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이돌이다-37화 (37/104)

00037  아이돌은 괴로워  =========================================================================

로이는 자신의 전용 대기실에 가면 100% 방송국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안 올 거라 다른 스타들이 모여 있는 대기실을 기웃거리다가 오늘 출연하기로 한 ‘평정하다.’의 초대 손님 대기실에 들어가 봤다. 그러자 Natural이 앉아있는 것이다. 요즘 잘나간다 해도 얘네는 너무 잘나가는 것 같아 슬그머니 짜증이 났다. 아, 왜 이렇게 정상을 지키기 어려운지 모르겠다. 자신의 등장에 화장 받던 아이들이 벌떡 일어나 ‘선배님 안녕하십니까.’라는데 방금 기자한테 이 잘난 후배님들한테 발린 거 크리티컬 당하고 와서 곱게는 안 보였다. 그렇지만 자신은 슈퍼스타이자 전설의 아이돌이니 자상한 선배 노릇 좀 해줬다.

“그래, 잘들 있었어?”

“예, 선배님.”

호영이 자신에게 다가와 음료수랑 과자를 내밀며 ‘이거 드세요.’란다. 누가 보면 자기가 산 줄 알겠다. 그냥 스텝들이 대기실마다 두는 건데 말이다. 로이는 초코 하임을 무의식중으로 하나 뜯어 입에 넣었다가 ‘갓 뎀! 이 발칙한 놈이 감히 이런 식으로 나의 복근을 와해시키려 한 거였군.’ 그 사악한 계략을 눈치 채 도끼눈을 떴다. 그녀는 살살 눈웃음치면서 자신에게 보고 싶었다며 애교를 부리는 호영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그를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열심히 과자 봉지를 까 그의 입에 넣어주니, 이것이 선배가 주니 아무 말도 못하고 좋은 척 먹어댔다. 정말 고단수다.

그런데 영준이 자신을 빤히 노려보는 것이 아닌가. 하긴 자기 멤버 돼지 만들려는 놈이 곱게 보일 리 없었다. 그런데 무지 큰 남정네가 노려보니 연약한 소녀인 자신은 무서워서 말이 안 나왔다. 이제 그만 먹이겠노라 호영에게서 손을 떼니 역시나 눈에 힘이 풀었다. 그런데 그가 무언가를 바란다는 듯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데 자신의 손에 시선이 꽂혀 움직일 줄 몰랐다.

“과자 줄까?”

자신의 물음에 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로이는 그에게 다가가 캬캬캬 이대로 뇌출혈 놈들아 다 돼지 되어버려라, 라는 저주를 걸며 그들에게 초코하임을 무진장 먹여댔다. 서로 먹여달라고 하니 자신은 그리할 뿐이었다. 그런 자신들의 모습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사이 무지 좋은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해 로이는 은근슬쩍 웃으며 이것은 긍정 같아 보이겠지만 난 답을 안 했으니 거짓일 수도 있지, 라는 표정으로 ‘제 스텝이 아파서 그러는데 화장 수정 좀 받을 수 있을까요?’라 대화의 주제를 돌려버렸다. 하도 인생 자체를 거짓말하고 살아서 작은 것까지 구라치고 싶지는 않았다. 뭐 이것도 거짓말이긴 하지만 수정이 아프다고 한 게 아니니 동시에 참 말이었다. 민호가 아직 병원에 있었다.

그런 자신의 말에 후배들이 어서 앉으라며 자리를 비켜줘 염치 있게 고맙다 인사하고 호영의 자리를 빼앗아 앉았다. 뭐랄까. 같은 의자여도 리더 자리는 뭔가 느낌이 달랐다.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고 광고 촬영 때문에 진하게 한 화장을 스킨 묻힌 솜으로 지워주는 부드러운 손길에 기분이 좋아진 것 마냥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메이크업 전문가가 껌뻑 죽어 자신의 모찌 피부를 만져댔다.

“어쩜 이렇게 모공하나 없이 피부가 좋을 수 있지? 아, 반말해서 죄송해요.”

뭐 그 정도로 기분 나쁠 자신도 아니었다. 괜찮다고 하니 방송국 직원이 자신의 화장을 하게 돼 정말 영광이라며, 가끔 이렇게 방송국 스텝들한테 화장 받아달란다. 다들 입사할 때 로이 화장해줄 수 있다 생각해 잔뜩 기대했는데 전용 아티스트가 있어 손만 빨고 있었단다. 그런데 어찌나 수다가 많이 떠는지 모르겠다. 대충 성의 없이 대답해주기에는 또 이들의 입나발 위력이 장난이 아니어서 아무리 귀찮아도 하하하 웃으며 적당히 맞장구 쳐줘야 했다.

로이는 화장 수정이 끝나자마자 급히 일어나 대본 연습하러 가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자신의 대기실로 돌아오니 수정이 울먹이면서 ‘로이야, 잘못 했어. 나 2억 없단 말이야. 그 계약서 돌려줘.’라며 울어, 이사장 주제에 그 많은 돈을 어따 써먹었나 물었다. 설마 주식 투자라도 했냐 다그치자 절대 아니라며 너도 알다시피 다른 회사는 규모는 커도 그게 다 빚인데 Reve는 오로지 회사의 순수자본만으로 돌아가서 간부들의 낭비는 허용되지 않는단다. 그거 참 듣던 중 다행인데 왜 돈이 없냐 물으니, 슬며시 바닥을 내려다보는 그녀였다. 아니, 바닥이 아니라 지금 구두 보는 거였다.

“그리고 가방을 샀는데……그런 눈으로 보지 마. 그거 한정판이었단 말이야.”

로이는 쯧쯧쯧 혀를 찼다. 수정이 이렇게 명품 홀릭에 빠진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엄마가 큰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러다 자신도 은퇴할 때쯤 뼈 빠지게 일한 거 하나 안 남아있는 거 아닌가 싶어 불안했다. 아무리 써도 써도 많은 자신의 수입이라지만 자기가 할리우드 배우인 마냥 비행기 타고 미국 가서 쇼핑하는 엄마라 100% 자신의 돈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으리라 싶었다. 아, 이것이 미성년자의 비애였다.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어린 아이돌들이 부모 믿고 통장 맡겼다가 개쪽 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제 3달만 참으면 자신이 수입을 관리할 거니 그냥 미친 듯이 쓰도록 내버려두기로 했다. 수정에게 거지 되고 싶지 않으면 엄마랑 상종을 하지 말라고 하자, 그녀는 훌쩍이며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너무 말빨이 좋아서 같이 쇼핑을 가게 되고 그럼 사게 된다는 거다.

비운의 인기 아이돌은 돈만 생각하면 머리가 터질 것 같아 그냥 소파에 드러누웠다.

“누나, 나 지금 잘나가는 거 맞지?”

“어. 그럼. 네가 우리나라 최고인데.”

그 소리라도 들으니 조금 위안이 됐다. 로이는 예능 대본을 대충 살펴보고 흐름을 파악했다. 하여간 저질들이다. 자신이 그렇게 미성년자라 외치고 다니는데 너무 활동 기간이 길어서 아무도 20살 이하로는 안 봤다. 하긴 자신이 텔레비전에 징하게 나오기는 했다.

로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녹화 전 화장실 한번 가고 홀로 복도를 걸었다. 그러다 엘리베이터 앞에서에서 평정하다 예능 작가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자신더러 함께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스타는 김치, 하며 그녀들의 어깨에 손 올린 채 예쁘게 포토타임을 가졌다. 방송국 직원조차 로이 테일러를 봤다며 다들 호들갑을 떠는 걸 보면 자신이 짱 잘나가는 아이돌이기는 한 거 같다. 작가들과 함께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자, 3명의 여인을 몰고 들어오는 자신에게 일제히 시선이 집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우선 촬영 전 카메라 감독한테 가서 인사하고, 조감독, 그리고 조명 감독, 음향 감독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건넸다. 뭐 나머지는 그냥 눈인사만 건넸는데 그들이 드라마 잘 보고 있다는 안부를 전해와 웃으면서 ‘좋은 스텝들을 만나서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습니다.’라며 오랜만에 신인 모드로 들어갔다. 그런 자신의 반응에 방송국 직원들이 무슨 일 있냐고 물어 ‘아니요, 이제 연말 시상식이 다가오니깐요.’라며 눈에 힘주고 ‘나 상 안 주면 알지?’라 바라보니 그들이 피식 웃었다. 국장님들은 널 사랑한단다. 뭐 맞는 소리였다. 자신이 짱 돈을 많이 벌어주니 말이다.

로이는 ‘평정하다.’ 세트 뒤로 가 입장을 기다렸다. MC들이 오프닝을 하고 그들끼리 저번 스타는 어쩌고 저쩌고 대화를 나줬다. 그리고 여자 MC가 나 어제 밤에 못 잤어요, 라고 말하니 남자 MC가 ‘어…, 난 남잔데 왜 잠이 안 온 걸까요?’라며 테이블을 두그두그 두드리며 긴장감을 높였다.

“우오오오~ 여러분 저희가 누굴 섭외했는지 아십니까! 절대 예능 쉽게 나오는 분 아니죠! 이분 섭외했다는 소식에 우리 작가님들 일주일 전부터 실실 웃고 다녔다는 사실. 왜냐? 이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자료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광대승천하게 만드는 로느님이라는 거! 으하하하. 저희 칭찬해주십시오. 그분을 저희가 강림시켰습니다. 그럼 불러보겠습니다. 로느님!”

아직 나오라는 신호가 없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 안에서 ‘로느님~ 로느님~.’이라 불러댔다. 하지만 자신은 나가지 않았고 여 MC가 ‘로이 테일러~ 나와 주세요.’라는 말에 조연출의 손이 흔들리는 걸 보고 세트장 안으로 들어갔다.

“꺄아아아~, 진짜 로이님이야.”

여자 MC는 자리에서 일어나 과장된 비명과 함께 손 한번만 잡아달라고 했다. 이에 자신은 그 손을 꼭 잡아주고, 남자 MC와도 악수를 나눈 다음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잔뜩 흥분한 여 MC가 촬영이 불가능할 지경이 되어 아무리 타일러도 그녀는 조용히 않았고, 남자 MC는 뜬금없이 ‘평정하도다!’라 외쳤다. 그러자 여자가 조용해졌다. 이딴 게 시청률 13%라니 완전 사기였다.

“안녕하세요. 로이씨.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저희 방송 보신 적 있으신가요?”

당근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말하면 자신은 프로그램 출연 준비도 안한, 프로 의식이 쥐꼬리만큼도 없는 비매너 아마추어급 연예인이 되기 때문에 ‘그럼요. 스케줄 때문에 방송 놓칠 때마다 다시보기로 꼭 챙겨봤답니다. 평정하다 팬이에요.’라며 대본 그대로 말했다. 그러면서 로이는 자신의 하얀 윗니가 8개 정도 보이도록 웃었다. 이때 잇몸이 살짝 보이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 캡쳐 당해 개굴욕 당할 수도 있음으로 입꼬리만 살짝 위로 향하도록 조용히 있는 편이 더 이미지에 좋았다. 그런 자신의 미소에 바닥에 앉아 스케치북 들고 있던 작가진들 사이에서 ‘아아아~.’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우리 작가들, 완전 넘어갔네. 아이고, 막내야. 기절은 하지마라.”

남자의 말에 카메라는 무대 밖의 스텝들을 찍고 바로 제 위치로 돌아왔다. 자신이야 마냥 뛰어주니 기분은 좋았다.

“그런데 로이씨, 왜 저희가 불렀을 때 안 나오셨어요?”

“아, 그야 전 로느님이 아니라 로이니깐요.”

로이는 상큼한 미소와 함께 순진한 눈망울로 그에게 ‘그런 별명은 너무 부담스러워요.’라 아주 겸손한 스타의 모습을 보였다. 그런 자신의 말에 ‘아, 역시 천사 로이. 저 방금 천국 갔다 왔습니다.’라며 남자가 두 손을 들었다. 그런데 이들의 이름을 모르니 불편스럽기 짝이 없었다. 일주일 전부터 주안이 공부하라 자료를 주기는 했는데 폰 게임하고, 템페스트 대본 외우고, 내사랑로이 팬픽 읽으며 놀아서 얘네가 뭘 하려는지 전혀 모르겠다.

물론 이렇게 특별한 내용 없이 떠들어대도 신의 자막과 편집 기술이 있어 이게 재미난 내용으로 방송돼 시청률이 높은 거겠지만, 솔직히 예능 프로 보는 걸 안 좋아해 경력 10년차 이하는 이름도, 이들이 왜 인기가 있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선 첫 느낌은 어수선하다는 것밖에 없었다. 그런 자신의 상태를 눈치 챘는지 남자가 재빠르게 여 MC의 이름을 외쳤다.

“준희씨, 그럼 우리 이제 로이 테일러를 평정해버릴까요?”

“네, 명훈씨.”

제법 귀엽게 생긴 준희가 ‘평정하다!’라 외치니 명훈이 ‘과연 한국이 낳은 세기의 섹시 아이콘 로이 테일러와 평행이론 되는 스타는 누가 있을까요? 오늘의 초대 손님, 나와 주세요!’라 외쳤다. 그러자 대기실에서 만난 Natural이 나왔다. 별로 놀랍지는 않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무지 반가운 척 그들을 끌어안았다. 하여간 애들 쇼맨쉽이 장난 아니었다. 헤어진지 10분도 안됐는데 ‘형, 보고 싶었어요.’란다. 그런데 언제부터 자신이 뇌출혈 아이들의 형이 된지 모르겠다. 차마 그런 그들에게 녹화중이라 친한 척하지 말라 할 수 없어 그냥 웃으며 ‘호영이 너~ 나온다는 말 없었으면서. 전혀 눈치 못 챘잖아.’라 말했다.

아,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가증스러워 속이 울렁거렸다.

로이는 자신의 옆에 차례대로 후배들이 앉자 명훈이 ‘오늘의 초대 손님, Natural! 으아, 여러분. 저 오늘 보너스 받을지도 모릅니다. 어제 방송국 서버 다운됐던 거 아시죠. 연말 시상식에서 상 받게 생겼습니다.’라는 멘트를 날렸고 바로 준희가 ‘명훈씨, 상하니깐 떠오르는데요. 그거 아세요. 트리플 크라운 제도가 바로 로이씨 때문에 생겨났다는 거. 과연 한국 가요계 역사상 우리 로이씨만큼 상 많이 받은 가수왕이 또 있을까요? 자, 보시죠. 평정하다. 평! 과연 로이씨와 Natural의 평행이론은?’이라며 VTR를 트는 걸 보고 참 대단한 콤비이구나 싶었다. 아주 호흡이 짝짝 맞았다. 마치 김 오누이를 보는 것 같았다.

로이는 자신의 업적이 스크린에 나오는 동안, 잠시 옆에 앉은 호영에게 혹시 명훈씨랑 준희씨 오누이냐고 물었는데 그가 ‘선배님, 농담하시죠?’라는 거다. 거 사람이 모를 수도 있는 거지 말이다.

가만히 영상자료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자신이 이 예능 프로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스타는 별로 말하는 것 없이 자기 PR라는 내용을 보고 앉아있으면 된다는 거 말이다. 거기다가 다른 녹화처럼 5~8시간 무기한적으로 늘어지는 게 아니라 딱 1시간만 찍으면 된다니 무지 마음에 들었다. 자료화면이 이 프로의 50%를 차지하고 있다는 말을 들고 이거 찍으면 그 짬에 휴식을 취할 수 있겠다 싶어 온 거였다. MC들이 열심히 떠드는 동안 자신은 턱을 괴고 잠을 청했다. 그러자 호영이 자신의 어깨에 기대라는 말을 해 싸늘하게 ‘건방떨지 마.’라 경고를 했다가 다들 자신을 쳐다봐 ‘감독님, 이거 편집.’이라 외쳤다. 알아서 잘 만들겠지 싶다.

그런데 눈을 잠깐 감고 있는다는 게 진짜 깜박 졸고 말았다. 자신을 깨우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호영의 다리에 그냥 머리를 박고 ‘조그만 잘게. 나 너무 피곤하단 말이야.’라 말했는데 그가 귓속말로 ‘선배님 이거 생방송이에요.’라는 거다.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가 그와 이마가 부딪쳐 부여잡고 있자, 카메라 감독이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아싸. 로또 대박!’하며 잡아냈다. 보통 방송사고 나면 다른데 찍는데 이런 식이라 그 시청률이 나오는 건가 보다.

“아니 무슨 예능이 생방이야.”

자신이 호영에게 따지니, 모르고 오셨냐고 해 절망 포즈로 생각 좀 해봤다. 어쩐지 자신한테 공부하라 말할 김 사장이 아닌데 이런 함정이 숨어있었던 거다. 그런데 이거 마냥 엿 먹을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생방송 사고라는 게 이슈이니 말이다. 일단 이미지 나빠지지 않도록 울먹거리는 눈으로 ‘호영아, 나 이제 사장님께 혼나겠다.’라며 괜한 김주안을 팔아먹었다. 그러자 호영이 자신의 등을 토닥여주며 ‘선배님, 제가 지켜드릴게요.’란다. 하여간 애도 웃겼다. 가만히 있던 영준까지 합세해 마치 우는 아이 달래듯 어르고 달래 오랜만에 국민 남동생 이미지를 꺼내보였다. 로이는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로 후배들을 바라보며 말없이 입술을 깨물고 있다가, 호명의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

“알았어. 너희만 믿을 테니깐, 사장님 화나면 나대신 헬스장 가서 운동해야 해.”

그런 자신의 말에 영준이 리더를 밀치며 자신도 로이 선배 옆에 앉고 싶다며 몸싸움을 벌여 생방송 도중 지들 팀 불화설을 조장했다. 자신이야 어리고 잘생기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라이벌이 이대로 사라지면 대박 좋으니, 열심히 싸우라 속으로 응원했다. 그리고 이런 개판을 명훈이 ‘평정하다!’라 외쳐 종결시켰다. 참 그거 들을수록 묘한 매력이 있는 거 같다.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이거 외치면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정리가 됐다.

그는 ‘로이 테일러의 숨겨진 모습이 있었으니 그것을 바로 로이로이? 아니죠. 로리로리! 섹시 스타가 되기 전까지 그는 국민 아기, 국민 남동생이었답니다. 그때 그 기억, 우리 함께 정리해봐요. 평정하다! 지금 바로 정리하겠습니다.’라며 다음 코너로 넘어갔다. 생방이라 그런지 무지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좋은 것 같았다. VCR로 자신의 아기 때 사진이 나오자 Natural 녀석들이 해도 해도 너무하게 귀여운 거 아니냐며 떠들어댔다. 그러다 꼬마 로이가 아이스크림 먹는 CF에서 ‘저 말랑말랑한 볼따구니 좀 봐. 아, 확 깨물어주고 싶어.’라는 하극상을 부려 자꾸 나불거리는 호영의 입을 꼬집어줬다.

그런데 VCR 나가면서도 스타들 계속 촬영하고 있는지 영준이 ‘선배님, 사장님이 보고 계십니다!’라 소곤거리는 거다. ………스타의 실수도 팬들에게는 귀요미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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