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3 아이돌은 괴로워 =========================================================================
로이는 템페스트의 촬영이 끝나자마자 소속사에서 다른 연예인의 매니저를 보내줘, 그 차를 타 광고 촬영을 위해 이동했다. 너무 힘들어 폰 가지고 놀 힘도 없이 축 늘어져 있자, 자기 스타는 어쩌고 온 건지 모르겠지만 주안의 대타가 뒷좌석에 있는 보약 뜯어먹으란다. 그거 후배 꺼라 선배로서 먹을 수 없다 싶었지만, 일단 살고 봐야 해서 포장지를 가위로 잘라 쭉 들이켰는데 엄청 쓰고 맛없어 토할 뻔 했다.
“으악! 텟. 텟. 텟.”
혓바닥을 손으로 털어내며 울먹거리는데, 그 모습을 본 운전수가 웃으면서 몸에 좋은 거라며 트렁크에 몇 박스 있으니 들고 가란다. 이게 뭔가 싶어 포장지를 살펴보아도 아무것도 안 적혀 있었다. 성분표시도 없는 걸 나보고 먹으라 한 거냐 뭐라 하니, 원래 건강원에서 약재 짜면 그런 거라며 스네이크 애들은 동족이라며 잘만 먹는단다. 순간, 그 말에 로이는 잠시 유체이탈 했다가 네 놈의 주둥이가 지껄인 것인 참말이냐 다그쳤는데 임시 매니저 놈이 그게 남자한테는 와따라며 ‘이제 로이도 어른이 될 때가 됐지. 여친 있어?’란다.
“………없는데요?”
“으아, 말도 안 돼. 너한테 죽자 살자 목매는 여팬이랑 연예인들이 얼만데. 솔직히 하수연이랑은 사귀지? 이 형한테 살짝 말해봐.”
이거 혹시 돌았나 싶었다. 감히 만인의 연인 로이 테일러한테 여친 있냐 물어보는 지금의 꼬락서니로 보건데 스네이크 뭐시기들이 엄청 더러운 소문 돈 게 이 놈 탓이겠구나 싶었다. 너무 아이돌을 쉽게 봤다. 그들이 인간인 줄 알고 있다. 물론 자신들은 인간이지만 동시에 절대 인간이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배우나 가수랑은 달랐다. 우리들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꿈의 목표이고, 청소년들의 이상향이었다. 팬들 앞에서 언제나 완벽해야 하고 ‘저 여친 없어요. 여러분이 제 여친이예요.’라는 말로, 비밀 연애를 할지언정 절대 그 사실을 팬들에게 알려서는 안 되는 존재다.
애들 가둬두고 사육해도 모자랄 판에 나이트클럽 다닌다는 제보가 인터넷에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니, 같은 식구인지라 자신도 신경 쓰여 주안한테 걔네 케어 좀 하라 하면 제어가 안 된다며 괜히 매니저들만 바뀌고, 그러다 한 명으로 고정된 매니저가 바로 이 놈이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샛별들이 완전히 훅 갔다. 여배우들과의 섹스 스캔들로 신문을 떠들썩하게 장식하고, 지방 순례 공연이나 하러 다니게 돼 버렸다.
“그런데 매니저. 너 말이 무지 짧다.”
자신의 말에 갑자기 매니저가 급히 차를 세웠다. 그는 자신을 돌아보며 ‘에이~, 왜 그래. 로이야.’라며 시답지 않는 소리를 했다. 아직 연예계가 어떤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기강을 안 세우니 스네이크는 싸가지 없고, 자신이랑 뒹군 여자를 매니저랑 나눠 먹는다는 소문이나 나도는 거였다. 그 애들 연습시절 때 새벽 3시까지 춤 연습하던 놈들이었다. 노력도 열심히 하고 실력도 있으니, 단번에 별이 된 거다. 그런데 세상 모든 게 지들 발아래에 있는 줄 알고 개판된 것뿐이었다. 한번 연예인 병 걸리며 인기 떨어지고, 그동안 모아놓은 돈 바닥 날 때쯤에야 치료되는데 그럼 너무 늦었다. 아직 대중은 스네이크를 기억하고 있으니, 지금 일어서야 했다.
“내가 너랑 반말할 처지는 아니지. 뱀 새끼들이나 키우는 뱀 장수가 함부로 말 붙일 존재도 아니고. 그치?”
수정도 자신의 의도를 알겠는지 아무 말 안 했다. 스네이크 매니저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우리 애들 뱀 새끼 아니다. 너 아무리 잘나가도 그딴 식으로 싸가지 없이 굴어도 되는 줄 알아?’란다. 아이들이 나쁜 쪽으로 빠져드는 걸 두고만 봐 제대로 된 놈 아닌 줄 알았는데 나름 자신의 스타에 대한 자긍심이 있다니,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래, 안 되지. 그런데 왜 네 애들은 그렇게 뒀냐? 연예인이랑 잘 수 있어서? 그게 그렇게 좋아? 그래서 애들 데리고 장난 쳤어? 너 그만 둬라. 내가 해고할게. 나 Reve 최대 주주니 이 정도 권한은 있지? 이사님.”
“그럼, 로이가 곧 Reve인데.”
뭐 자신이라고 그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거 아니었다. 그 뱀 새끼들이 간악한 혓바닥으로 자신들을 말리는 매니저에게 ‘사실 인기가 떨어져서 너무 힘들어 잠깐 이러는 거야. 형. 죽고 싶어. 조그만 방황할게. 기다려줘.’라 동정표를 얻어 시간을 벌었을 거고, 그러다 그까지 공범자로 만들어 자신들을 아예 방해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거다. 그들의 세계에 있으면서 뱀의 독이 퍼진 것 마냥 정신이 몽롱해져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끌려 다녔겠지. 자신이야 대선배이니 스네이크가 연습생 때 90도 인사를 깍듯하게 받았지만, 그거야 가식이고 데뷔 후 인기 끌자 본색을 드러낸 것뿐이다. 그런데 그게 다 매니저들의 잘못이었다. 원래 스타가 잘못하면 그건 매니저 탓이다. 악마도 팬들은 천사인 줄 알게 관리하는 게 그들의 일이니 말이다.
자신만 하더라도 전 소속사 있을 때 스캔들 나면 안 된다고 매니저가 절대 혼자 못 돌아다니게 했고, 집 앞 편의점 갈 때조차 항상 2~3명 이상 다른 사람과 동행해야 했다. 거기다 밤마다 차안에서 매니저들이 형사 마냥 돌아가며 잠복근무해 외부인 출입 금지와 스케줄 이후 자신의 외출을 금지 시켰다. 뭐 그것 때문에 결국 자신이 Reve를 선택하게 된 것이지만, 그래도 그 정도 노력을 해 발정난 뱀들을 돌봤어야 했다.
“……안됩니다. 저 우리 애들 꼭 재기시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자신이 반말하지 말라고 바로 존댓말을 한다. 이 형 너무 기가 약했다. 스네이크 매니저가 울면서 자기는 너무 억울하단다. 소문난 것처럼 우리 애들 그렇게 안 놀았다며, 순수한 애들이란다.
기가 막혔다. 그 쓰레기들한테 이 매니저가 왜 이렇게 오래 붙어있었나 이제야 알 것 같다. 자기 스타 믿는 건 좋은데, 잘못된 거 안 보고 좋은 것만 보려하니 엇나가는 거 못 붙잡는 거였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자신이라도 뱀들 군기 잡아줘야겠다 싶었다. 그에게 뱀 새끼들 어디 있냐 물으니, 숙소에 있다고 해 거기 가자고 했다. 그러자 임시 매니저가 자기는 진짜 콘돔만 치웠을 뿐이라며, 여배우는 손도 못 잡아봤단다. 하긴 그래 보이기는 했다.
로이는 알았으니 그만 닥치고 그에게 운전이나 똑바로 하라고 했다. 고작 지방 축제나 다니라고 자신이 뼈 빠지게 번 돈을 회사가 비싼 돈 들여 망나니 후배들한테 첨당동 숙소 얻어주는데 쓰고 있었다 생각하니 완전 짜증났다.
연예인들이 의외로 생각보다 돈을 못 벌었다. 물론 일반인들에 비해 많이 벌기는 하지만 버는 만큼 투자해야 이윤이 남는 직종이라, 자신도 바짝 돈 모으는 중이었다. 보통 수입의 70%는 소속사에 가져갔다. 근데 그게 스타 관리 비용과 회사 운영비, 후배 양성으로 쓰이는 거라 불공평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 돈 아까워서 가족이 회사 차려 스타 관리하다가 인기 뚝 떨어지는 경우 많이 봐왔다.
가족계 회사가 접대 강요 안 받고, 싫은 일은 안 해도 되는 등의 이점이 있는 반면 안 좋은 점도 있었다. 그 스타의 인기를 가족들이 자신의 것이라 착각해 방송 관계자한테 무리한 요구를 한다거나, 우리 아들 혹은 딸이 최고라며 남의 말 안 듣다가 추락하기도 해 대부분의 스타들은 수입의 대부분을 소속사가 가져가도 그쪽을 택하는 거였다.
대형 소속사 빨이라는 거 엄청 중요했다. 수입을 괜히 70%나 가져가는 거 아니었다. 그들은 그만큼 그 스타를 빛내기 위해 좋은 작품 선별하고, CF 가져오지, 몸매랑 피부 가꿔줘, 밥 사줘, 매니저 코디 메이크업 아티스트 백댄서 등한테 월급 줘, 밴에 기름 넣어, 우리 애 잘 봐 달라 홍보하느라 돈 쓰지, 참 많은 데 돈 썼다.
자신 같은 경우에는 해외 투어 날 갈 때마다 회사는 몇 백억씩 지출했다. 고로 열심히 개고생하며 공연하고 투자한 거 건지고, 자신의 수중에 떨어지는 걸 계산하면 한번 갔다 오면 대기업 회사라도 차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그게 아니었다. 그냥 똔똔이었다.
스타? 그거 하면 세상 다 가질 것 같이 보이는데 실제로는 그냥 빛 좋은 개살구였다. 톱스타 되면 일반인은 상상 못할 돈을 벌기는 하는데, 그 만큼 나갔다. 수입에 비례해 지출도 많고, 그러고도 남는 게 많은 톱스타는 그냥 버는 대로 돈 모아두면 나중에 노후 걱정 안하고 살겠지만, 그게 안되는 게 인간이었다. 아무리 된 사람이라 해도 인기 있으면 눈깔 뒤집혀서 연예인병 걸리고 말았다. 그 인기가 영원할 것 같고, 명품 아닌 거 들고 다니면 동료 연예인들한테 이름 값 못한다는 소리 들으며 깔보임 당해 돈을 물 쓰듯 쓰다가 허영심 때문에 파산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다만 얼마만큼 연예인병을 슬기롭게 극복 하냐에 따라 그 스타가 롱런할 것인지, 아니면 물거품 마냥 금방 사그라지는 인기 위에서 떨어질 날만 기다려야 하는지가 나눠지는 거였다. 거기다가 수입이 많으면 세금도 무진장 많이 나와 생돈 날리는 것 같은 아픔도 있고, 품위 유지비라며 방송 활동 없어도 쓰는 돈도 어마어마해 대중에게는 인기 있는 듯 보였던 연예인이 생활고로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반인들이 천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소유하고 있다는 스타들의 소식을 곧이곧대로 믿는데 그거 셋 중에 하나였다. 스폰서한테서 받았거나, 짝퉁이거나, 무리해서 샀거나. 마지막 경우는 겉만 번드르르하고 속은 완전 거지다. 고로 그 유형은 인기 떨어지면 바로 나락이었다.
그러니 연예인은 어느 모로 봐도 결국 인기가 떨어지는 존재라는 건 변함없었다. 영원한 인기한 없었다. 그저 각자 최고의 전성기일 때 고점의 위치가 다른 걸로 등급이 나뉘고, 거기서 내려오는 속도의 차이로 얼마나 오래 연예인 생활 해나가냐의 문제였다. 그리고 자신은 어려서부터 잘난 척 하다가 골로 간 선배들을 너무 많이 봐와 지금의 로이님이 된 거였다. 겸손한 거 힘들었다. 자신은 처음부터 잘나갔고, 지금도 잘나가고 앞으로도 잘나갈 거니 말이다. 자신이 이렇게 사랑받는 건 실력과 외모, 그리고 시건방짐은 콘셉트이고 항상 팬들한테 고마워해야한다는 인상을 밑바탕으로 둬 그런 거였다.
임시 매니저가 고급 빌라에 차를 세웠다. 스네이크가 이렇게 빨리 망할 줄 모르고 계약한 숙소였다. 근데 이건 톱 아이돌에게나 빌려주는 거였다. 이제 이 뱀들에게는 필요 없는 거니, 자신이 방 뺄 준비시켜야 했다. 왜 자신이 이런 것까지 사장 대신 관리해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자신 때문에 몸이 남아나질 않는 주안을 위해 그냥 Reve의 최대주주로서 해줘야지 싶었다.
문을 열고 벌컥 들어가자 어디서 이런 쉰내가 나나 싶었다. 매니저가 재빨리 자신의 앞을 가로 막으며 자신이 먼저 들어가 보겠단다. 수정이 ‘로이야, 그냥 애들 버리자. 뭘 이 정도로 챙겨.’라며 연예인 소모품 취급해 기분 나빴지만 맞는 말이라 그냥 대구 안했다. 헐레벌떡 옷 입고 기어 나온 애들이 ‘선배님 안녕하십니까.’란다. 그나마 아직 자신이 선배로 보여 다행이었다. 완전히 맛 간 거는 아니니 말이다.
“모두 대가리 박아.”
“………….”
다섯 마리의 뱀 새끼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머리 박았다. 로이는 그들의 머리맡을 뱅뱅 돌며 ‘너희는 쓰레기야. 이 버리지 같은 새끼들아. 소속사 돈 처먹느라 수고 많았다. 이제 너희 해체다.’라 엄포를 뒀다. 그러자 리더가 벌떡 일어나 자기들 그만 안 둘 거란다. 회사 절대 못 나간단다.
“누가 일어서래.”
선배의 매서운 눈에 후배는 다시 머리 박고 ‘죄송합니다.’라 외쳤다. 로이는 그런 리더의 옆구리를 발로 차 넘어트렸고, 그는 다시 일어나 머리를 박았다. 그걸 몇 번 반복하자,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며 살짝 문틈이 벌어졌다. 자신이 문 열고 확인하니, 맙소사! 남자다.
어찔함에 이마를 짚자, 이 뱀 새끼들이 자기네들 절대 문란하게 안 지냈단다. 그런데 이상한 소문이 자꾸 났다며, 클럽은 사장님이 시켜서 행사 뛴 거란다. 로이는 그제야 주안이 스네이크의 스캔들에 왜 그리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나를 깨달았다. 그거 그가 만든 거였다. 애네 게이인거 알고 뱀 새끼들 버리면 다른 데서 주워가 용 될까봐 아주 매장시켜버린 거다. 하여간 웃는 낯짝으로 뒤로 무서운 짓을 벌이고 계셨다.
“야, 너희 계속 연예인 하고 싶냐?”
“예! 선배님! 저희 잘할 자신 있습니다.”
로이는 얼마나 소문의 편견이란 무서운가를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자신이 이곳까지 행차한 것은 그들이 연습생 때 본 모습이 아까워서였다. 그런데 그걸 연기라 여겼다. 진짜 들리는 루머대로 인간 쓰레기였으면 자신의 말에 머리 박지도 않았을 테고, 선배라고 부르지도 않았을 거다. 왜 바보같이 처음부터 그걸 눈치 못 챘나 싶었다.
이 아이들 생긴 것도 다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췄다. 보통 아이돌 유통기한이 길면 5년이라지만 그보다 더 오래갈 것 같았다. 자기도 게이면서 내가 갖기는 뭐하고 남 주기는 아까우니 망가트리는 게, 완전 연예계 짬밥 다 드신 사장이 되셨다. 자신이 바보라 어떻게 대형 Reve를 끌어가나 걱정해주지 않았어도 이미 주안은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었던 거다. 소속사 아이들을 마냥 챙기는 줄 알았는데, 제법 매서운 사업가처럼 행동할 줄도 알았다.
“다들 일어서.”
선배의 말에 기립한 후배들은 부동의 자세로 눈을 내리 깔았다. 이것들, 제대로 정신머리 있는 놈들 맞았다.
“너희 소문 목록 다 적어서 와봐. 하나도 빠짐없이.”
자신의 말에 뱀 다섯 마리가 후다닥 달려가 인터넷 검색도 하고, 카더라 통신들이 했던 말들을 자기들끼리 ‘나 이거 들었어.’ ‘나도.’라 해대며 머리 맞대고 적어댔다. 그들이 가지고 온 내용을 봐보니, 상대하기가 생각보다 쉬울 듯싶었다. 로이는 식탁 의자를 끌어 당겨 다리를 꼬고 앉았다.
“이제부터 우리 언론 플레이 좀 하자. 다들 앉아.”
신인 아이돌은 아이돌의 신이 앉으라 하여 바닥에 앉았다. 금발머리의 스타는 가만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공기가 달라지는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그런 로이 테일러는 우러러보며 절대적인 믿음으로 자신들을 구원해줄 거라 믿었다.
“우선 너희의 가장 문제점은 나이트클럽을 드나든 거다. 그런데 그게 사장이 알바시킨 거라고? 정말이야? 가서 한번이라도 논 거 아니지?”
“예. 가서 바람잡이 했습니다.”
“그럼 도장 받은 거 있지. 내놔봐.”
보통 업소는 도장 찍어서 횟수 채우면 돈 줬다. 고로 이 아이들은 그걸 가지고 있을 터였다. 역시나 리더가 증거를 내밀었다.
“이제 너희는 나이트클럽 간 날, 일한 것뿐이라는 걸 보여주면 돼. 너희 캡쳐 당한 사진 시간 별로 정리해서 이거 그 밑에 올려놔. 그리고 여배우랑 놀아났다, 특히 매니저랑 나눠 먹기 했다는 소문은 너희가 K양 P양 C양 이름을 언급해서 그쪽에서 아니라는 기사 내도록 하면 돼. 여자 연예인한테 그건 치명적인 소문이니,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나올 거야. 그리고 스텝들한테 싸가지 없게 대함, 팬들한테 침 뱉음, 기타등등 같은 법적 위반이 아닌 인격적으로 비난 받는 루머는 아주 사소하지만 제일 처리하기 어렵지. 너희 이미지는 이미 개판이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없고, 회복하려면 힘들어.”
잠시 말을 멈춘 로이는 ‘정면 돌파해. 너희 그런 놈들 아니라고 깍듯하게 지나다 보면 그런 소문 언젠가 수그러들어. 거기다 너희 행사 다녔잖아. 요즘 세상에 폰 없는 사람 없고, 그 모습 찍혔어. 그러니 싸가지 없이 행동 안 했다는 거 누군가 보고 증거가 남았다는 거야. 우는 소리 좀 해봐. 너희 팬들도 없냐? 좀 도와달라고 해. 그 영상 좀 올려 달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힘들다 찡찡 짜. 그 정도는 해봐도 됐는데 나는 왜 니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진짜 가수할 생각 있었으면, 적어도 사장한테 기자 회견이라도 열어 달라 했어야지.’라며 후배들을 혼냈다. 바보 미련한 것들이 그냥 회사가 굴리는 대로 굴러다니고 있었다. 지들이 뱀인지 굴렁쇠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아아, 힘들어 죽겠다. 그래도 로이는 스네이크가 의외로 쉽게 재기할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했다.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무릎 꿇고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어린 양들에게 ‘훗, 아가들아. 잘 있어라.’라며 웃어보였다. 그러자 로이 신봉자들이 ‘선배님, 감사합니다.’라며 절을 해왔다. 뭐 이 정도로 가지고. 로이는 금발의 쓸어 올리며 피식 웃었다.
“야, 너희들. 오늘 사장한테 전화해서 게이라는 거 평생 안 들킬 자신 있으니깐 한번만 키워달라고 해봐.”
“…예?”
그들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순진하게 ‘사장님은 우리 게이인거 몰라요.’란다.
“잔말 말고 내 말대로 해. 그리고 너희가 스타 되고 싶다면 내가 한 가지 비법을 알려주지.”
자신의 말에 엉덩이를 들썩이며 일어선 스네이크들이 어서 말해 달라는 듯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봐왔다.
“노예 계약해라. Reve가 버리지 않는 한 절대 다른 소속사로 옮겨가지 않을 거라고 지장 팍 찍어. 그러면 내년쯤에 MAMA에서 이 선배랑 만날 수 있을 거다.”
스네이크는 자신들이 로이 테일러랑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에 뭐가 뭔지 알 수 없었으나, 서로 멤버들을 얼싸안고 이제 고생 끝이라며 엉엉 울었다. 그가 환호하는 자신들을 뒤로하고 숙소를 빠져나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만한 로이 테일러는 언제 어느 순간에도 멋진, 진정한 아이돌이었다.