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0 병문안을 가자 =========================================================================
주의 사항 : 수혁이가 읽게 되는 것은 극악무도한 파라다이스라는 곳에서 백설공주와 같은 삶을 살았던 불쌍한 남창A씨의 유작으로, 남성혐오증이 쩌는 백합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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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혁은 로이의 스타일리스트 병문안을 온 하수연과 하이안을 보며 이를 부드득 갈았다. 내 무슨 일이 있어도 자손 대대로 하씨는 상종도 하지 말라 이를 것이다.
그는 템페스트 촬영하는 내내 자신의 천사님한테 꼬리를 치는 불여시 때문에 아주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줄 알았다. 거기다 너무 착해서 그런지 그런 수연에게 꼬박꼬박 말대꾸를 해주는 로이를 보며 준호 파트에서 분노의 총질을 해댔더니, 그 덕에 한번에 OK를 받아내 버려 그녀들의 키스씬을 더 일찍 보게 되어버렸고 말이다.
“로이이이이~, 오늘 수연이가 NG 많이 내서 힘드셨죠? 수연이가 어깨 주물러드릴게요.”
“야, 이게 어따 내 전매특허 애교를 흉내내! 그거 내가 로이한테 써먹는 방법이거든!”
“씨발. 그럼 특허 내던가. 어따 지랄이야. 쌍년아. 확 갔다가 상판을 아스팔트에 그어버릴라.”
“너 울 아빠가 누군지 알아? 우리나라 최고의 작곡가 하정무야. 하정무.”
“그래서 어쩌라고. 나 가수 아니거든? 아가, 선배한테 말 그따위로 하면 너 화장실 불려가는 거다. 언니가 로이님 앞이라 곱게 말할 때 조용히 구석에 찌그러져. 알간?”
수혁은 여자들의 싸움에 기가 질려 로이를 봤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님은 아무생각 없이 게임이나 하고 있었다.
“난 로이랑 키스한 사이야!”
“그래, 봤다. 그 화보! 나도 오늘 로이랑 키스했다. 그것도 2시간 동안!”
카렌을 잡으러 온 마피아 세력들과 자신이 전쟁을 하고, 그러다 괜히 그 앞에서 얼쩡거리던 하영이 총을 맞아 쓰러지면 그녀를 살려내기 위해 마법사가 키스를 하는 내용이었는데, 그렇게 하수연이 로이가 입만 맞추면 되살아나 혀로 분탕질을 쳐대더라. 덕분에 1분 찍자고 2시간을 버렸다. 감독이야 그런 여배우를 말리며 화내고, 회유하고 별 노력을 다했는데 다 소용없었다. 하수연이 마음에 찰 때까지 우리 님은 입술이 쪽쪽 빨렸다.
그러기에 왜 키스씬을 넣어서. 젠장. 내가 에쿠스 한 대 뽑아줬는데 이게 뭐냐고 김작가!
수혁은 하씨 여자들이 싸우는 걸 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그녀들의 머리카락을 다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아냈다.
그래, 키스씬이야 일이니깐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내 로이가 더 이상 카렌 연기 안하는데 계속 여친인 척 구냐고! 하수연! 넌 화보 촬영 끝난지 언젠데 아직도 우려먹어! 하이안!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자신이 오붓하게 로이랑 병원에서 데이트를 즐기려고 했는데 하수연이 로이의 스타일리스트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착한 척 병문안을 오고 싶다고 졸라대 차안에서 데이트도 못하고, 병원 와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과를 깎으며 ‘로이, 어서 와요.’라며 참한 아내인 양 앉아있는 하이안 때문에 자신의 로이를 그녀들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수혁은 요즘 스트레스 때문에 속이 매스꺼울 지경이었다. 거기다 병원만 오면 더러운 게이 삼촌이 있어서 토 나올 지경이었다. 도대체 저 나이 처먹도록 병원 무섭다고 징징거리던 아저씨가 갑자기 왜 이렇게 병실에 잘 있나 싶었다.
“삼촌, 병원입니다. 여기는 병원.”
“그래, 우리 민호 집이지. 우리 강아지 집.”
살짝 정신을 놓고 지내서 가능한 일이었나 보다. 태형이 긴 다리를 꼬고 우아하게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그 책의 이름이 ‘백설공주와 마녀, 그리고 일곱 남자와 기타 등등.’이었다.
“오호호호. 로이~, 이것 좀 드셔보셔요.”
수혁은 콧소리를 내며 이안이 사과를 내밀자, 로이가 입 벌려 받아먹는 걸 보고 벌떡 일어났다.
내 여자다! 내 여자야! 네가 함부로 사과를 먹일 그런 여자가 아니라고!
그러자 태형이 자신의 옆에서 ‘킥, 병신아. 너 쟤 못 따먹어 봤지? 사실 왕자는 쩌리야. 그녀들의 섹스 판타지에 살짝 가미되는 후추와 같은 존재지.’라는 거다. 뭔 말인가 싶어 자신이 상스러운 말투로 로이를 더럽히지 말라고 하자, 그가 읽고 있던 책을 내밀었다.
“읽어봐. 너의 백설공주가 과연 왕자를 원하는지.”
그것을 받아서는 안 되었다. 결코 그 더러운 게이 악마의 술수에 넘어가서는 안 되는 거였다. 조카는 집으로 돌아와 삼촌에게 받은 ‘백설공주와 마녀, 그리고 일곱 남자와 기타등등.’을 읽고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사실 남자는 여자들에게 쓰레기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옛날 옛날, 백옥 같은 다리를 벌리면 붉디 붉은 보지를 가진 예쁜 백설공주가 살았답니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이웃나라에서 백설공주 아빠에게 시집을 온 젖통이 큰 마녀가 있었죠.
사실 그녀들은 체스 동호회를 통해 만난 사이였습니다. 그 시대 여자가 할 수 있는 놀이라고는 방안에서 하는 것밖에 없으니깐요. 그렇게 만난 그들은 첫눈에 자신들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녀는 백설공주를 위해 그녀의 아빠에게 시집을 온 거였고요.
그렇지 않았다면 마녀처럼 어리고 새끈하고, 가슴 큰 미녀가 얘 딸린 늙은 아저씨한테 시집올 일은 없었던 겁니다. 그저 마녀는 백설공주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시집을 온 것일 뿐, 왕에게는 콩알만큼의 관심도 없었습니다.
마녀는 백설공주와 참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만 남편한테 공주와 위험한 장난을 치던 걸 들켜버려 미친 왕은 사랑스러운 딸을 궁에서 내쫓아버리고, 어린 아내를 마구잡이로 강간을 했지요.
백설공주는 궁에서 쫓겨난 뒤 누군가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것 같아 숲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런데 그건 참으로 어리석은 판단이었습니다. 질투에 미친 아빠는 사냥꾼에게 딸의 심장을 꺼내오라는 명령을 내렸던 겁니다. 사내는 연약한 공주가 아무도 없는 숲으로 기어들어가자 킬킬거리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냥꾼은 그녀의 심장을 꺼내 왕에게 돈 받을 생각으로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더군다나 공주를 죽이기 전에 따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잔뜩 발기한 상태이기도 했고 말입니다. 그는 단검으로 공주를 위협하고 그녀 위에 올라타 백설공주의 옷을 찢어버렸습니다. 그러자 공주의 뽀얀 젖가슴이 나와 그의 입에서 후르륵 침이 떨어져 내렸지요. 그는 다급하게 백설공주의 팬티를 벗겨내고 페니스를 삽입해 그녀를 따먹었습니다.
“앗, 아앙~, 싫어엉!”
알고 보니 공주는 처녀지라 사내는 그녀의 보지 맛에 죽을 것 같았습니다. 어찌나 그 음탕한 구멍으로 잘 빨아대는지, 그는 쿵쿵쿵 허리를 흔들어 재미를 봤습니다. 그러다 사냥꾼은 누가 뒤에서 도끼로 자기 머리를 깨버리는 것도 모른 채 섹스를 하다가 죽어버렸지요.
백설공주는 자신을 살려준 고마운 은인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피와 정액이 흘러내리는 다리를 끌어 오므리고, 사냥꾼의 침이 번들거리는 젖꼭지를 손으로 가린 채 말이죠. 그런데 도끼를 든 남자가 참으로 투박한 손으로 너덜너덜하기는 하지만 거적때기는 되었던 그녀의 옷을 완전히 찢어버렸습니다.
“꺄아아~.”
놀란 그녀는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사내는 그런 여자를 상대로 페니스를 꺼내들어 질에 처넣고 마구 흔들어댔습니다. 백설공주는 남자가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어서 빨리 궁으로 돌아가 마녀와의 진정한 사랑을 나누고 싶었죠. 그녀는 사내새끼들은 죄다 죽여버려야 하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백설공주는 밑구멍으로 졸졸졸 하얀 정액을 흘려내며 사내의 어깨에 들쳐 메진 채 어디론가 끌려갔습니다.
깊은 숲 속에는 오두막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6명의 남자들이 더 있었지요. 알몸의 백설공주를 발견한 사내들은 식사를 하다가 그 식탁 위에 공주를 엎어놓고 서로 돌아가며 따먹었습니다. 그녀의 보지는 너덜너덜할 정도로 쑤셔져서 처녀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습니다. 백설공주는 처음 보는 사내들에게 자신의 다리를 한 짝 씩 잡혀 벌려지고, 젖꼭지가 물려 빨리는 상태에서 일곱 명의 남자들에게 그곳을 활짝 내보이며 입에 좆 박인 채 울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가 지나고, 일곱 명의 남자들한테 사육을 당하며 그녀는 인생을 포기했죠.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잠깐 일하러 간 사이 오두막에 마녀가 찾아왔습니다.
“피아~.”
“설아~.”
그녀들은 감동의 재회를 했습니다. 마녀는 수척해진 백설공주를 꼭 끌어안았죠. 그녀의 목에는 개목걸이가 달려 있고, 유두에는 피어싱이 꿰어져 궁에서 사랑을 나눴을 때의 순결한 몸이 아니었습니다. 마녀는 망토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줬습니다. 그리고 백설공주는 마녀의 얼굴을 보게 되어 깜짝 놀랐죠. 자신이 사랑하던 연인이 너무 늙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피아, 어떻게 된 거야.”
“그가 날 여기로 보내 너에게 독사과를 먹이지 않으면 죽인다고 했어. 하지만 난 너에게 사과를 먹일 수 없었지. 사랑해. 설아.”
“흑. 나 그 사과를 먹겠어. 어서 이리 내!”
백설공주는 마녀가 들고 있던 바구니에서 사과를 꺼내 먹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사과는 대구에서 자란 유기농이라 아주 맛나기만 했죠.
“뭐야? 나 왜 안 죽는 거야.”
“그야 이건 내가 널 위해 준비한 그냥 사과일걸. 왕이 너에게 먹이라고 했던 사과는 내가 먹어버렸어. 그래서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흑. 으아앙. 피아. 안 돼. 피아.”
백설공주는 울면서 마녀에게 키스를 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마녀의 저주는 풀려 그녀는 다시 아름답고 색정적인 미녀로 돌아왔습니다. 그녀들은 서로를 한참 응시하다가 침대로 달려갔습니다. 마녀는 방금 전 자기가 백설공주에게 입혀줬던 망토를 벗겨버리고, 백설공주의 아랫구멍에 혀를 넣어 상처 입은 그곳을 정성스럽게 핥아줬습니다.
“아아앙. 앙앙. 너무 좋앙. 피아 혀 너무 좋앙.”
백설공주는 사내들한테 당할 때는 못 느끼던 쾌감으로 마녀의 얼굴에 사정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마녀는 그런 공주의 구멍에 손을 넣어 안을 휘저어줬습니다. 아주 부드럽고 다정한 손짓으로 말입니다.
“응, 응응. 거기. 앗! 갈 것 같아.”
“이 밝힘쟁이. 아까 한번 쌌으면서.”
“칫, 그야 피아가 내걸 빨아주니깐 그렇지.”
백설공주는 피어싱이 꿰어져 빨갛게 부어오르고 돌기를 손으로 살살 휘돌리며 마녀에게 웃어보였습니다. 마녀는 그런 공주가 몹시도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공주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음핵을 빨아먹었죠.
“흐아아앗! 피아. 어서 넣어줘. 어서 네 것으로 만들어줘.”
“하지만 설아. 나에게는 그게 없어. 널 너무나 갖고 싶은데 난…….”
“그런 거라면 걱정 마. 이 집 남자들은 참 희한한 걸 가지고 있거든.”
백설공주는 가죽으로 만든 모조성기를 부엌에서 꺼내와 마녀의 허리에 묶어줬습니다.
“이러면 돼. 나 다른 누구도 아닌 피아의 것이 될 테야.”
그러면서 백설공주는 침대 위에서 다리를 붙들고 자신의 붉은 보지를 마녀에게 보여줬습니다. 물론 마녀는 장난감 덕에 자신의 연인과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되어서 그건 못 먹는 꿀떡이 아니었고요. 그렇게 그녀들은 떡방아를 찧어 백설공주가 꿀을 흘리며 한번 가고, 그 다음은 마녀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남자들과 다르게 여자들의 사랑은 서로를 만족시키는 쌍방형이니깐요.
이번에는 백설공주가 마녀의 위에 올라타 그녀의 순결한 보지에 손을 넣고 팔락팔락 손짓으로 애액이 흘러넘치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공주는 모조성기를 허리에 매고 마녀의 처녀지에 꿰뚫고 들어갔지요.
“앗, 아파. 설아. 너무 아파.”
“쉿! 괜찮아. 피아. 나의 귀여운 마녀. 이제 금방 좋아질 거야.”
백설공주는 일곱 명의 사내들이 자신에게 해줬던 것처럼 마녀의 그곳에 가짜 자지를 넣고 쑤신 결과, 마녀는 젖꼭지만 잡아당겨도 앙앙거리며 밑을 흥건히 젖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녀들은 만족스러운 섹스에 서로를 끌어안고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을 끝마치고 돌아온 사내들이 피가 범벅이 된 침대에서 알몸의 미녀들을 발견하게 되었죠. 남자들은 이게 웬 떡이냐 싶었습니다. 그들은 너무 돌려먹어 그곳을 잘 조이지 못하게 된 백설공주는 밖에다 내다버리고, 방금 개통이 당한 마녀는 자신들의 성노예로 써먹기로 했습니다.
백설공주는 알몸으로 오두막의 문을 두드리며 자신의 연인을 구하기 위해 목 놓아 울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그녀의 모습을 숲을 지나가던 왕자가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은 주구장창 교태어린 여인의 신음소리가 숲속에서 들린다는 소문으로 그가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니, 그들은 관계는 결코 운명이 아니라는 겁니다.
왕자는 아름다운 공주를 뒤에서 끌어안아 도망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말에 태우고 성기를 삽입한 채 성으로 돌아갔습니다.
“앗. 앙. 아앙.”
말이 달그락거리며 걸을 때마다 백설공주는 몸을 들썩이며 그곳을 조였고, 왕자는 그녀와의 관계에서 아주 흡족함을 느껴 왕궁으로 돌아오자 그녀와의 결혼을 선포했습니다. 그렇게 백설공주는 원치 않는 결혼 후 왕자의 침실에 갇혀 매일 매일 강간을 당하며, 사랑하는 마녀가 그리워 울었죠. 그러다 그녀는 굳을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마녀를 구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었죠.
백설공주는 침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방문을 지키던 기사에게도, 복도를 지나치다가 자신을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려던 시종들에게도,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들에게도 몸을 내주고서야 숲 속 작은 오두막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 오두막에서 예전의 자신의 모습처럼 알몸으로 학대를 당하고 있던 마녀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다행이게도 그녀들은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무사히 도망을 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백설공주와 마녀는 남자가 없는 아름다운 섬나라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수혁은 이게 뭔가 싶어 ‘백설공주와 마녀, 그리고 일곱남자와 기타등등.’을 준 태형에게 따지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가 깔끔하게 내용을 정리해줬다.
“그거 백합물이야. 남성혐오 쩌는 작가가 쓴 잔혹동화지. 그거 시리즈인데 살래?”
“제가 왜 그딴 걸 삽니까!……………그래서 다해서 얼마입니까.”
“300만원. 권당 만원씩. 300권이야.”
“무슨 야설에 300씩이나! 됐습니다.”
수혁은 식스센스의 반전을 뛰어넘는 잔혹 동화를 힐끗 한번 쳐다보고, 잠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알겠다고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그는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백설공주와 마녀의 조합은 강렬했다.
“알겠습니다. 택배 붙이시죠. 텔레뱅킹 쏘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거 우리 가게에서 제일 잘나가던 얘가 쓴 시리즈야. 그런데 작가가 성병으로 죽어서 이제 못 구하지.”
태형의 가게라면 그 파라다이스라는 이상한 곳이지 않는가. 그런데 작가가 그곳 직원이었다고?
“설마 작가가 창녀였습니까.”
그렇다면 작가의 남성혐오증이 이해됐다.
“아니, 남창이었는데 하도 당하니깐 지가 여자인 줄 착각하고 살던 년이었지. 그년이 쫌 많이 꼴려야 손님들이 적당히 박아댈 텐데 쯧쯧. 뭐 그렇게 태어난 년 팔자 아니겠어?”
아무리 자신이 고파도 남자가 쓴 백합물 따위는 보고 싶지 않았다.
“…………잠깐 제가 미쳤던 것 같은데 아직 돈 안 넣었으니 주문 취소하겠습니다.”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손님. 이미 우리 아이들 길 떠났으니깐 곱게 돈 준비하던가, 아님 여기 와서 몸으로 때우던가 하시죠? 조카고 나발이고 그런 거 없습니다. 손님. 넌 곱상해서 울 가게 톱이 될 겁니다.”
수혁은 절대 상종을 하면 안 되는 쓰레기랑 자신이 통화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미친 백합 야설까지 구입했다는 사실에 게이가 썼다는 책을 멀리 던져버렸다. 이럴 줄 알았다. 어떤지 공짜로 뭘 줄 인간이 아닌데, 백설공주는 그냥 미끼 상품이었던 것이다. 그는 초인종 소리에 전화를 끊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조폭들이 ‘도련님, 안녕하십니까.’라며 참으로 심란한 책들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자신의 책장에 야설들을 정갈하게 꽂아놓고 ‘감축드립니다.’라며 두루마리 휴지를 놓고 갔다. 이제 더 이상 자산이 고자로 오인 받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300만원으로 참 값진 걸 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