽 1시이건만 올리자마자 보는 사람들이 무려 200명이나 됐다. 그는 잠깐 거실로 커피를 마시러 갔다 오고 코멘트를 확인했다. 다들 음란지수가 쩌는 욕정 팬들이란 자신이 올린 글에 감격하며 좋아라 했다. 이런 식으로도 사람들 반응으로 욕구불만을 풀지 않으면 자신은 미쳐버렸을지 모르겠다. 유년시절부터 일본의 유명한 모델, 여배우부터 시작해 소꿉친구까지 알몸으로 자신의 침대 위에서 기다리며 유혹을 해댔는데 자신은 로이만을 위해 순결을 지켜냈다. 펠라 정도면 괜찮겠지 싶은 타협의 마음도 가지지 않고 말이다. 그러니 가족 모두들 자신을 고자라 취급하는 거겠지만, 로이가 어른이 되면 팬픽에서처럼은 아니지만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해줄 거라 믿으면 참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수혁룡이라는 아이디가 눈에 뛰었다. ‘굿! 굿!’이라는 짧은 코멘트였으나, 라나와의 스캔들 때문에 수혁룡이가 로이일 거라는 확신이 들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마…. 우리 로이는 천사라 스케줄도 없으니 자야 할 시간인데 이건 말도 안됐다.

수혁은 재빨리 단축번호 041004를 눌렀다. 그러자 로이가 수신호음 5번만에 받았다.

“어.”

“로이, 혹시 안 자고 있었습니까.”

“응, 안 잤어.”

“…………뭐하고 있었습니까.”

“문학 감상하고 있었는데. 왜?”

역시 우리 로이는 이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는 지성 있는 여자였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무슨 책을 읽고 있었냐고 물었다.

“흐드러지다.”

“………예. 그러시군요. 그럼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수혁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잽싸게 방금 올렸던 글을 삭제했다. 그리고 공지로 ‘제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앞으로 글을 못 쓰게 되었습니다.’라고 띄웠다. 그러자 독자들이 난리가 나서 무슨 일이냐, 왜 글을 삭제했냐, 로수최고님을 기다리겠다, 라는 등의 코멘트가 달았다. 그렇지만 그런 코멘트에 일일이 감동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제 이 팬사이트에서 19금 팬픽은 죄다 삭제해버려야 했다.

이제 청결하고 순수한 로이 팬 카페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려면 작가들한테 개별로 글 삭제에 대한 쪽지를 돌리고…. 젠장. 그러면 반발이 큰 텐데. 다른 데 그 글 올리면 우리 로이 이미지 망가지는데 어쩌지?

아무리 고민해 봐도 너무 거대하게 킹덤을 세우고 팬질을 했던 터라 하루아침에 팬사이트를 없애버릴 수도 없었다.

“아아, 로이 잘못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로수최고는 노트북 앞에 무릎 꿇고 자신의 아이돌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울면서 ‘저는 로이를 욕보인 죄인입니다!’라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자학을 했다.

“이 죄는 할복으로 갚겠습니다.”

흑룡회 두목 야마구치의 외아들 켄이치로는 할복을 위해 깨끗이 씻으려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방금 전 글에 썼던 베드씬이 생각나 샤워기를 들고 오열을 했다. 지금 자신이 그 따위 내용으로 로이를 짐승처럼 굴려먹었던 거다. 그런데 그걸 로이가 보고 말았다. 이제 자신은 죽어야 했다.

수혁은 정갈한 마음으로 찬물에 샤워하고 하얀 천으로 단단히 배를 감쌌다. 언젠가 자신이 할복을 하게 된다면 그건 야쿠자가 되지 않기 위한 의로운 이유일 거라 생각했건만, 너무도 사랑하는 연인을 고작 욕정 때문에 더럽힌 걸 보이게 돼 하게 될 줄이야. 너무 창피했다.

그는 스스로를 야쿠자 아들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야쿠자만이 할 수 있는 발상으로 일본도를 찾으러 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로이에게 작별을 고하고자 전화를 걸었다.

“…………………로이…. 사랑합니다. 부디 건강히 지내십시오. 너무 다이어트 한다고 굶지 마시고요.”

“기다려! 거기 어디야. 형.”

“……집입니다.

로이는 직감적으로 뭔가 이상하다 느꼈다. 보통 새벽에 전화를 걸어서 이런 말하는 연예인들은 10% 확률로 자살을 했다. 귀찮아서 전화 안 받았다가 아침에 대문짝만하게 선배가 자살해서 죽었다는 뉴스를 본 게 연예계 생활 19년 동안 무려 2번이나 되었다. 그녀는 잠옷 위에 패팅을 꿰어 입고 계속 수혁에게 말을 걸었다.

“형, 우리 대화하자. 오늘 우리 뭐했는지 한번 말해볼까.”

수혁은 어서 할복해야하는데 로이가 말을 걸에 수화기를 붙들고 그녀의 일상을 이야기 해나갔다.

“아침 8시에 제가 로이를 깨웠습니다. 로이는 정말 자는 모습도 사랑스러웠죠. 이불을 걷어차고 자서 이불을 덮어주고, 제가 4번 정도 로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그리고 로이는 제가 새벽 5시부터 차린 18첩 반상을 먹었습니다. 보통 반찬들을 한 젓가락씩 집어 먹는데 단호박꿀조림은 두 입이나 먹어서 뿌듯했습니다.”

“그래, 나 형한테 너무 고마워. 형은 꼭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야.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특별한 존재지.”

“………….”

수혁은 로이의 한 마디에 일본도를 힐끔 쳐다보고 ‘그렇습니까?’라고 물었다. 아, 표정 관리가 안 되었다. 자신이 지금 할복하려는 걸 눈치 챘는지 그녀가 형을 사랑한다는 둥, 보고 싶다는 둥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기분 좋은 말만 해대 도저히 할복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장 안에 있는 거울을 살폈다. 이런 방법으로 사랑받을 수 있을 줄이야. 역시 로이는 (정신)병자가 취향인 거였다.

수혁은 이래서 아버지가 그렇게 어머니 앞에서 할복 시위를 벌였구나 싶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켄이치로는 보고 배운 게 그 짓이라고 로이에게 우는 소리를 하며 냉장고 문을 열어 소주병을 땄다. 그리고 향수 마냥 몸에 뿌리고 일본도를 든 채 그녀를 기다렸다.

30분 정도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그리 잘못된 존재는 아니었다 싶어 그를 조금 이해하기로 했다. 자신도 원해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아버지처럼 자살하겠다고 난동을 부리는 것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로이가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 들어와 자신을 끌어안고 검을 빼앗더니, 뺨을 때렸다.

“이 바보야! 죽긴 왜 죽어! 너 죽으면 네 소속사는! 매니저는 어쩌라고! 네 밑에 쫙 깔린 식구들은 생각 안 하냐! 책임감 있게 굴어. 너 무너지면 인생 하루아침에 망하는 인간들이 얼만데. 네가 먹여 살리는 사람, 널 좋아하는 팬들, 모두 잊지 마. 그리고………내가 있잖아.”

수혁은 자신을 끌어안고 우는 로이를 보며 자신의 생각이 참 짧았구나 싶었다. 아버지가 하도 할복을 하겠다고 굴어서 로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배에 칼 꽂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그녀가 아파하는 걸 보니 절대 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하긴 자신은 굳이 이런 짓을 하지 않아도 정상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한 사람을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다니, 이건 정신병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했다.

수혁은 로이의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사실 로이한테 잘못한 게 있어서 할복할 생각이었는데 죽을 생각까지는 없었습니다. 살짝 배에 칼 꽂고 병원가려고 했죠. 로이가 요즘 너무 병원에 죽치고 스타일리스트 병간호 해주는 것도 부럽고 해서, 그냥 윽!”

로이는 주먹으로 어린애 같은 생각을 한 바보 어른의 머리통을 때려줬다.

“형 바보야? 뭘 잘못을 했기에 배에 칼 꽂아! 하여간 이것도 배우라고. 작가들이 형을 왜 섭외하는 줄 알아? 바로 이 복근 보려고 그러는 거잖아! 옷을 훌러덩 벗어야하는데 이 예쁜 배에다가 흉터를 만든다고? 지금 나한테 죽고 싶어?”

그녀는 주먹으로 한류 제왕의 배를 곰인형 베베를 때리듯 뚜식뚜식 때려줬다.

“꼴에 술 마신 거 봐라? 생각이 썩어서 죽는다는 생각이나 하는 거지? 완전 인생을 헛살았어! 사는 게 그렇게 만만해!”

수혁은 이게 아닌데 싶어서 로이에게 매를 맞았다. 전화를 할 때는 그렇게 친절하고 다정하더니만, 오자마자 머리를 때리고 자신이 걱정되지도 않는지 죽어라 혼만 냈다.

“로이 이제 저 걱정 안 합니까?”

“하아~, 이걸 어른 취급한 내가 바보 천지다. 널 사랑한 내가 등신이야!”

도대체 자신을 언제 어른 취급해줬다고, 사랑해줬다고 이러나 싶었다. 툭하면 반말에 자신이 전화하면 ‘어.’로 모든 걸 끝내버리고, 손가락으로 저거 가져오라 이거 가져오라 심부름 시키고, 아무리 봐도 자신이 사랑하는 것만큼 로이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안 보이는데 말이다. 원래 성격이 무뚝뚝하고 장난꾸러기에 반말하기 좋아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자신도 오빠 소리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 매번 ‘형’ 아니면 자기 성질 날 때 마다 ‘야!’라고 불러, 그때는 자신도 화났다.

그러다 수혁의 눈에 신발장에 벗어놓은 로이의 신발이 한 짝밖에 없다는 게 보였다.

그래도 역시 로이는 날 사랑하고 있는 거겠지?

“로이, 저랑 병원 놀이해요. 전 이제 환자고 로이는 병문안 온 겁니다.”

“……술을 너무 많이 처마셔서 미쳤나봐?”

“네. 그러니깐 한번만 해주세요. 민호씨 옆에 누운 것처럼 제 침대에서도 누워 있어주세요.”

“…………알았어. 대신 나한테 손 하나 까닥했다가 보라. 확 거시기를 잘라 버릴 거니깐.”

“싫습니다. 가슴만 만지게 해주세요.”

그래, 나 너 때문에 이제 야설도 못 쓰는데 한번만 봐줘라.

“야! 너 미쳤냐? 이 새벽에 나 불러놓고 자살 시위나 하고 이걸 아주 확!”

수혁은 자신의 머리를 또 때리려는 로이의 손목을 잡고 버둥거리는 그녀의 위에 올라타 노려봤다.

“나한테 반말하지 마. 내가 너한테 도대체 얼만 만큼 더 잘해야 마음을 열건데. 섹스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슴 만지겠다는 거잖아. 내가 너랑 자려고 30년 동안 도 닦았다. 그런데 넌 그것도 못 해주냐? 너 좋다고 미친놈처럼 지랄한 나도 문제인데, 너도 나 좋아하잖아. 그래서 사귀는 거면……젠장.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로이.”

그는 잔뜩 겁에 질러 울먹이는 어린 연인의 뺨을 쓰다듬어 눈물을 닦아줬다.

“흑, 내가. 훌쩍. 너 걱정해서. 아니 오빠 죽는다니깐 그런 건데요. 최 선배 생각나서. 그 형도 새벽에 전화하고 죽었는데. 히끅.”

수혁은 로이의 위에서 일어나 그녀의 옆에 누웠다. 그러자 로이가 잔뜩 겁을 먹어 자신의 눈을 피하려고 들어 억지로 끌어안고 등을 두드려줬다.

눈앞에 있으니깐 조급해진 모양이었다. 조금만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있을 것 같고, 이제 내 연인이라는 사실에 빨리 내 여자로 만들고 싶어 서두르고 말았다. 아예 만나지 못했을 때보다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사랑하니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몸을 열어줄 때까지 계속 기다릴 거다. 그런데 지금 나한테 오빠라고 한 건가?

“로이, 한번만 더 해봐. 오빠라고.”

“훌쩍. 오빠.”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수혁은 촉촉이 젖어든 로이의 푸른 눈동자가 오로지 자신을 보며 ‘오빠.’라고 부른 것에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입술을 맞추고 코끝을 비며 사랑하노라 고백하니, 그녀가 자신의 손을 잡아 제 가슴 위에 올려놨다.

“사실 가슴이 없어. 그래도 괜찮으면 만지던가.”

아아, 어쩌지? 너무 사랑스러워서 미칠 것 같아.

수혁은 자신이 상상하던 로이는 가슴이 크고 여성스러운 여인이었으나 그런 그녀보다 자신의 앞에 있는 이 겁 많고 생각 깊고 치열하게 살며 노력하는 수줍은 많은 그녀가 더 좋아 ‘작은 편이 더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로이의 눈빛이 이상하게 변해버렸다.

“역시 게…….”

“아닙니다.”

“그럼 빌리?”

“그건 또 뭡니까?”

“어, 근육질 섹시 미국 아저씨인데, 참 좋은 거 찍는 분이지. 그런데 여자도 좋아해서 결혼해서 자식이 있어.”

“누군지 모르겠지만 전 여자 남자 상관없이 오로지 로이만 사랑합니다. 너무 늦었으니깐 자고 가세요. 방에 들어가 계시면 제가 발 닦을 거 가져가겠습니다.”

수혁은 엉뚱한 생각이나 하는 로이를 자신의 방에 밀어 넣고 따뜻한 물에 젖힌 수건을 3개 정도 준비해 따라 들어갔다. 그러자 자신의 침대에서 아무런 경계심 없이 그녀가 누워 멀뚱멀뚱 자신을 쳐다봐왔다.

그는 새벽에 놀라게 한 죄로 그런 연인의 발을 잡고 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아줬다. 그게 간지러운지 로이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자신을 발로 차댔다. 이런 것마저 사랑스러운 게 진짜 자신은 미친놈인 것 같았다. 수혁은 새 수건으로 발을 감싸 로이의 발을 주물러줬다. 그런데 로이가 뜬금없이 ‘솔까, 내 가슴 작아서 싫지?’라고 물었다.

“아니요. 좋았습니다.”

“아니야. 사실대로 말해도 돼. 무지 작잖아. 그래서 화장실 안 간 거 아니야?”

자신이 화장실 안 간 거 걱정까지 하고, 그냥 어리게만 봐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로이가 살그머니 고개를 돌리고 침대 시트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면서 ‘해도 좋아.’라며 툭하고 던져 순간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섹스요?”

“아니 이 아저씨가 정말 미쳤나. 키스해도 좋다고.”

“………네.”

자신이 그녀에게 휘둘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았다. 수혁은 수건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침대에 올라서 로이를 끌어안았다. 이제 자신이 혀를 집어넣는 게 좋은지 입을 벌리고 도도하게 눈을 감는 모습이 참으로 깜찍했다. 자신이 비록 신하고, 로이가 여왕님이라 해도 이리도 사랑하는데 그런 것쯤이야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내일 다시 노예처럼 그녀를 위해 일해야겠다. 그래야 상으로 또 가슴 만지게 해줄 테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우후후..용량이 짱이죠? 어서 칭찬해주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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